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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461호

■ 시선집중

“섬유 생산 잘 안 된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솜과 면류, 기타 섬유제품이 북한으로 많이 들어갔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간부는 “옷을 새로 사 입는 사람들은 잘 사는 계층이다. 대부분 옷이라고 해야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수준이다. 인민들의 식생활이 너무 큰 문제라서 관심을 안 가지지만, 입는 것도 진짜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섬유생산이 안 되니 중국에서 사오는 수밖에 없는데, 입에 넣을 것도 없는 판에 입을 것을 챙기는 인민이 몇이나 될 것 같으냐. 창피해서 말을 못하는 거지, 인민들이 헐벗은 거 보면 한숨도 안 나온다. 주체섬유가 예상과 달리 생산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2.8비날론공장이 기대와 달리 생산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2.8비날론공장은 원래 3차 7개년계획기간에 폐기하려고 했다. 대신 순천화학련합기업소를 큰 규모의 비날론공장으로 세우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잘 알다시피 다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16년 만에 지난 2010년에 김정일 동지께서 강한 의지를 보이시고, 공장 재건에 나서셨다.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가 않다. 지금쯤 국영상점이나 시장에 비날론 천도 나오고 모포도 깔려야 하지 않느냐. 둘러보면 알겠지만 비날론이나 모포는 말할 것도 없고, 천 1m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군복까지 중국에서 사 오고 있다. 국경지역에 가보면 알겠지만, 우리 군인들을 멀리서 보면 중국 군인과 구분을 못한다. 2.8비날론공장의 생산이 아무리 안 좋아도 군복만큼은 보장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2.8비날론공장을 16년 만에 재건했지만, 원자재 부족과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 낙후한 기술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체철, 사실상 실패”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는 중국에서 들여온다. 원래는 함경북도 청진 김책제철소에서 조달하려고 했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주체철 생산 공법이 성공해 휘황한 전망이 열렸다고 좋아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고 전했다. “작년 1월에 세계적인 과학기술, 첨단기술의 하나인 산소 열법에 의한 철 생산 기술을 장악했다고 얼마나 시끄럽게 선전했었나. 4월 15일까지는 살림집과 인민봉사시설들이 모두 완공될 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알게 됐다. 주체철 생산에 기대를 하면 안 되겠구나.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지니까 다른 데보다야 생산이 되는 편이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절대 못 미쳤다. 절반도 생산이 안 되니까 할 말이 없는 거다. 금년 들어서까지 생산이 안 되고 있다. 중앙에서도 좌시할 수가 없어, 책임을 물어 숱한 기술자들을 붙잡아갔다”고 설명했다.

청진의 한 간부는 “작년에 새로운 실험에 성공한 건 사실이다. 우리 제철소(김책)에는 큰 로가 4개, 작은 로가 4개 있는데, 따로 실험용으로 작은 로를 하나 만들었다. 작은 로에서 실험을 성공해도 실제 크기의 로에서 해보면 당연히 오류가 발생한다. 처음부터 큰 로로 실험을 해야 하는데, 돈이나 자재, 로력(노동력), 뭐든 숱하게 들어가야 하고, 실패도 여러 차례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럴 돈도 시간도 기술도 없었다.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토로했다. 주체철 생산이 기대에 못 미치자, 수입에 의존하면서 살림집 건설 완공 시기도 무한정 늦어지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은 “평양 살림집 건설장에서 수십 동에 달하는 고층살림집들의 골조 조립이 성과적으로 끝났다”고 보도했으나, 골조공사를 마감하지 못한 곳도 여전히 남아있다. 내부 공사를 못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올 연말을 완공 목표로 잡고 있지만, 자금난과 자재 부족으로 몇%나 완공될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자립적민족경제로선, 자립이란 말이 무색

주체철, 주체비료, 주체섬유 등 이른바 자립적민족경제로선의 3대 기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자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립이 어렵다는 자조 섞인 한숨도 들린다. 올해 초 2012년 강성대국 원년 선포를 앞두고, “주체철과 주체비료, 주체섬유가 쾅쾅 쏟아져 자립적민족경제건설의 튼튼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선전했던 것과 달리, 생산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전에“자립적민족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은 남에게 예속되지 않고, 제 발로 걸어 나가는 경제, 자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며, 자기 나라의 자원과 자기 인민의 힘에 의거하여 발전하는 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재중 해외대표부 일군들, 국내 일군들 기피 심해져

재중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북한에서 새로 임명돼 중국에 나오는 당, 정, 기관 일군들을 피하는 일이 심해지고 있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이들을 접대하는 일이 국가 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착하면서부터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부터 귀국하는 길에 선물을 주는 일까지 줘야한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예전에는 나라에 충성하라는 식으로 교양을 했다면, 이제는 과제를 안 하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협박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작년 9월까지 해외대표부 일군들의 교체가 완료됐고, 10월부터 국내 무역기관들에서 주요 몇몇 책임자만 남고 모두 교체됐다. 감옥에 가지 않으면 혁명화 받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체로 새로 바뀌었다. 새로운 간부들이 중국에 나가다 보니, 해외대표부 일군들로선 일이 더 많아졌다. 중국 대방들을 새로 연결해줘야 하고, 물정을 잘 모르니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고,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고 돈 쓰는 것도 다 대야 하니까 아예 안 만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내각 성마다 비료 구입 과제

올해 농장들마다 비료 부족으로 비상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비료는 찾아볼 수 없고 내각 성 단위에 비료 과제를 내려 3-4월에 중국의 질 낮은 비료만이 간간이 들어왔다. “무역성 일군들에게 비료 구입 과제를 내렸다가, 내각으로 20만 톤 과제를 내리고, 무역성에는 다시 식량 과제를 내렸다. 내각의 성에는 질소비료와 뇨소 비료 구입을 과제로 내렸다. 국내 식량 부족이 심하니, 각자 알아서 량심껏 내라고 했는데, 모두 얼마를 내야 할 지 몰라 눈치를 살피면서 조금씩 식량을 바치고 있다. 내각의 성에는 비료 과제로 돈을 내거나 비료를 내면, 년말에 국가 상납금에서 그만큼 면제해주기로 했다. 성 일군들은 국내에서 자체로 절반을 해결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기네 단위에서 해외로 파견한 대표들에게 과제를 떨구었다. 체육성은 국내에서 1만 톤을 만들어 내거나 돈으로 마련하고, 또 1만 톤을 해외에 나가있는 체육성 일군들에게 골고루 분담하게끔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서 비료를 들여오고 있는데, 수량이 많지는 않다”고 했다.

비료 부족에 가뭄까지, 올 농사 최악

농민들이 농지에 물을 대지 못해 바짝바짝 속만 태우고 있다. 6월 중순 쇠약해진 몸에 무더위까지 겹쳐 들판에서 쓰러지는 농민들이 많다. 당국은 농업용수는 물론, 농민들의 영양실조와 일사병에도 아무 대책이 없다. 간부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국가 재난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황해남도 해주시의 한 간부는“해마다 최악이라고 말해왔지만 올 농사가 사상 최악”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비료와 농업용수, 노동력 3박자가 골고루 최악이라 풀죽으로 버텨야 할 춘궁기에 풀죽을 쒀먹을 형편조차 못 된다. 땅이 바싹 메말랐으니 풀이라고 제대로 자라겠나. 가뭄이 길어지니까 물이 오염돼서 병을 앓는 사람도 많아진다. 병원마다 약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지금은 아무 희망이 없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황해북도 사리원의 한 농장일군은 비료가 없어 올해 농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농사철에 비료가 모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없다. 흥남비료공장에서 올해부터는 비료를 생산해줄 줄 알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어쩌다 한 번씩 중국에서 비료가 들어오는 정도다. 우리 도는 군량미기지다 보니, 인민무력부 간부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무역일군들을 설복해서 중국 대방에게 높은 값으로 가을에 갚기로 하고 겨우 비료를 얻어왔다. 절대 선불이 아니면 못 준다고 했다가 우리 처지를 측은히 여겨 후불로 준 것이다. 어렵게 들여온 비료지만, 농사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비료 50만 톤을 구입해야 하는데, 자금 부족으로 20만 톤으로 줄였다. 이조차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경제활동

“섬유 생산 잘 안 된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솜과 면류, 기타 섬유제품이 북한으로 많이 들어갔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간부는 “옷을 새로 사 입는 사람들은 잘 사는 계층이다. 대부분 옷이라고 해야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수준이다. 인민들의 식생활이 너무 큰 문제라서 관심을 안 가지지만, 입는 것도 진짜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섬유생산이 안 되니 중국에서 사오는 수밖에 없는데, 입에 넣을 것도 없는 판에 입을 것을 챙기는 인민이 몇이나 될 것 같으냐. 창피해서 말을 못하는 거지, 인민들이 헐벗은 거 보면 한숨도 안 나온다. 주체섬유가 예상과 달리 생산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2.8비날론공장이 기대와 달리 생산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2.8비날론공장은 원래 3차 7개년계획기간에 폐기하려고 했다. 대신 순천화학련합기업소를 큰 규모의 비날론공장으로 세우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잘 알다시피 다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16년 만에 지난 2010년에 김정일 동지께서 강한 의지를 보이시고, 공장 재건에 나서셨다.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가 않다. 지금쯤 국영상점이나 시장에 비날론 천도 나오고 모포도 깔려야 하지 않느냐. 둘러보면 알겠지만 비날론이나 모포는 말할 것도 없고, 천 1m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군복까지 중국에서 사 오고 있다. 국경지역에 가보면 알겠지만, 우리 군인들을 멀리서 보면 중국 군인과 구분을 못한다. 2.8비날론공장의 생산이 아무리 안 좋아도 군복만큼은 보장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2.8비날론공장을 16년 만에 재건했지만, 원자재 부족과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 낙후한 기술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체철, 사실상 실패”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는 중국에서 들여온다. 원래는 함경북도 청진 김책제철소에서 조달하려고 했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주체철 생산 공법이 성공해 휘황한 전망이 열렸다고 좋아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고 전했다. “작년 1월에 세계적인 과학기술, 첨단기술의 하나인 산소 열법에 의한 철 생산 기술을 장악했다고 얼마나 시끄럽게 선전했었나. 4월 15일까지는 살림집과 인민봉사시설들이 모두 완공될 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알게 됐다. 주체철 생산에 기대를 하면 안 되겠구나.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지니까 다른 데보다야 생산이 되는 편이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절대 못 미쳤다. 절반도 생산이 안 되니까 할 말이 없는 거다. 금년 들어서까지 생산이 안 되고 있다. 중앙에서도 좌시할 수가 없어, 책임을 물어 숱한 기술자들을 붙잡아갔다”고 설명했다.

청진의 한 간부는 “작년에 새로운 실험에 성공한 건 사실이다. 우리 제철소(김책)에는 큰 로가 4개, 작은 로가 4개 있는데, 따로 실험용으로 작은 로를 하나 만들었다. 작은 로에서 실험을 성공해도 실제 크기의 로에서 해보면 당연히 오류가 발생한다. 처음부터 큰 로로 실험을 해야 하는데, 돈이나 자재, 로력(노동력), 뭐든 숱하게 들어가야 하고, 실패도 여러 차례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럴 돈도 시간도 기술도 없었다.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토로했다. 주체철 생산이 기대에 못 미치자, 수입에 의존하면서 살림집 건설 완공 시기도 무한정 늦어지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은 “평양 살림집 건설장에서 수십 동에 달하는 고층살림집들의 골조 조립이 성과적으로 끝났다”고 보도했으나, 골조공사를 마감하지 못한 곳도 여전히 남아있다. 내부 공사를 못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올 연말을 완공 목표로 잡고 있지만, 자금난과 자재 부족으로 몇%나 완공될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자립적민족경제로선, 자립이란 말이 무색

주체철, 주체비료, 주체섬유 등 이른바 자립적민족경제로선의 3대 기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자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립이 어렵다는 자조 섞인 한숨도 들린다. 올해 초 2012년 강성대국 원년 선포를 앞두고, “주체철과 주체비료, 주체섬유가 쾅쾅 쏟아져 자립적민족경제건설의 튼튼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선전했던 것과 달리, 생산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전에“자립적민족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은 남에게 예속되지 않고, 제 발로 걸어 나가는 경제, 자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며, 자기 나라의 자원과 자기 인민의 힘에 의거하여 발전하는 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재중 해외대표부 일군들, 국내 일군들 기피 심해져

재중 해외대표부 일군들이 북한에서 새로 임명돼 중국에 나오는 당, 정, 기관 일군들을 피하는 일이 심해지고 있다. 해외대표부 일군들은 이들을 접대하는 일이 국가 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착하면서부터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부터 귀국하는 길에 선물을 주는 일까지 줘야한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예전에는 나라에 충성하라는 식으로 교양을 했다면, 이제는 과제를 안 하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협박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작년 9월까지 해외대표부 일군들의 교체가 완료됐고, 10월부터 국내 무역기관들에서 주요 몇몇 책임자만 남고 모두 교체됐다. 감옥에 가지 않으면 혁명화 받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체로 새로 바뀌었다. 새로운 간부들이 중국에 나가다 보니, 해외대표부 일군들로선 일이 더 많아졌다. 중국 대방들을 새로 연결해줘야 하고, 물정을 잘 모르니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고,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고 돈 쓰는 것도 다 대야 하니까 아예 안 만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내각 성마다 비료 구입 과제

올해 농장들마다 비료 부족으로 비상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비료는 찾아볼 수 없고 내각 성 단위에 비료 과제를 내려 3-4월에 중국의 질 낮은 비료만이 간간이 들어왔다. “무역성 일군들에게 비료 구입 과제를 내렸다가, 내각으로 20만 톤 과제를 내리고, 무역성에는 다시 식량 과제를 내렸다. 내각의 성에는 질소비료와 뇨소 비료 구입을 과제로 내렸다. 국내 식량 부족이 심하니, 각자 알아서 량심껏 내라고 했는데, 모두 얼마를 내야 할 지 몰라 눈치를 살피면서 조금씩 식량을 바치고 있다. 내각의 성에는 비료 과제로 돈을 내거나 비료를 내면, 년말에 국가 상납금에서 그만큼 면제해주기로 했다. 성 일군들은 국내에서 자체로 절반을 해결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기네 단위에서 해외로 파견한 대표들에게 과제를 떨구었다. 체육성은 국내에서 1만 톤을 만들어 내거나 돈으로 마련하고, 또 1만 톤을 해외에 나가있는 체육성 일군들에게 골고루 분담하게끔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서 비료를 들여오고 있는데, 수량이 많지는 않다”고 했다.

비료 부족에 가뭄까지, 올 농사 최악

농민들이 농지에 물을 대지 못해 바짝바짝 속만 태우고 있다. 6월 중순 쇠약해진 몸에 무더위까지 겹쳐 들판에서 쓰러지는 농민들이 많다. 당국은 농업용수는 물론, 농민들의 영양실조와 일사병에도 아무 대책이 없다. 간부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국가 재난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황해남도 해주시의 한 간부는“해마다 최악이라고 말해왔지만 올 농사가 사상 최악”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비료와 농업용수, 노동력 3박자가 골고루 최악이라 풀죽으로 버텨야 할 춘궁기에 풀죽을 쒀먹을 형편조차 못 된다. 땅이 바싹 메말랐으니 풀이라고 제대로 자라겠나. 가뭄이 길어지니까 물이 오염돼서 병을 앓는 사람도 많아진다. 병원마다 약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지금은 아무 희망이 없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황해북도 사리원의 한 농장일군은 비료가 없어 올해 농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농사철에 비료가 모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없다. 흥남비료공장에서 올해부터는 비료를 생산해줄 줄 알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어쩌다 한 번씩 중국에서 비료가 들어오는 정도다. 우리 도는 군량미기지다 보니, 인민무력부 간부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무역일군들을 설복해서 중국 대방에게 높은 값으로 가을에 갚기로 하고 겨우 비료를 얻어왔다. 절대 선불이 아니면 못 준다고 했다가 우리 처지를 측은히 여겨 후불로 준 것이다. 어렵게 들여온 비료지만, 농사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비료 50만 톤을 구입해야 하는데, 자금 부족으로 20만 톤으로 줄였다. 이조차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