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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36호

■ 시선집중

은률군, 연이은 아사자 발생에 장사꾼에게 쌀 사들여 긴급 분배

황해남도 은률군의 각 협동농장에서는 농민들에게 올해 2개월 분량만 분배한 뒤 지금까지 분배가 없었다. 오랜 굶주림에 지쳐 숨을 거두는 주민들이 한두 명씩 생기다가 5월 말 현재 각 리마다 매일 2-3명씩 나오는 등 아사자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농촌 동원이 시작됐지만 농장관리위원회 간부들 입장에서도 도저히 일하러 나오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농민들이 굶주림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군에서는 대책이 없어 손 놓고 있다가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지난 5월 24일, 일단 잘 사는 개인 장사꾼들에게 식량을 빌려 와 긴급히 배급했다.

손광혁(52세)씨는 “리의 전체 세대들에는 다 못 줬다. 그저 제일 바쁜 세대들 중에서 (개인 장사꾼들에게) 식량을 먼저 당겨서 완전히 굶어죽을 세대들한테는 통옥수수 4kg, 입쌀 2kg를 긴급히 풀었다. 그 다음으로 당장 굶어죽기 직전인 세대들한테는 통옥수수 2kg와 입쌀 1kg을 주었고, 굶어 죽지 않을 것 같은 세대에는 전혀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 배급한 식량은 가을에 추수하면 1kg당 3kg로 갚기로 하고 빌린 것이다. 3배로 갚아야 하므로 이자가 매우 높은 셈이지만 지금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농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결국 이 부담은 농민들에게 돌아간다. 농민들은 자기들의 분배 몫에서 빌린 식량을 3배로 돌려줘야 하지만, 그래도 현재 달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용식량 구입에 당.정.군 총 비상

전국적으로 식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중앙당은 연달아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대용 식량 구입에 대한 당적 지침을 내렸다. 당 무역기관들, 군 무역기관들, 그리고 정무원 산하 무역기관들은 물론 각 지방 무역기관과 심지어 해외 무역 기관들까지 나서 식량 대용품 구입에 최선을 다하라 독려하고 있다. 이에 각 기관장들은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자금을 아예 식량 대용품을 구입하는 데 쓸 것을 호소하고 있다.

■ 경제활동

“이렇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고 싶어”

식량이 바닥난 상태로 6월에 접어들자 여기저기서 주민들의 한계에 다다른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앞으로도 이렇게 (굶주리며)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다.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다며, 다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이 곧 당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양의 한 간부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식량이 안 들어오고 앞으로 7~8월 달이 되면 미공급 시절이었던 고난의 행군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 실태대로 간다면 굶어죽는 세대가 무리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번까지도 백성들을 굶겨 죽인다면 아무리 사상전을 강조해도 더 이상 먹히지 않을 때가 도래할 것이다. 백성들은 이미 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아직은 백성들이 순진해서 혼자 벙어리 랭가슴 앓듯이 혼자 삭히고 있지만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걱정했다.

평양 시민, “지방 다녀오니 당에 대한 신임 더 떨어져”

김판석(76세)씨는 자신을 조국 해방 전쟁에서 수차례 공로를 세웠고 부상까지 당했던 한 로병으로 소개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평양에 정착한 뒤부터 지금껏 평양을 벗어나 본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다 얼마 전에 함경남도 정평군에 있는 열일곱 살 차이나는 막내 동생의 장례식에 다녀온 얘기를 했다. “언제고 한 번 가본다는 게 장례식날 찾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 가보니 사는 게 정말 한심하더라. 평양 안에서만 살다보니 설마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 몰랐다. 올해 우리도 힘들다, 힘들다 하다가 정평군에 갔는데 가는 동안 본 집들, 거리들, 사람들을 보는데 저게 집인지, 사람인지… 우리 막내네 집도 너무 한심해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돈만 좀 있으면 제때 치료받고 살 수 있었을 텐데, 아니 한 끼니라도 제대로 챙겨먹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라고 동생 생각에 이르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진작 돌아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막심하다고 한탄했다.

김씨의 막내 동생은 딸만 셋을 두었지만 다들 자기 앞가림도 힘든 곤궁한 처지라 아버지 병구완을 변변히 못했다고 한다. 김씨 생각에 아들이 하나만 있었어도 동생의 로년에 이렇게까지는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조카딸들의 생활이 얼마나 한심하게 곤란하냐면, 아버지 시신을 묻을 관 살 돈이 없어 그냥 천으로 감아서 파묻었을 정도다. 조카딸들은 “생전에도 한 많은 고생을 하셨는데, 돌아가신 후에도 입관마저 제대로 못시켜드리고 저 세상으로 가게 되어졌으니 자식 된 도리를 못한 이 죄를 다 어쩝니까”라며 크게 목 놓아 통곡했다. 모인 사람들마다 눈물을 훔치며 조카딸들을 위로했다.

김씨는 “나라에서는 모두 다 아파트에서 살고 이밥에 고깃국 먹는 사회를 건설한다고 떠들어대며, 2012년까지 강성 대국을 만든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 가. 공업, 농업 생산은 이미 오래 전에 마비 상태에 처했고, 만백성의 의식주가 날마다 외치는 구호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어 당에 대한 신임도 없어지고 있다. 동생 집을 보고 오니 강성대국이라는 앞날에 대해서도 의심되는 것이 더 심해진다” 면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에 모두가 먹는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그런 날을 보고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 가”고 통탄했다.

“아무리 평양도 비참하다지만 지방과는 대비 안 돼”

평양의 평범한 시민들은 예년에 비해 생활수준이 비참해진 게 확실하지만 아직까지 농촌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사 행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다. 사리원을 비롯해 황해남북도에 자주 출장을 다닌다는 황병식(47세)씨는 “이 곳 평양에서도 기아로 병에 시달려 죽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소문도 안 나고 우연한 기회에 목격자가 있어 확인되는 정도다. 이러니 평양 바깥 구경을 안 해본 사람들이야 듣고 보는 것이 없으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평양이 올해 비참해졌다고 해도 지방과는 대비(비교)가 안 된다. 지방에서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게 심상치가 않다. 당장 사리원만 가 봐도 6월도 식량 없이 이대로 간다면 다 죽어나갈 것이라고 걱정들이 가득하다”고 평양과 지방의 생활 차이가 있음을 증언했다.

은덕군 군수공장 노동자들도 굶주림에 결근

함경북도 은덕군에 위치한 한 군수공장에서도 굶주림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군수공장에조차 식량 공급이 중단되자 장사나 소토지 농사 등 다른 생계수단이 부족한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공장에 출근한 사람들도 아침을 굶고 오는 경우가 많아 일에 거의 집중하지 못한다. 강성인(57세)씨는 “일할 맥이 없어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작업 현장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로동자들이 많다. 집에 돌아가서도 맥이 없어 누워있거나 굶어죽기 직전까지 온 사람들이 한 직장 당 보통 5-6세대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쌀도 못 꾸는 농촌들은 발만 동동

높은 이자를 주고서라도 식량을 빌릴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신의주 교외에 있는 남민동과 류초리 등의 농장에서는 이조차 못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농장원들이 식량이 떨어져 일을 못나오면 가을에 kg당 1.2kg로 돌려주기로 하고 다른 기관에 손을 벌릴 수 있었다. 농사철에 일을 시키려면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마저 어려워졌다. 다른 기관들이라고 해야 식량이 나올만한 구석이 별로 없어서다. 신의주시 로동자와 사무원, 학생들이 농사 지원에 나섰지만 농장원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도저히 일하러 나오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한다.

강원도 지역에서도 아사자 발생

강원도 평강군 일대와 수동 탄광지대에서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다. 산세가 험한데다 벽지라 교통도 불편해 식량을 구하러 다닐만한 형편이 안 되는 마을들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온다.

은률군, 연이은 아사자 발생에 장사꾼에게 쌀 사들여 긴급 분배

황해남도 은률군의 각 협동농장에서는 농민들에게 올해 2개월 분량만 분배한 뒤 지금까지 분배가 없었다. 오랜 굶주림에 지쳐 숨을 거두는 주민들이 한두 명씩 생기다가 5월 말 현재 각 리마다 매일 2-3명씩 나오는 등 아사자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농촌 동원이 시작됐지만 농장관리위원회 간부들 입장에서도 도저히 일하러 나오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농민들이 굶주림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군에서는 대책이 없어 손 놓고 있다가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지난 5월 24일, 일단 잘 사는 개인 장사꾼들에게 식량을 빌려 와 긴급히 배급했다.

손광혁(52세)씨는 “리의 전체 세대들에는 다 못 줬다. 그저 제일 바쁜 세대들 중에서 (개인 장사꾼들에게) 식량을 먼저 당겨서 완전히 굶어죽을 세대들한테는 통옥수수 4kg, 입쌀 2kg를 긴급히 풀었다. 그 다음으로 당장 굶어죽기 직전인 세대들한테는 통옥수수 2kg와 입쌀 1kg을 주었고, 굶어 죽지 않을 것 같은 세대에는 전혀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 배급한 식량은 가을에 추수하면 1kg당 3kg로 갚기로 하고 빌린 것이다. 3배로 갚아야 하므로 이자가 매우 높은 셈이지만 지금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농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결국 이 부담은 농민들에게 돌아간다. 농민들은 자기들의 분배 몫에서 빌린 식량을 3배로 돌려줘야 하지만, 그래도 현재 달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간부는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 사정일 거라 본다. 지금 현재 조선 지역 관내에서 굶어죽고 있는 시, 군들이 제일 많은 데가 바로 우리 은률군을 포함해 황해남도 안악군, 과일군, 장연군, 룡연군, 옹진군 등이다. 지금이 최대 고비라 식량만 있다면 그 곳이 어디든, 무슨 수를 쓰든 다 당겨 와도 부족할 판이다”라고 식량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대용식량 구입에 당.정.군 총 비상

전국적으로 식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중앙당은 연달아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대용 식량 구입에 대한 당적 지침을 내렸다. 당 무역기관들, 군 무역기관들, 그리고 정무원 산하 무역기관들은 물론 각 지방 무역기관과 심지어 해외 무역 기관들까지 나서 식량 대용품 구입에 최선을 다하라 독려하고 있다. 이에 각 기관장들은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자금을 아예 식량 대용품을 구입하는 데 쓸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함주군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쌀 풀었다고 해임

함주군의 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이 관할 농장의 농장원들이 일하러 나오지 못하자 긴급히 쌀을 구해왔다. 한 주민은 “농민들이 굶주려 죽어가는 데다, 일 하러 나오지는 못해도 다른 지원자들한테 일하는 방법을 지도해주면 좋겠는데 그조차 못하고 있어 관리위원장이 백방으로 식량을 수소문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관리위원장은 식량을 구하려고 평성에 있는 자기 동무를 찾아가 쌀 5톤을 빌려와 농민들에게 긴급히 공급했다. 이것이 군검찰소와 군당에 제기되어 관리위원장은 결국 해임됐다. 5톤이면 가을에 10톤을 돌려줘야 하는데 결국 국가 식량 5톤이 없어지게 된다는 점이 중대한 과오로 지적됐다. 이 소식에 이 지역 농민들은 “식량을 앞당겨오지 않았다면 우리들이 굶어죽고 말 것이다. 국가 식량은 아깝고, 백성들이 굶어 죽는 것은 안중에도 없어 그를 해임시키는 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함주군 농민들 눈에 띄게 아사자 증가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 농촌 지역과 함주군에서 굶어죽는 농민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전에는 누가 죽어도 그런가보다 했던 주민들조차 이제는 마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특별히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전국적인 농촌 동원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이 지역 농민들 역시 황해도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일하러 거의 나오지 못하는 상태다. 기운이 없어 손가락 하나 들 힘조차 없다며 누워있으면서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하는 농민들이 많다. 한태옥(43세)씨는 “옥수수쌀 알갱이가 몇 알이라도 들어간 풀죽과 그냥 맨 풀죽은 차이가 엄청 난다. 낱알이 하나도 없는 죽을 먹으니 힘이 안 생긴다. 그냥 물로 배 채우는 거나 마찬가지다. 입으로 헹구고 마는 수준이라 돌아서면 배고프다. 맥이 없고 일어서면 머리가 핑핑 돈다. 누워있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농사는 무슨 농사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