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식량 공급 포기해도 주민들의 목숨조차 포기해선 안 돼!

…“아아, 이 파리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 굶어 죽는 사람들이 변해서 이 파리들이 되었다. 아아, 이들은 기구하게 살아난 생명들이다. 슬프게도 작년에 큰 기근을 겪었고, 겨울에도 혹독한 추위를 겪었다. 그로 인해 전염병이 유행하였고, 가혹하게 착취까지 당하여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시신이 쌓여 길에 즐비했으며, 시신을 싸서 버린 거적이 언덕을 뒤덮었다. 수의도 관도 없는 시신 위로 따뜻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높아지자 살이 썩어 문드러졌다. 시신에서 물이 나오고 또 나오고, 고이고 엉기더니 변하여 구더기가 되었다. 구더기 떼는 강가의 모래알보다 만 배나 많았다. 구더기는 점차 날개가 돋아 파리로 변하더니 인가로 날아들었다. 아아, 이 파리들이 어찌 우리 사람들과 마찬가지 존재가 아니랴. 너의 생명을 생각하면 눈물이 줄줄 흐른다. 이에 음식을 마련해 파리들을 널리 불러 모으나니 너희들은 서로 기별하여 함께 와서 이 음식들을 먹어라.”…(중략)

이 글은 조선시대 순조10년(1810),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쓴 ‘파리를 조문한다’의 일부이다. 1809년과 1810년 기근과 전염병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었고, 마을과 거리에 쌓인 시신에서 파리 떼가 생겨나 극성을 부리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산은 그 파리 떼가 바로 굶주려 죽은 백성이 변신한 것이라 느끼며, 몹시 슬퍼하고 백성의 넋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그리고 백성들의 처참한 죽음이 가혹한 착취와 관리들의 부패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발하고 있다.

지금 북한의 상황이 당시 조선의 처참한 현실처럼 되어가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다행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부지런히 먹을거리를 찾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악착스레 삶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다시 2010년, 화폐교환 조치의 부작용과 남북관계의 갈등으로 어렵던 북한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이미 2006-2007년 연속적인 수해와 대북 지원 중단으로 발생한 2008년도 기아 상황도 1990년대 중반과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2010년 또 다시 들려오는 소리는 대량아사가 발생했던 1990년대 후반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북한당국은 5․26 당 지시에서 “ 당분간 국가 차원에서는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각 부문 단위별로 식량해결에 나서라는 선언을 했다.

아무리 식량 사정이 어려워도 주민들에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식량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던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식량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으니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번 5․26 당 지시는 식량난 해결 당사자인 북한 정부가 식량 문제 해결을 포기한 것이다. 그만큼 식량 부족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며,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많은 주민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개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당분간일지라도 국가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포기를 선언한 이 마당에 굶주리는 사람들을 살릴 도덕적 책임은 결국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몫이 되었다. 인도주의적 개입을 통해 주민들의 무고한 희생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방치하고 대량아사를 초래할 것인지의 선택은 이제 우리에게 넘겨졌다. 북한 당국의 무능을 탓한다고 해서 기아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을 살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남한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신속히 식량 지원에 나서야 한다.

남한 정부는 비록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다 분명히 천명하기 바란다. 그동안의 대북 지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정부 당국의 대남 협상 결과물로 선전되어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대남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지금은 체제 홍보용으로 전락할 시기도 이미 지나 버렸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일반 주민들 뿐 아니라 간부들에게까지 남한의 도덕적 우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남한 주도로 풀 수 있는 새로운 당국간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북한 정부는 자력으로 식량 문제 해결이 어렵더라도 국제 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조차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인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비록 국내 식량 원천이 고갈되고 외화 부족으로 식량 수입이 어렵다 하더라도, 여전히 국제 사회의 지원은 열려있다. 북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식량난의 어려움을 밝히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한다면 국제 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비굴한 것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를 통해 민생이 나아지고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는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남북한 정상이 만나 과거의 잘잘못을 일단 덮어놓고,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평화체제 구축안을 내어놓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 주민의 아사 위기를 해결하고, 고령화되어 한 명, 한 명 죽어가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하루빨리 해결해줄 수 있는 이산가족의 전면 상봉책을 내어 놓아야할 때이다(끝).

■ 시선집중

평북 운전군 탄광 노동자 아사 심각, ‘1호 보고’여러 차례 올라

평안북도 운전군 탄광에서는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굶어죽고 있다는 신소가 여러 차례 ‘1호 보고’로 올라갈 만큼 아사 위기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서는 긴급히 4월 상순 식량을 옥수수로 배급했다. 탄광 노동자와 자녀는 배급 대상이었지만 아내는 배급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4월 하순부터 배급이 다시 중단됐다. 배급을 줄 당시에도 굶어서 죽을 먹는 세대가 많았던 상황이라, 배급이 끊기자 다시 결근율도 점점 높아졌다. 5월에는 보름 분량을 하순에 배급해주겠으니, 출근하라고 독려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랜 굶주림으로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노동자들은 “처벌하려면 처벌해라. 제일 천한 로동이 탄광인데, 여기서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 더 힘들겠는가?”라며, 차라리 농촌에 보내주면 좋겠다고 항의했다.

청진시 주민 1/3 이상, 하루 죽물로 연명

함경북도 도당 조사에 따르면, 청진시의 경우 전체 인구의 1/3 이상이 하루에 옥수수가루에 산나물을 섞은 죽물 1-2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결과, 청진시에서는 하루 평균 15-17명 가량이 굶어죽는 것으로 집계됐다. 라남구역과 송평구역에서 그래도 장사로 먹고 산다는 사람들은 아침에 옥수수쌀죽을, 저녁에는 옥수수국수를 먹는 것이 보통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많이 벌어도 쌀 1kg 값을 벌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청진 북부 지역의 주민들은 산으로 올라가 소토지 농사에 목숨을 걸고 있다. 소토지 농사를 지은 작물로 근근이 끼니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매달린다.

청진시 각 단위의 간부들은 긴급 대책회의에서 “시당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이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니 이런 결과를 맞은 게 아니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나마 생산이 가동되고 있는 김책제철소에서도 식량을 구입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은 게 아니고, 식량을 구입하더라도 대부분 안쪽으로 흘러들어가는 등 자체 소비가 어려운 상태다. 간부들이 갹출한 식량도 당장 죽기 직전의 빈민 세대를 우선해 약간씩 지급됐을 뿐, 굶주리고 있는 일반 주민들의 식량난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1개 인민반마다 식량 지원 혜택을 받은 세대는 2-3세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5월 이후 굶주리는 세대는 인민반마다 절반 이상을 넘어서는 등 식량난이 전 주민들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굶주린 농민들 결근에 농촌 총동원 삐걱

황해남도 재령군, 안악군, 배천군 등 농장마다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는 농민들이 절반 이상 결근하는 바람에 농사에 큰 차질이 생기고 있다. 요즘 농촌 총동원 기간이라 도시 노동자나 학생들이 대거 농촌에 들어와 있는 상태인데, 이들을 안내해줄 농민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배천군의 한 협동농장에서는 한 분조에 15명이 근무하는데 이 중 10명이 결근하고, 5명만 겨우 출근하고 있다. 황해남도 도당 전원회의에서는 농장에서 동원 노력의 식량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곳이 많아, 비교적 자체 조달이 가능한 대학교와 전문학교 학생들을 보냈지만, 대부분 간부나 잘 사는 집 자녀들이어서 농사일에 서툴기 짝이 없다. 포전마다 농장원들을 배치해서 학생들과 같이 일하며 부족한 점을 가르쳐주고, 농사 기술을 전수할 수 있게 안배했으나, 학생들을 지도할 농민들이 없어 일을 잘 못해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학생들은 그저 그날그날 일공수만 확인하면 되므로, 일을 잘 하든지 못하든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농장 측에서는 옥수수 파종과 모내기 등이 잘 안 되는 곳이 속출해 올해 농사도 별 기대할 바가 없을 것이라고 한탄을 하고 있다.

대도시 아사 현상, 농촌으로 이동

농민들의 결근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나머지 농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굶어죽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화폐 교환 조치로 1-2월 도시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던 것이 이제는 농촌으로 옮아온 양상이다. 황해남도 도당의 조사에 따르면, 연안군 오현리와 풍천리 등지와 청단군 관내 농촌 마을에서는 약 60%의 농가가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은 작년에도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아 농사가 잘 안 돼 수확량이 적었던 곳이다. 여기에 군량미 3-4개월 분량 등 이것저것 제하는 것이 많다보니 정작 농민들이 손에 쥔 분배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화폐교환 조치시기에 1만 5천 원씩 받은 현금분배로 식량을 시장에 팔지 않고도 1-2월은 그럭저럭 버텼지만, 벌써 돈이 떨어진 집들에서는 식량을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받은 식량분배가 원체 적었던 농가에서 가장 먼저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황해남도 관내 다른 농촌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분조당 13-15명인 데서 만출근(전일출근)하는 사람은 초급일군을 합해도 6-7명을 넘지 못한다. 배천군의 한 협동농장에 다니는 김모씨는 “만가동자들은 알짜 농민들과 달리, 각종 수단으로 모두 식량이 저축돼있는 사람”이라며, 실제 일반 농민들은 거의 일을 못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분조에는 나와야 할 사람은 12명인데, 나오는 사람은 4명도 안 된다. 4명이 일주일에 한 3번 정도 번갈아가며 나오고, 나머지는 너무 굶어서 다 풀 뜯으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결근일수가 많아지면 연말 결산 분배를 받을 때 그만큼 분배량이 감해지므로, 못 사는 사람은 계속 못 살고,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살기 마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풀죽의 계절이 돌아왔다”…춘궁기 본격 시작에 농민들 아사 위기 고조

농민들이 밭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는 계절이 돌아왔다. 산나물과 풀을 캐서 최대한 양을 불려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춘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포시 양화리 협동농장에서는, 현재 식량이 떨어져 굶고 있는 세대가 8개 농산반을 통틀어 총 70여 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부에서 식량지원이 없을 경우 7월이 되면 200세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협동농장들 가운데 굶어죽는 사람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은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농촌지역이다. 황해남도 태탄군, 벽성군, 장연군, 룡연군 등과 황해북도 은파군, 서흥군, 봉산군 등의 농촌 지역들이 특히 위험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평안남도 평성시와 순천시 주변 농가들, 함경남도 정평군, 고원군, 함주군 농가 등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중앙에 올라가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협동농장들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식량 문제가 악화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평안남도 천리마군에서는 5월 중순만 해도 식량난을 겪는 농민이 1/10 정도였다. 산나물을 뜯어 끼니를 잇는 세대가 100여 세대 중 10세대 꼴이었고, 결근하는 농민들의 수도 한 분조 당 2-3명 정도였다. 그러나 6월에 들어서면서 점차 결근자 수가 한 분조 당 3-4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 식량소식

평북 운전군 탄광 노동자 아사 심각, ‘1호 보고’여러 차례 올라

평안북도 운전군 탄광에서는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굶어죽고 있다는 신소가 여러 차례 ‘1호 보고’로 올라갈 만큼 아사 위기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에서는 긴급히 4월 상순 식량을 옥수수로 배급했다. 탄광 노동자와 자녀는 배급 대상이었지만 아내는 배급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4월 하순부터 배급이 다시 중단됐다. 배급을 줄 당시에도 굶어서 죽을 먹는 세대가 많았던 상황이라, 배급이 끊기자 다시 결근율도 점점 높아졌다. 5월에는 보름 분량을 하순에 배급해주겠으니, 출근하라고 독려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랜 굶주림으로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노동자들은 “처벌하려면 처벌해라. 제일 천한 로동이 탄광인데, 여기서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 더 힘들겠는가?”라며, 차라리 농촌에 보내주면 좋겠다고 항의했다.

청진시 주민 1/3 이상, 하루 죽물로 연명

함경북도 도당 조사에 따르면, 청진시의 경우 전체 인구의 1/3 이상이 하루에 옥수수가루에 산나물을 섞은 죽물 1-2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결과, 청진시에서는 하루 평균 15-17명 가량이 굶어죽는 것으로 집계됐다. 라남구역과 송평구역에서 그래도 장사로 먹고 산다는 사람들은 아침에 옥수수쌀죽을, 저녁에는 옥수수국수를 먹는 것이 보통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많이 벌어도 쌀 1kg 값을 벌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청진 북부 지역의 주민들은 산으로 올라가 소토지 농사에 목숨을 걸고 있다. 소토지 농사를 지은 작물로 근근이 끼니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매달린다.

청진시 각 단위의 간부들은 긴급 대책회의에서 “시당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이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니 이런 결과를 맞은 게 아니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나마 생산이 가동되고 있는 김책제철소에서도 식량을 구입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은 게 아니고, 식량을 구입하더라도 대부분 안쪽으로 흘러들어가는 등 자체 소비가 어려운 상태다. 간부들이 갹출한 식량도 당장 죽기 직전의 빈민 세대를 우선해 약간씩 지급됐을 뿐, 굶주리고 있는 일반 주민들의 식량난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1개 인민반마다 식량 지원 혜택을 받은 세대는 2-3세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5월 이후 굶주리는 세대는 인민반마다 절반 이상을 넘어서는 등 식량난이 전 주민들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회령 양로원 노인, 벌써 14명 아사

전국적으로 식량이 고갈되는 가운데, 함경북도 회령시 원산리 양로원에서는 지난 5월까지 벌써 14명의 노인이 굶주려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화폐교환 조치 이전만 해도 이 양로원에 기거하는 노인은 총 50여 명 가량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3일 조사 결과, 살아남은 노인은 35명 선에 불과했다. 원산리 양로원에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옥수수쌀과 묵지가루를 섞어 걸쭉하게 끓인 죽을 공급해왔다. 그러다 화폐교환조치 이후 식량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농도가 눈에 띄게 엷어져 지금은 ‘맹탕 물’에 약간의 옥수수쌀을 섞는 정도로 변했다. 배부르게 주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한 사람당 한 끼에 겨우 2국자 정도만 떠주는 수준이다. 결국 배고픈 노인들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인근 농가를 찾아가 동냥하는 일이 어느덧 일상의 일이 돼버렸다.

원산 양로원측에서는 시당과 시인민위원회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금도 시량정사업소에서 받는 것이라곤 옥수수 묵지가루와 된장, 간장 등 기초식품 약간에 그치고 있다. 의약품도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식량 대용으로 구해 먹는 야생풀과 구걸하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더니 소화 장애를 겪는 노인들이 많지만 간단한 소화제조차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식량문제와 더불어 식수문제로 대장염을 앓는 노인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식량난의 최대 피해자가 노약자와 어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341호] 굶주린 농민들 결근에 농촌 총동원 삐걱

황해남도 재령군, 안악군, 배천군 등 농장마다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는 농민들이 절반 이상 결근하는 바람에 농사에 큰 차질이 생기고 있다. 요즘 농촌 총동원 기간이라 도시 노동자나 학생들이 대거 농촌에 들어와 있는 상태인데, 이들을 안내해줄 농민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배천군의 한 협동농장에서는 한 분조에 15명이 근무하는데 이 중 10명이 결근하고, 5명만 겨우 출근하고 있다. 황해남도 도당 전원회의에서는 농장에서 동원 노력의 식량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곳이 많아, 비교적 자체 조달이 가능한 대학교와 전문학교 학생들을 보냈지만, 대부분 간부나 잘 사는 집 자녀들이어서 농사일에 서툴기 짝이 없다. 포전마다 농장원들을 배치해서 학생들과 같이 일하며 부족한 점을 가르쳐주고, 농사 기술을 전수할 수 있게 안배했으나, 학생들을 지도할 농민들이 없어 일을 잘 못해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학생들은 그저 그날그날 일공수만 확인하면 되므로, 일을 잘 하든지 못하든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농장 측에서는 옥수수 파종과 모내기 등이 잘 안 되는 곳이 속출해 올해 농사도 별 기대할 바가 없을 것이라고 한탄을 하고 있다.

대도시 아사 현상, 농촌으로 이동

농민들의 결근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나머지 농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굶어죽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화폐 교환 조치로 1-2월 도시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던 것이 이제는 농촌으로 옮아온 양상이다. 황해남도 도당의 조사에 따르면, 연안군 오현리와 풍천리 등지와 청단군 관내 농촌 마을에서는 약 60%의 농가가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은 작년에도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아 농사가 잘 안 돼 수확량이 적었던 곳이다. 여기에 군량미 3-4개월 분량 등 이것저것 제하는 것이 많다보니 정작 농민들이 손에 쥔 분배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화폐교환 조치시기에 1만 5천 원씩 받은 현금분배로 식량을 시장에 팔지 않고도 1-2월은 그럭저럭 버텼지만, 벌써 돈이 떨어진 집들에서는 식량을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받은 식량분배가 원체 적었던 농가에서 가장 먼저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황해남도 관내 다른 농촌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분조당 13-15명인 데서 만출근(전일출근)하는 사람은 초급일군을 합해도 6-7명을 넘지 못한다. 배천군의 한 협동농장에 다니는 김모씨는 “만가동자들은 알짜 농민들과 달리, 각종 수단으로 모두 식량이 저축돼있는 사람”이라며, 실제 일반 농민들은 거의 일을 못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분조에는 나와야 할 사람은 12명인데, 나오는 사람은 4명도 안 된다. 4명이 일주일에 한 3번 정도 번갈아가며 나오고, 나머지는 너무 굶어서 다 풀 뜯으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결근일수가 많아지면 연말 결산 분배를 받을 때 그만큼 분배량이 감해지므로, 못 사는 사람은 계속 못 살고,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살기 마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풀죽의 계절이 돌아왔다”…춘궁기 본격 시작에 농민들 아사 위기 고조

농민들이 밭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는 계절이 돌아왔다. 산나물과 풀을 캐서 최대한 양을 불려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춘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포시 양화리 협동농장에서는, 현재 식량이 떨어져 굶고 있는 세대가 8개 농산반을 통틀어 총 70여 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부에서 식량지원이 없을 경우 7월이 되면 200세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협동농장들 가운데 굶어죽는 사람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은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농촌지역이다. 황해남도 태탄군, 벽성군, 장연군, 룡연군 등과 황해북도 은파군, 서흥군, 봉산군 등의 농촌 지역들이 특히 위험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평안남도 평성시와 순천시 주변 농가들, 함경남도 정평군, 고원군, 함주군 농가 등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중앙에 올라가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협동농장들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식량 문제가 악화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평안남도 천리마군에서는 5월 중순만 해도 식량난을 겪는 농민이 1/10 정도였다. 산나물을 뜯어 끼니를 잇는 세대가 100여 세대 중 10세대 꼴이었고, 결근하는 농민들의 수도 한 분조 당 2-3명 정도였다. 그러나 6월에 들어서면서 점차 결근자 수가 한 분조 당 3-4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