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형/대구광역시
2024년 12월 1일, 오늘은 좋은 벗들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하는 김장축제의 날’입니다.
대구경북지부 북한이탈주민과 좋은벗들 활동가들이 구미의 아도모례원에서 김장축제를 열고 마음도 흥도 나누는 날입니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낀 도로를 달리며 “오늘은 날씨가 좋겠구나” 하는 기대를 안고 아도모례원으로 향했습니다.
김장 축제 현수막이 먼저 반겼습니다. 먼저 도착한 주차봉사자도, 여기저기서 김장 준비를 하는 활동가도 모두 바빠 보였습니다. 속속 도착하는 활동가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랫만에 만나 반가운 인사와 포옹이 오갔습니다.

활동가 김남순님의 맞이 인사를 시작으로 각 지역별로 소개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태극기 머리수건을 한 팀도 눈에 띄었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화이팅 넘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퍼포먼스가 펼쳐질 수록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사전 행사 후 본격적인 김장 버무리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마스크와 머리수건을 하고 고무장갑과 앞치마로 단단히 무장을 했습니다. 잘 절여진 배추에 새빨간 양념을 발랐습니다. 야무진 손끝으로 척척 발랐습니다. 모두가 빠른 손놀림으로 배추를 버무렸고 김치통은 금세 가득 찼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기에 좀 어수선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차분하지만 빠르게 김치를 버무리고 끝 마무리까지 야무지게 하는 모습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대학생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참가하던 김장 축제인데 여전히 함께 하는 좋은벗들과의
인연에 깊은 애정을 표현해 주는 분이 있었습니다. 김장이 해마다 정말 맛있다며 내년에도 또 참석할 거라고 미리 예약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김장이 마무리 되고 기대에 찬 점심시간입니다. 갓 버무린 김치와 들깨배춧국, 손두부, 찐고구마를 차려습니다. 활동가들이 정성껏 준비한 점심을 각자 가져온 빈 도시락에 나누었습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점심입니다. 금방 버무려 양념까지 싱싱하고 맛있는 김치로 마음까지 가득히 채웠습니다. 두부와 찐고구마도 김치와 딱 맞는 궁합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지루한 시간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구미의 85세 한 어르신은 북한노래를 무반주로 부르며 잔잔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어르신의 따님이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답가로 흥겨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어 노래 자랑을 시작 했습니다.
앗싸!!
달서, 포항, 수성, 동대구, 구미 등 지역별로 신나고 구수한 노래가 쭉쭉 이어졌습니다. 흥이라면 빠질수없는 우리 민족답게 한분 한분 아주 신나게 노래를 불렀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춤을 추었습니다. 푸른 하늘을 향해 마음껏 손가락도 찔러 보았습니다. 모두 한마음이었습니다.
윗동네분들은 예술적인 몸놀림과 손놀림으로 아도모례원 마당을 예술 공연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날씨도 어쩜 이리 좋을까요^^
강강수월래를 하듯이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아도모례원 마당을 빙빙 돌면서 어깨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절로 어깨가 들썩, 들썩였습니다. 아도모례원 마당 가득히, 마음 가득히 감동이 꽉 들어 찼습니다. 참 선물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추억속으로 갈무리하며 뒷정리를 하던 중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디선가 웅성웅성 하기도 하고 환호같기도, 낮은 탄식 같기도 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지?” 하며 찾아가보니 북한이탈주민 두분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었더니 조카와 삼촌이라고 하십니다!!!!! 30년만에 만나는 가족이라고!
두 분이 진정되고 상세히 여쭈었더니 북한에서 각각 남쪽으로 왔다 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 채 구미와 포항에서 따로 살다 오늘 서로를 알아보았다 합니다. 김장축제 내내 어디서 본듯하여 설마설마 하다가 헤어질 때가 되어 서로를 확인했다 합니다. 세상에!! 30년만에 가족을 만나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다니!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기적이다!!!” 라고 외쳤습니다.
“이런 일도 있구나. 좋은벗들의 활동속에 이렇게 가족을 만날수도 있구나” 하고 믿을 수 없는 일에 참으로 놀랍고 또 놀랐습니다. 두 분은 서로 손을 마주잡았다가 안았다가를 반복하시며 믿을 수 없는 만남을 기뻐했습니다. 좋은벗들 활동가들의 많은 축하를 받으며 두 분은 각자의 지역으로 가셨지만 서로 연락하며 덜 외롭게 지낼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옛날 TV에서만 보았는데 눈앞에서 실제 보니 ‘이게 현실인가?’ 싶었어요. 오늘 김장행사가 기적같은 만남을 만들었네요. 정말 뜻깊고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감동적인 모습을 직접 보게 되어 너무 영광입니다.” 라고 좋은벗들 활동가 김소영님이 소감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북한이탈주민들 손에는 무거운 김치통과 함께 뜨거운 감동도 한 가득
담겼습니다. 손 흔드는 활동가들의 마음도 감동으로 먹먹했습니다. 내년에 또 만나요!
이렇게 기적을 만나기까지 주차봉사, 점심 준비, 김장 양념 만드느라 몇날 며칠을 애쓰며 수고하고,
노래 자랑을 위한 음향 준비와 마음대로 안되는 몸으로 춤까지 멋지게 춘 좋은벗들 활동가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