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열/수원지역
2025년 6월 6일 70주년 현충일!
경건하고 엄숙하게 맞이해야 할 현충일에 새벽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지부에서 진행하는 역사기행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집만 나서면 소풍가는 기분이 되니 잘하는 것인지 잘못하는 것인지…^^
e실천학교 온라인 역사기행 담당을 하면서 아직 진행해보지 못한 곳이 바로 철원이다.
그래서 더 기대감과 설렘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안내를 해주시는 이승용국장님은 시나리오 없이도 꼬이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하시는 모습과 때와 장소에 따라 엮어가는 스토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니 ‘역시!!’하는생각이 들었다.

저격능선과 오성산에 얽힌 전적과 백마고지 탈환에 담긴 사연들이 섬뜩하고도 애달팠다.


승리한 전쟁은 역사에 빛나게 기록하고, 패배한 전쟁은 슬며시 잊히게 만드는 정치적인 안배(?)에 감탄을 해야하나 분노를 해야하나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소위 좀 배웠다는 주변의 사람들도 백마고지 전투는 알아도 오성산과 저격능선 전투는 처음 듣는다고들 했다.

승리했든 패배했든, 아군이든 적군이든, 하룻밤 사이에 고지의 주인이 바뀌고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죽어간 꽃다운 영혼들을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지고 슬픔이 차올랐다.

아픈 역사 위에 오늘날 우리가 이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고 생각하니 해마다 현충일 10시에 울리던 사이렌 소리에 형식적으로 묵념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전사자들께 묵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쟁의 아픈 상처를 기억하는 것,
현재에 발딛고 잘 살아내는 것,
저 비무장 지대 너머로 자유롭게 오고 갈 날들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역사기행으로 내 평생 가장 뜻깊은 현충일을 보내게 해준, 그리고 함께 한 지부 활동가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