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동네 황윤주님>
두 달 전 어느 날, 조민경님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새벗 합창단 함께 하실래요?”
합창단 활동을 주도하는 민경님 사무실과 우리 집이 정말 가까웠기 때문에 거절할 핑계도 마땅치 않아, 얼떨결에 새벗합창단 2기가 되었습니다. 박치인 저에게 합창이란, 적당히 웃으며 뒷줄에서 금붕어 놀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습을 시작하고 보니, 온 힘과 정성을 다하는 단장님, 서울에서 매주 내려오는 청년 지휘자님, 여기저기 먼 동네에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오시는 여러분들이 보였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온 이웃분들의 미소도 참 포근했습니다.
높이 올라가지도, 낮게 내려가지도 않는 나의 비루한 음성이지만, 연습실에 모인 모든 이들의 마음을 모으는 화합의 목소리에 정성을 들여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선생님이 정성껏 녹음해 준 가이드를 듣고 또 들으며, 알토 음을 익히고, 알토 동료들의 실력이 점점 나아지는 모습에 뿌듯해하며 함께 소리를 맞춰보면 우린 알프라노? 테알토? 뭐 이런 정체 모를 그룹이 되곤 했습니다.
잘 안되는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우리가 서로를 보며 웃었습니다. 웃겨서 웃고, 짠해서 웃고, 쑥스러워서 웃으며 우리 모두는 조금씩 더 편해져 갔던 것 같습니다.
멀리서 연습 장소를 오가며 이것저것 챙겨 오시는 분들과 간식을 나누며 우리는 식구가 되어 갔고, 노래하며 입을 맞추고, 태극기를 흔들며 손발을 맞추고, ‘고향을 봄’을 부르며 눈을 맞추고,서로의 마음에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두 달 남짓한 연습 기간은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가 마음 깊이 와닿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두려웠던 반짝이 스팽글 허리띠와 선명한 빨간 드레스를 입으면서도 그저 깔깔 웃으며 즐길 수 있었던 가벼움 또한 소중했습니다.
거절할 핑계가 없어서 시작한 합창 연습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 주었고, 참 좋은 새로운 벗들을 만나 함께 노력하는 멋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한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고맙습니다.
<윗동네 차OO님>

이번에 법륜스님과 함께한 즉문즉설 ‘통일을 바라는 마음’ 자리에 함께 할수있어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부른 <아름다운 나라>와 <고향의 봄>으로 시작된 합창은 작은 통일의 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감동의 시간이었고, 관객 여러분의 따뜻한 박수와 환호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20명이 넘는 남북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며 함께한 이 며칠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과 성과를 남긴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과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러한 만남이 계속 이어져 진정한 평화와 통일로 향하는 길에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랫동네 윤필재님>
우연히 마주친 포스터.
‘평화’ ‘합창’ 단원모집’ 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무심코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청할 당시에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지만, 1기 공연을 관람한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남과 북이 함께 노래 하는 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생전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셨던 할아버지가 떠올랐고, ‘내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된 연습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파트별로 섞이는 소리에 우리는 야외로 나가 핸드폰 플래쉬 불빛을 켜고 땅바닥에 둘러앉아 악보를 보며 연습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출퇴근 운전 시간이 저만의 ‘개인 연습 시간’이 되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외워 보았지만 곡은 쉽게 익숙해 지지 않았습니다.
연습이 중반을 넘어서며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화합의 의미를 잊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 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 그게 더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공연 날이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공연 날, 우리는 모두 새로운 공간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연습 중에는 목소리가 어색하게 겹치며 불안하게 시작되었지만,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건넸고, 작은 격려의 말들을 나누며 끝까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외부로 들리는 노래 소리도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도 같은 목표를 향해 마음을 모았던 그 경험 자체가 가슴에 따뜻하게 남았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윗동네 최OO님>
언젠가 꿈처럼 만나 윗동네 아랫동네가 함께 마음과 정을 나누며 오직 하나, ‘통일’이라는 염원을 안고 함께했습니다. 통일이 되면 평양에서 노래 할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며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해온 우리 새벗합창단. 서로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 함께 쌓아올린 공든 탑이 드디어 5월 27일 금요일 저녁에 서울 서초동 무대 위에서 법륜스님을 모시고 이 세상에 울려 퍼졌습니다.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를때, 저는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참으며 노래를 불렀고, 송현아님은 <아름다운 나라>를 부를 때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멋지게 노래하고, 공연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그간 얼마나 정이 들었는지, 정말 헤어지기 싫었습니다.
아쉽고 또 아쉬웠습니다. 우리의 새벗합창단을 이끌어준 지휘자 김종건님. 새벗합창단의 선구자이자 조직자이신 조민경님. 그리고 우리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반갑고, 정답고, 예쁘셨던 윗동네 아랫동네 여성 단원들, 그리고 멋지고 겸허하며, 노래까지 잘 부르시던 남자 단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름다운, 위대한 그 노래가 평양대극장에서 울려 퍼질 그 날까지, 통일의 염원을 안고 우리 함께 웃으며, 노래하며, 힘차게 나아갑시다.
또 만나고, 또 모일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려봅니다. 고맙습니다.
<아랫동네 배해정님>
새벗합장단2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통일축전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좋은이웃되기 일상방문을 통해 종종 뵈었던 북한이탈주민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빨간원피스가 부담스러워 신청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창단식과 첫 연습시간, 새벗합창단 2기 단원들은 어색함과 긴장 속에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1기에 참석했던 경험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지만,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네 개의 파트로 나뉜 새로운 편곡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지휘자 선생님이 녹음해주신 음원을 반복해 들으며 음을 익혔지만, 막상 함께 모여 연습하면 제가 맡는 알토 파트는 자꾸만 소프라노와 테너의 음을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알토 파트는 매주 2번씩 특별지도를 통해 호흡과 발성연습도 하고, 소프라노와 테너 옆에서 노래하며 알토 음을 부르는 훈련을 했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저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 자체가 숙제였습니다. 연습시간 외에도 입을 크게 벌리고, 자신 있게 소리를 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집에서는 가족들의 타박에도 꿋꿋이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하나의 목소리로 맞추어 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파트별로 연습한 뒤 모여서 합창하면 처음엔 중구난방, 알 수 없는 소리들로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휘자 선생님의 정성어린 지도 아래 발성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져가니 점점 조화로운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음을 맞추고, 마음을 맞춰가는 그 과정은 참 즐겁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연당일, <고향의 봄>을 부르며 북한이탈주민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며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았습니다. 그 순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느낌이 가슴 깊이 다가오는 감동이었습니다. 뜨거운 열정만큼 멋지게 무대를 완성한 새벗합창단 단원들, 하하호호 웃으며 “잘했다” 며 서로를 격려하는 우리는 참 자랑스럽습니다.
새벗합창단1기에 이어 2기까지 참여하게 되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벗들에서 함께하는 모든 일은 결국 나를 성장하게 만듭니다.
무대 위, 마이크가 내 앞에 왔을 때 그 당황스러움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나는 한음 한음 정성껏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결국 다 마음먹기에 달렸구나.”
앞으로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에 기꺼이, 적극적으로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벗2기 지휘자 김종건님>
첫번째. 늘 합창단원으로 노래만 하던 제가 처음으로 지휘자의 입장에 서보니, ‘사람들을 이끌어 간다는게 정말 힘든 일이구나’ 하는 걸 깊이 느꼈습니다. 그 순간까지 저를 이끌어 주셨던 모든 지휘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두번째. 평택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내가 무언가를 배우러 가는 입장이었다면 마음이 훨씬 가볍고 편했을 텐데, 이번엔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남을 가르치고 리드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손익 계산을 하며 ‘이게 나한테 남는 게 뭘까?’ 하고 따져보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결국 이 과정 자체가 내면의 힘을 키우는 시간이 되었고, 무언가를 해내는 역량 또한 나에게 쌓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내가 이렇게 많은 분들을 이끌며 지휘를 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기쁜 마음과 참 감사한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며 지휘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일반 시민들과 도반들, 그리고 스님들 앞에서 감동적인 합창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경험.
몸은 고되고 피곤했지만, 그 안에 담긴 보람과 기쁨이 가득 찬 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울려 퍼졌던 그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다음에는 또 다른 곡으로 또 다른 무대에서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