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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통일에 눈뜨다

김정민 / 청년 서울경기북부지역

2024년 4월 13일부터 4주에 걸쳐 전국의 청년 활동가 60여 명이 “새로운 100년”으로 북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지역별로 그룹을 나누어 여건이 되는 곳은 오프라인에서,

여의치 않은 곳은 온라인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제가 속한 모임은 서울과 경기북부 활동가들이 주로 모였고, 거주지가 비교적 가까워 오프라인에서 만났습니다.


첫 3주간 동안은 책을 읽으며 주 1회 모임을 갖고, 4주차에는 다 같이 ‘북한인권 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1~3차시에는 “새로운 100년” 책을 1/3씩 나눠 읽은 뒤, 사전질문에 대한 의견을 준비했습니다.

세미나는 몸풀기 게임, 퀴즈풀기, 의견 나누기, 북한 관련 영상 시청 순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첫 모임에서는 어색함을 풀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인생 부루마블’ 게임도 했습니다.

‘인생 부루마블’은 주사위를 굴려 걸린 질문에 답을 하는 게임입니다.

각각의 칸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내게 가장 소중한 세 가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일은?’ 등의 질문이 쓰여 있습니다.

부루마블을 한바퀴 돌면서 각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니 어색함은 사라지고 딱딱할 수 있는 독서모임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생 부루마블 게임>


‘몸풀기 게임’은 ‘북한 음식 이름 맞추기’나 ‘도시 위치 맞추기’ 등 북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외래어를 쓰지 않는 북한의 단어들이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퀴즈풀기’는 책을 보며 문제에 대한 답을 다 같이 찾아가는 시간이었으며 생각보다 답을 찾기 어려워 오픈북 찬스를 계속 사용해야했습니다.

‘의견 나누기’ 시간에는 사전 질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혼자 책을 읽었다면 곰곰이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며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같은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 신선했습니다.


지난 하노이 회담과 북한 주민들의 인터뷰 영상도 시청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주위 친구들은 통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기에 북한 사람들도 그럴 줄 알았는데, 대부분 통일을 강렬히 원하고 있어 놀랐습니다.

저는 당연히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원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원하는 주민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사회주의 체제나 중국식 모델의 경제체제를 원했습니다.

남과 북이 나뉜 채 지낸 기간이 오래인 만큼 서로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울/경기북부 모임 활동가들>

새로운 100년에 실린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쟁을 거치지 않고도 화합을 이룬 우리 역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신라와 가야의 통합입니다.

신라가 가야를 군사적으로 점령한 것이 아니라 합의를 이뤄 나라를 통합했습니다.

신라는 가야의 왕족과 귀족 등 지배세력을 그대로 인정해 줬습니다.

가야 마지막 왕의 4대손이 김유신 장군인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큰 공을 세우기까지 했습니다.

법륜스님은 지금 우리가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를 우리의 역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먼 후대의 후손들이 지금 현재를 보면 남한과 북한은 모두 우리 나라의 역사로 생각할 것이라 했습니다.

당장 지금의 시점으로만 바라보면 분단된 70년이 매우 긴 세월인 것 같지만, 수천 년의 역사로 본다면 찰나에 불과하다는 말씀도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마지막 4주차에는 광화문 근처의 ‘북한 인권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곳은 다들 존재 자체도 모르는 곳이었고, 블로그 리뷰도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모임 참가자 중 한 분이 이곳을 제안해 주셔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광화문역에서 내려 한적한 주택가를 걸어가다보면 작은 건물 하나가 있는데, 그 건물의 한 층을 북한 인권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인권 박물관>


박물관은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권이 유린당하는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같은 말과 같은 글을 쓰는 하나의 민족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생활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몇몇 인터뷰 참여자들은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인 말도 서슴없이 하였습니다.

철저히 세뇌당해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탈출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탈출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르면 그에 대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반 상식과는 다르게 주위에 절대 도움을 요청해선 안 되고, 가지고 있는 핸드폰도 버려야 붙잡히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메아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코너였습니다.

이곳에는 북한 주민이 한 말과 그에 따른 처벌 항목이 적혀있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 “배고파서 일을 못하겠다”, “다른 나라는 자유를 줘서 잘 사는데 조선은 배급도 주고 무상교육도 받아 살기는 좋은데 자유가 없다” 등등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잡혀가서 처벌받았다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는 말이 있는데 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말 할 자유까지 억압받는 모습에 무척 놀랐습니다.

어떤 경우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지나가는 말로 정권에 대해 비난을 했는데, 수십 분 뒤 보위부에 체포되었다 했습니다.

믿을 사람 하나 없을 것 같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면서 지내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메아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보다 상황이 훨씬 좋은 남한에 있으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았던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번 북세미나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알게되고, 생각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