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경 / 인천광역시
인천지역에서는 ‘5월은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가보자’라는 슬로건으로 2024년 5월 25일에 ‘좋은벗들과 함께하는 고려인 나들이’를 추진 했습니다. 여러차례에 걸쳐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인천에서 가까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과 김포 국제조각공원을 나들이 장소로 결정 했습니다. 분단된 나라의 통일 염원을 되새길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였고 고려인들 중 북한이 고향인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조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을 바로볼 수 있고, 김포 국제조각공원은 ‘통일’을 테마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이 산 속 곳곳에 숨겨진 자연예술 공간입니다. 사전 답사를 마친 활동가들은 애기봉팀과 조각공원팀으로 나누어 나들이준비를 했습니다. 고령인 분들이 많아 안전 문제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고려인 예닐곱명씩 5개 조로 나눈 후 각 조에는 활동가 두명을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고려인 30명, 활동가 22명, 총 52명이 함께 했습니다.
나들이 당일 하늘은 그리 맑지 않았습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북한이 잘 보일까? 비가 오면 구름다리를 건널 수 없는데, 전시관에서 전망대까지 6~70대 참가자들이 잘 걸을 수 있을까?’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나들이를 시작 했습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입구 매표소에서 예약자의 신분을 확인한 후 검문소를 지났습니다.
울창한 숲길을 구불 구불 따라 걷는 길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군사경계 지역에 위치한 평화생태전시관이 주는 느낌은 다른 공원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시관에서 바라본 애기봉은 더욱 웅장해 보였습니다. 나들이를 축복하는 것인지 흐릿흐릿 하던 날씨도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로 바뀌었습니다. 영상관에서는 우리 분단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련 영상도 보았습니다. 각각 테마가 정해진 전시물도 돌아본 후 조강 전망대로 이동했습니다.

북녘이 고향인 고려인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북녘을 바라보며 추억에 젖는 모습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고싶다며 망원경을 통해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지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끝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고향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땅이지만 분단으로 인해 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느껴졌습니다.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을 너무 안타까워했지만 고려인들은 이렇게라도 고향 땅을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했습니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 계획된 활동을 마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은 조각공원에 마련되어 있어 서둘러 이동했습니다. 조각공원에서는 활동가 13명이 미리 모여 이전에 답사한 둘레길을 따라 리허설을 했습니다. 여러가지 준비한 게임을 각각의 리허설 장소에서 연습해 보며 어떻게 더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을지 연구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각공원을 둘러 볼 수 있도록 동선을 짜고 네 개의 부스에서는 각 각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고려인들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조각공원에 도착하면 바로 점심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돗자리, 먹거리, 필요한 도구를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게임 외에 휴식을 취할 고려인들을 위해서는 한지 철사로 예쁜 꽃을 만드는 공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애기봉팀에서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활동가 몇몇이 하차 장소로 이동하여 고려인 한 분 한 분께 환영의 인사를 한 뒤 점심식사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음식을 마련한 활동가 덕분에 호박전도 맛 보고, 러시아 빵과 과일 쨈, 야채 김밥으로 든든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릴 때 소풍 가서 먹던 기분과 똑같다며 환하게 웃는 고려인의 미소 속에는 해맑기만 하던 개구쟁이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가벼운 율동으로 ‘우리집에 왜 왔니?’ 게임을 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안내 했습니다.
고려인들은 활동가의 안내에 따라 4개의 부스와 둘레길을 돌며 풍선 나르기 , 과자 따먹기, 몸으로 말해요, 뿅망치 게임, 우리는 하나되어 율동하기 등 다양한 게임을 즐겼습니다.
“1년치 웃음은 여기서 다 웃었다” 며 행복해했습니다.
모든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고려인 한 분 한 분이 활동가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인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혼자서는 여러가지 여건상 나들이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같이 나들이 나와서 매우 즐겁다고 나눠주시기도 했습니다.
‘고려인나들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의사소통이었기에 원고려인 문화원 원장님과 활동가의 통역을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 그대로 잘 전달될까 하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말은 말, 그대로 거들기만 할 뿐!! 눈빛 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았을 뿐입니다.
가족이자 좋은 이웃입니다.
다시 편견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