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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지 (2023년 7월호)

경주모둠 역사기행

 

 통일!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통일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내 심장이 뛴다!!!
경주는 내 심장을 뛰게 할 그런 장소임에 틀림이 없었다!
천육백 여년이라는 가늠키 어려운 시간이 지난 경주의 모습을 나는 오로지 거대한 능과 우뚝솟은 탑 그리고 거대한 절터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사기행을 마친 후의 경주는 분명 통일의 열망과 애국이라는 희망의 무한궤도처럼 살아 숨쉬는 곳임이 분명해졌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고, 웃으면서라도, 스치듯이라도, 아이의 손을 잡고라도
역사 기행을 하는 이유이리라.

 우리에게 조금 더 현실적인 모습의 경주를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하늘은 맑고 청명했다.
“정복 군주”, 안내자 이승헌 님의 역사 기행 안내 첫말에 흥미가 확 일었다.
모임 장소인 도봉서당 인근 진흥왕릉의 흐드러진 작약은 마치 정복 군주인 진흥왕의 모습을 역설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식사 시간에 과일이며 김밥이며 쑥떡이며 김치며 저마다 자랑삼아 내어놓는 음식은 통일보다 더 많은 민중의 사연을 담고 있었다.^^

“내가 직접 뜯은 쑥으로 만들었어요”
“천룡사 홍시로 담은 김치입니다”
“아내가 담아서 챙겨준 참외 무침입니다”

 맛 자랑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잠시,
“지금부터 이어폰을 착용하시고 보이스 룸으로 초대하겠습니다.”
라는 안내자의 멘트를 듣고 이어폰을 착용하니,
다들 깜짝 놀란 반응들, 별 기대하지 않고 처음 접해본 카톡 오픈 채팅 보이스룸에 감탄이 연발로 나왔다.

 자세히 그러면서 정답게 안내해주시는 진행자의 모습에 도대체 준비를 얼마나 한 것일까?
감사했다.
통일신라의 기초가 되는 가야와의 평화적인 통일, 북한과 남한의 비교를 통한 그 당시의 담대한 결정들.
불교를 공인한 법흥왕에 대한 설명까지 전반적인 신라의 모습을 현장감 있게 너무도 생생히 말씀해 주셨다.
신라를 함경도까지 진출하게 한 진흥왕의 능이라 하기엔 초라했지만, 그 주변에 있는 능과의 대조적인 모습, 당시 순장의 모습까지 곁들여 해주신 설명으로 1600년 전 시간에 살아 있는 듯했다.

 김유신, 김춘추, 천관녀, 화랑, 보희 이런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무슨 옛날이야기라도 듣는 어린아이처럼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통일의 역사가 얼마나 위대하면 1,600여 년 전의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로울까?
당시 이야기를 통한 지명의 유래, 동네 이름, 절의 이름 등, 너무나 정감 있고 거대한 서사가 흘러넘치는 듯했다.
그러나 그냥 이야기로만 넘길 순 없었다.
희생도 있었고 용기도 있었고 굴욕을 무릅쓴 인내도 있었고 고달픈 민중의 삶도 있었다.
이렇게 신라와 가야의 통일은 자의 반, 타의 반 준비되고 있었다.
당시의 지정학적인 상황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고 비교 설명해주는 부분에선 안타까운 탄식도 흘러나왔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에서 비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기억하는 방식과 민중들의 삶을 기억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과연 통일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올라왔지만, 당시 전쟁의 모습은 어땠을까 추정해 주는 진행자의 설명에 ‘아! 내가 전쟁을 영화로 기억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이때 역사 기행 이동경비로 거둔 3,000원에서 남은 돈으로 준비해준 아이스크림 한 개의 서비스는 마치 멋진 패키지여행을 떠올리게끔 들뜬 기쁨을 선사했다.
“500원 더 걷어서 빵까지 사주세요.”
가벼운 농담들이 더위마저 식혀 주었다.

 다시 이동~~
사천왕사지!
이전에는 한 번도 경주에서 둘러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옛 절은 허물어 없어지고 황량하고 허전해 보이지만, 이곳이야말로 신라인들의 호국 염원을 오롯이 받아낸 곳이라는 설명에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염원이 거대했던 만큼 그 대가는 큰 것일까?
강렬한 빛이 저물어 어느덧 저녁으로 향하는 사천왕사지는 쓸쓸했다.
그러나 당나라라는 거대 제국을 상대하는 선조들의 지략과 의지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
사천왕사지에는 그때의 염원을 잃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숙연함이 가득 찼다.

 감은사지!!!
거대한 모습의 압도적인 두 탑(국보 제 112호)이 지키는 감은사지는 그 밑을 용이 드나들게 만들었다는 설명에 이르러 국보가 괜히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문무왕이 지키려고 했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문무왕이 당나라를 몰아내고 난 후에야 온전한 통일이 이루어졌고,
이 통일된 나라의 수호자로서 사후에도 지키고자 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생각….
만파식적이라는 피리가 상징하는 통합과 조화가 결국엔 나라를 지키는 힘이라는 설명에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 이견대….
문무대왕암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각자의 마음을 정리한다.
멀리 잔잔한 물결 속에 우뚝 솟은 문무대왕의 수중릉이 있다.
그 치열한 호국의 염원은 천오백 년이라는 가늠키 어려운 시간 속에서 전설이 되고 그 전설로 당당히 살아남아 우리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답을 찾았냐고!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어떻게 지키고 싶은지?
얼마나 절박한지?
무엇하나도 답을 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통일을 어떻게 준비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내어줄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가?

 만리장성의 거대함이 방어용이라는 누군가의 말에서 지금 이루어지는 각종 군비 경쟁과 훈련이 방어용이라는 말이 왠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히 솟은 문무대왕암을 나도 모르게 한동안 바라보다 어렴풋이라도 천오백 년 동안 계속되어온 신라 호국의 염원이 만들어온 질문에 답을 찾은 느낌이다!
그래! 평화야!!!
평화야말로 우리가 무엇이든 내어주고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고 이 시대 최고의 과제라는 것을……
또 천오백 년 전 자기 몸을 바다에 수장까지 하며 지키려고 했던 호국의 염원이라는 것을……

 지금, 여기서 우리는 서로를 보며 확인하고 마음먹는다!
평화 없는 통일은 폭력이듯 실천 없는 평화는 공허하다!

 책이라도 한 줄 읽고, 휴지라도 한 개 줍겠다.
그리고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마음을 다잡는다.

 마지막으로 감사하다.
이런 기획에 감사하고 이 기획을 실행한 것에 감사하고
주차장의 위치, 화장실의 위치, 카톡 오픈 채팅을 통한 보이스룸,
3,000원 경비에서 절약해 아이스크림을 준비한 회계담당의 세밀함과 넉넉함,
그리고 충실한 내용으로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진행자의 설명!!

이 좋은 역사 기행을, 온갖 일정을 마다하고라도 꼭 참여해야 한다고 이 연사 절절히 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