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동네와 아랫동네는 자주 만나야 합니다.
-대구경북 김장행사-
11월 22일 이른 아침, 대구경북 6개 지역에서 아도모례원 앞마당으로 모였습니다. 오늘 김장 행사는 북한이탈주민과 고려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사)좋은벗들과 봉사자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김장 봉사는 당일의 분주한 손놀림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농협과 협업하여 절임 배추를 수급하고 양념 재료 준비까지, 지역별 사전 교육을 통해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지역별 팀장을 중심으로 모인 봉사자는 ‘세상의 누구와도 좋은 벗이 되겠습니다’라는 명심문을 하고 김장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절임 배추가 줄지어 놓인 작업대가 있고 그 사이에서 갖은양념을 버무려 속을 골고루 채워 넣습니다. 바깥 배춧잎 한 겹으로 예쁘게 감싼 김치 한 포기를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합니다. 서로 양념이 버무려진 김치를 입에 넣어주며 맛을 보는 순간마다 웃음도 끊이지 않습니다.


문경에서 두 남동생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이 김치를 버무리며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김장 봉사는 처음 참석해 봅니다. 해마다 이렇게 김장을 해서 가져가면 가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말 고맙습니다. 이북은 어릴 때부터 김장을 가족이 함께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가족같이 느껴집니다. 우린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앞마당에 소소하게 열린 나비 장터에 쓰이면 좋겠다고 수줍게 라면 두 묶음을 내놓았습니다. 양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작은 정성에 현장 분위기는 더욱 훈훈해졌습니다.
이날은 겨울이 무색할 만큼 햇살 또한 따사로웠습니다. 그 따스한 햇살 아래 지회별로 모여 앉아 직접 담근 김치에 두부와 삶은 고구마를 곁들인 점심을 먹으니 그 무엇과도 비할 바 없이 맛있었습니다.
이어 흥을 돋우며 몸을 푸는 놀이 한마당이 열렸습니다. 경주에서 오신 이수진 님의 사회로 아랫동네와 윗동네가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전통놀이와 노래자랑을 하며 한동안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봉사자가 환하게 웃으며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처음 참가하는 김장 축제라 어색했지만, 함께 웃고 손뼉을 치며 어울리다 보니 이렇게도 금세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김장하면서도 좋았지만, 같이 손을 잡고 게임하고 노래하는 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지역별로 말끔히 뒷정리를 하며 김장 행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낯선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조금은 더 나은 조건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모두가 ‘잘 쓰이겠습니다’라는 모자이크 붓다의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봉사와 나눔의 마음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져, 따사로운 햇살처럼 계속 퍼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지리산 마당에 스며든 평화, 김장으로 하나 된 하루
-경남 진주지역 김장-
좋은벗들과 함께하는 김장 행사 취재를 위해 지리산으로 가는 길, 벼를 베어낸 논 위로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가 마치 겨울 솜이불을 덮고 있는 듯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리산 수련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일찍 도착한 봉사자들의 손길 덕분에 물이 빠진 배추들이 우리를 맞이하듯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이번 김장 행사에는 진주지역 활동가 20명과, 북한이탈주민 11명이 참여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손님맞이를 위해 수련원 여기저기에 떨어진 낙엽을 쓸고 행사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마당 한켠에서는 차가운 날씨를 데워줄 차를 따뜻하게 끓이고, 양념장에는 청각을 넣어 풍미를 더했습니다. 공양간 팀은 떡국 30인분과 만두를 찌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때마침 도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은 다소 어색해 하기도 했지만, 봉사자들이 미리 연습한 대로 일렬로 서서 박수로 환영하자 그 어색함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작년에도 왔었는데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염치 불고하고 또 왔습니다.”
첫마음을 나눈 뒤 국민체조로 몸과 마음을 풀었습니다. 아침 일찍 물을 뺀 배추는 마당 중앙의 선반 위로 옮겨졌고, 봉사자와 북한이탈주민들은 고무장갑과 앞치마로 무장하고 잘 절여진 배추 앞에 섰습니다. 늘 해오던 김장인 만큼 각자만의 방식과 손맛을 장착한 채 비장한 표정으로 작업에 나섰고, 그 모습 속에서 남과 북이 오랜 시간 음식을 나눠 먹어온 한 민족임을 자연스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장을 어떻게 하나요?” “김장에 돼지고기를 넣어요.”
우리나라도 김장은 지역마다 독특한 방식이 있지만, 수육을 넣는다는 이야기는 정말 새로운 정보였습니다.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삶아서 잘게 썰어 속으로 넣어요. 거기는 날씨가 워낙 추워서 배추가 질겨요. 그래서 돼지고기를 넣으면 기름이 나와 배추가 연해져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질긴 배추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넣는 지혜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참여 인원이 줄고 김장의 양도 다소 적어 일찍 마무리되었습니다. 일찍 끝난 덕에 모두 함께 지리산 둘레길 산책에 나섰습니다. 남과 북이 여전히 분단된 현실 속에서, 이렇게 함께 걸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이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과 산책을 다녀오는 사이 수련원 마당에는 돗자리가 깔리고, 오늘 담근 김치를 주인공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과 만두, 두부가 차려졌습니다. 김치를 썰어낸 모양과 두부를 담아낸 모습에서 그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김장으로 하나가 되었고, 함께 식사를 나누며 다시 한 번 우리가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나는 점심식사가 끝난 뒤, 갑자기 등장한 엠프와 마이크는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내 모둠장님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자랑 시간을 알렸고, 지리산 천왕봉을 관객 삼아 김장 잔치와 노래자랑이 이어지며 이날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3년째 이곳에 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이렇게 반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친정에 온 기분입니다.”
“친구가 가자고 해서 처음 따라와 봤는데, 남과 북이 함께 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너무 잘 놀다 갑니다.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습니다.”

식사팀은 설거지와 바닥 청소를 마친 뒤, 처음보다 더 깨끗하게 뒷정리를 했습니다. 김장에 쓰인 큰 대야와 선반들도 깨끗이 닦아 물기를 뺍니다. 수련원 마당은 다시 조용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달여 간 행사를 준비한 봉사자들도 앞치마와 머리 두건을 벗으며,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만남은 특별했지만, 동시에 일상의 평범한 만남 속에서 서로가 좋은 이웃이 될수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