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탐구

2010년 신년공동사설 평가와 향후 전망

2010년 신년공동사설 평가와 향후 전망

“당 창건 65돌을 맞은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과 농업의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

2010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북한은 당보(로동신문), 군보(조선인민군), 청년보(청년전위) 공동사설을 내보낸다. 신년공동사설은 당의 결심과 의도를 주민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다. 국가의 한 해 비전을 제시하고 각 분야별 실행 방향을 표명하기 때문에, 한 해의 전망을 살펴보는데 유용하다. 며칠 후면 2011년 신년공동사설이 나올 것이고, 2011년에는 또 어떤 국정방향이 제시될 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신년공동사설이 제시되기 전에 이미 지나가버린 2010년 신년공동사설을 평가하고 살펴보는 것은, 북한 당국의 계획 대비 성과와 한계를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올 한해 제시한 목표에 따라 이룬 것은 무엇이고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몇 가지 특징들을 중심으로 신년공동사설에 입각해 간단히 평가해보고자 한다.

1. 2010년 신년공동사설의 주요 특징

가. 제목이 다른 해에 비해 매우 구체적임. “농업과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고 한 것은 그동안 “…비약하자”, “…혁명적 대고조를 이룩하자”, “…선군위업을 떨치자” 등 기존의 사설 제목과 비교해볼 때 보다 구체적이고, 지시적임. 인민생활에 결정적 전환을 이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음.

나. 자신감의 배경

가) 광명성 2호 발사, 2차 핵실험 진행, 주체철 생산시스템 완성, CNC 컴퓨터화 도입 등 ‘첨단 돌파’라 명명한 것처럼, 무궁무진한 경제기술적 잠재력을 보였기 때문에 경공업, 농업 발전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임.

나) 인민경제 선행부분인 전력, 석탄, 금속, 철도 등 4대 선행부분에서 2009년 실시한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통해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보강할 수 있었다고 봄. 즉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시장에 빼앗겼던 인력들을 공장에 돌아오도록 했다고 생각함.

다) 농업생산과 농촌건설의 비약적 성과가 이뤄졌다고 봄.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명시는 없었음. 그저 2008년보다 나아졌다는 식으로 짧게 기술하고 넘어감.

2. 2010년 신년공동사설 실행 전략

가. 선군정치에 입각한 첨단 돌파 : 모든 전선에서 첨단돌파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음. 첨단돌파전의 기본 전선은 국방공업부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함. 강성대국의 대문을 두드리는 승리의 포성이 국방공업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는 소리임.

나. 사상분야에서 선군정치사상 고취 – 사상분야에서 정신력을 무한대로 높여야 하는데, 군인들이 무한대한 정신력을 끊임없이 고조시켜 당원들과 군중들의 사상동요를 방지하고, 당과 수령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 군인들이 강성대국 건설에서 제일기수가 되어야 한다며 군민일치를 강조. 즉 군인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말임.

3. 2010년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고, 인민경제생활의 결정적 전환은 이룩했는가?

가.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 2010년 1월 외화사용 금지, 시장 폐쇄 조치 등 연이은 조치들은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었음. 북한 당국은 시장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 기업소들 모두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했음.

나. 2010년 5·26 당 내부 지침은 시장 폐쇄 조치와 무역 규제 등을 사실상 전면 허용함으로써 자급자족하라는 내용. 즉 화폐개혁의 실패를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음.

다. 식량문제는 여름 수해 피해로 여전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여의치 않아 답보상태임.

라. 경공업 부분에서는 대표적으로 함경남도 2.8비날론연합기업소 현대화 공사가 끝나 함흥시 10만 군중이 모여 경축하는 등 대대적 선전을 했음.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날론기업소에서 주체섬유가 얼마나 생산되고 있는지 아무 소식이 없음.

마. 단 평양시 현대화 정책에 따라 대동강변 미화, 문화주택 신축, 주요시설 조명 교체, 도시 인프라 정비 사업 등이 계속 추진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음. 국영상점이나 수매상점의 물품공급도 잘 되고 있는 편임. 평양과 지방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 식량문제는 평양시 역시 곤란한 상태임.

4. 남북관계 평가

가. 올해는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으로, ‘우리민족끼리’야말로 6.15통일시대의 민족정신이고 유일무이한 리념이라고 확신함. 또한 북한의 선(先) 평화협정, 후(後) 핵 폐기 정책과 남한의 비핵개방3000정책이 부딪히면서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

나. “민족공동의 리익을 첫 자리에 놓고, 화해를 도모하며, 각 계층의 래왕과 접촉을 통하여 협력사업을 추동해나가야 한다. 민족의 공리공영을 위한 사업을 저해하는 온갖 법적, 제도적 장치들은 철폐되여야 하며 광범한 인민들의 자유로운 통일론의와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강하게 표명했으나, 신년 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급속히 냉각됨.

다. 대남정책으로 채찍과 당근을 사용하려 했으나, 무력충돌로 군사적 긴장만 높아진 상태. 남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받겠다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됨.

라. 3대 세습 혈통화, 가족화를 구축하고, 자립적민족경제로선을 통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태이나,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 중국 경제의존도는 매우 심화됨.

마. 결과적으로, G2 미·중 세력다툼 양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남북한 양국 모두 국제위상 면에서나 외교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상태. 남북한 대치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북한은 점점 더 중국에 과도한 의존을 해야 하므로, 독립성 저하 우려.

5. 2011년 신년공동사설 전망

가. 주체 100년을 맞이하여 ‘조선’이 새롭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면서, 2012년 강성대국의 건설이 머지않았음을 강조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 찬 구호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

나. 그러나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국가전략보다는 부사와 형용사만으로 자신감과 희망을 역설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농업과 경공업에 비중을 두었던 2010년과는 달리 전 분야의 비약과 발전을 예시할 것으로 전망

다. 주체 100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둔 해, 통일 원년, 핵보유국으로서의 무장력, 첨단을 달리는 주체강국 등의 표현을 통해 자랑에 찬 조선의 모습을 과시하면서, 2012년의 강성대국 건설의 목표를 강하게 제시할 것으로 예상

라. 위대한 21세기 태양 김정일 장군의 영도와 청년대장 김정은의 지도를 통해 공화국이 세계 중심에 우뚝 서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통일도 목전에 다가오고 있음을 확신하는 내용을 전달

마. 현재 남북관계 경색, 한반도 전쟁 고조 분위기의 원인은 다름 아닌 미제국주의자와 남조선 정권에 있음을 경고하고,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재강조할 것으로 예상

바. 강위력한 무장력과 선군사상으로 무장한 군이 있는 한 어떤 위협도 물리칠 수 있고,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통일에 대한 신념을 제시하면서, 남조선 내부의 궐기와 통일세력의 대결집을 요구하는 내용이 따를 것으로 예상

(끝)

■ 시선집중

황해도, 꽃제비 겨울 단속 시작

황해남북도 당국에서는 겨울이 되어 각 주요 도시에 꽃제비들이 모여들자 단속에 나서고 있다. 먹을 게 없는 주민들이 본 거주지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장에 있으면 식량을 배분받지는 못하면서 장사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하루벌이를 하더라도 먹고 살아야겠다며 무작정 떠나고 있다. 특히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이혼 사례가 늘고, 꽃제비가 되어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시, 군당 인민위원회에서는 그동안 운영하지 않았던 꽃제비단속 상무를 다시 조직해 꽃제비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붙잡힌 꽃제비들은 보호자가 있으면 해당 보안서에 이관해주고, 없으면 구제소에 보내는 식으로 처리한다.

이렇듯 꽃제비와 거주지를 떠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의 고통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조국 해방 전쟁 때도 이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하고, 젊은 사람들은 해방 전 영화들에서나 보았던 추위과 굶주림을 당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특히 수해 피해가 심했던 평안북도와 황해남북도 농촌에서는 식량난이 더해져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수해로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농민들은 식량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다. 당장 내년 설날부터 굶어죽게 됐다며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황해북도 사리원 인근 농촌 지역에서는 식량 분배를 받지 못한 농민들 중에 장사 등 부업일이 없는 세대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다. 황해남도 농촌 마을들과 평양 주변구역에서도 추위에 얼어 죽거나 배를 곯다가 허기에 지쳐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1위안 당 210원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던 인민폐가 12월에 270원까지 치솟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주민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진 상태다.

중앙당 간부, “중국과 경제협력 진행 중이나 시간 걸려”

올해 들어 중국과 경제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북한 당국이 원하는 만큼의 속도는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군량미를 비롯한 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중국 정부에 50만 톤의 식량을 요구했으나, 중국 정부에서는 아직 응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9일,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중국 측에 경제지원을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광산 자원을 모두 중국에 수출해서라도 내년 1월까지는 100만 톤의 식량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자원 보호 명분으로 수출에 제약을 두었으나, 중국과 러시아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수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제 중앙당에서는 지난 12월 초, “중국과 무역할 수 있는 원천은 모두 팔아 식량을 구입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동안 팔 수 없게 금지해왔던 희귀금속까지 모두 팔아넘겨도 된다는 지시였다. 그만큼 식량 확보가 절박한 상태이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과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으로 서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이끌어내 중국 의존도를 낮춰보려고 했으나 철저히 실패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중국이 조선에 대한 경제지원과 투자를 말로만 한다며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를 보다 활발히 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좀 더 여유를 두고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했다.

군량미 다시 거두는 지역 많아

지난 10월 30일, 군량미 차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던 중앙당의 발표에도 지역에 따라 시행되지 않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식량사정이 악화되면서, 인민군대의 식량 확보를 위해 군량미를 거두는 지역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동안 상부의 눈치를 보며 걷지 않고 있던 지역에서는 군량미 확보 방안이 마땅치 않자 본격적으로 군량미를 거두기 시작했다.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지역 부대들에서는 군인 한 명에게 하루에 500g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옥수수에 약간의 쌀을 섞은 밥에 소금배춧국이 전부이다. 다른 부식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부실하게 식사하다보니 영양실조자가 많다.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뒤에도, 식량 사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군량미를 거두지 않겠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환호성을 질렀던 농민들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함경남도 도당의 한 간부는 “(중앙당에서는) 주민들에게 군량미를 걷는 대신 중국과 무역을 하거나 당 자금을 들여 군량미를 확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 백성들의 부담을 줄여 민심을 얻으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된 것 같다. 중앙당에서 해외무역대표부에 식량구입에 대대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난 11월 말까지만 해도, 총동원해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자재 구입 자금을 들여보내라고 했던 지시도 어느덧 식량구입을 우선해 집중하라는 지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해외대표부들은 물론이고 국내 외화벌이회사들이 무역을 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수출할 수 있는 물건이 거의 광산자원, 농산물 등 몇 가지에 한정돼 있는데다 조선로동당에서 제 아무리 잘 나가는 힘 있는 기관이라고 해도, 선불 능력이 없으면 외국 회사들이 좀처럼 거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의 주요 시장마다 곡물가격이 1,100원대에서 1,600원대까지 오른 것도 식량이 잘 수입되지 않아 국내 곡물 유통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렇듯 12월에도 식량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각 지방당에서는 군량미를 거둘 수 있는 곳은 걷고, 포기할 곳은 포기하라고 자체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서도 군량미를 최우선해 무조건 보장하라는 지시문을 각 지방당에 하달했다.

<표> 함경북도 청진 하반기 곡물 가격 변동표

함경북도 청진 하반기 곡물 가격 변동표

(단위: 북한 원/kg)

9/2010/110/2011/111/2012/112/20
1,2001,0009509008501,1001,600
옥수수650300280200300400650

평양 식량 배급, 계속 차질 빚어 시민들 불안

식량배급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평양시민들은 요즘처럼 불안한 때가 없다고 말한다. 거리는 깨끗해지고 국영상점이나 수매상점에 가면 물건이 가득하지만, 식량 문제만큼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11월에는 한 달 전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보름 분량만 공급한 후 12월이 돼서야 밀린 보름 분량이 다시 지급됐다. 12월 분량은 월말인 지금까지도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방 주민들은 배급을 받으리란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토지 농사나 장사 등 자력갱생 활동에 적극적이지만 평양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반면 평양 주민들은 소토지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하다. 지난 5․26 조치 이후, 각 단위별, 직장별로 자력갱생하라는 지침이 하달되면서 어떤 직장에 다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무역을 뚫을 수 있는 직장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직장에서는 당장 올 겨울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 태산이다. 평양 주민들은 “올 여름에도 식량 고생을 했지만, 그 때는 식량이 없을 때라 이해했지만, 가을 수확철이 지났는데도 식량 공급이 잘 안 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사람들끼리 만나면 모두들 겨울을 어떻게 넘기겠는가 걱정하는 소리뿐”이다. 평양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 가격은 지난 달 1,100원대에서 12월 20일 현재 1,600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1,400-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 사회

평양 식량 배급, 계속 차질 빚어 시민들 불안

식량배급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평양시민들은 요즘처럼 불안한 때가 없다고 말한다. 거리는 깨끗해지고 국영상점이나 수매상점에 가면 물건이 가득하지만, 식량 문제만큼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11월에는 한 달 전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보름 분량만 공급한 후 12월이 돼서야 밀린 보름 분량이 다시 지급됐다. 12월 분량은 월말인 지금까지도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방 주민들은 배급을 받으리란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토지 농사나 장사 등 자력갱생 활동에 적극적이지만 평양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반면 평양 주민들은 소토지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하다. 지난 5․26 조치 이후, 각 단위별, 직장별로 자력갱생하라는 지침이 하달되면서 어떤 직장에 다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무역을 뚫을 수 있는 직장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직장에서는 당장 올 겨울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 태산이다. 평양 주민들은 “올 여름에도 식량 고생을 했지만, 그 때는 식량이 없을 때라 이해했지만, 가을 수확철이 지났는데도 식량 공급이 잘 안 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사람들끼리 만나면 모두들 겨울을 어떻게 넘기겠는가 걱정하는 소리뿐”이다. 평양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 가격은 지난 달 1,100원대에서 12월 20일 현재 1,600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1,400-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 경제활동

<표> 함경북도 청진 하반기 곡물 가격 변동표

9/2010/110/2011/111/2012/112/20
1,2001,0009509008501,1001,600
옥수수650300280200300400650

중앙당 간부, “중국과 경제협력 진행 중이나 시간 걸려”

올해 들어 중국과 경제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북한 당국이 원하는 만큼의 속도는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군량미를 비롯한 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중국 정부에 50만 톤의 식량을 요구했으나, 중국 정부에서는 아직 응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9일,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중국 측에 경제지원을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광산 자원을 모두 중국에 수출해서라도 내년 1월까지는 100만 톤의 식량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자원 보호 명분으로 수출에 제약을 두었으나, 중국과 러시아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수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제 중앙당에서는 지난 12월 초, “중국과 무역할 수 있는 원천은 모두 팔아 식량을 구입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동안 팔 수 없게 금지해왔던 희귀금속까지 모두 팔아넘겨도 된다는 지시였다. 그만큼 식량 확보가 절박한 상태이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과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으로 서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이끌어내 중국 의존도를 낮춰보려고 했으나 철저히 실패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중국이 조선에 대한 경제지원과 투자를 말로만 한다며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를 보다 활발히 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좀 더 여유를 두고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했다.

■ 식량소식

군량미 다시 거두는 지역 많아

지난 10월 30일, 군량미 차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던 중앙당의 발표에도 지역에 따라 시행되지 않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식량사정이 악화되면서, 인민군대의 식량 확보를 위해 군량미를 거두는 지역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동안 상부의 눈치를 보며 걷지 않고 있던 지역에서는 군량미 확보 방안이 마땅치 않자 본격적으로 군량미를 거두기 시작했다.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지역 부대들에서는 군인 한 명에게 하루에 500g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옥수수에 약간의 쌀을 섞은 밥에 소금배춧국이 전부이다. 다른 부식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부실하게 식사하다보니 영양실조자가 많다.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뒤에도, 식량 사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군량미를 거두지 않겠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환호성을 질렀던 농민들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함경남도 도당의 한 간부는 “(중앙당에서는) 주민들에게 군량미를 걷는 대신 중국과 무역을 하거나 당 자금을 들여 군량미를 확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 백성들의 부담을 줄여 민심을 얻으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된 것 같다. 중앙당에서 해외무역대표부에 식량구입에 대대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난 11월 말까지만 해도, 총동원해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자재 구입 자금을 들여보내라고 했던 지시도 어느덧 식량구입을 우선해 집중하라는 지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해외대표부들은 물론이고 국내 외화벌이회사들이 무역을 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수출할 수 있는 물건이 거의 광산자원, 농산물 등 몇 가지에 한정돼 있는데다 조선로동당에서 제 아무리 잘 나가는 힘 있는 기관이라고 해도, 선불 능력이 없으면 외국 회사들이 좀처럼 거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의 주요 시장마다 곡물가격이 1,100원대에서 1,600원대까지 오른 것도 식량이 잘 수입되지 않아 국내 곡물 유통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렇듯 12월에도 식량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각 지방당에서는 군량미를 거둘 수 있는 곳은 걷고, 포기할 곳은 포기하라고 자체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서도 군량미를 최우선해 무조건 보장하라는 지시문을 각 지방당에 하달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황해도, 꽃제비 겨울 단속 시작

황해남북도 당국에서는 겨울이 되어 각 주요 도시에 꽃제비들이 모여들자 단속에 나서고 있다. 먹을 게 없는 주민들이 본 거주지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장에 있으면 식량을 배분받지는 못하면서 장사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하루벌이를 하더라도 먹고 살아야겠다며 무작정 떠나고 있다. 특히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이혼 사례가 늘고, 꽃제비가 되어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시, 군당 인민위원회에서는 그동안 운영하지 않았던 꽃제비단속 상무를 다시 조직해 꽃제비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붙잡힌 꽃제비들은 보호자가 있으면 해당 보안서에 이관해주고, 없으면 구제소에 보내는 식으로 처리한다.

이렇듯 꽃제비와 거주지를 떠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의 고통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조국 해방 전쟁 때도 이렇게 춥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하고, 젊은 사람들은 해방 전 영화들에서나 보았던 추위과 굶주림을 당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특히 수해 피해가 심했던 평안북도와 황해남북도 농촌에서는 식량난이 더해져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수해로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농민들은 식량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다. 당장 내년 설날부터 굶어죽게 됐다며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황해북도 사리원 인근 농촌 지역에서는 식량 분배를 받지 못한 농민들 중에 장사 등 부업일이 없는 세대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다. 황해남도 농촌 마을들과 평양 주변구역에서도 추위에 얼어 죽거나 배를 곯다가 허기에 지쳐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1위안 당 210원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던 인민폐가 12월에 270원까지 치솟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주민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