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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좋은 벗이 되어갑니다

글, 사진 : 김영옥 / 광명지역

‘세상 누구와도 좋은 벗이 되겠습니다’.
‘좋은벗들’ 명심문이 나는 참 좋았다.
편견 없이 그리고 편애 없이 세상 그 누구와도 좋은 벗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삶인가?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설레임을 갖고 좋은벗들 활동을 시작했다.

좋은벗들 활동의 꽃은 일상방문이다.
일상방문은 한 달에 한 번 북한이탈주민 댁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주는 활동이다.
첫 방문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선임 봉사자는 말하려 애쓰기보다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드리면 되니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라고 하셨다.

나는 60대 중반 남성인 북한이탈주민과 만났다.
두 딸이 먼저 남한에 정착하고 아버지인 본인과 남동생을 모셔왔다고 한다.
중국 경계선을 거의 다 벗어날때쯤 잡혀서 중국 감옥에서 1년 정도 수감 되었다가 한국으로 넘어온 과정을 말씀해 주셨는데 긴장감이 탈북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남한은 아직도 할 일이 많고 열심히만 하면 기회도 참 많은데 남한 사람들은 편하게 살아서인지 악바리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셨다.
작년에는 아드님과 큰 따님 결혼식에 초대받아 다녀왔는데 보는 내내 훈훈했다.

<북한이탈주민 자녀 결혼식 참석>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인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40대 싱글맘도 만났다.
허리가 아파서 일을 못하고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생활한다.
생활이 여유롭지 않아 힘들 것 같은데 북한에서 서로를 감시하던 상황이 더 힘들었다 한다.
좋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고, 아플 때 병원에 갈 수도 있고, 딸이 자유롭게 배우고 활동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것들에 감사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나도 감사를 배우게 된다.
자주 보니 정이 들고, 좋은 벗이 되어드리는 봉사를 한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이 어느 순간 ‘우린 그냥 벗이구나’ 라는 마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좋은벗들은 일상방문 외에 봄나들이와 통일축전, 김장행사처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 모이는 큰 행사들도 진행한다. 광명지역은 안산, 시흥, 광명에 사는 북한이탈주민과 봉사자들이 모인다.
지난 해엔 임진각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눈앞의 북한 땅을 보며 고향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분들에게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전해져 왔고 즐거운 노래자랑과 놀이시간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통일전망대에서 고향 풍경을 찍는 북한이탈주민>

돌아오는 버스에서 함께하니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면서 이런 만남의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북한이탈주민의 소감을 들으며 그분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특히 가을 통일축전에는 북한 음식을 한가득 해 점심 뷔페를 차려주셔서 감동했고 함께 이야기하며 행복했다.

<통일축전 북한음식 뷔페>

좋은벗들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다. 매달 회의뿐 아니라 행사를 앞둔 여러 번의 준비 회의에서 손이 많이 가는 일에도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봉사자들을 보면서 좋은 만남에 감사하게 된다. 덕분에 나도 그속에서 변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겨울맞이 김장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