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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84호

■ 시선집중

염주군 일부 농장들 한 달째 감자만 먹어

평안북도 염주군 향보리 일대를 포함한 군내의 일부 농장에서는 한 달째 감자만 먹고 있다. 염주군은 물도 풍족하고 온통 너른 평야지대라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수 없는 곳이다. 고난의 행군 때도 염주군은 괜찮았던 지역이다. 이런 염주군에서도 식량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벌써 수십 명이 넘었다. 선천군에서는 풀죽만 먹은 지 오래됐다. 룡천군 북중로동자구들에서도 식량 사정이 어렵다. 쌀 고장이라 소문 난 농촌들이 이 정도다보니 큰 도시들의 식량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평안북도에서 쌀이 없는 도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의주도 한 3일간 시장에 쌀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농촌구역에서 조금씩 시장에 내다 판 낱알이 드문드문 눈에 띄는 정도다.

이렇듯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등에서는 도시 노동자들이 하루에 옥수수 국수 두 끼 먹기도 힘든 상태다. 이 지역 시장 쌀 가격은 현재 모두 1,200원을 넘긴 상태이다. 한 간부는 “로임 한 푼 타지 못하는 로동자들이 이 비싼 쌀을 어떻게 사먹겠는가. 또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가. 하다못해 소금, 간장, 된장, 기름과 부식물도 있어야 하는데, 최하층 주민들 식사질이 정말로 말이 아니다. 짐승들처럼 맨 풀로 사는 집들이 도시들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현재의 어려움을 전했다.

신의주 쌀 값 1,200원으로 상승

신의주 쌀값이 kg당 1,200원을 넘어섰다. 지난 달 하순 1,100원에서 며칠 새 또 오른 값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0원이나 상승한 셈이다. 옥수수는 지난 해 kg당 270원에서 거의 두 배로 뛰어 현재 500원한다. 식량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식량 가격이 계속 오르다보니 신의주 시민들은 걱정과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 은근히 지원 쌀이라도 안 들어오나 기대하는 눈치도 보인다. 그래야 쌀값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일부 외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말 우리 정부 말대로 남조선도 미국과 일본처럼 우리 조선을 무너뜨리려고 일부러 사전에 책동한 거 아니냐. 이런저런 거짓말로 량식을 줄 것처럼 하다가 안 주면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려 하는 것 아닌가”라며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또 한편 “중앙에서 박봉주를 포함해 남쪽과 경제 합작을 주장해 온 사람들을 다 떨궈뜨린 것이 정말 옳은 처사였단 말인가”하는 의견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식량 위기의 심각성이 더해가면서 이래저래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 논평

북한 정부의 공식지원 요청을 기다린다

지난 7월 초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북한에서 식량이 부족하여 급기야 일부 주민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정말 믿어지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사실이라면, 한 민족, 한 동포로서 대단히 가슴 아프고,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지난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동포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지원하지 못했고, 그리고 알았을 때는 너무 늦어서 수많은 희생을 치렀던 뼈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민의 희생은 북한 정부에게 크나 큰 손실일뿐만 아니라,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면 더더욱 큰 손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식량부족으로 일부 주민이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는 기꺼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단행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전심전력을 다하겠다. 여러 소식을 종합해 본 결과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량의 긴급 구호 식량 및 의약품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긴급 지원을 요청해도 북한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지원해주고 싶어도 지원해줄 수가 없다. 그러므로 북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기를 다시 한 번 정중히, 그리고 간곡하게 북한 정부에 호소하는 바이다.

■ 경제활동

중국 세관 쌀 단속 심해

중국의 각 해관(세관)에서 쌀 단속이 심하다. 한 외화벌이 일꾼에 따르면 직접적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지난 해 핵실험 이후부터 조선으로 들어가는 쌀 통제가 심해졌다고 한다. 또 국가 량곡수출입허가증이 없으면 조선으로 쌀 수출도 못하게 한다고 한다. 해관에서 조선에 나가는 식량 단속이 심해지다 보니 일부 무역일꾼들이 식량이 아니라 사료라고 했다가 압류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중국에서 조선으로 나가는 식량이 거의 없는 상태다.

8월 1일부터 새 도강증 발급

7월 30일 내각의 지시에 따라 8월 1일부터 도강증을 점검하고 새로 발급하기 시작했다.

장사 단속에 설움 큰 사람들

지난 7월 7일부터 장사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하루살이 하는 사람들의 생활고에 더 한 설움이 커지고 있다. 7월 말이 되면서 상황이 날로 악화되자 더 버티기 어려워 잡힐 각오를 하고 문 닫은 시장 앞에 갑자기 나타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남새(채소)나 산나물 장사꾼들인데, 시장 주변을 도는 보안원들에게 쫓기면서도 계속 피해 다니며 팔고 있다.

얼마 전 달걀 6개를 갖고나와 팔던 한 할머니가 이렇게 쫓기다 붙잡힌 일이 있었다. 가뜩이나 먹지 못한데다 나이가 많아 행동이 굼떴던 이 할머니는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곧 보안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할머니는 자식보다 어린 젊은 보안원에게 매달려 빼앗긴 달걀을 달라며 눈물 흘리며 애원했다. “정말로 수령님과 장군님께 미안한 짓인 줄 알지만, 집에서 영감이 굶고 있길래 방법 없이 닭알이라도 팔아서 영감 식사 대접하려고 한 일이니 한번만 용서해달라”며 눈물로 하소연했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한 주민은 “잡아가기엔 너무 늙은 로친이고 짜내도 나올 게 없을 것 같았는지 보안원이 닭알 광주리를 땅에다 메치면서 잡아 가기 전에 빨리 가라고 소리쳤다. 이왕 돌려줄 거면 곱게 주면 안 되는 가. 저는 어버이도 없는가. 없는 사람만 서럽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지라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심경이 울컥해지는 게 꼭 제 부모가 당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백두산 건설장 지원 호소

전국 도, 시 단위에서는 최근 들어 백두산 건설장을 지원하라는 강연재료와 녹음녹화강연을 계속 조직하고 있다. 이 강연회에서는 젊은이들이 백두산 건설장에서 식량 사정으로 죽어나가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방영한다. 이를 지켜본 강연장에서는 울음소리가 회의장을 진동할 지경이다. 건설장 사정을 잘 아는 한 주민은 “인간이라면 정말로 눈뜨고 보기 구차하다. 해마다 죽어나가는 사람이 수천 명이다. 인간 최대 지옥이라도 그런 지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사무소에서 록음록화강연을 하는 이유는, “나라의 사정이 어려운 이때 조국 건설장에 나간 자식들이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일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서, 우리 혈육들을 위해 우리 인민들과 부모들이 단 한 줌의 쌀이라도 지원하라”는 지원 호소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인민들이 모아 주는 지원 쌀이 아니고서는 조선의 그 어느 곳에서도 건설 현장에 들어갈 쌀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 두 사람도 먹고 살기 어려운 이때 지원해 주는 물품만으로 20대 청년 몇 천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게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조선에서는 ‘악’이 없인 못산다”

요즘 주민들은 “조선에서는 ‘악’이 없인 못산다. 모두 ‘악’으로 살지 ‘악’을 버리면 금방 죽는다”고 다들 말한다. 정부도 백성도 전 사회가 ‘악’으로 지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간부는 “처음엔 모두 교양도 받고 정의와 충성의 마음으로 진실하게 살려고 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때 남들이 상상도 못하는 현실 아닌 현실을 체험한 뒤부터는 현실을 될수록 외면하고 싶어 하고 모두 냉정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금은 애국이니 충성이니 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그저 먹고 살 수 있고 병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그리고 집안 자식들이나 잘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

의사들 정신없이 바쁜 나날 보내

아사자 발생과 각종 전염병, 질병 발병이 부쩍 늘어나는 요즘 가장 바빠진 것은 다름 아닌 의사들이다. 의사들은 아침 일찍 나가면 저녁 9시가 되어야 겨우 집에 들어가고 있다. 매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어찌나 많은지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한다. 의사들은 3일에 한 번씩 숙직을 서는데 숙직은 24시간 꼬박 서야 한다. 저녁 6시에 출근하면 다음 날 저녁 6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또 출근하는 식이다. 한 의사는 이렇게 여름이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며, 평안북도만 하더라도 신의주의 인민병원들을 포함해 각 시, 군 병원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 수가 도대체 얼마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대량의 항생제 긴급 필요

식량부족으로 신체의 저항력이 약해져서 생긴 여러 질병으로 매일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사람을 살리려면 주요하게 항생제가 대량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의사는 항생제만 있어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는 경우가 태반이라 항생제만이라도 많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외 현재 결핵 관련 가장 긴박하게 요구되는 약품은 이소니찌드, 페니실린, 미찐 등이다. 또 섭생이 딸리다 보니 이소니아지드, 투보찐과 같은 약품 수요가 높다.

결핵 전염 위험성 크게 증가

현재 전국적으로 결핵 비상이 걸렸다. 함흥, 신의주, 강계, 청진 등 어디라 할 곳 없이 시내에 결핵환자가 많은 상태다. 원래 정기적으로 결핵검진을 진행한 뒤 환자는 결핵병원에 격리 치료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환자들이 거의 방치된 상태다. 병원에 약도 없고 환자 자신들도 자기가 결핵이 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약값이 비싸 치료할 엄두도 못 내고, 오로지 돈 벌 생각에 장마당에 나가 앉아 숱한 사람과 접촉을 하기 때문에 전염이 빠르게 진행 되고 있다. 잘 먹지 못하는데다 치료도 제대로 못하니 도저히 근절할 수가 없다. 이에 각 도에서 보건성에 이 같은 실태를 보고하고 토의해 결핵약을 지원받으려고 했으나, 국가적으로 약이 없어 대책이 없는 상태다. 만성 영양실조에 점점 기승을 부리는 결핵 등으로 요즘 병원에서는 심하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격리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결핵환자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전 지역에 퍼져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그 밖에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아무것이나 먹다보니 위궤양, 위암, 간염 등이 많고 뇌혈전, 뇌출혈 발병률이 높다. 일본 뇌염, 장티푸스, 대장염 등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무더운 햇빛에 도보로 30여리 이상을 걸어 다니느라 더위를 먹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다.

아사자 없게 하겠다는 다짐장 제출

각 시, 도에서는 절대 아사자가 없게 하겠다는 다짐장을 중앙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 간부는 1차 고난의 행군 시기도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됐다며 현재의 심각성을 얘기했다. 특히 주민들의 구매력 대비 식량 가격이 그 때보다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 때는 겨울에 들어서면서 캐먹을 풀뿌리조차 없어 대량으로 빠르게 죽어갔다면 요즘은 여름철이라 풀뿌리나 햇감자나 채소 등을 캐먹을 수 있어 집단 아사가 나타나지 않은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아사가 아니라면 각 도마다 하루에 몇천명 몇만명씩 죽어야만 아사인가. 그때는 이미 전반에서 수습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연말이 되면 절반 정도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아사자 발생 절대 함구령

함경남북도와 강원도가 쌀 원천이 싹 떨어져 비상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람이 굶어 죽어나간다는 소문이 일부 간부들 사이에만 쉬쉬하며 간간히 나오고 있다. 일반 주민들이 아직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사자 수가 당국의 절대적 통제사항이라 간부들끼리만 조용히 수군대는 정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