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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99호

■ 시선집중

량강도 교육부,“농촌 동원 후 저녁 2시간씩 수업하라”

량강도 교육부에서는 농촌 동원에 나가더라도, 끝나면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기막히다는 반응이다. 하루 종일 잘 먹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농사일을 하고 나면, 저녁에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기 때문이다. “하루에 전기 1시간도 제대로 못 주면서 무슨 공부를 하라는 말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혜산시 의학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상학(가명)씨는 저녁에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하라는 교육부의 지시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총동원에 나와 일한 뒤 저녁에 공부하라는 것은 학생들의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하루 작업 과제를 달성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묵지가루나 감자만 먹이고 그것도 간당간당 주고는 우리가 무슨 기운으로 저녁에 공부를 하러 나온단 말인가. 위에서 지시하는 간부들은 편하게 생활하니 아래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허기진 상태에서 힘들게 일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늘어놓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한 일군은 “국가 차원에서 농촌 동원할 때는 교육을 안 받아도 관계 없지만, 지역 농장들 차원에서 동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교육 계획에 따라 일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전력문제나 피로도, 굶주림 등으로 면학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장에서 하루 일이 끝날 적이나 휴식시간에 교원이 한 두 마디만 하고 끝나는 식이다. 했다는 시늉만 하는 거다. 그 시간에도 학생들이 다 졸고 있다”고 말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혜산시 대학생들도 “내가 학생인지, 농장원인지”

량강도 혜산시 공업 대학은 백암군 지역 농장들에 농촌 동원을 나가 있다. 끼니에 나오는 음식이라곤 감자와 묵지가루가 섞인 밥이 전부다. 한 끼당 200g 미만의 반찬도 없는 밥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에게는 위에 기별도 안 가는 적은 양이다. 작업장에 나와 맥이 풀린 상태에서 땅에 주저앉아 있는 학생들이 많다. 허기가 져서 도저히 일할 기력이 없기 때문이다. 시당이나 군당 일군들이 현장 감독을 하러 나오면 그때만 일하는 척하고, 지도 성원이 가면 또 다시 주저앉고 만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상부에서 학생들의 담당 교원을 불러 강하게 질책하기도 하지만, 교원들이라고 별 도리가 없다. 학생들이 배가 고파서 일을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학급에서는 학생 일인당 5천원씩 거둬 옥수수를 구입해 끼니에 보태기도 한다. 학생들로선 5천원이 만만치 않은 돈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의식에 얼마간 돈을 꿔서라도 식량 사는데 보탠다. 그러나 돈을 내지 못할 형편에 이르면, 훔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유평노동자구에 동원나간 대학생들은 바로 사나흘 전에 손수 심은 씨감자를 싹 거둬와 삶아 먹기도 했다. 혜산 공업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김광일(가명)씨는 “점심으로 주는 밥은 한 두세 숟가락 먹고 나면 금새 없어진다. 대체 입으로 들어갔는지 뱃속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이다. 뭘 먹어야 힘이 나서 일하겠는데, 배가 너무 고프니 머릿속에는 온통 먹을 생각 밖에 없다. 나중에 처벌을 받든지 말든지 일단 심었던 감자라도 다시 파먹어야 동원기간을 버틴다는 생각에 별 죄책감 없이 훔쳐 먹는다”고 했다. 비료를 훔치는 방법도 있다. 밭에 비료를 조금씩 뿌리고, 한쪽 구석에 웅덩이를 깊게 파서 몰래 비료를 묻어두었다가 한밤중에 다시 파와 소토지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판다. 주로 비료 1kg에 옥수수 1kg을 교환한다. 배곯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인 농촌 총동원에 학생들의 불만이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빈부격차가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아버지가 간부이거나 법관, 돈주로 돈 걱정이 별로 없는 학생들은 옥수수 50kg 이상씩 학교에 바치고는 총동원에서 아예 빠지곤 한다. 올해 공업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리영일(가명)씨는 “농촌총동원이 되면 로동자의 자식들만 죽어난다. 말로는 학생의 첫째 가는 임무는 오직 학습이라고 하고, 봄과 가을이 되면 해마다 감자 농촌동원을 하니 어떻게 실력이 올라 갈 수 있겠는가? 내가 공부하는 학생인지 감자 농사를 짓는 농장원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군대 제대하고 입학한 학생이 아니라 직통생인 그로선 소학교 때부터 감자 농사를 짓다보니 감자 싹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고 했다.

량강도, 고난의 농촌 총동원 시작

량강도 지역에서 일제히 감자와 보리심기 농촌총동원이 시작되면서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고 농촌에 동원되는 학생과 주민들, 그리고 현지 농민들이다. 금요일부터 주말에 농촌 동원에 나가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밥곽(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개 굶거나 묵지가룩죽 또는 삶은 감자 몇 개를 싸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개 간부들이나 책임일군들은 5대5밥을 싸오고, 생활 형편이 좋은 사람들 중에는 간간이 옥수수밥을 싸오기도 한다. 학생들이 농촌동원을 나간 경우에는 농장에서 식량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백암군 유평노동자구, 서두리, 양곡리 등에서는 농장 일을 도우러 온 학생들에게 감자를 삶아주었는데, 썩은 것들이 많아 학생들이 배를 곯을 때가 더 많았다. 농민들은 개인 소토지 농사를 짓는 게 낫다며, 농장에서 씨감자를 훔쳐 개인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 농촌동원에 나선 대학생들이 씨감자를 농민에게 건네주고 먹을 것을 얼마간 받기도 한다. 농민들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개인 소토지 농사를 짓는데 더 열중하고, 학생들은 훔쳐 먹는다. 한편 농촌동원 나온 배고픈 사람들 때문에 농장 세대마다 도둑이 급증하자, 집집마다 식량 단속에 바쁘다. 일하러 나가지 못하는 노인이 집을 지키거나 어린 자녀가 있으면 학교에 안 보내고 집을 지키게 한다. 인민반에서는 농장 일을 하러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선별해 경비를 서게 하고, 보안서들은 농장 순찰대를 제대군인들로 조직해서 농장의 씨감자 창고와 비료 창고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량강도, “올해 믿을 것은 보리와 감자 조기수확뿐”

량강도 대홍단군, 삼지연군, 백암군을 비롯한 관내 지역들이 3월 27일부터 일제히 감자와 보리 심기에 나섰다. 공장, 기업소, 인민반, 학교 등 각 기관, 기업소, 단위들은 농촌 총동원령에 농장으로 불려나갔다. 중학생들은 4월 중순 파종을 끝낼 때까지 학업을 중단했다. 혜산시 관내 전문학교와 대학 학생들도 식량문제를 풀기 위한 결의 모임을 한 뒤 백암군, 대홍단군 등 인근 감자 농장에 농촌동원을 나섰다. 대홍단군의 일부 농장에서는 보리 파종 면적을 작년보다 더 늘렸는데, “일찍 먹을 수 있는 보리를 심어야 7월부터라도 식량 문제를 풀 수 있다. 올해 믿을 것은 보리와 감자 조기수확 뿐”이라, 이들 작물에 최대한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료다. 흥남비료공장에서 어렵게 들여온 비료가 있지만 감자 농사에 턱없이 부족해 흙보산 비료를 대신 공급하고 있다. 농민들이 직접 모은 퇴비라고 해야 비료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영양분이 없어 사실 감자 농사든 보리농사든 비료 걱정이 제일 크다. 밭갈이도 골치다. 기름이 없어 트랙터를 이용하기도 어렵고, 있어도 15마력 이하라 밭을 깊이 갈지도 못한다. 결국 부림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곳이 많은데, 소라고 잘 먹을 리가 없어 힘을 제대로 못 쓴다. 이래저래 밭갈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량강도 도당과 각 시, 군당 일군들은 감자와 보리 파종을 직접 지도하고 농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됐다. 일부 농장들에서는 감자와 보리 파종을 주체농법대로 하기 위한 방식상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때 농장 일군들과 농촌동원을 지휘하는 책임자급들은 방식상학에 반드시 참가해 감자와 보리 심는 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오직 믿을 것은 보리와 감자 조기 수확”이라고 강조하고, 많은 사람들을 농촌에 동원해도 농사 전망은 밝지 않다.

식량난에 전국 결핵 환자 증가

평양 만경대구역에 위치한 제3예방원은 중앙결핵예방원이다. 작년 말, 추위가 심해지면서 결핵환자들이 부쩍 늘어 입원실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환자는 늘었지만, 병원은 고요하다. 그나마 이곳은 외부에서 결핵 약품을 지원받는 곳이라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환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평안남도 평성시 도예방원에 등록된 결핵환자 중 비개방성 환자가 2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성은 전국 도매시장 역할을 하면서 한때 평양 다음으로 활발한 상업 도시였으나, 작년 초 시장 폐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뒤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주민이 급증하고, 덩달아 결핵환자들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담당 의사들은 약품과 영양을 보충해줄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환자들은 “누워서 이대로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식구들에게 아무 짐이 되지 않게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강원도 원산시 예방원에는 올 들어 7-12세 어린이 결핵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뢴트겐 촬영을 하는 어린이 환자 수가 매일 70-80명에 가량 되는데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어린이 환자들의 내력을 살펴보면 대체로 부모 중 한쪽이 결핵을 앓고 있거나 또 올 겨울 유독 강추위에 떨다가 감기에서 급성폐렴으로, 다시 결핵으로 전이된 환자들도 많다. 개방성 결핵 환자들에게는 치료약이 공급되지만, 환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중간에 시장으로 빠져 나가기도 한다. 식량난이 심화될수록 결핵환자들도 늘고 있지만, 당국의 대처는 찾아보기 어렵다.

“꽃밭 가꾸기, 도로건설? 벅차고 힘들어”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에는 3-4월 위생월간을 맞아 환경 미화와 개선을 위한 군중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별히 올해에는 평양, 평성, 함흥, 신의주 등 주요 도시의 모든 거리마다 꽃밭으로 장식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4월 15일 명절 경축 기념으로 아파트마다 베란다에 화분을 10개씩 놓으라는 지시도 내렸다. 함흥시에서는 10개의 화분 중 4-5개는 인공 화분을 하라면서 비닐로 만든 화초에 비닐 꽃을 달아서 내놓으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해마다 하는 환경미화운동이지만,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진 주민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사업이기도 하다. 겨우내 쌓였던 오물들을 제거하고, 파손된 상하수도관을 손질하고, 회칠도 새로 하는 등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자꾸 내놓으라고 하는 과제가 많으니 괴롭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장군님께서 더 이상 외국에 나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중앙당에서 들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장군님께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중국의 거리처럼 평양 거리도 꽃밭으로 가꾸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전국적으로 꽃밭 가꾸기와 화분 내놓기 사업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원래 당중앙에서는 세외부담을 절대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중국 거리가 꽃밭으로 장식이 잘 되어 있더라는 말씀을 전달받으면, 지방당에서 그것을 받아서 제각각 행동하는 것이다. 아래 사람들이 아첨하느라고 알아서 거두는 것이지, 중앙당에서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생활고에 지친 주민들로선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도로 확장 건설 방침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우리 조선도 중국처럼 도로를 크게 확장하여야 겠습니다”라는 방침을 내리자 각 도시마다 도로 확장 공사 준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당장 시멘트 살 돈도 없지만 우선 녀맹원들로 ‘생산돌격대’부터 꾸린 지역들이 많다. 량강도 혜산시, 함남 단천시 등 지역 곳곳에서는 도로 확장 건설을 위해 녀맹원들이 생산돌격대로 차출되면서 녀맹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 세월에 가정에서 여자들이 벌지 않으면 식구들이 다 굶어죽을 판이다. 여자들이 집에 있다고 해서 노는 게 아니다. 왜 여자들만 돌격대로 조직하려고 하는가?”라며 녀맹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혜산시 혜탄동에 사는 리명옥(가명)씨는 “집에서 앓고 있는 남편 대신에 내가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해서 두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생산돌격대에 나가면 누가 우리 집 식구들을 거둬 먹일 것이냐, 나는 절대로 못 나간다”고 했다. 돌격대에 나가지 않겠다는 녀맹원과 녀맹 일군들 사이에 실랑이도 일어나고 간혹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병원에서 비싼 돈 들여 진단서를 떼와 아프다는 구실로 나가지 않으려는 여성들도 있다. 형편이 되는 여성들은 녀맹 일군들에게 쌀이나 돈을 바치고 명단에서 빠지기도 한다.

평양 주민들의 하소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교구역에 사는 장복순(가명)씨는 “장군님의 중국방문은 백성들을 잘 살게 하려고 하시는 것이지만, 그 밑에 사람들이 일을 잘 못하니 꼭 백성들의 피땀을 짜내고 만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오늘 내일 하는 우리들에게 도로 확장 공사에까지 나가라는 것은 모두 굶어죽으라는 소리와 같다. 누가 이런 말라죽일 짓을 자꾸 만들어내는지, 장군님께서 이 사람들을 찾아내 혼내주시면 좋겠다. 왜 자꾸 당에서는 우리 백성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정책만 만들어 내놓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함경남도 함흥시 사포구역 사포 1동에 사는 리향심(가명)씨는 “눈만 뜨면 기분 좋은 소리는 없고, 계속 사람 못살게 구는 말밖에 없다. 우리 위대하신 김정일 장군님은 인민경제를 염려하시어 여러 부문들로 식료 공장이요, 돼지 공장들이요, 한시도 쉬지 않고 현지지도 다니시는데 대체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어떻게 된 것이 인민 생활이 조금만치도 향상된 게 없다. 날마다 돈을 거둬가고 사람 불러가니 정말 진저리나게 못 살겠다. 백성들의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고, 날마다 굶어 죽는 사람만 늘어나니, 당의 선전이나 지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 당에서는 선전만 번지르르하게 하고는 어느 하나도 현실로 되는 것이 없고, 사람들을 속임수로 거짓말만 한다”며 당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간부 차량 노리는 군대 도둑 기승

지난 2월 초, 중앙당의 한 고위간부가 함흥시의 2월 16일 명절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하러 한밤중에 내려가다가 봉변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에게 배속된 벤츠 차량을 몰고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한 무리의 군인들이 길을 막았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차를 세우고 호위군관에게 알아보게 했는데, 차문을 열자마자 몇몇 군인들이 팔을 잡고, 차에 있던 운전사와 간부까지 막무가내로 끌어내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호위군관이 팔을 비틀어 자신을 붙들고 있던 군인들을 제압했으나 곧 사방에서 날라 온 총머리에 온몸을 난타 당해 결국 어깨뼈가 부서지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어 피를 줄줄 흘린 채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반항하다가는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모두 다 내놓을 테니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소지하고 있던 물건들이 탈탈 털렸는데, 장군님께 선물로 하사받은 손목시계까지 털렸다. 그는 함흥시에 도착하자마자 즉각 평양에 전화를 걸어 사건 발생 지역과 시간을 알려주고 수사를 지시했다. 특수부대가 동원돼 인근 부대를 샅샅이 조사해, 일주일 만에 당시 강도짓을 한 군인들을 잡아냈다. 실제 붙잡힌 인원만 30명이 넘었다. 지휘 군관은 평양으로 이송해 추가 조사를 벌였고, 나머지는 군법에 따라 처리했다.

올해 들어 이런 사건이 벌써 50여 건에 달한다. 사실은 간부 차량이라는 것을 일부러 노리고 저지른 사건들이었다. 3월까지 숨진 사람이 15명에 이른다. 전에는 돈 좀 있어 보이는 주민들을 상대로 도둑질을 했다면, 최근에는 간부 차량을 노리는 건수가 부쩍 늘고 있어 당국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물건을 강탈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 목숨까지 함부로 해한다는 점 때문에 간부들도 두려워한다. 1월 말에는 전국 도, 시, 군당 간부들은 물론이고, 국내에 다녀가는 해외대표부들에게도 “한밤중에 절대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사건을 처리하려면 한밤중에 움직여야 하는 보안서와 보위부에도 “사정이 급해 꼭 움직여야 한다면 중간에 군인이 나타나면 절대 차를 세우지 말고 곧장 달려가라”고 같은 내용으로 통보했다. 보안서와 보위부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오히려 목숨을 없애는 경우가 더 빈번하기 때문에 한층 경각심을 촉구했다.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사령부에서는 군인들의 간부 차량 습격 사고가 빈번해지자 집중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인명피해와 사고가 벌어진 현장에서는 보위부 및 보위사령부 등의 연합기동대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도 강탈 사고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보위사령부에서는 함흥 고갯길에서 30명의 군인들을 데리고 일을 벌였던 군관과 전국 각지에서 맨 먼저 잡힌 군인들을 시범삼아 공개처형해서 군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군인들이 간부 차량을 습격하는 데에는 단순히 금품 갈취가 목적이 아니라, 반드시 정치적 의도나 배경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앙당의 판단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를 철저히 밝히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중국 무역 성사 어려워 현지 대표부만 골치

중국과의 전면 무역 선포로 중국에 진출하는 북한 회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월 16일 이후 한 달 새 단동 7개, 대련 5개, 심양 8개 등 장기로 주재하는 회사들도 증가했다. 평양 식당과 상점 등 편의봉사망에서도 지배인들이 중국에 나가 물건을 구입하거나 중국 측 대방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유치하려고 애쓴다. 이렇듯 하나라도 무역 건수를 잡으려고 중국에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중국 측 대방을 찾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무작정 찾아와 투자를 요구하거나 돈도 없으면서 물건을 달라고 요구하는 북한 회사들에 응하려는 중국 대방이 없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 소개로 나갔다고 해도 한두 번 식사 접대를 하고는 다시 만나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장기간 신뢰를 쌓아온 처지가 아니면 아무리 좋은 거래라고 장담해도 선뜻 믿지 않는다. 무역 대표단은 중국 체류 가능 기간이 1주일 내외에 불과하다.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처지가 되면, 아무래도 중국에 상주하는 자국의 무역대표부 사람들에게 의지해 자기 회사 대표들에게 대방들을 연결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은 물론 체류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무리가 가고 나면 또 다른 무리가 들어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한다. 재중 무역대표부 사람들은 “거래할 선도 분명하게 정하지 않고, 체류비도 없이 무작정 나오면 여기서도 별 대책이 없다. 중국 대방을 만나서는 무작정 거래를 같이 하자고 하니, 아무 것도 믿을만한 것도 안 보여주는데 어떤 중국 사람이 좋다고 하자고 하겠는가. 정말 답답하다.”며 불편하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 정치생활

량강도 교육부,“농촌 동원 후 저녁 2시간씩 수업하라”

량강도 교육부에서는 농촌 동원에 나가더라도, 끝나면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기막히다는 반응이다. 하루 종일 잘 먹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농사일을 하고 나면, 저녁에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기 때문이다. “하루에 전기 1시간도 제대로 못 주면서 무슨 공부를 하라는 말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혜산시 의학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상학(가명)씨는 저녁에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하라는 교육부의 지시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총동원에 나와 일한 뒤 저녁에 공부하라는 것은 학생들의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하루 작업 과제를 달성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묵지가루나 감자만 먹이고 그것도 간당간당 주고는 우리가 무슨 기운으로 저녁에 공부를 하러 나온단 말인가. 위에서 지시하는 간부들은 편하게 생활하니 아래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허기진 상태에서 힘들게 일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늘어놓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한 일군은 “국가 차원에서 농촌 동원할 때는 교육을 안 받아도 관계 없지만, 지역 농장들 차원에서 동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교육 계획에 따라 일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전력문제나 피로도, 굶주림 등으로 면학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장에서 하루 일이 끝날 적이나 휴식시간에 교원이 한 두 마디만 하고 끝나는 식이다. 했다는 시늉만 하는 거다. 그 시간에도 학생들이 다 졸고 있다”고 말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꽃밭 가꾸기, 도로건설? 벅차고 힘들어”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에는 3-4월 위생월간을 맞아 환경 미화와 개선을 위한 군중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별히 올해에는 평양, 평성, 함흥, 신의주 등 주요 도시의 모든 거리마다 꽃밭으로 장식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4월 15일 명절 경축 기념으로 아파트마다 베란다에 화분을 10개씩 놓으라는 지시도 내렸다. 함흥시에서는 10개의 화분 중 4-5개는 인공 화분을 하라면서 비닐로 만든 화초에 비닐 꽃을 달아서 내놓으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해마다 하는 환경미화운동이지만,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진 주민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사업이기도 하다. 겨우내 쌓였던 오물들을 제거하고, 파손된 상하수도관을 손질하고, 회칠도 새로 하는 등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자꾸 내놓으라고 하는 과제가 많으니 괴롭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장군님께서 더 이상 외국에 나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중앙당에서 들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장군님께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중국의 거리처럼 평양 거리도 꽃밭으로 가꾸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전국적으로 꽃밭 가꾸기와 화분 내놓기 사업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원래 당중앙에서는 세외부담을 절대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중국 거리가 꽃밭으로 장식이 잘 되어 있더라는 말씀을 전달받으면, 지방당에서 그것을 받아서 제각각 행동하는 것이다. 아래 사람들이 아첨하느라고 알아서 거두는 것이지, 중앙당에서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생활고에 지친 주민들로선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도로 확장 건설 방침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우리 조선도 중국처럼 도로를 크게 확장하여야 겠습니다”라는 방침을 내리자 각 도시마다 도로 확장 공사 준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당장 시멘트 살 돈도 없지만 우선 녀맹원들로 ‘생산돌격대’부터 꾸린 지역들이 많다. 량강도 혜산시, 함남 단천시 등 지역 곳곳에서는 도로 확장 건설을 위해 녀맹원들이 생산돌격대로 차출되면서 녀맹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 세월에 가정에서 여자들이 벌지 않으면 식구들이 다 굶어죽을 판이다. 여자들이 집에 있다고 해서 노는 게 아니다. 왜 여자들만 돌격대로 조직하려고 하는가?”라며 녀맹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혜산시 혜탄동에 사는 리명옥(가명)씨는 “집에서 앓고 있는 남편 대신에 내가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해서 두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생산돌격대에 나가면 누가 우리 집 식구들을 거둬 먹일 것이냐, 나는 절대로 못 나간다”고 했다. 돌격대에 나가지 않겠다는 녀맹원과 녀맹 일군들 사이에 실랑이도 일어나고 간혹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병원에서 비싼 돈 들여 진단서를 떼와 아프다는 구실로 나가지 않으려는 여성들도 있다. 형편이 되는 여성들은 녀맹 일군들에게 쌀이나 돈을 바치고 명단에서 빠지기도 한다.

평양 주민들의 하소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교구역에 사는 장복순(가명)씨는 “장군님의 중국방문은 백성들을 잘 살게 하려고 하시는 것이지만, 그 밑에 사람들이 일을 잘 못하니 꼭 백성들의 피땀을 짜내고 만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오늘 내일 하는 우리들에게 도로 확장 공사에까지 나가라는 것은 모두 굶어죽으라는 소리와 같다. 누가 이런 말라죽일 짓을 자꾸 만들어내는지, 장군님께서 이 사람들을 찾아내 혼내주시면 좋겠다. 왜 자꾸 당에서는 우리 백성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정책만 만들어 내놓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함경남도 함흥시 사포구역 사포 1동에 사는 리향심(가명)씨는 “눈만 뜨면 기분 좋은 소리는 없고, 계속 사람 못살게 구는 말밖에 없다. 우리 위대하신 김정일 장군님은 인민경제를 염려하시어 여러 부문들로 식료 공장이요, 돼지 공장들이요, 한시도 쉬지 않고 현지지도 다니시는데 대체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어떻게 된 것이 인민 생활이 조금만치도 향상된 게 없다. 날마다 돈을 거둬가고 사람 불러가니 정말 진저리나게 못 살겠다. 백성들의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고, 날마다 굶어 죽는 사람만 늘어나니, 당의 선전이나 지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 당에서는 선전만 번지르르하게 하고는 어느 하나도 현실로 되는 것이 없고, 사람들을 속임수로 거짓말만 한다”며 당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 경제활동

혜산시 대학생들도 “내가 학생인지, 농장원인지”

량강도 혜산시 공업 대학은 백암군 지역 농장들에 농촌 동원을 나가 있다. 끼니에 나오는 음식이라곤 감자와 묵지가루가 섞인 밥이 전부다. 한 끼당 200g 미만의 반찬도 없는 밥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에게는 위에 기별도 안 가는 적은 양이다. 작업장에 나와 맥이 풀린 상태에서 땅에 주저앉아 있는 학생들이 많다. 허기가 져서 도저히 일할 기력이 없기 때문이다. 시당이나 군당 일군들이 현장 감독을 하러 나오면 그때만 일하는 척하고, 지도 성원이 가면 또 다시 주저앉고 만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상부에서 학생들의 담당 교원을 불러 강하게 질책하기도 하지만, 교원들이라고 별 도리가 없다. 학생들이 배가 고파서 일을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학급에서는 학생 일인당 5천원씩 거둬 옥수수를 구입해 끼니에 보태기도 한다. 학생들로선 5천원이 만만치 않은 돈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의식에 얼마간 돈을 꿔서라도 식량 사는데 보탠다. 그러나 돈을 내지 못할 형편에 이르면, 훔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유평노동자구에 동원나간 대학생들은 바로 사나흘 전에 손수 심은 씨감자를 싹 거둬와 삶아 먹기도 했다. 혜산 공업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김광일(가명)씨는 “점심으로 주는 밥은 한 두세 숟가락 먹고 나면 금새 없어진다. 대체 입으로 들어갔는지 뱃속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이다. 뭘 먹어야 힘이 나서 일하겠는데, 배가 너무 고프니 머릿속에는 온통 먹을 생각 밖에 없다. 나중에 처벌을 받든지 말든지 일단 심었던 감자라도 다시 파먹어야 동원기간을 버틴다는 생각에 별 죄책감 없이 훔쳐 먹는다”고 했다. 비료를 훔치는 방법도 있다. 밭에 비료를 조금씩 뿌리고, 한쪽 구석에 웅덩이를 깊게 파서 몰래 비료를 묻어두었다가 한밤중에 다시 파와 소토지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판다. 주로 비료 1kg에 옥수수 1kg을 교환한다. 배곯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인 농촌 총동원에 학생들의 불만이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빈부격차가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아버지가 간부이거나 법관, 돈주로 돈 걱정이 별로 없는 학생들은 옥수수 50kg 이상씩 학교에 바치고는 총동원에서 아예 빠지곤 한다. 올해 공업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리영일(가명)씨는 “농촌총동원이 되면 로동자의 자식들만 죽어난다. 말로는 학생의 첫째 가는 임무는 오직 학습이라고 하고, 봄과 가을이 되면 해마다 감자 농촌동원을 하니 어떻게 실력이 올라 갈 수 있겠는가? 내가 공부하는 학생인지 감자 농사를 짓는 농장원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군대 제대하고 입학한 학생이 아니라 직통생인 그로선 소학교 때부터 감자 농사를 짓다보니 감자 싹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고 했다.

량강도, 고난의 농촌 총동원 시작

량강도 지역에서 일제히 감자와 보리심기 농촌총동원이 시작되면서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고 농촌에 동원되는 학생과 주민들, 그리고 현지 농민들이다. 금요일부터 주말에 농촌 동원에 나가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밥곽(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개 굶거나 묵지가룩죽 또는 삶은 감자 몇 개를 싸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개 간부들이나 책임일군들은 5대5밥을 싸오고, 생활 형편이 좋은 사람들 중에는 간간이 옥수수밥을 싸오기도 한다. 학생들이 농촌동원을 나간 경우에는 농장에서 식량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백암군 유평노동자구, 서두리, 양곡리 등에서는 농장 일을 도우러 온 학생들에게 감자를 삶아주었는데, 썩은 것들이 많아 학생들이 배를 곯을 때가 더 많았다. 농민들은 개인 소토지 농사를 짓는 게 낫다며, 농장에서 씨감자를 훔쳐 개인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 농촌동원에 나선 대학생들이 씨감자를 농민에게 건네주고 먹을 것을 얼마간 받기도 한다. 농민들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개인 소토지 농사를 짓는데 더 열중하고, 학생들은 훔쳐 먹는다. 한편 농촌동원 나온 배고픈 사람들 때문에 농장 세대마다 도둑이 급증하자, 집집마다 식량 단속에 바쁘다. 일하러 나가지 못하는 노인이 집을 지키거나 어린 자녀가 있으면 학교에 안 보내고 집을 지키게 한다. 인민반에서는 농장 일을 하러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선별해 경비를 서게 하고, 보안서들은 농장 순찰대를 제대군인들로 조직해서 농장의 씨감자 창고와 비료 창고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무역 성사 어려워 현지 대표부만 골치

중국과의 전면 무역 선포로 중국에 진출하는 북한 회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월 16일 이후 한 달 새 단동 7개, 대련 5개, 심양 8개 등 장기로 주재하는 회사들도 증가했다. 평양 식당과 상점 등 편의봉사망에서도 지배인들이 중국에 나가 물건을 구입하거나 중국 측 대방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유치하려고 애쓴다. 이렇듯 하나라도 무역 건수를 잡으려고 중국에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중국 측 대방을 찾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무작정 찾아와 투자를 요구하거나 돈도 없으면서 물건을 달라고 요구하는 북한 회사들에 응하려는 중국 대방이 없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 소개로 나갔다고 해도 한두 번 식사 접대를 하고는 다시 만나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장기간 신뢰를 쌓아온 처지가 아니면 아무리 좋은 거래라고 장담해도 선뜻 믿지 않는다. 무역 대표단은 중국 체류 가능 기간이 1주일 내외에 불과하다.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처지가 되면, 아무래도 중국에 상주하는 자국의 무역대표부 사람들에게 의지해 자기 회사 대표들에게 대방들을 연결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은 물론 체류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무리가 가고 나면 또 다른 무리가 들어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한다. 재중 무역대표부 사람들은 “거래할 선도 분명하게 정하지 않고, 체류비도 없이 무작정 나오면 여기서도 별 대책이 없다. 중국 대방을 만나서는 무작정 거래를 같이 하자고 하니, 아무 것도 믿을만한 것도 안 보여주는데 어떤 중국 사람이 좋다고 하자고 하겠는가. 정말 답답하다.”며 불편하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 식량소식

량강도, “올해 믿을 것은 보리와 감자 조기수확뿐”

량강도 대홍단군, 삼지연군, 백암군을 비롯한 관내 지역들이 3월 27일부터 일제히 감자와 보리 심기에 나섰다. 공장, 기업소, 인민반, 학교 등 각 기관, 기업소, 단위들은 농촌 총동원령에 농장으로 불려나갔다. 중학생들은 4월 중순 파종을 끝낼 때까지 학업을 중단했다. 혜산시 관내 전문학교와 대학 학생들도 식량문제를 풀기 위한 결의 모임을 한 뒤 백암군, 대홍단군 등 인근 감자 농장에 농촌동원을 나섰다. 대홍단군의 일부 농장에서는 보리 파종 면적을 작년보다 더 늘렸는데, “일찍 먹을 수 있는 보리를 심어야 7월부터라도 식량 문제를 풀 수 있다. 올해 믿을 것은 보리와 감자 조기수확 뿐”이라, 이들 작물에 최대한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료다. 흥남비료공장에서 어렵게 들여온 비료가 있지만 감자 농사에 턱없이 부족해 흙보산 비료를 대신 공급하고 있다. 농민들이 직접 모은 퇴비라고 해야 비료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영양분이 없어 사실 감자 농사든 보리농사든 비료 걱정이 제일 크다. 밭갈이도 골치다. 기름이 없어 트랙터를 이용하기도 어렵고, 있어도 15마력 이하라 밭을 깊이 갈지도 못한다. 결국 부림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곳이 많은데, 소라고 잘 먹을 리가 없어 힘을 제대로 못 쓴다. 이래저래 밭갈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량강도 도당과 각 시, 군당 일군들은 감자와 보리 파종을 직접 지도하고 농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됐다. 일부 농장들에서는 감자와 보리 파종을 주체농법대로 하기 위한 방식상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때 농장 일군들과 농촌동원을 지휘하는 책임자급들은 방식상학에 반드시 참가해 감자와 보리 심는 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오직 믿을 것은 보리와 감자 조기 수확”이라고 강조하고, 많은 사람들을 농촌에 동원해도 농사 전망은 밝지 않다.

식량난에 전국 결핵 환자 증가

평양 만경대구역에 위치한 제3예방원은 중앙결핵예방원이다. 작년 말, 추위가 심해지면서 결핵환자들이 부쩍 늘어 입원실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환자는 늘었지만, 병원은 고요하다. 그나마 이곳은 외부에서 결핵 약품을 지원받는 곳이라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환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평안남도 평성시 도예방원에 등록된 결핵환자 중 비개방성 환자가 2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성은 전국 도매시장 역할을 하면서 한때 평양 다음으로 활발한 상업 도시였으나, 작년 초 시장 폐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뒤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주민이 급증하고, 덩달아 결핵환자들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담당 의사들은 약품과 영양을 보충해줄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환자들은 “누워서 이대로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식구들에게 아무 짐이 되지 않게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강원도 원산시 예방원에는 올 들어 7-12세 어린이 결핵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뢴트겐 촬영을 하는 어린이 환자 수가 매일 70-80명에 가량 되는데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어린이 환자들의 내력을 살펴보면 대체로 부모 중 한쪽이 결핵을 앓고 있거나 또 올 겨울 유독 강추위에 떨다가 감기에서 급성폐렴으로, 다시 결핵으로 전이된 환자들도 많다. 개방성 결핵 환자들에게는 치료약이 공급되지만, 환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중간에 시장으로 빠져 나가기도 한다. 식량난이 심화될수록 결핵환자들도 늘고 있지만, 당국의 대처는 찾아보기 어렵다.

■ 사회

간부 차량 노리는 군대 도둑 기승

지난 2월 초, 중앙당의 한 고위간부가 함흥시의 2월 16일 명절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하러 한밤중에 내려가다가 봉변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에게 배속된 벤츠 차량을 몰고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한 무리의 군인들이 길을 막았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차를 세우고 호위군관에게 알아보게 했는데, 차문을 열자마자 몇몇 군인들이 팔을 잡고, 차에 있던 운전사와 간부까지 막무가내로 끌어내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호위군관이 팔을 비틀어 자신을 붙들고 있던 군인들을 제압했으나 곧 사방에서 날라 온 총머리에 온몸을 난타 당해 결국 어깨뼈가 부서지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어 피를 줄줄 흘린 채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반항하다가는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모두 다 내놓을 테니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소지하고 있던 물건들이 탈탈 털렸는데, 장군님께 선물로 하사받은 손목시계까지 털렸다. 그는 함흥시에 도착하자마자 즉각 평양에 전화를 걸어 사건 발생 지역과 시간을 알려주고 수사를 지시했다. 특수부대가 동원돼 인근 부대를 샅샅이 조사해, 일주일 만에 당시 강도짓을 한 군인들을 잡아냈다. 실제 붙잡힌 인원만 30명이 넘었다. 지휘 군관은 평양으로 이송해 추가 조사를 벌였고, 나머지는 군법에 따라 처리했다. 올해 들어 이런 사건이 벌써 50여 건에 달한다. 사실은 간부 차량이라는 것을 일부러 노리고 저지른 사건들이었다. 3월까지 숨진 사람이 15명에 이른다. 전에는 돈 좀 있어 보이는 주민들을 상대로 도둑질을 했다면, 최근에는 간부 차량을 노리는 건수가 부쩍 늘고 있어 당국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물건을 강탈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 목숨까지 함부로 해한다는 점 때문에 간부들도 두려워한다. 1월 말에는 전국 도, 시, 군당 간부들은 물론이고, 국내에 다녀가는 해외대표부들에게도 “한밤중에 절대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사건을 처리하려면 한밤중에 움직여야 하는 보안서와 보위부에도 “사정이 급해 꼭 움직여야 한다면 중간에 군인이 나타나면 절대 차를 세우지 말고 곧장 달려가라”고 같은 내용으로 통보했다. 보안서와 보위부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오히려 목숨을 없애는 경우가 더 빈번하기 때문에 한층 경각심을 촉구했다.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사령부에서는 군인들의 간부 차량 습격 사고가 빈번해지자 집중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인명피해와 사고가 벌어진 현장에서는 보위부 및 보위사령부 등의 연합기동대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도 강탈 사고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보위사령부에서는 함흥 고갯길에서 30명의 군인들을 데리고 일을 벌였던 군관과 전국 각지에서 맨 먼저 잡힌 군인들을 시범삼아 공개처형해서 군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군인들이 간부 차량을 습격하는 데에는 단순히 금품 갈취가 목적이 아니라, 반드시 정치적 의도나 배경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앙당의 판단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를 철저히 밝히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