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중앙당 간부들, “아사는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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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지역에 따라 사정은 다르지만 식량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도시가 더 낫고 덜한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고난의 행군 당시 대량아사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지역 중의 하나인 함흥과 신의주 등 몇몇 도시는 1990년대에 비하면 적응 능력이 생겨 아직까지 무리죽음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고난의 행군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도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적응력이 생겨서 그 때만큼 속수무책으로 죽어가지는 않겠지만, 식량사정이 그때만큼이나 말이 아니다. 요즘엔 감자도 없는 집들이 많아서 더 걱정된다. 어느 지역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사는 시간문제다”고 했다. 다른 간부 역시 정부가 식량 해결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중앙 단위만 신경 쓸 뿐 지방은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요 도시의 대학교, 세관, 무역단위, 외화벌이 회사들, 보위부, 보안서 등은 약간씩이라도 배급이 됐으나, 기타는 배급이라는 말조차 없어진 지 오래다. 이렇다보니 아무리 지방 사정에 둔한 중앙 간부들이라 해도 외부 지원이 아니면 식량 원천이 없기 때문에 “아사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평양의 한 간부는 “식량이나 로임이라도 주어 생활을 안정 시켜야 근본 해결할 수 있지만, 현재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이 있어야 말이지. 로임과 배급이 안 나오니까 평백성들은 거의가 실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색이 로동자라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 무직업자나 마찬가지다. 각이한 생존 수단과 방법으로 생계유지하고 있는 판인데 방랑자들이 자연히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에서도 눈을 뻔히 뜨고 보고 있으면서 어쩔 수가 없다. 방랑자 수가 매일 다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방랑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누가 와서 지원해줄 테니 방랑자 인구 통계를 달라고 해도 우리는 줄 수가 없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백성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만, 사상 문제에 걸릴까 봐 꼼짝 못한다. 답답해도 살아남자면 하는 수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고아원, 육아원 등에 도움의 손길 절실

신의주에 4층짜리 큰 건물에 도 애육원과 육아원이 있는데, 이곳은 그동안 중국에서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왔다. 최근 이 지원이 중단된 데다 보살펴야 할 아이들은 더 늘어나 시설 운영이 매우 어려워졌다. 중국 측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한 간부는 “다른 나라에 도움을 청해서 지원을 받고 싶어도 지원자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지원해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모두 동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로 이해가 달라 지원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데 애로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비해 평안남도의 한 중간 간부는 한 발 더 나가 “지원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려면 우선 각 시, 군에 있는 육아원과 애육원의 개수와 그 인원수만 공개해도 충분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 정부가 공개를 못하게 하니 지원을 요청할 때 근거가 될만한 것을 줄 수가 없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양 국가기밀 취급을 하니 우리 같은 중간 간부들은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 아이들이 몇 명이고 애들의 건강상태, 발육상태, 영양공급 상태가 어떤 지 말하면 아마 지원해주겠다는 곳이 많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것은 공화국의 수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중앙에서는 절대 함구령에 붙이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병에 걸려 죽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젖먹이 어린 애들도 그렇고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이들이 오갈 데 없이 버려지고 있다. 이 아이들을 맡아줄 곳은 국가밖에 없는데 국가는 그럴 능력이 없고, 지원 받을 조건은 충족 못 시키고 해서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이렇게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계층이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다 죽이고 말 것인지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다. 하긴 다 자기 목구멍이 포도청인 시절인데 이런 사람들 걱정하는 내가 미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상당히 날카롭게 지적했다.

■ 경제활동

사건사고 소식

지난 4월 11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함흥 수산배에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디젤유를 공급받다가 불이 붙었는데 아직 원인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사고로 선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4월 14일, 함경북도 새별군 룡계리 1반 탈곡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옥수수 이삭이 무려 28톤이 소실되고, 벼 종자 1.5톤, 비닐박막 등이 소실됐다. 소실된 옥수수는 봄 농사지을 때 농촌 동원을 나온 노력자들과 농장원들에게 분배하려고 준비해둔 식량이었다. 농자재를 겨우 모았는데 다 타버려 급히 군당에 회보하고 지원을 요청했으나 묵살됐다. 오히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요구를 하느냐며 무조건 자체로 해결하라고 호된 질책을 받았다.

4월 16일, 함경북도 회령 원산리 돼지종축장 뒷산에서 소토지를 개간하다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로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당국은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섰다.

평안북도 선천역에서 려객 렬차를 타려고 서로 밀치며 몸싸움하던 40대 녀성 2명이 승강장 플랫폼에 밀려 떨어져 들어갔는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기차가 출발하고 말았다. 기차가 떠난 뒤 보니 한명은 머리에 피가 낭자했고, 한 명은 인사불성으로 급히 병원에 호송됐다. 머리를 크게 다친 여성은 피를 뚝뚝 흘리는 와중에도 옥수수자루를 찾아 헤맸는데, 옥수수자루가 온데간데 없어졌다. 승객이 미처 탑승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차가 출발하곤 해서 이런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열차는 이미 초만원이고, 열차 밖에서는 짐을 머리에 이고 손에 쥔 사람들이 오르려고 야단법석이다 보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차가 떠나버리면 뒤로 밀려난 사람들이 봇짐을 쥔 채 울고불고하거나 쌍욕을 해대거나 삿대질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편 당국은 이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낮에 손수레에 짐 싣고 다니지 말라”에 주민들 “어이없다”

지난 4월 26일 신의주 주민 총화에서 대낮에 손수레나 자전거에 짐 싣고 다니지 말라는 소리를 들은 주민들은 일단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신의주시 안의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은 사회주의 생활 기풍을 철저히 수립하자”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는데, 이 날 제기된 5가지 내용 중 대낮에 손 달구지를 끌지 말고,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부분이 있었다. 당국은 “시내 인구 밀도가 높고 교통이 번잡하다. 자전거와 손달구지에 장사 짐을 실은 사람들이 도로가 막힐 정도로 많이 다니기 때문이며 행인들까지도 장사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이 많아 복잡하다. 대책은 이제부터 우선 학생들은 시내서 자전거로 통학하지 말고 걸어서 다니고, 일체 장사 짐은 날이 어둡기 시작부터 새벽 밝기 전까지만 다니라. 대낮에 이렇게 다니면 단속하고 짐을 회수하겠다. 지방에서 시내에 들어오는 것도 마찬가지다”고 엄포를 놓았다. 서순금(36세)씨는 “우리 인민반 사람들은 다들 어이가 없다고 했다. 주민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는 단 한 번도 없고 백성들만 못살게 구는 회의만 밤낮 한다고 수런거린다. 그래도 그냥 침묵해야 한다. 침묵이 제일이다. 괜히 쓸 데 없는 시비를 걸었다가는 어떤 재앙이 차려질지 모른다”며 어이없지만 별 수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함남 도당전원회의, “청년염소목장에 힘을 넣어라”

4월 13일 열린 함경남도 도당 전원회의에서는 주로 염소 사향 관리에 대한 내용이 논의됐다. “각 시, 군에 있는 청년염소목장에 책임비서들이 힘을 넣어 봄철에 풀밭 조성하는 사업을 꾸준히 내밀어야 한다. 종자 염소 마리 수를 확보하고 염소들의 사향관리를 잘해야 한다. 염소 젖 생산을 늘여 당 창건 60주년 10월 10일에 로동자들에게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 2006년부터 진행해 온 116호 농촌살림집 건설을 올해부터 중지하고 각 농촌마을 리 자체적으로 봄, 가을에 1동씩 지을 것을 강조했다. 버섯재배에 대한 당의 방침 관철을 위해 버섯 재배실과 토끼우리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한편, 당적 통제를 강화해 공장들에 무단 결근자들을 없앨 것에 대해서도 아울러 강조했다.

5월 인분 가루 바람에 날려 위생 문제 심각

5월부터 평안북도 각 지역에서는 길마다 인분을 펴서 말리느라 냄새가 진동한다. 밤길에 잘못 짚어 발이 푹 빠지는 경우도 많다. 거의 말라갈 무렵에는 인분에 있던 각종 기생충알들이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옮겨져 기생충 감염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골목길마다 뛰노는 아이들이 기생충 감염에 취약하다. 병에 걸려도 약이 없으니 치료하기가 힘들다. 의사들은 봄철이 되면 구충제인 알벤다졸, 메베다졸, 피페라진 등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시든 농촌이든 남녀노소 모두 인분가루를 접촉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위생방역소 의사들은 인분이 십이지장충, 회충을 비롯한 기생충 질환을 일으키므로 인분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처지라 안타깝다고 말한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봄, 가을이 되면 해마다 산토닌을 배분해줬는데 약품 부족으로 이마저 몇 해째 중단된 상태다. 장향순(63세) 박사는 올해 유난히 심각한 식량난으로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 기생충까지 득실거리면 죽을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근심스럽게 말했다. 식량이 없으면 약이라도 충분해야 하는데 도무지 백성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기생충에 대한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비료를 자체적으로 보장하라는 당의 방침을 거역할 수는 없고, 이미 농촌동원이 시작돼 인분을 직접 이고지고 가야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안북도 인분 200kg 바치라 포치

평안북도에서는 인민반별로 세대당 인분을 200kg씩 내라고 포치했다. 이에 주민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비료 대란이라지만 그만한 인분을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남신의주 도로 공사로 가두 여성들의 고생이 막심한데 인분 바치는 일 또한 꼼짝없이 가두 여성들이 담당하게 됐다. 평안북도 정주군 녀맹회의에서 인분 200kg 포치를 전해 받은 정혜선(42세)씨는 “한 사람이 일 년 365일 동안 하루 한 끼 150g씩 450g을 먹어도 164키로밖에 안 된다. 164키로 먹고 200키로 똥을 만들라니 무슨 재간으로 만들어내겠는가”라고 우스개 소리를 해서 녀맹회의 참가자들이 한바탕 웃었다. 정씨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런 계산까지 하게 됐다며 어떻게 해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다른 여성들도 어떻게 200kg를 만들어 낼 수 있겠느냐며 근심이 크다.

“내 한 입 줄여야 아버지도 살고 나도 살고”

강원도 금강군에 사는 박광철(45세)씨는 1990년대 말 식량난 시절에 아내를 잃었다.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10년 가까이 홀아비 생활을 해왔다. 돈 버는 재능도 없어 너무 빈곤한 살림살이다보니 어떤 여자도 선뜻 살림해주겠다고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난에 지친데다 올해 유난히 굶는 날들이 많아지자, 얼마 전 큰 아들이 가출했다. “학교에도 못 가고 배고픔을 당하기보다는 집을 나가 남의 것을 훔쳐먹더라도 굶지 않고, 조금이라도 아버지한테 먹을 것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입 하나 덜어야 아버지도 살고 나도 살 것 같습니다. 내가 방랑생활을 하는 게 현재로서는 제일 합당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앉아있으면 굶어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그러니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꼭 아버지와 동생을 찾으러오겠습니다”고 적힌 편지를 달랑 한 장 남겨놓고 집을 나갔다. 박씨는 “어디 가서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애들 엄마한테 면목이 없지만 차라리 제 목숨 제 손으로 살아가면 잘 된 거지요”라고 말하며 허허롭게 웃었다.

온성군에 파라티푸스 발병

함경북도 온성군 창평구에 전염병 파라티푸스가 돌고 있다. 창평구 주민 십여 명에게서 발병이 확인됐다. 잘 먹지 못하는 영양실조자가 많아 전염이 크게 우려되고 있으나,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의약품도 없거니와 군병원의 시설과 설비 문제가 전염병 대책에 가장 큰 난제이다.

식량난에 결핵 치료 더 어려워

함경남도 의사인 리철호(43세)씨는 “결핵은 치료약품도 약품이지만 영양료법이라고 해서 먹는 것이 기본인데 식량 사정으로 격리 병동을 운영 못하니까 절대로 결핵을 근절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우리 인민반에도 한 아줌마가 일 년 동안 결핵을 앓다가 각혈하면서 끝내 일주일전에 사망했다. 결핵 진단을 받았지만 약을 쓰지 못하고 먹지도 못해 뼈에 가죽만 남아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우리 집 애 엄마와 친해서 내가 약도 좀 갖다 주고 그랬는데, 결핵약은 꾸준히 먹어야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먹는 게 보장돼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그렇게 죽는 걸 보고 나니 내 마음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결핵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식량난 때문에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핵 환자들 사실상 방치 상태

병원마다 외과 환자로 입원한 환자들이 대개는 결핵 질환자인 경우가 많다. 매일 결핵환자들이 병원을 찾지만 의약품이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결핵요양소가 있어도 환자와 그 가족들은 오히려 기피한다. 요양소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요양소에서 죽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평안북도 곽산군에도 결핵 료양소가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결핵 환자들은 대부분 돈 없고 힘없는 주민들이다보니 약 살 돈도 없고, 격리병동에서 영양료법을 받을 형편이 안 돼 집에서 치료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기침하거나 말할 때 가족들이 함께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결핵 초기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결핵에 걸린 줄도 모르고 쿨럭쿨럭 기침해가면서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황해북도 의사인 한용갑(63세)씨는 “원래 결핵은 기아와 빈궁의 산물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식량이 없을 때 결핵 환자가 급증하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간부들이나 잘 사는 사람들이야 결핵에 걸릴 걱정이 없으며 설사 걸렸다 해도 병원에는 간부들용 약품을 상비해두고 있다. 그저 백성들이 야단이다. 차라리 무상 치료제를 없애고 유상치료제로 골고루 다 치료 받았으면 이런 처지에까지 이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병원만 하더라도 병원 가족이라고 해도 5ml짜리 1회용 주사기 한 대에 250원, 로씨아산 덱사메타존 주사 암풀 1mg짜리 한 대 1천 원씩, 리도카인이라는 마취약 20ml짜리 한 병을 3천원 주고 사야 한다. 결핵치료약도 3개월 분량이 8만 2천 5백 원, 6개월 분량은 16만 5천 원 한다. 하루 1,000원 벌이도 힘들어서 옥수수 1kg도 못 사먹는 사람들이 어디 감히 꿈이나 꿔볼 수 있겠냐”고 결핵 치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평안남도에서 결핵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림상학(49세)씨는 옴이나 기타 전염병이 간간이 돌고 있지만 결핵에 비하면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중앙과 각 도에 결핵 예방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결핵을 진단하고 처방을 떼여 해당한 약을 내준다. 병의 중증정도에 따라 규정상 3개월 격리해서 안 나으면 다시 6개월까지 격리 치료 하게 되어있다. 약은 5가지로 구성된다. 리팜미찐(리팜피신), 이소니아지드(아이나), 탐부톨, 피라진아마이드에 종합 비타민인데 이 약들이 귀하다. 3개월분을 한 크루 해서 1,200원 받고 약을 내준다. 백성들은 1,200원이라고 해도 엄두를 잘 못 낸다. 돈 있는 사람들은 돈을 더 얹어서라도 구입하려 애쓰는데, 야매가격으로 원래 한 크루에 2만원이던 것이 현재 결핵 환자들이 급속히 증가되면서 약물 수요는 높고 유엔 약이 잘 안 들어오기 때문에 4~5만원씩 한다”고 결핵 치료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시장 장사 단속, 식량난 악화로 유야무야

지난 3월 4일 청진 시장에서 일어난 집단 항의 사건 이후 비사회주의 현상에 관계되는 것과는 일체 추호의 타협도, 용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엄포가 내렸으나 어느덧 유야무야되고 있다. 시장을 당장이라도 없앨 것처럼 방침을 집행하려고 했던 당국이 식량난 악화로 엉거주춤한 상태다. 직장 배급이 끊긴 지 오래, 개별 세대의 비상식량마저 바닥을 보이면서 일반 주민들이 살 길은 장마당 장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사마저 계속 금지시키면 걷잡을 수 없는 아사사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라 단속의 끈을 강하게 조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굶주리는 농민들 여전히 운신 못해

농촌동원이 전국적으로 본격화됐지만, 농민들의 출근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굶주림이 심해지다 보니 동원을 촉구하려 나선 사람들도 차마 더 이상 나오라는 말을 못하고 돌아서기 일쑤다. 황해남도 연안군의 한 리당일꾼은 “사람 찾아오라고 보내놓으면 다들 하는 말이, 먹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 세운다고 해도 바로 서지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일터로 내몰 수가 있는가 묻는다. 사실 나로서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함경남도 함주군 농촌 지역에서도 굶주리는 농장원들이 일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함흥시당에서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함흥시 중학교 학생들을 농사일에 적극 동원하기로 하고, 옥수수 심기 작업을 시작했다.

중앙당 간부들, “아사는 시간문제”

식량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지역에 따라 사정은 다르지만 식량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도시가 더 낫고 덜한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고난의 행군 당시 대량아사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지역 중의 하나인 함흥과 신의주 등 몇몇 도시는 1990년대에 비하면 적응 능력이 생겨 아직까지 무리죽음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고난의 행군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도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적응력이 생겨서 그 때만큼 속수무책으로 죽어가지는 않겠지만, 식량사정이 그때만큼이나 말이 아니다. 요즘엔 감자도 없는 집들이 많아서 더 걱정된다. 어느 지역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사는 시간문제다”고 했다. 다른 간부 역시 정부가 식량 해결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중앙 단위만 신경 쓸 뿐 지방은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요 도시의 대학교, 세관, 무역단위, 외화벌이 회사들, 보위부, 보안서 등은 약간씩이라도 배급이 됐으나, 기타는 배급이라는 말조차 없어진 지 오래다. 이렇다보니 아무리 지방 사정에 둔한 중앙 간부들이라 해도 외부 지원이 아니면 식량 원천이 없기 때문에 “아사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평양의 한 간부는 “식량이나 로임이라도 주어 생활을 안정 시켜야 근본 해결할 수 있지만, 현재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이 있어야 말이지. 로임과 배급이 안 나오니까 평백성들은 거의가 실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색이 로동자라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 무직업자나 마찬가지다. 각이한 생존 수단과 방법으로 생계유지하고 있는 판인데 방랑자들이 자연히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에서도 눈을 뻔히 뜨고 보고 있으면서 어쩔 수가 없다. 방랑자 수가 매일 다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방랑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누가 와서 지원해줄 테니 방랑자 인구 통계를 달라고 해도 우리는 줄 수가 없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백성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만, 사상 문제에 걸릴까 봐 꼼짝 못한다. 답답해도 살아남자면 하는 수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고아원, 육아원 등에 도움의 손길 절실

신의주에 4층짜리 큰 건물에 도 애육원과 육아원이 있는데, 이곳은 그동안 중국에서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왔다. 최근 이 지원이 중단된 데다 보살펴야 할 아이들은 더 늘어나 시설 운영이 매우 어려워졌다. 중국 측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한 간부는 “다른 나라에 도움을 청해서 지원을 받고 싶어도 지원자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지원해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모두 동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로 이해가 달라 지원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데 애로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비해 평안남도의 한 중간 간부는 한 발 더 나가 “지원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려면 우선 각 시, 군에 있는 육아원과 애육원의 개수와 그 인원수만 공개해도 충분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 정부가 공개를 못하게 하니 지원을 요청할 때 근거가 될만한 것을 줄 수가 없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양 국가기밀 취급을 하니 우리 같은 중간 간부들은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 아이들이 몇 명이고 애들의 건강상태, 발육상태, 영양공급 상태가 어떤 지 말하면 아마 지원해주겠다는 곳이 많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것은 공화국의 수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중앙에서는 절대 함구령에 붙이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병에 걸려 죽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젖먹이 어린 애들도 그렇고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이들이 오갈 데 없이 버려지고 있다. 이 아이들을 맡아줄 곳은 국가밖에 없는데 국가는 그럴 능력이 없고, 지원 받을 조건은 충족 못 시키고 해서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이렇게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계층이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다 죽이고 말 것인지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다. 하긴 다 자기 목구멍이 포도청인 시절인데 이런 사람들 걱정하는 내가 미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상당히 날카롭게 지적했다.

4월 23일부터 농촌동원 시작

전국적으로 올해 봄 농사를 위한 농촌 총동원령이 내렸다. 각 도 인민위원회 모내기지휘그루빠의 지시에 따라 시, 군의 학생들이 농촌 지원에 우선 동원되고 있다. 동원 기간은 일단 4월 23일부터 5월 23일까지다. 중학교 4-6학년 학생들부터 전문학교, 대학교 학생들은 식량정지증명서를 떼어 인근 농촌 마을에 나가 일하는 중이다. 각 시, 군 공장기업소 노동자와 가두 녀맹원들은 5월 5일부터 동원된다. 농촌 동원이 본격화됨에 따라 함북도당 조직부는 총동원기간 동안 류동인원을 철저히 단속해 무조건 총동원에 참가시킬 것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단 시, 군에서 건설하고 있는 공장, 기업소와 시돌격대, 철길 연선 집 철거 및 건설 지휘부 건설자 등은 농촌동원에서 제외됐다.

행방불명자 증가에 당국 긴장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 강원도 등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거주지 구역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행방불명자가 느는 것에 대해 상부의 추궁이 심하다보니 각 지역에서는 요즘처럼 먹을 게 없는 시절에 살겠다고 떠나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잡아둘 수 있느냐고 볼 멘 소리를 한다. 미연에 방지하라고 하지만 어떻게 방지할 수 있겠느냐, 이런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내 옷을 벗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법관들도 있다.

그 어느 지역보다 국경연선지역의 긴장이 눈에 띈다. 4월 말 현재 국경연선지대에서는 친척 집을 방문하러 와 제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는 대상, 남편과 이혼하고 거주 없이 본가(친정)나 형제 집에 와 있는 대상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비법월경할 요소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며, 어서 자기 고장으로 돌아가라고 내쫓고 있다. 각 구역 담당 보위지도원들은 자기 구역에 있는 미거주자들을 찾아가 어서 떠날 것을 종용한다. 심지어 빨리 거주지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중국으로 가든지 무슨 대책을 세워 없어지라고 노골적으로 성화를 부리는 보위원도 있다. 실제 한 보위원은 “네가 중국에 가더라도 내 관할구역사람이 아니라 내 책임이 아니지만, 거주등록증도 없이 이렇게 장기간 와 있으면 나한테 책임이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없어지라”고 매일 찾아가 독촉하기도 했다.

■ 논평

[논평] 아사(餓死)의 태풍이 북상하기 전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강력한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해 5월 7일 현재 6만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그 피해는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다행히 미얀마 군사정부는 비교적 신속하게 피해 사실을 밝히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물품 지원 및 긴급 구호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개별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나 재난이 닥쳤을 때 함께 풀어나가려고 하는 것이 지구촌 공동체의 성숙된 의식이다. 불과 몇 개월 전 미얀마 군사 정부의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인권 탄압에는 분노했지만, 이런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 팔을 걷고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국제적 관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도, 피해 복구에 대한 지원도 오직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인류의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를 보면서 자국 정부의 초동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피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외부에 최대한 신속히 지원을 요청할 때, 피해 복구와 민생 안정은 그만큼 빨라지게 된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어떠한가? 북한 간부들조차 외부지원을 받으려면 기초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일례로, 고아원이나 육아원의 개수, 아동의 발육상황과 영양 상태에 대한 기초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외부 지원에 기본적인 요건이다. 이는 국가의 위신을 깎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영양실조로 인한 건강악화를 외면하고 감춤으로써 아이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것이야말로 수치스러운 행위가 아니겠는가.

체제유지를 위해 또 국가위신을 위해 식량난의 심각성을 철저히 은폐하는 북한 정부는 하루빨리 실상을 공개해야 한다. 지금 북한 인민들이 겪는 식량난의 고통을 깊이 인식하고, 대량 아사로 번지지 않도록 대책마련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작금의 식량난 해결에 북한 당국의 능력이 못 미친다면, 주저 없이 국제사회에 요청을 해야 한다. 인민이 죽어가는 것을 내버려두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 유지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버린 뒤에 국가 틀을 보전한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편 북한의 요청이 없이는 더 이상 한 톨의 식량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남한 정부의 태도 또한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우리는 미얀마 정부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지원하려고 준비 중이다. 심지어 미얀마 군사 정부가 비자발급 제한 등 비협조로 일관하는데도 미얀마에 지원단을 파견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겪는 식량 위기는 미얀마의 태풍 재난보다 더 큰 인명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긴급 재난 사태를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단행해 대량아사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