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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 교육생의 새로운 남한역사기행을 준비하며

하나원 교육생의 새로운 남한 역사 기행을 준비하며

이새롭(평화인권부)

2000년 가을부터 2003년 올 1월까지 하나원 교육생들과 함께 경주지역으로 신라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해왔었습니다. 역사라면 ‘조선혁명력사’라 하여 김장군님 일가의 영웅담만 열심히 공부해왔던 북한분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소개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도 뜻깊은 일이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경주에 국한되었던 역사 유적 소개가 올해는 중부권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신라 시대뿐만 아니라 백제의 역사도 알릴 수 있게 되었네요. 아직 본격적으로 하나원 교육생들과 함께 떠난 건 아니지만 답사 다녀온 소식을 스케치 형식으로 간단하게나마 전해드릴께요.

경주탐방과 달리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백제 문화권이 추가되었다는 점인데요. 백제가 멸망하기 전까지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 우리는 말로만 듣던 백제인들의 아주 뛰어난 예술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답니다. 뭐니뭐니해도 백제금동향로가 가장 압권이죠. 어느덧 백제 문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백제금동향로는 7세기 초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구요, 전체높이 64 cm, 지름 20 cm의 크기로 1993년에 부여 능산리(陵山里) 유적에서 출토되었답니다. 봉황뚜껑장식, 봉래산이 양각된 뚜껑, 연꽃잎으로 장식된 몸통, 용받침의 4개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뚜껑의 꼭지 위에 있는 봉황은 꽁지를 쳐들고 날개를 활짝 펴고 있으며, 그 밑으로는 5인의 악사(樂士)가 둘러 있죠. 몸통에는 우아하고 정교한 연꽃 무늬가 새겨 있고, 한 마리의 용이 입을 그릇바닥 중심에 붙이고 몸을 틀어내려서 받침을 이루고 있답니다. 특히 몸통에 둘러싼 갖가지 형상들-사냥하는 모습, 낚시하는 사람, 각종 동식물 등-을 세세하게 하나 하나 뜯어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답니다. 이 형상들 모두가 살아 움직이는 듯 아주 생동감이 넘쳐서 보면 볼수록 감탄사만 연발하게 되죠. 부여 국립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부소산성에 가면 여러분들이 익히 잘 아시는 낙화암, 고란사 등을 만날 수 있어요. 당시 인구 규모와 비교해 과연 궁녀가 3천명이나 있을 수 있느냐 후대에 감상적으로 조작된 게 아닐까, 그리고 도대체 패전의 결말이 얼마나 비참했길래 그 많은 사람들이 낙화암에 떨어져 죽을 정도였을까 등 여러 의문이 남는 곳이 바로 낙화암이죠. 지금은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만 내려다보이구요, 가끔 유람선이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어요. 참, 고란사에 가면요 고란초는 볼 수 없어도 아주 달콤하고 청량한 고란사 약수 맛은 볼 수 있답니다. 누구라도 약수물을 마셔보면 그 맛에 그만 반해버릴걸요?

첫 날엔 이렇듯 백제 문화권을 둘러본다면 둘째 날엔 속세와 인연을 끊은 듯한 곳 바로 속리산에 위치한 법주사를 둘러볼 수 있답니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AD 553년)때 의신 스님이 창건한 이래 왕실의 비호를 받으면서 8차례나 중수된 대사찰인데요, 조선 중기 임진왜란때 거의 모든 건물이 불에 타버려 대부분 다시 중수된 모습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답니다.

법주사는 아주 유명해서 다들 한 번쯤 가보셨거나 익히 들어 잘 아실 것 같은데요. 답사를 갔던 때가 마침 해가 뉘엿뉘엿 질 저녁 무렵이었는데 법주사까지 들어가는 산책길에서 만난 높고 오래된 나무와 바위들의 위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어떤 기운을 느꼈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금강문과 천왕문 그리고 팔상전에서 대웅보전에까지 이르는 각 문들이 입구쪽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시야를 한 부분으로 쭉 관통할 수 있게 해서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압도되어 버렸답니다.

천왕문 앞에 나란히 세워진 길다란 소나무 두 그루,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균형미와 화려함이 잘 어우러진 팔상전(눈을 뗄 수가 없는, 보기만 해도 그냥 멍해지는 가장 멋진 건축물이었어요), 신라 성덕왕때 3천명이 상주할 때 밥솥으로 사용했다는 거대한 철확, 자비롭게 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시는 금동미륵대불님(청동이었다가 2002년에 금동으로 바뀌었다죠), 한 마리는 입 벌리고 있고, 한 마리는 입 다물고 있는 국보 5호 쌍사자석등 등 곳곳에 볼거리들이 풍성했어요. 불국사나 통도사처럼 절도있고 균형있는 짜임새라기보다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넉넉한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이 트여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구요. 졸졸졸 흐르는 골짜기 소리를 귀에 담으며 나오는 길도 참 평안했답니다. 해질 무렵 스님들이 돌아가며 들려주신 법고 소리와 장중하면서도 은은하게 머얼리 퍼지는 종소리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게 못내 아쉬워지긴 했지만요.

여기에서 미처 소개해드리지 못했지만 이 외에도 몇 가지 코스가 더 있는데 스케치는 이만 줄여야 될 것 같아요. 너무 설익은 감상평이 지나치면 감상자들이 상상하는데 도리어 방해를 하게 되는 거잖아요. 다만 우리 하나원 교육생 여러분들에게 경주 문화탐방이 주었던 감동과 추억 이상으로 이번에 새롭게 기획된 역사 기행이 소중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을 설레이는 가슴으로 빌어봅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기대해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