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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72호

■ 시선집중

함경북도에서 제일 잘 나가던 덕흥탄광이 멈춘 이유

덕흥탄광은 고열탄이 생산되는 탄광으로, 함경북도 탄광 중에서 탄질이 가장 좋기로 소문난 탄광이다. 어쩌다 갱이 폐쇄되고 작업이 멈추다시피 하게 된 것일까? 탄광 작업은 크게 굴진갱 작업과 작업갱 안에서 채탄하는 작업으로 나뉜다. 굴진갱은 작업갱까지 도달하는 통로를 뚫는 작업을 말한다. 당위원회 행정간부들은 굴진갱 작업을 잘 조정해주어야 한다. 채탄 매장량이 많은 곳을 찾아 새로운 통로를 뚫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굴진갱 대신 작업갱에 노동력을 많이 배치한다. 상부에서 제시한 계획량을 달성한다는 명분으로 거리가 짧거나 굴진갱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쉬운 작업갱에 대거 사람을 붙이다보니 그만큼 탄이 금방 고갈된다. 그러면 새로운 갱을 찾아나서야 하는데, 이때는 또 우루루 굴진갱에 붙어 작업해야 하고, 굴진갱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탄을 캐지 못하니 식량 배급이 나올 리가 없다. 전기도 없고 버팀목도 없고, 각종 장비 문제도 생기는 등 여러 곤란한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이 북한의 유명한 탄광들이 아직 매장량이 많은데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덕흥탄광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갱을 찾기 위해 굴진갱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1년이 넘어가면서 도당에서도 지원이 끊겨 아무도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상부와 탄광 일군들은 노동자들더러 일하지 않는다고 다그치지만, 엄격히 말하면 이 모든 책임은 탄광 행정일군들에게 있다. 생산 전략 없이 눈앞의 실적만 급급해하다 생긴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하라는 간부들 성화에 탄광 노동자들, “너나 잘 하라”

함경북도 회령시 덕흥탄광은 벌써 2년 째 배급이 나오지 않아 건성으로 일하는 노동자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간부들이 아무리 다그쳐도, 강압해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한테만 힘든 일시키지 말고, 간부들과 일군들부터 앞장서 일하라”고 대놓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한 번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추궁하는 일군에게 한 노동자가 “너나 잘 하라”는 식으로 대들어, 간부들이 “어디서 감히 훈시질이냐?”며 맞대응을 해 싸움으로 번진 일도 있었다. 리영수(가명)씨는 “예전에는 간부들이 쌍욕을 하면 속에 항변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욕하면 가만히 참지 않고 응수하는 노동자들이 늘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김금철(가명)씨도 “욕하겠으면 욕하라는 거다. 아무리 욕먹고 비판받아도,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으니 무서울 게 없다. 우리가 최하층 밑바닥 인생이기 때문”이라며 자조적인 냉소를 보였다. 당대표자회가 끝나고 새로운 결의를 다져 생산성을 높이자고 아무리 정치선전을 해도, 이처럼 노동자들이 냉랭해진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살기가 몇 십 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김금철씨는 “자기들(간부와 일군들)이야 여기저기서 뜯어먹는 것이 많아 배 두드리겠지만, 못 먹는 사람들이 무슨 힘으로 일하겠느냐? 당장 온 식구가 굶주리는 마당에 열심히 일하라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겠냐. 일을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영수씨에 따르면, 탄광 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작년부터다. 갱에 석탄층이 없어지면서 작년 2월부터 석탄 생산을 중단하고, 기본 갱을 폐쇄했다. 상부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새로운 갱을 발굴하라는 과업을 주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기본 갱도 더 이상 캐낼 석탄이 없어서 폐쇄한 게 아니라, 전력부족, 장비부족, 동발목 노후화 등 고질적인 문제들 때문에 폐쇄한 것이었다. 게다가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일하러 나오지 않아 인력문제까지 겹쳤다. 양수 설비고장에 물펌프가 없어 탄광에 물이 차도 퍼내지를 못하는데다가, 동발목은 낡아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고, 인력은 부족하니 탄광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새 갱을 파내려면 역시 이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는데, 현재 있는 갱도 운영하지 못하는데 새 갱 작업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출근을 안 할 수 없으니 출근해서도 시간이나 때우고 오게 된다고 했다. 하루 동안 해야 할 작업 과제가 있어도 ‘하면 하고, 말면 마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상급단위에서는 덕흥탄광 일군들을 불러 갱 작업 속도가 왜 진척이 없냐고 추궁하지만, 일군들도 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일군은 “일을 시키려면 먹을 걸 줘야 되고, 일을 하자 해도 장비가 있어야지. 상급당에다 기계 좀 보내달라고 해도 들은 척 만 척 하니 우리라고 별 수 있나. 위에서는 모든 사정이 다 힘들고 어려운데 그것 하나 알아서 못 한다고, 자력갱생 고군분투 혁명정신으로 작업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안하는 게 아니라 별 방법 다 써봤지만 못하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나마 올해 6월에는 노동자 당사자에 한해서만 옥수수 배급이 나왔고, 7-8월에는 부업 밭에서 생산된 감자가 배급됐지만, 9월부터는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순천 개인수공제품 신뢰도, 전국에서 제일 높아

순천시에는 제약공장, 화학공장, 시멘트공장, 비날론공장, 비료공장 등 규모가 큰 공장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제약공장과 화학공장, 시멘트공장은 전국적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순천시 인구 절반이 3대 공장 노동자라는 소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근 원료부족, 전기부족, 기술력 저하 등으로 순천시멘트공장을 제외한 순천제약, 순천화학공장의 생산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전국적인 명성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직장별로 또는 개인들이 집에서 공장의 설비, 자재를 이용해 각종 인민소비품과 의약품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민소비품을 충당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체로 순천시 제품들에 대한 평가는 좋은데, 특히 의약품은 전국에서 가장 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철제품을 제외한 기타 여러 제품들도 순천시 생산품이 단연코 많다. 순천시에는 큰 기업소 노동자들이 많아 가내수공업 제품들의 질 역시 타 지역의 수공품들보다 빼어나다. 순천에서 나온 수공품이라면, 중국 상품보다 싸기도 하지만 질이 좋아 사람들이 선호한다.

의약품으로는 페니실린, 미찐(마이신) 같은 항생제들이 많이 나오는데, 민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초약품이기도 하다. 개인제조업자들은 쓰고 남은 약병을 구해 시장에 내보내는데, 여러 해 동안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최근 원료부족이 심해지면서 의료사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 정상적인 제작 공정에 따라 생산된 것이 아니므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 중에는 중국 상품으로 위조해 유통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국내 수공업제품과 공장제품, 그리고 중국제품을 쉽게 구별한다. 그러니 위조품 유통 문제나 의료사고 등의 이유를 들어 시장 단속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상품 단속을 벌이는 것은 간부들이 자기 배를 채우려고 하는 것일 뿐, 실제 인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냉정한 평가다.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질 좋은 순천시 제품들을 더 잘 생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단속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순천 시장 단속에 “간부들이 자기 배 채우려는 것”

평안남도 순천시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시장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시장은 평성시장이 폐쇄된 뒤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급부상했다. 가을 수확철이라 오후 2시에 문을 열어 저녁 6시까지만 운영되고 있지만, 시장 매대는 제법 활기를 띠고 있다. 순천시장이 평성시장 같은 전국 도매시장의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개인 수공업자들이 만든 상품들이 꾸준히 시장에 나와 부족한 생필품을 충당해주고 있다. 돈이 없고 물건을 구하지 못해 장사에서 밀려났던 소매상인들도 가내수공업자들의 물건을 들고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주민들은 화폐교환 조치로 가중됐던 식량난과 경제난에서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역시 장사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공장은 안 돌아가고 월급과 배급은 여전히 없는 상황에, 뙈기밭농사는 이상기후 현상과 수해로 날리고, 남은 것은 장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 보안당국은 주민들의 이런 상황과 별개로 시장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단속을 재개했다. 개인 수공업자들이 만든 상품들이 대거 유통되면서 한계 수위를 넘었다고 보고, 일정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짜 상품 유통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보이는 즉시 회수하고, 판매한 장사꾼에게는 벌금을 물리고 있다. 개인들이 만들어낸 물건치고 좋은 물건이 없다는 편견과 가짜 식료품이나 의약품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도 단속의 근거였다. 실제로 개인이 만든 약을 잘못 복용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병이 더 위중해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인들은 가짜 상품의 폐해를 막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으로 장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단 개인들이 만든 상품이 일부 조악하고 조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순천시 가내수공업자들의 물건들은 믿을만하기 때문에 강압적인 단속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가내수공업자들의 상품이 가짜상품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금지시키면,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중국 상품이 여전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화폐교환 조치와 외화사용금지조치 등으로 무역 부문이 크게 타격을 입으면서 중국산 수입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국내 경공업공장들은 여전히 생산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주민들이 아무리 못 먹고 못 입는다고 해도, 생활필수품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가내수공업 상품이 비록 위조품이나 모방품이라고 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부족한 공급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가내수공업자들이 만든 물건을 무조건 금지시키면 결국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며 단속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당국의 ‘명분’보다 당장 먹고 살 길을 풀 수 있는 ‘실리’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무턱대고 명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간부들과 보안일군들이 명분을 이유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단속이 시작되자, 당장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김예령(가명)씨는 단도직입적으로 “누구를 위한 시장 단속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주민들이 살기 어려워지면서 보안원 세대들도 예전보다 생활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자기들이 먹을 게 적어지니 백성들이 장사하는 것을 빼앗아 자기 배를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보안원들이 먹고 살려고 시장 단속을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실제 일부 보안원들 중에 주민들에게 빼앗은 물건을 빼돌려 다른 장사꾼에게 돈을 받고 넘기거나, 자기 아내들을 장사에 나서게 하는 자도 있다. 이렇듯 보안원을 비롯한 법관들, 간부들이 “나라 법을 이용해 물건을 빼앗고, 자기 배를 채우려고 나라 법을 어기는 현상”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주민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는 것이다. 아무도 당국을 믿지 않고, 법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 단속이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간부와 보안일군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청진 사구리협동농장 수확량, 평년작 못 미쳐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사구리 협동농장에서는 예년보다 1-2주 정도 일찍 가을걷이를 시작한 결과 작년보다 수확량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농장에서는 구역당 일군들과 함께 수확고 판정단을 조직했는데, 아직 수확이 완료되지 않아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옥수수 농사의 경우 평균 1정보당 2.5 내지 3톤 정도였다. 작년까지 정보당 평균 3톤 정도였던 것에 비해 떨어진 수치다. 사구리협동농장이 농산반만 8개로 비교적 큰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구역 농장들도 비슷하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일군은 생산량 감소의 주요 원인을 비료 부족과 인력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 외에도 이상기후 현상을 꼽았다. 그는 “올해 새해 벽두부터 먹는 문제를 풀어 강성대국의 문을 열자고 농민들을 농사에 총집중시켰지만 이른 봄부터 식량이 떨어져 농민들이 출근을 못했고, 비가 많이 내려 농경지도 많이 파괴됐다. 조기 가을(걷이)해보니 알곡 계획량 달성은 전혀 가망도 없고, 일한 공수 다 따져서 식량이 떨어져 허덕이는 농민들에게 식량을 배분하려 해도 얼마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구리협동농장 인근 부대 군인들이 훔치는 농작물도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농장 관리일군들이 군대 도둑을 막아보려고 자체 경비도 강화하고, 해당 부대에 신소도 해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굶는 건 군인들도 매한가지여서 농장 옥수수라도 훔쳐 먹지 못하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문제 때문에 작년보다 1-2주가량 더 일찍 수확했다지만, 실제로는 군인 도둑들 때문이었다.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털리다보니 차라리 빨리 수확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농장에서 조기수확을 해버리자, 군인들은 농장 밭 농작물 외에 개인들의 소토지 밭을 찾아 나서고 있다. 소토지 농사를 지은 주민들은 얼마 안 되는 양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직장에 나가는 대신 옥수수밭을 지키고 있다. 경비를 서다가 군인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거나 각종 위해를 입는 불상사도 매일이다시피 발생하고 있다. 옥수수를 둘러싼 농민들과 군인들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자회 후 사회통제 더 심해져

당대표자회 이후 사회 통제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사회 통제 강화 문건이 각 지역보안당국에 연달아 내려지면서, 전과자들을 비롯해 사회질서 위반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화교 단속이 심해 중국 친척으로부터 돈이나 도움을 받는 것도 힘들어졌다. 주민들 사이에는 새로운 령도자가 생긴다는 희망이나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돌고 있다. 한편 도당 비서들이 교체되면서 시당이나 군당에서도 일군들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특히 보위부를 비롯한 보안당국 간부에 대한 조사가 심해지면서 인선이 큰 폭으로 교체되고 있다.

평성시 주민들, 당대표자회 후“누가 되든 먹는 문제 해결해야”

당대표자회가 끝나자, 평안남도 평성시 주민들은 큰 동요 없이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 간부는 주민들 사이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인민 생활을 더 높은 단계로 추켜세우자고 누누이 강조했으면서, 정작 44년 만에 재개된 당대표자회에서 이 문제가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간부는 “백성들의 식량 사정과 먹는 문제에 대해 전면적 해결방도가 안 나왔다. 당대표자회를 한다고 특별히 배급이 나온 것도 없고, 청년대장 이름으로 배려라도 나올 법 한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 반응이 냉랭하다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자회 결과, 백성들 생활을 잘살게 해준다고 굳게 믿던 고지식한 백성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오직 장군님만 믿고 살던 고지식한 근로자들이나 인테리들이 주민 생활에 뭔가 개선이 있을 것 같지 않자, 그 실망감이 후계자에게 옮겨가는 것 같다”고 했다. “장군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없어지고, 받들려는 마음도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게 다 나라에서 먹을 것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량 사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대단한 후계자를 데려와도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워질 수 없다는 것이다. 시당에서 17년간 복무했다는 한 일군은 “장군님 말씀이야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집행하려는 게 보이지만, 새로운 후계자가 령도를 내리고 방침을 내린다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고 예견했다.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원래 새로운 기대가 생기기 마련인데, 조금이나마 식량문제가 풀릴 줄 알고 있던 주민들의 실망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망감이 깊어지면 령도력에 의심이 생기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그만큼 더 많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간부는 “누구도 입 밖에 함부로 꺼내지 못하지만, 친한 사람들끼리 벌써 나오는 얘기가 먹는 문제를 못 풀면 누가 되든 올바른 지도자로 인식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누가 되든 먹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 식량소식

평성시 주민들, 당대표자회 후“누가 되든 먹는 문제 해결해야”

당대표자회가 끝나자, 평안남도 평성시 주민들은 큰 동요 없이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 간부는 주민들 사이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인민 생활을 더 높은 단계로 추켜세우자고 누누이 강조했으면서, 정작 44년 만에 재개된 당대표자회에서 이 문제가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간부는 “백성들의 식량 사정과 먹는 문제에 대해 전면적 해결방도가 안 나왔다. 당대표자회를 한다고 특별히 배급이 나온 것도 없고, 청년대장 이름으로 배려라도 나올 법 한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 반응이 냉랭하다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자회 결과, 백성들 생활을 잘살게 해준다고 굳게 믿던 고지식한 백성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오직 장군님만 믿고 살던 고지식한 근로자들이나 인테리들이 주민 생활에 뭔가 개선이 있을 것 같지 않자, 그 실망감이 후계자에게 옮겨가는 것 같다”고 했다. “장군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없어지고, 받들려는 마음도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게 다 나라에서 먹을 것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량 사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대단한 후계자를 데려와도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워질 수 없다는 것이다. 시당에서 17년간 복무했다는 한 일군은 “장군님 말씀이야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집행하려는 게 보이지만, 새로운 후계자가 령도를 내리고 방침을 내린다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고 예견했다.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원래 새로운 기대가 생기기 마련인데, 조금이나마 식량문제가 풀릴 줄 알고 있던 주민들의 실망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망감이 깊어지면 령도력에 의심이 생기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그만큼 더 많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간부는 “누구도 입 밖에 함부로 꺼내지 못하지만, 친한 사람들끼리 벌써 나오는 얘기가 먹는 문제를 못 풀면 누가 되든 올바른 지도자로 인식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누가 되든 먹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청진 사구리협동농장 수확량, 평년작 못 미쳐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사구리 협동농장에서는 예년보다 1-2주 정도 일찍 가을걷이를 시작한 결과 작년보다 수확량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농장에서는 구역당 일군들과 함께 수확고 판정단을 조직했는데, 아직 수확이 완료되지 않아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옥수수 농사의 경우 평균 1정보당 2.5 내지 3톤 정도였다. 작년까지 정보당 평균 3톤 정도였던 것에 비해 떨어진 수치다. 사구리협동농장이 농산반만 8개로 비교적 큰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구역 농장들도 비슷하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일군은 생산량 감소의 주요 원인을 비료 부족과 인력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 외에도 이상기후 현상을 꼽았다. 그는 “올해 새해 벽두부터 먹는 문제를 풀어 강성대국의 문을 열자고 농민들을 농사에 총집중시켰지만 이른 봄부터 식량이 떨어져 농민들이 출근을 못했고, 비가 많이 내려 농경지도 많이 파괴됐다. 조기 가을(걷이)해보니 알곡 계획량 달성은 전혀 가망도 없고, 일한 공수 다 따져서 식량이 떨어져 허덕이는 농민들에게 식량을 배분하려 해도 얼마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구리협동농장 인근 부대 군인들이 훔치는 농작물도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농장 관리일군들이 군대 도둑을 막아보려고 자체 경비도 강화하고, 해당 부대에 신소도 해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굶는 건 군인들도 매한가지여서 농장 옥수수라도 훔쳐 먹지 못하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문제 때문에 작년보다 1-2주가량 더 일찍 수확했다지만, 실제로는 군인 도둑들 때문이었다.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털리다보니 차라리 빨리 수확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농장에서 조기수확을 해버리자, 군인들은 농장 밭 농작물 외에 개인들의 소토지 밭을 찾아 나서고 있다. 소토지 농사를 지은 주민들은 얼마 안 되는 양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직장에 나가는 대신 옥수수밭을 지키고 있다. 경비를 서다가 군인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거나 각종 위해를 입는 불상사도 매일이다시피 발생하고 있다. 옥수수를 둘러싼 농민들과 군인들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사회

당대표자회 후 사회통제 더 심해져

당대표자회 이후 사회 통제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사회 통제 강화 문건이 각 지역보안당국에 연달아 내려지면서, 전과자들을 비롯해 사회질서 위반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화교 단속이 심해 중국 친척으로부터 돈이나 도움을 받는 것도 힘들어졌다. 주민들 사이에는 새로운 령도자가 생긴다는 희망이나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돌고 있다. 한편 도당 비서들이 교체되면서 시당이나 군당에서도 일군들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특히 보위부를 비롯한 보안당국 간부에 대한 조사가 심해지면서 인선이 큰 폭으로 교체되고 있다.

순천 시장 단속에 “간부들이 자기 배 채우려는 것”

평안남도 순천시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시장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시장은 평성시장이 폐쇄된 뒤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급부상했다. 가을 수확철이라 오후 2시에 문을 열어 저녁 6시까지만 운영되고 있지만, 시장 매대는 제법 활기를 띠고 있다. 순천시장이 평성시장 같은 전국 도매시장의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개인 수공업자들이 만든 상품들이 꾸준히 시장에 나와 부족한 생필품을 충당해주고 있다. 돈이 없고 물건을 구하지 못해 장사에서 밀려났던 소매상인들도 가내수공업자들의 물건을 들고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주민들은 화폐교환 조치로 가중됐던 식량난과 경제난에서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역시 장사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공장은 안 돌아가고 월급과 배급은 여전히 없는 상황에, 뙈기밭농사는 이상기후 현상과 수해로 날리고, 남은 것은 장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 보안당국은 주민들의 이런 상황과 별개로 시장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단속을 재개했다. 개인 수공업자들이 만든 상품들이 대거 유통되면서 한계 수위를 넘었다고 보고, 일정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짜 상품 유통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보이는 즉시 회수하고, 판매한 장사꾼에게는 벌금을 물리고 있다. 개인들이 만들어낸 물건치고 좋은 물건이 없다는 편견과 가짜 식료품이나 의약품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도 단속의 근거였다. 실제로 개인이 만든 약을 잘못 복용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병이 더 위중해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인들은 가짜 상품의 폐해를 막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으로 장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단 개인들이 만든 상품이 일부 조악하고 조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순천시 가내수공업자들의 물건들은 믿을만하기 때문에 강압적인 단속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가내수공업자들의 상품이 가짜상품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금지시키면,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중국 상품이 여전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화폐교환 조치와 외화사용금지조치 등으로 무역 부문이 크게 타격을 입으면서 중국산 수입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국내 경공업공장들은 여전히 생산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주민들이 아무리 못 먹고 못 입는다고 해도, 생활필수품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가내수공업 상품이 비록 위조품이나 모방품이라고 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부족한 공급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가내수공업자들이 만든 물건을 무조건 금지시키면 결국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며 단속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당국의 ‘명분’보다 당장 먹고 살 길을 풀 수 있는 ‘실리’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무턱대고 명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간부들과 보안일군들이 명분을 이유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단속이 시작되자, 당장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김예령(가명)씨는 단도직입적으로 “누구를 위한 시장 단속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주민들이 살기 어려워지면서 보안원 세대들도 예전보다 생활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자기들이 먹을 게 적어지니 백성들이 장사하는 것을 빼앗아 자기 배를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보안원들이 먹고 살려고 시장 단속을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실제 일부 보안원들 중에 주민들에게 빼앗은 물건을 빼돌려 다른 장사꾼에게 돈을 받고 넘기거나, 자기 아내들을 장사에 나서게 하는 자도 있다. 이렇듯 보안원을 비롯한 법관들, 간부들이 “나라 법을 이용해 물건을 빼앗고, 자기 배를 채우려고 나라 법을 어기는 현상”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주민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는 것이다. 아무도 당국을 믿지 않고, 법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 단속이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간부와 보안일군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일하라는 간부들 성화에 탄광 노동자들, “너나 잘 하라”

함경북도 회령시 덕흥탄광은 벌써 2년 째 배급이 나오지 않아 건성으로 일하는 노동자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간부들이 아무리 다그쳐도, 강압해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한테만 힘든 일시키지 말고, 간부들과 일군들부터 앞장서 일하라”고 대놓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한 번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추궁하는 일군에게 한 노동자가 “너나 잘 하라”는 식으로 대들어, 간부들이 “어디서 감히 훈시질이냐?”며 맞대응을 해 싸움으로 번진 일도 있었다. 리영수(가명)씨는 “예전에는 간부들이 쌍욕을 하면 속에 항변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욕하면 가만히 참지 않고 응수하는 노동자들이 늘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김금철(가명)씨도 “욕하겠으면 욕하라는 거다. 아무리 욕먹고 비판받아도,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으니 무서울 게 없다. 우리가 최하층 밑바닥 인생이기 때문”이라며 자조적인 냉소를 보였다. 당대표자회가 끝나고 새로운 결의를 다져 생산성을 높이자고 아무리 정치선전을 해도, 이처럼 노동자들이 냉랭해진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살기가 몇 십 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김금철씨는 “자기들(간부와 일군들)이야 여기저기서 뜯어먹는 것이 많아 배 두드리겠지만, 못 먹는 사람들이 무슨 힘으로 일하겠느냐? 당장 온 식구가 굶주리는 마당에 열심히 일하라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겠냐. 일을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영수씨에 따르면, 탄광 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작년부터다. 갱에 석탄층이 없어지면서 작년 2월부터 석탄 생산을 중단하고, 기본 갱을 폐쇄했다. 상부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새로운 갱을 발굴하라는 과업을 주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기본 갱도 더 이상 캐낼 석탄이 없어서 폐쇄한 게 아니라, 전력부족, 장비부족, 동발목 노후화 등 고질적인 문제들 때문에 폐쇄한 것이었다. 게다가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일하러 나오지 않아 인력문제까지 겹쳤다. 양수 설비고장에 물펌프가 없어 탄광에 물이 차도 퍼내지를 못하는데다가, 동발목은 낡아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고, 인력은 부족하니 탄광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새 갱을 파내려면 역시 이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는데, 현재 있는 갱도 운영하지 못하는데 새 갱 작업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출근을 안 할 수 없으니 출근해서도 시간이나 때우고 오게 된다고 했다. 하루 동안 해야 할 작업 과제가 있어도 ‘하면 하고, 말면 마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상급단위에서는 덕흥탄광 일군들을 불러 갱 작업 속도가 왜 진척이 없냐고 추궁하지만, 일군들도 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일군은 “일을 시키려면 먹을 걸 줘야 되고, 일을 하자 해도 장비가 있어야지. 상급당에다 기계 좀 보내달라고 해도 들은 척 만 척 하니 우리라고 별 수 있나. 위에서는 모든 사정이 다 힘들고 어려운데 그것 하나 알아서 못 한다고, 자력갱생 고군분투 혁명정신으로 작업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안하는 게 아니라 별 방법 다 써봤지만 못하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나마 올해 6월에는 노동자 당사자에 한해서만 옥수수 배급이 나왔고, 7-8월에는 부업 밭에서 생산된 감자가 배급됐지만, 9월부터는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 경제활동

순천 개인수공제품 신뢰도, 전국에서 제일 높아

순천시에는 제약공장, 화학공장, 시멘트공장, 비날론공장, 비료공장 등 규모가 큰 공장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제약공장과 화학공장, 시멘트공장은 전국적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순천시 인구 절반이 3대 공장 노동자라는 소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근 원료부족, 전기부족, 기술력 저하 등으로 순천시멘트공장을 제외한 순천제약, 순천화학공장의 생산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전국적인 명성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직장별로 또는 개인들이 집에서 공장의 설비, 자재를 이용해 각종 인민소비품과 의약품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민소비품을 충당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체로 순천시 제품들에 대한 평가는 좋은데, 특히 의약품은 전국에서 가장 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철제품을 제외한 기타 여러 제품들도 순천시 생산품이 단연코 많다. 순천시에는 큰 기업소 노동자들이 많아 가내수공업 제품들의 질 역시 타 지역의 수공품들보다 빼어나다. 순천에서 나온 수공품이라면, 중국 상품보다 싸기도 하지만 질이 좋아 사람들이 선호한다.

의약품으로는 페니실린, 미찐 같은 항생제들이 많이 나오는데, 민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초약품이기도 하다. 개인제조업자들은 쓰고 남은 약병을 구해 시장에 내보내는데, 여러 해 동안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최근 원료부족이 심해지면서 의료사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 정상적인 제작 공정에 따라 생산된 것이 아니므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 중에는 중국 상품으로 위조해 유통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국내 수공업제품과 공장제품, 그리고 중국제품을 쉽게 구별한다. 그러니 위조품 유통 문제나 의료사고 등의 이유를 들어 시장 단속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상품 단속을 벌이는 것은 간부들이 자기 배를 채우려고 하는 것일 뿐, 실제 인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냉정한 평가다.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질 좋은 순천시 제품들을 더 잘 생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단속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함경북도에서 제일 잘 나가던 덕흥탄광이 멈춘 이유

덕흥탄광은 고열탄이 생산되는 탄광으로, 함경북도 탄광 중에서 탄질이 가장 좋기로 소문난 탄광이다. 어쩌다 갱이 폐쇄되고 작업이 멈추다시피 하게 된 것일까? 탄광 작업은 크게 굴진갱 작업과 작업갱 안에서 채탄하는 작업으로 나뉜다. 굴진갱은 작업갱까지 도달하는 통로를 뚫는 작업을 말한다. 당위원회 행정간부들은 굴진갱 작업을 잘 조정해주어야 한다. 채탄 매장량이 많은 곳을 찾아 새로운 통로를 뚫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굴진갱 대신 작업갱에 노동력을 많이 배치한다. 상부에서 제시한 계획량을 달성한다는 명분으로 거리가 짧거나 굴진갱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쉬운 작업갱에 대거 사람을 붙이다보니 그만큼 탄이 금방 고갈된다. 그러면 새로운 갱을 찾아나서야 하는데, 이때는 또 우루루 굴진갱에 붙어 작업해야 하고, 굴진갱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탄을 캐지 못하니 식량 배급이 나올 리가 없다. 전기도 없고 버팀목도 없고, 각종 장비 문제도 생기는 등 여러 곤란한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이 북한의 유명한 탄광들이 아직 매장량이 많은데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덕흥탄광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갱을 찾기 위해 굴진갱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1년이 넘어가면서 도당에서도 지원이 끊겨 아무도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상부와 탄광 일군들은 노동자들더러 일하지 않는다고 다그치지만, 엄격히 말하면 이 모든 책임은 탄광 행정일군들에게 있다. 생산 전략 없이 눈앞의 실적만 급급해하다 생긴 결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