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해운대지역 김장행사

최은지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2024년 올 해 좋은벗들 봉사활동을 한지 4년이 넘어갑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소통을 해야할지, 무엇부터 해야할지 망설였습니다. 낯가림도 있어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좋은벗들 활동가임을 밝히고 인사를 나눴더니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습니다.

언어가 같아 대화가 술술 풀렸습니다. 아이 키우는 일과 맛집 이야기로 친밀함을 더했습니다.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드린다는 생각을 넘어 오히려 제가 그들에서게 삶의 희망을 느끼는 경험이었습니다. 긴장된 첫 만남은 나날이 더해가며 일상 방문도, 출산지원도 하며 말 그대로 좋은이웃이 되었습니다.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오는 과정을 가끔 들려줄 때엔 생사를 넘는 시간 속에서 그들이 겪었던 힘든 과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마음을 다해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이 솟구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도울 대상이 아니라 우리는 동등한 관계의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작년 김장행사 후에는 해운대 좋은벗들은 김치 맛집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김장축제엔 많은 분들이 참석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설날, 추석 등 명절에 방문을 하면 윗동네 이웃들은 하나같이 언제 김장을 하냐며 물어보곤 합니다. 다른 단체가 가져다 주는 김치도 있지만, 너무 맛이 있어 김장축제에서 만든 김치를 제일 먼저 먹게 된다고 합니다. 주말 일정까지 바꾸며 참석할 정도로 가장 인기있는, 일년 중 제일 기다려지는 김장 축제가 되었습니다.

해운대지역은 재작년 15가구, 작년 18가구, 올해 23가구가 참석 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참석을 원하는 분들이 많아지니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올해는 윗동네분들이 작년보다 더 많이 참석한다고 해 봉사자도 더 모집 했습니다. 봉사자들과 사전에 모여 역할을 나누고 윗동네분들을 응대하는 방법도 나누었습니다.

<절임배추 정리>

11월 23일 김장행사 당일, 오전 10시 쯤 한 두분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양념과 절임배추를 전달하면 바로 김치를 버무렸습니다. 양념이 매트에 남지 않게 깔끔하게 버무렸습니다.
“00님, 손이 와 이렇게 빠르시나요?”
“아닙니다. 내레 좀 손이 늦은 편이지요?”
윗동네분들은 배추에 양념을 많이 바르지 않아
“양념 많으니까 듬뿍 칠하셔도 됩니다.”라고 하니,
“선생님, 북한에서 김치에 양념 많이 안 하지요.” 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저를 선생님이라 불러서 놀랐습니다. 우리는 이모, 삼촌 가족같은 호칭을 사용하는데, 윗동네 분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김치 소 넣기>

따뜻한 밥과 김치, 두부, 시락국, 김 등으로 식사를 준비 했습니다. 북한식 부추만두에 고기를 조금 넣고 빚었는데 한 분이 만두를 많이 안 드셔셔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00님, 만두 왜 안 드시나요? 속이 안 좋으세요?”
“선생님, 제가 고기를 못 먹습네다. 어릴때부터 고기를 먹어보지 못해서 싫어합니다.”
“채식주의자가 되셨네요.”
“야채가 속이 편안합니다.”
자세히 살피다 보니 이런 대화도 나누게 됩니다.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니 사람사는 냄새와 온기가 더 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점심시간>

서로 알아가고 윗동네 아랫동네가 하나되는 모습이 좋았고 또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윗동네분은 김치를 챙기며 “한번 오니, 두번 와 진다. 감사하다”고 여러번 인사를 했습니다.
저도 참으로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니 시가 떠오릅니다.

“윗동네 아랫동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봄, 여름, 가을을 버무린다.

웃음꽃이 김치속에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