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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2월호] 김승준’자원활동가들의 말말말’

자원활동가들의 말·말·말

김승준 (한양대학교)

95년도에 학교에 입학했으니, 올해로써 7년째다. 정말 긴 시간이다. 나의 20대는 학교 생활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는지. 철없이 놀던 1학년을 지나, 이 사회에 관심을 갖고 세상을 보면서 고뇌하던 2학년, 군대라는 짧지 않은 텀을 지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왔던 3,4학년의 시간들이 주마등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오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경험을 했다고 자부한다. 어린 시절 머리속에 그려왔던 대학생활을 나름대로는 잘 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미래의 대학생활을 그렸던 도화지 속에는 사회 봉사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그저 막연하게 남을 돕는다는 것이 좋아 보였다. 먼가 남을 도움으로서 얻는 자부심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대상을 정하지는 않았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이 사회에 선행을 베푼다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복학한 직후 사회봉사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비록 일주일에 3시간의 봉사활동이지만, 그 3시간을 위해서 거의 하루를 봉사활동에 바쳐야 한다는 것은 힘든 학부과정을 이수하면서 동시에 취업난에 대비해야 하는 나의 처지를 현실적으로 바라 봤을 때, 어려운 여건이었다. 더군다나 97학번부터는 사회봉사가 졸업을 하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지만, 나의 학번에서는 졸업을 위해서 굳이 사회봉사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복학후에 꼭 하고자 했던 사회봉사는 스스로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점점 잊어져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후, 준비했던 시험도 끝나고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게 되었다.

수강 신청전에 어떤 과목을 들을까 시간표를 살펴보던 중, 사회봉사과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꼭 해보고자 했다. 신청한 과목은 정토회의 ‘좋은벗들’ 이라는 단체에서 잡무를 대신해 주는 것이다. ‘정토회’는 조계종 산하 불교 단체지만, 성격을 달리한다. 사회봉사를 위한 종교단체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정토회’내에서는 ‘JTS’ ‘좋은벗들’ 등등 여러 단체가 있으며 각 단체가 맡고 있는 봉사활동은 조금씩 다른 편이다. 일단 내가 몸담았던 ‘좋은벗들’에서의 주 활동은 북한 난민 지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탈북자 문제를 담당하는 곳이다. 더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봉사활동 소개 등을 하고 있었다. ‘통일 돼지’라는 저금통을 각 단체에 보내서 재원을 마련한다. 또한 길에서도 모금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돈을 가지고 북한 난민을 지원하는 것이다.

처음 방문했을땐, 그저 난민을 지원하는 단체로만 알고 있었다. 내가 맡은 일은 직접적으로 북한 난민을 위한 봉사 활동이 아니었다. 주 업무는 그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 분들이 하는 일을 옆에서 도와주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을 했었다. 양로원이나 장애인 봉사와 같이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처음에는 내가 맡은 일이 봉사활동이 아닌, 그저 사무실 보조와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봉사활동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거기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달에 5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3층엔 숙소가 있고, 식사는 지하에서 순번을 정해서 하루씩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즉,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하루 약 10시간을 넘게 일하는 것이다. 놀라운 사람들이다.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 힘든 세상에서, 그리 헌신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세상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반면,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하면서 27년간을 살아 왔을까.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해서 세상을 산 나로서는 부끄러웠다. 휴학을 하고 난 후, 야학교사를 했던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그 1년간의 야학교사 활동이 자만으로 들어찬 이기적인 나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정말 어렵고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닌, 그들을 도움으로써 얻는 기쁨을 느끼기 위한 거짓된 마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이 일이 좋아서 몇 년째, 댓가 없이 그 힘든 일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약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가서 3시간의 봉사활동을 하고 다시 집에 오는 1시간, 총 5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그들을 알아가면서 보람되게 일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사회봉사를 마치게 되었다. 졸업하기 전에 막연하게 해보고자 했던 사회봉사가 학교를 마치는 나에게 사회에 나가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준 듯하여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아울러 이러한 봉사단체에서 오늘도 묵묵히 열심히 일을 하는 자원봉사 활동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