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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90호

■ 시선집중

자식들 눈치에 장사 나서는 평양 노인들

평양시 만경대 구역에서 사는 리정숙(68세) 할머니는 “요즘 식량난이 심해지다 보니 며느리와 아들들에게 내가 아주 큰 부담거리가 되었다. 얼마 안 되는 년로 보장비도 제대로 주지 않아서 나 같은 늙은이들은 아무 수입도 없으니 자식들 눈치를 볼 때가 많다. 그 옛날 로인을 공경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는 전통적인 미풍은 오늘날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있다. 잔병이 더 많아져 약 쓸 일도 더 많아지는데 그 때마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가 없어 텃밭에서 가꾼 배추나 오이, 마늘 등 여름 남새(채소)를 농민들한테 넘겨받아서 팔고 있다”고 했다.

평양시 곳곳에서는 이 할머니처럼 인근 농장에서 여름 남새를 넘겨받아 시장 주변이나 아파트 밑에 앉아 좌판 장사를 하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장사를 하다 보니 보안원들의 단속을 자주 받게 된다. 어떤 집에서는 로인을 잘 모시지 못해 규정을 어기고 남새 장사를 시킨다며 대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이런 남새 장사라도 하지 않으면, 가정에서 천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은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 하고 있다.

청단군 화학공장 화재사고

지난 7월 15일 저녁 8시경, 황해남도 청단군 화학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그 날 오후 도색제 생산 때문에 원료인 메탄올이 들어왔는데, 경비원이 자기 몫으로 빼돌리다가 메탄올을 바닥에 흘렸다. 이 사실을 모르고, 공장 지배인이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꽁초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불이 붙었다. 불이 타오르는 기세가 워낙 험해서 아무도 감히 불을 끌 생각을 못하고 구경만 했다. 소방차를 불렀으나 차량 기름이 없어 제 시간에 당도하지 못했다. 휘발성이 큰 연료라 공장 2층 건물까지 모두 연소됐다. 공장의 부기장 사무실을 비롯해 초급당 회관에 급속히 번져 당의 문건들도 모두 불타버렸다. 보안서에서는 수사 결과, 경비원이 메탄올을 훔쳐가려다가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경비원을 즉각 구속했다.

■ 경제활동

일반 주민들, 민간료법과 불법 시술에 의지

황해북도와 강원도, 자강도에서는 설사, 감기, 리질, 두통 등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병원에 가서 치료하려는 사람들보다 돈을 아끼려고 그냥 앓거나 민간 료법으로 치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실정에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졸업으로 준의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의 시술행위가 활발하다. 준의사들이라고는 하지만 간단히 주사 놓는 방법만 겨우 터득해 의사노릇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땅한 의료기구가 없기에 정식 치료는 당연히 꿈꾸지 못한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많이 하다보니 이들을 일명 ‘처녀 대리 의사’들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주사기와 일반 약품을 들고 농촌 마을이나 주민 구역들을 집집마다 방문해 “좋은 약 있습니다. 주사 한 대당 500원입니다. 돈이 없으면 옥수수로 주셔도 됩니다”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보통 주사 한 대 놓는데 500원, 며칠 먹을 수 있는 약을 보통 1,000원씩 판다. 주민들은 “병원보다 값이 싸고 문을 나설 일이 없어 편리하다”면서 처녀 대리의사에게 치료받는 것을 선호한다.

어느 보안원의 심술에 ‘재수 없는 날’

얼마 전 함경북도 연사군 시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장에서 옷을 파는 김미화(46세)씨에게 한 중년 남성이 나타나 자기 마음에 드는 바지를 들고 얼마냐고 물었다. 5천원이라는 대답에 그는 3천원만 받으라며 돈을 뿌리고 바지를 그냥 가지고 가려했다. 김씨가 그 돈으로는 못 판다며 돈을 돌려주고는 옷을 다시 챙겼다. 그러자 이 남성이 “아줌마, 이후에 나한테 신세질 일이 있겠는데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라”하면서 후회 할 때가 있을 거라고 하고는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찰대 대원 2명이 나타나 여러 명이 장사하는데도 유독 이 아주머니에게만 “빨리 보따리 싸라”면서 시장관리소에 데려갔다. “아무 곳에서나 물건을 팔면 안 되는 걸 모르나. 공업품 매대 값 5만원을 낸 사람만 거기서 팔 수 있으니 벌금 5천원을 내라”고 했다. 김씨가 아직 옷을 못 팔아서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면서 사정을 봐달라고 하자, 순찰대원들이 “그럼 담배 몇 곽을 사내라”고 했다. 담배 살 돈도 없다고 하자, 김씨를 담배 파는 가게에 데리고 갔다. 담배 가게 주인에게 이 여자를 아느냐고 물어보고 안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내일 이 아줌마한테 돈 받으라”고 하고는 한 갑에 1,500원씩 하는 고양이표 담배 4갑을 가져갔다. 김씨가 나중에 들으니 바지를 사려고 왔던 중년 남성은 보안원이라고 했다. 그 말에 김씨는 그저 “오늘 재수 없는 날이다”고 내뱉고는 침통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하루라도 편히 쉬는 것이 가장 큰 경사”

함경북도 연사군의 식료품 공장 노동자들은 몇 달째 계속 농촌 동원과 길 닦기 공사에 동원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공화국 창건 60돌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어서 특대경사라며 대대적인 사회정비를 하는 바람에 쉴 틈도 없이 일하고 있다. 사회동원일이 너무 많다보니 식량난 해결을 하려면 개인 소토지 농사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잠시잠깐 돌볼 짬을 내기도 어렵다며 노동자들의 원성이 높다. 노동자들은 “경사를 맞이하는 해일수록 녹아나는 것은 우리 같은 힘없는 백성들이다. 우리들에게는 정치적 대사가 경사가 아니라, 배급 쌀을 좀 준다거나 하루라도 편히 쉬는 것이 가장 큰 경사이고 기쁨”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식들 눈치에 장사 나서는 평양 노인들

평양시 만경대 구역에서 사는 리정숙(68세) 할머니는 “요즘 식량난이 심해지다 보니 며느리와 아들들에게 내가 아주 큰 부담거리가 되었다. 얼마 안 되는 년로 보장비도 제대로 주지 않아서 나 같은 늙은이들은 아무 수입도 없으니 자식들 눈치를 볼 때가 많다. 그 옛날 로인을 공경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는 전통적인 미풍은 오늘날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있다. 잔병이 더 많아져 약 쓸 일도 더 많아지는데 그 때마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가 없어 텃밭에서 가꾼 배추나 오이, 마늘 등 여름 남새(채소)를 농민들한테 넘겨받아서 팔고 있다”고 했다.

평양시 곳곳에서는 이 할머니처럼 인근 농장에서 여름 남새를 넘겨받아 시장 주변이나 아파트 밑에 앉아 좌판 장사를 하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장사를 하다 보니 보안원들의 단속을 자주 받게 된다. 어떤 집에서는 로인을 잘 모시지 못해 규정을 어기고 남새 장사를 시킨다며 대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이런 남새 장사라도 하지 않으면, 가정에서 천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은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 하고 있다.

청단군 화학공장 화재사고

지난 7월 15일 저녁 8시경, 황해남도 청단군 화학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그 날 오후 도색제 생산 때문에 원료인 메탄올이 들어왔는데, 경비원이 자기 몫으로 빼돌리다가 메탄올을 바닥에 흘렸다. 이 사실을 모르고, 공장 지배인이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꽁초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불이 붙었다. 불이 타오르는 기세가 워낙 험해서 아무도 감히 불을 끌 생각을 못하고 구경만 했다. 소방차를 불렀으나 차량 기름이 없어 제 시간에 당도하지 못했다. 휘발성이 큰 연료라 공장 2층 건물까지 모두 연소됐다. 공장의 부기장 사무실을 비롯해 초급당 회관에 급속히 번져 당의 문건들도 모두 불타버렸다. 보안서에서는 수사 결과, 경비원이 메탄올을 훔쳐가려다가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경비원을 즉각 구속했다.

도둑질하러 온 군인들이 더 허약해

강원도 금강군에서는 배고픔을 참기 힘든 군인들이 인근 마을에 뛰어들어 개인 집의 토끼나 닭을 훔쳐가기도 하고, 빈집 자물쇠를 부수고 식량을 털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렇다보니 군부대 근방에 사는 주민들은 일하러 다닐 때 닭을 집안에 가둬놓고 먹을 것이나 쌀은 집 천정이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항아리를 파묻어놓는다. 아무리 꼭꼭 숨겨둔다고 하지만, 집을 비워 놓고 일하러 나갈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7월 중순에는 한 집안에 “지나가는 길인데 물 좀 마시자”며 네 명의 군인이 들어섰다. 그런데 그 집에 60대 노인 한 명만 있는 것을 확인하자 먹을 것을 달라며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노인이 “무슨 이런 도리가 있느냐”며 두 명의 군인을 붙잡아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또 다시 한 명을 마당으로 밀어 넘기고 나머지 한 명을 붙잡으려고 다가가니 “야 그만 가자”면서 아직 땅바닥에서 헐떡이는 동료들을 데리고 급히 달아났다. 노인 한 명의 힘을 젊은 군인들이 당해내지 못하는 것을 지켜본 동네 주민들은 “한창 기운을 써도 모자랄 젊은 아이들이 오래 먹지 못했는지 모두 허약해빠졌다. 젊은 군인들도 우리처럼 잘 먹지 못하니 이럴 수밖에 없을 거다. 군인들만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저 나이에는 모래 밥 한 그릇도 소화할 때인데 하루 두 끼 밖에 못 먹는다니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노인들,“우리들은 일 못하니 죽으라는 건가”

평안북도 박천군 맹중리에서는 햇보리를 수확해 세대별로 가족 수에 따라 한 명당 3kg씩 나줘 줬다. 그런데 나이 든 노인들은 일을 안했다는 이유로 따로 배급 대상에 넣지 않았다. 이에 일부 노인들은 “그럼 우리들은 일을 못하니 죽으라는 건가”라며 집단 항의를 했는데, 마침 중앙당 지도원에게 이 사실이 보고되어 리농장관리위원장이 해임되고 리당비서는 당책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