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편집자의 글-2006년 5월호

편집인의 글

겨울 내내 저장해두었던 양식이 떨어지는 보릿고개의 계절입니다. 그나마 배급을 받아왔던 평양도 앞으로 5-6개월간 배급이 중단된다고 합니다. 식량을 기대할 곳이라곤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밖에 없는데 아직까지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원된 비료가 잘 분배되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농사에 필요한 게 어디 한 두 가지겠습니까만 북녘 동포들에게 비료는 쌀보다 더 귀한 지원물품입니다.

우리 어린 친구들이 종이와 연필이 없어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여전히 빈민층 아이들은 꽃제비로 쓰레기장을 떠돌고 있습니다. 우리 미래 세대를 끌고 갈 이 아이들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아가 실천에 옮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일 것입니다.

이 소식들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앞으로 평화로운 통일, 다 함께 행복한 통일을 만들어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취약계층에는 대대적인 ‘퍼주기’를 해야!-2006년 5월호

취약계층에는 대대적인 ‘퍼주기’를 해야!

“우리는 부모 있는 꽃제비다.”

꽃제비,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느덧 행방 없이 떠도는 부모 없는 고아, 시장터나 쓰레기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걸인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식량난이 가장 극심할 당시만 해도 꽃제비는 10세 전후의 어린 고아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꽃제비는 어느덧 연령에 관계없이 걸인으로 떠돌아다니는 사회의 취약 계층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고아 꽃제비 외 청년 꽃제비, 제대군인 꽃제비, 노인 꽃제비 등 이제는 세대와 직업을 뛰어넘어 전 연령대를 아우른다. 그런데 ‘부모 있는 꽃제비’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실제 부모가 있는데도 꽃제비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는 그런 꽃제비들의 자기 정체성 고백이 아니다. 꽃제비들을 지원해야 하는 일반 주민들의 탄식어린 항변이다. 이미 소식을 전한 바 있듯이 북한 당국은 꽃제비들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구제소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국가 예산이 없다보니 인민위원회 관할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원은 일반 주민들로부터 갹출한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각 기업소, 단위, 공장, 인민반 등지에서 옷과 먹을 것을 아주 어렵사리 지원해 온 것이다(「오늘의 북한소식」 17호 기사 참조).

당장 제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일반 주민들 입장에서 꽃제비 지원은 없는 살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된다. 안 그래도 파철이다, 파비닐이다, 충성의 금이다 국가에 내야 할 과제가 많은데 꽃제비 지원까지 하라는 것은 이중, 삼중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꽃제비와 다를 게 뭐냐”며 부모만 계실 뿐 우리도 꽃제비 신세나 마찬가지라는 하소연을 한다.

이에 북한 당국은 직접 징수 방식에서 간접 징수로 복지비용 마련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세관 통과 물품 중 피복제품에서 약 10%의 세금을 거둔 것과 시장에서 불법 유통 단속에 걸린 물품들을 몰수해 이 중 일부를 꽃제비 지원 용도로 배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주민의 요구를 수렴하면서 동시에 취약계층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이런 결정 배경에는 일반 주민들의 식량문제가 매우 심각한데다 그만큼 주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배경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이다. 또 이 정책으로 제2, 제3의 피해자는 생겨나지 않을지, 누군가 희생양을 삼지 않으면서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좀 더 섬세한 정책 집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의 자구 노력과 별도로 꽃제비를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한 양의 식량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것이다. 분배의 투명성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하지만, 식량문제가 담보되지 않으면 꽃제비 구제는 불가능하다. 현재처럼 일반 주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꽃제비와 같은 취약 계층에까지 식량이 도달하려면 일단은 충분한 양의 식량이 공급되어야 한다. 식량이 충분히 공급되다보면 식량은 자연스럽게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지원 식량을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국내 NGO, 그리고 국제사회는 10년 넘게 성실하게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할 만큼 충분한 양을 지원하지는 못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대북 퍼주기’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가 한 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비용 15조 원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약 7,875억 달러(8,066,219억 원, 당시 환율기준)이다. OECD가입국인 우리나라는 가난한 제 3세계를 지원하는 ODA를 분담하고 있는데, OECD 가입국으로 UN에서 권장 분담비는 0.7%이고 평균치는 0.24%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이에 못 미치는 0.09%를 지원하고 있다. 1년에 북한에 필요한 식량 200만 톤, 비료 100만 톤, 의약품, 운송비를 고려하면 약 1조 5천억 원이 소요된다. 이는 GDP의 0.2%에도 못 미친다. 이 정도는 북한 지원에 사용한다고 해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당장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의 먹는 문제, 질병의 고통, 식량을 찾아 국경을 넘어 중국까지 와서 강제인신매매를 당하는 고통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쓰레기조차 변변한 게 없는 쓰레기장에서 먹고 자는 꽃제비들의 현실을 언제까지 ‘퍼주기’ 논란으로 모른 체 해야 하는가. 꽃제비를 비롯한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 인도적 지원은 원래 눈감고 퍼주는 것임을 알아, 오히려 충분히 퍼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문제는 몰라도 꽃제비와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모든 정치적 입장을 뒤로 하고 충분히 퍼주자.

■ 경제활동

2006년 5월호 변전소 변압기(전압조절기)기름 도둑맞아 정전사태

변전소 변압기(전압조절기)기름 도둑맞아 정전사태

지난 4월초 온성군에서는 변전소 변압기의 기름을 도둑맞아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때를 틈타 변압기의 기름을 훔쳐갔기 때문이다. 암시장에서 기름이 1kg당 약 3,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다보니 변압기의 기름을 노렸던 것이다. 그런데 전기가 공급될 때보다 공급되지 않을 때가 많아 한동안 기름을 도둑맞은 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전기가 공급되자 기름 없는 변압기가 타버려 약 400세대가 동시에 정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전기 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불편하던 차에 변압기 기름 도둑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컸다. 게다가 타버린 변압기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한 세대 당 1천 원씩 걷어가는 바람에 불평의 소리가 높아졌다. 전기세와 수도세를 포함한 주택사용료가 분기별로 450-510원 가량인데 1천 원은 매우 큰 부담이 된다. 1천 원은 노동자들 임금의 1/3 수준이며, 옥수수 5kg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이다. 이에 주민들은 전기도 제 때 잘 주지 않으면서 왜 우리가 변압기를 사내야 하느냐, 왜 전기세도 꼬박 꼬박 받느냐는 등의 항변의 소리가 컸다. 그래도 결국 분담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2006년 5월호 지붕에도 도둑방지용 철창

지붕에도 도둑방지용 철창

이제는 일반 주민들 집에 철창 다는 것이 흔한 일이 되고 있다. 도적이 너무 많아 철창이나 쇠문으로 덧대지 않으면 재산을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산이라고 해봐야 쌀, 옥수수쌀 또는 옥수수 등 식량이 대부분이지만, 식량은 언제든지 돈이 될 수 있는 현금 가치가 높은 품목이기 때문에 각별한 보관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민들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집안에 비밀창고를 만들어둔다거나 창문, 지붕 등에 철창을 얼기설기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돼지, 개, 닭, 오리 등 가축을 기르는 농촌 마을 집들이나 도시 외곽지역에서는 일반 평지 울타리에서 키우지 않는다. 집 안에 땅을 파서 쇠창살로 막아놓은 지하 쇠 우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개인 재산에 대한 개념이 강해지면서 사적 소유에 대한 보호에도 자연스레 눈 뜨고 있다. 이는 이성적인 학습 결과가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한 현실 속에서 자연히 싹튼 의식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개인 소유에 대한 침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때 개인 소유는 일정한 물질적 가치를 가지는 물건으로서 돈, 일용품, 집짐승(가축) 등 개인소유권의 대상으로 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의미한다. 특히 남의 재산을 비법적(불법적) 또는 무상으로 차지하거나 처분하는 범죄를 ‘략취죄’로 구분한다. 략취죄는 훔친 죄, 빼앗은 죄, 속여가진 죄, 횡령죄, 강도죄 등이 속한다고 보고, 침해대상에 따라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 재산략취죄와 공민의 개인재산략취죄로 구분한다.

2006년 5월호 “눈만 풍년이고 주머니는 흉년이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

“눈만 풍년이고 주머니는 흉년이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

시장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히는 사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한다. 훔쳐 달아나는 사람과 그 뒤를 쫓는 보안원의 추격전을 보는 사람들은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붙잡히면 몰매를 맞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훔쳐 달아나는 사람에 대한 심정적 동정론이 우세한 편이다. 얼마 전 혁명사적지에 답사 왔다 시장에 들렀던 십대 여학생이 머리핀을 고르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가져가려다 붙잡히는 일이 있었다. 시장 규찰대 사무실로 끌고 간 뒤 심문이 시작되었는데, 어디 사는 누구인지 신상명세를 캐묻는 과정에서 여학생이 대충 둘러댄 게 화근이 되어 심한 욕설과 함께 정신을 잃을 정도의 뭇매질이 이어졌다. 이를 본 주민들은 “몇 푼 안 되는 머리 핀 때문에 멀쩡한 사람을 병신 만든다.”면서 저 사람들은 여동생도 없느냐고 책망하며 수군거렸다. 가진 돈은 없는데 시장에 일단 나오면 갖고 싶은 물건이 많으니 훔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눈만 풍년이고 주머니는 흉년이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 지켜보는 이들의 심정이다. 그래서 훔쳐 달아나는 사람이 붙잡히지 않기를 내심 바라는 주민들이 많다.

2006년 5월호 국경에서 세관 통과할 때, 술과 담배는 필수

국경에서 세관 통과할 때, 술과 담배는 필수

국경에서 세관을 별 탈 없이 통과하고 싶으면 술과 담배를 꼭 챙겨가야 한다. 그것도 수량을 미리 넉넉하게 계산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잡다한 질문공세로 시간 낭비할 공산이 크다. 일회성 방문이 아니라 장사 등의 이유로 빈번하게 드나드는 사람들은 술과 담배는 기본적으로 챙겨간다. 세관 통과자는 하루에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명을 웃돈다. 할인(세관에서 강제로 떼는 항목) 명목으로 세관 측에서 회수하는 양이 너무 많아 처음 방문자들은 아연실색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쌀 한 포대를 통과시키려는데 할인 명목으로 1/3 가량을 떼이게 되어 결국 2/3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다른 품목들도 이와 비슷하다. 이런 사정으로 알 만한 사람들은 꼬치꼬치 캐묻는 세관원들의 질문공세와 지나치게 비싼 할인비용을 피하려고 뇌물 주는 쪽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세관을 통과한 뒤에도 술과 담배는 계속 필요하다. 통행증을 검사하는 초병들이 간혹 “요즘 내가 피울 담배가 없는데”라거나 “친구 생일이라 술을 구해야 하는데”라며 암시를 준다. 초병에게 약간의 사례금을 지불하고도 가져간 술과 담배는 좀 더 오래 챙겨둬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분주소, 보안서, 외사과 등에 등록할 일이 있을 때도 긴요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간 이동을 할 경우 초소 검사시, 그리고 지정해 준 차량을 탈 때 운전기사에게 차비를 지불한 뒤에 별도로 술과 담배를 챙겨주는 것이 좋다. 혹시 북한의 어느 집에 방문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안원이나 보위부원이 들어오거든 아무 말 없이 얼마간 찔러주어야 한다. 그래야 방문한 집 주인이 다소간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언제 어느 때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넉넉하게 준비해간다고 해도 늘 부족한 경우가 많다.

돈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법 일꾼(법 기관 종사자)들이 뇌물을 받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지 않고서 살아갈 뾰족한 수가 없기는 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라 공산주의 도덕의식을 강조하는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먹고 살기 위한 뇌물 수수 행위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가능한 한 법 일꾼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거나 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하지 않도록 법 일꾼들의 직무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한에 사는 일반 공민들의 기본적인 법적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시선집중

변전소 변압기(전압조절기)기름 도둑맞아 정전사태-2006년 5월

변전소 변압기(전압조절기)기름 도둑맞아 정전사태

지난 4월초 온성군에서는 변전소 변압기의 기름을 도둑맞아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때를 틈타 변압기의 기름을 훔쳐갔기 때문이다. 암시장에서 기름이 1kg당 약 3,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다보니 변압기의 기름을 노렸던 것이다. 그런데 전기가 공급될 때보다 공급되지 않을 때가 많아 한동안 기름을 도둑맞은 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전기가 공급되자 기름 없는 변압기가 타버려 약 400세대가 동시에 정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전기 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불편하던 차에 변압기 기름 도둑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컸다. 게다가 타버린 변압기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한 세대 당 1천 원씩 걷어가는 바람에 불평의 소리가 높아졌다. 전기세와 수도세를 포함한 주택사용료가 분기별로 450-510원 가량인데 1천 원은 매우 큰 부담이 된다. 1천 원은 노동자들 임금의 1/3 수준이며, 옥수수 5kg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이다. 이에 주민들은 전기도 제 때 잘 주지 않으면서 왜 우리가 변압기를 사내야 하느냐, 왜 전기세도 꼬박 꼬박 받느냐는 등의 항변의 소리가 컸다. 그래도 결국 분담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