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화마당 12기 7번째 마당

정상회담 이후 2년, 민간통일운동의 평가와 전망

2002. 8.23.

강사 : 김창수 민화협 정책실장

강좌는 남북공동행사를 치룬 경험을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민간통일운동의 평가와 전망”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별로 없었으나 2시간에 걸친 나눔 속에서 그 맥락은 짚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강의 1시간과 질의,응답 및 2부 나누기가 1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참석자가 적었음에도 자리는 매우 알찼다. 강의내용을 정리하는 과정 중 능력의 한계로 내용은 전달하더라도 표현은 기록자 중심이 되었다.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가 큰 탈없이 치뤄진 것은 민간통일운동의 새로운 전진이다. 평양과 금강산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남북 민간공동의 큰 행사를 개최한 전례를 만들었고 남북이 오고가는 민간교류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행사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참가자들이 워커힐호텔을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양행사 등에서의 경직성을 언급하던 남한으로서는 돌발적 사고를 방지한다는 취지에서였기는 하겠지만 이중성을 보여준 셈이었다.

이들의 방문을 반대하는 데모뿐 아니라 이들을 맞이하는 너무 뜨거운 환영도 지금의 자리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남북공동행사가 남북 모두에게 엄청나게 중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입지는 실로 칼날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

월드컵 개최기간 중 금강산에서의 6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남북의 사람들이 함께 몸을 부딪치며 어우러졌던 시간은 매우 즐겁고 또한 보기가 좋았으므로 서울에서의 815민족통일대회에서 놀이마당행사를 통해 이를 재현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한반도가 군사적 긴장지대가 아니고 더우기 한반도에 악의 축은 어불성설임을 보여주고자 했던 기대는 자칫 작은 돌출사고로 인하여 행사자체가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취소할 수 밖에 없었는데 행사를 준비하며 이러한 몇몇 과정에서 민간통일단체(민화협, 7대종단, 통일연대)가 정부와의 테이블에서 민간단체의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은 것은 비록 한 걸음을 내딛더라도 그 중요성이 행사를 치루지 못하거나 행사가 큰 타격을 입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깊은 고민의 결과이다.

615 공동선언은 남북의 대규모 민간교류를 가능하게 하였다. 615 공동선언 이전에도 7.4 공동성명이나 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등이 있으나 이들이 국제정세의 변화 등에 발맞춰 실행된 것이라면 615 공동선언은 우리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해결하고 주변정세를 스스로 헤쳐나가겠다고 하는 우리의 의지를 자주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615 공동선언이 있은 후 한반도 주변 4강국이 외견상 부속변수로 돌변한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 등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615 공동선언 이전의 민간통일운동은 통일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정권과 맞서는 반정부 투쟁적 성격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북정상 간 합의를 도출해 낸 공동선언 이후 민간통일운동은 남북대화의 맥을 이어가는 수레의 두 바퀴 중 한바퀴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한바퀴는 물론 당국자간 대화). 공동선언으로 민간의 대북교류가 더욱 활발해 질 수 있었고 또한 당국간 회담이 단절되는 상황에서는 민간행사가 남북대화의 맥을 잇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남북이 만났을 때는 좋은 의도로 만났다 해도 그 결과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 듯) 북한 사람도 서울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행사를 치룸에 있어서 과도한 북한 중심주의와 성과주의 바탕 속에(그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사고와 행동일지 모르지만) 상대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요구를 하거나 적절치 못한 표현 등이 있으면 결국 상호교류에 찬 물을 끼얹게 되고 모두가 그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작년 평양에서 열렸던 815민족대축전의 6박 7일동안 평양 광란극은 없었다. 다만 방명록 파문과 연이은 일부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 있었을 뿐이다. 언론의 과장, 허위보도는 통일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었지만, 통일운동은 거대언론에 저항할 별다른 수단을 가지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고, 그 결과 통일운동은 합법적인 공간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일부의 부주의가 통일운동을 결의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감옥 갈 각오를 하면서 하는 운동으로 전락시키고 있는데 통일운동은 이 대목에서 심각하게 스스로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2001년 6월의 금강산 대토론회는 남쪽에서 각계 각층이 다수 참석하였다. 이 가운데는 세탁소중앙회 회장도 참석하였는데(세탁소중앙회 회장이 통일운동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거길 갔을까?…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그분은 남한에 돌아온 후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자리에서 동포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한 적이 있다. (그의 생각은 실행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실행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남북의 민간교류라고 하는 것이 참가자들에게는 우리 모두가 한반도 환경의 지대한 영향속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닌 것처럼 살다가, 우리모두가 언젠가 맞닥뜨려야만 할 그곳에 대해 어느날 갑자기 눈뜨게 만드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한 예인 듯 싶다)

남북이 민간차원에서 교류함에 있어 지금 당장은 서로 한 걸음을 내딛기가 쉽지 않더라도 서로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서로가 가진 다른 코드를 조금씩 맞춰가고자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속에는 ‘당장은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길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될 때는’ 협상과정 등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북측의 사람들로부터 상대하기가 껄끄러운 사람으로 될 수 밖에 없지만(북한은 상대하기 어려운 순으로 민간통일운동 단체 > 정부당국자 > 기업인 순으로 꼽는다고 한다) 남북교류가 자기 자리를 확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장에 어렵고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 보이지 않더라도 극복해나가야 한다.

남북 대규모의 행사를 한번 두번 치루는 속에 각 분야의 교류도 활성화 될 수 있다. 북한에서의 작은 단위들은 남북교류의 진전에 있어서 어떤 것들을 결정할 수 있는 근본 줄기가 되지 못한다. 결국 대규모 공동행사를 실시하면서 이런 각 부문의 작은 단위들도 함께 활성화 되어가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행사의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더라도 행사자체를 끊이지 않고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북이 함께 행사를 하는 것을 두고 한쪽에서는 찬성하는 집회를 하고 또 한편에서는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남갈등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를 남남갈등이라고 단정보도 하는 데서 비롯된다. 생각의 차이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남남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갈등의 원인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중앙집중화된 구조는 다양성이 공존하기 어렵게 만든다.

815 통일대축전 이후 벌어진 남남갈등 현상은 다름에 대해서 관용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존을 위해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문제에 있어 견해차이에 대한 불관용에서 비롯될 뿐 아니라 통일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어 의사소통이 불충분한데서 비롯되는 남남갈등의 해소를 위해, 통일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 부분과 관련 질의응답시간에 강사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지금 어린이들 세대의 단절을 가장 우려하였다. 지금처럼 서로간에 교류와 이해없이 서로 남남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계속되고 머리 하나씩 차이가 나는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북쪽의 또래를 대할 때 그들을 2등국민 취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고 이야말로 장래에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있었다)

제도의 통일이나 국토의 통일이 지금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통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당국은 통일의 환경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민간은 그 과정에서 서로 마음의 장벽을 하나씩 허물어 가면서 나아가야 한다.

경평축구나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남북의 각 부문의 교류 활성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비용을 남쪽이 대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 나누기 시간에 잠시 토론이 있었다. 사실 북한의 부산아시안게임 참가결정이 이 행사의 격을 높여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분인데 이와 함께 그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 등 국제정치와 관련하여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임이 언급되었다. 어쨌든 이를 제기한 참석자는 설문결과가 북한이 행사 참가비를 자부담해야 한다는 쪽이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는 쪽과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에 대하여 매우 유감을 표시하였다)

나누기 시간에서는 체육부문의 민간교류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교류도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김창수 실장은 남한에서는 북한내 고구려 유적 및 백두산 답사등(이를테면 청소년 수학여행 등)을 통한 교류활성화 뿐 아니라 경주나 부여의 역사유적등의 북한민간 답사 혹은 모형의 북한제공등을 통한 교류를 제시하였고, 남북 어린이들 간에도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필요함을 언급하였다. 남북 어린이들이 여러 공간 속에서 서로 만나면서 벽을 없앨 수 있고 함께 살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정리 : 박용훈님(수강생/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