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열린 통일축전 장기자랑 무대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이 직접 작성한 시 낭송이 이어졌습니다. 이름 부르면 돌아볼 것 같은 부모님과 어린 시절 친구들을 떠올리며 써 내려간 한 구절 한 구절에는 낭송자의 진심과 깊은 울림이 담겨 있었습니다. 각 지역, 화면 너머의 관객석 곳곳에서는 울컥한 이들도, 끝내 눈물을 보인 분도 있었습니다. 진한 감동과 눈물로 물들였던 시「봄은 오는데」를 소개합니다.

봄은 오는데
시골길 어디쯤에서
문득 집 냄새가 난다
논둑길 짚 타는 냄새
내 고향 우리 동네
초저녁 굴뚝마다 피어나
마을을 휘감고
서산으로 넘어가던
연기 냄새
종달새 지저귀며
하늘을 날아예고
이랑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춘삼월
“이랴, 어서 가자”
강내밭에 쩌렁쩌렁하니
음메 –
화답하는 소영각 소리
논둑마다 하얗던 냉이꽃
손끝에 묻어나던 쑥내음
눈을 감아도
그 봄날이 선하다
그때엔 몰랐다
그 저녁이
긴긴 세월 그리움으로 남을 줄을
그리워하는 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워
이토록 아플 줄을
논둑길 짚 타는 냄새에
산 넘고 강 건너
내 그리운 이름들
하나씩 불러 본다
한 이름 부르면
어머니가 아버지가
온 가족이 돌아보고
또 한 이름 부르면
학교 가자 부르던 친구가
아직도 소녀 적 얼굴이다
혹여 잊어질까
부르고 또 부르며
한 이름 한 이름 적어 본다
목 놓아 부르면
이 목소리 닿을까
얼마나 더 불러야
통일이 올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백 년 전
옛 시인이 들판에 남긴 물음이
북에서도
남에서도
“보고 싶다”
메아리로 울린다.
갈라진 들에도
꾸역꾸역 봄은 찾아와
냉이꽃 피우고
쑥내음 풀어 놓는데
나는 이쪽 들에서
저쪽 들을 향해
갈라진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함께 맞을 한반도의 봄아
너는 언제 올 거냐
산 넘고 강 건너
목 놓아 부른 이름들
메아리로 돌아오는 동안
동백꽃 피는 다도해
섬 사이로
봄물이 차오르고
겹겹이 물빛 오른
고운 하늘에
우리가 부르는 봄노래
푸르름으로 번져 가고
그 노래 입에 물고
내 고향 들판에서
종달새가 지저귀거든
내 그리운 사람들아
너희도 듣고 있는지
냉이꽃 피는 논둑에서
잠시 고개 들어
남쪽 들 봐 다오
나도 보아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