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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31호

■ 논평

북한 큰 물 피해 심각, 인도적 지원 신속히 재개해야! -2006년 8월호

북한 큰 물 피해 심각, 인도적 지원 신속히 재개해야!

올해 장마는 유난히도 많은 비를 내려 한반도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남한의 강원도도 피해가 많았지만 북한은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인명피해만도 3천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슴이 무척 아프다.

현재 북한 주민들도 큰 물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 수해 피해로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많은 인명 피해와 수재민들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도 우리에 못지않다. 우리는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긴급 지원품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고, 피해복구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 다 갖춰져 있지만 북한 사정은 그렇지 않다.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없어 피해가 더욱 심했다. 비탈진 경사에 옥수수 농사라도 지어보겠다고 주민들이 땅을 일궈 뙈기밭으로 변모했거나 땔감을 구하기 위한 벌목으로 벌거숭이가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그 결과 단 며칠이라도 집중폭우가 몰아치면 산사태를 막을 도리가 없다. 변변한 댐도 없고 제방 둑이 부실해 물이 넘쳐흘러도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현재 알려진 것보다 피해 실상은 훨씬 더 심각하다.

정확한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과 통신체계가 낙후해 자체적으로 피해 통계를 집계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낸 뒤 북한 당국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기 때문에 수해 피해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설상가상한국 정부마저 인도적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현재 북한 주민들은 그나마 기댈 수 있던 여지마저 막히게 생겼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사회적 긴장, 그리고 이번 큰 물 피해로 북한 주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먼저 구호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남북한 교류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우리는 오히려 침묵하고 있다. 우리의 망설임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는데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구실 삼아 우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1995년 대홍수 피해 이후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힘없이 죽어갈 때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했었나. 저대로 놔두면 북한이 곧 붕괴되어 우리에게로 흡수 통일될 것이라는 강경파의 입장에 따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마저도 못하게 계속 압박하면서 그들의 고통에 수수방관하지 않았던가. 그 결과 결국 수백만 명이 굶주림으로 아까운 목숨들을 잃었다.

우리가 제때 지원을 해주었더라면 그 같은 참담한 비극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꼭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하자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루는 것도, 식량은 부족하기만 한데 큰 물 피해까지 겹쳐 올해 농사가 더 어려워진 것도 그 때와 비슷하다. 이대로 놔두면 또다시 수백만 명의 목숨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은 극히 명료하다. 당장 수해 피해 복구부터 도와주자. 생필품은 물론이고 피해복구를 위한 중장비를 지원해주자. 민간단체들은 수해피해모금운동을 벌이고, 우리 정부도 주저하지 말고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자. 수해 피해에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만 보자. 가뜩이나 먹을 게 없어 기운도 없는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이러저러한 조건을 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도 아니고 인도주의적 원칙도 아니다. 인도적 지원은 그 필요성이 종결되었을 때만 중단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이유로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정치적 명분이 있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건 없다. 북한의 지원 요청을 기다리는 한가한 때가 아니다. 지금은 조건 없이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할 때다. 우리 정부와 대북지원 단체들은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 경제활동

북한 전역 집중호우로 피해 심각 -2006년 8월호

북한 전역 집중호우로 피해 심각

지난 주 한반도 전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북한의 수해가 매우 심각하다. 통신 및 교통의 불편으로 아직 당국의 피해상황이 정확하게 접수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수재로 3천여 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평양시에서는 이번 폭우로 대동강이 넘쳐 평양 옥류관까지 물이 들어찰 정도였다. 대동강이 넘친 것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당국은 국내 통행증 발급을 일시 중지했는데, 수재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 결과 평양에서 외지로 나가는 버스는 단 한 대만 운행하고 있다. 함흥 이남 고원 지대에서는 철교가 물에 잠기고 끊어져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다.

반면 함경북도와 량강도 등 국경연선지역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더위와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강에서 부지런히 물을 길어 나르는데도 옥수수들이 절반 이상 말라죽고 있다고 한다. 북한 전역이 현재 준전시상태로 사회분위기가 긴장되고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 자연재해까지 겹쳐 북한 주민들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경제제제 소문에 주민들 수심 더 깊어져 -2006년 8월호

경제제제 소문에 주민들 수심 더 깊어져

미사일 발사 소식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아 북한 주민들 대부분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북한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은 한 입 두 입 퍼져 나가,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제재까지 받으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는가?”는 걱정이 주민들 사이에 돌고 있다. 설상가상 식량부족과 큰 물 피해까지 겹쳐 북한 주민들의 근심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

회령 대덕농장주택 준공식 -2006년 8월호

회령 대덕농장주택 준공식

7월 5일 회령시 대덕농장주택 60동 건설이 완료되어 준공식을 진행했다. 함경북도에서는 13개 시·군에 농촌주택 건설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회령시가 시범적으로 준공식을 진행하여 농민세대들에게 무상으로 집을 제공했다. 집은 부엌 전실, 위·아랫방, 창고, 목욕탕, 화장실로 되어 있는 100평방미터(30평)짜리이다. 방마다 타일을 붙이고, 천정에 벽지를 바르고, 바닥에는 비닐레자를 깔아 언제든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전국 200여 개 군들에서 시범적으로 한 마을씩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자재난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해 벌써부터 벽에 금이 가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강안분주소 절도혐의자 심한 구타로 여론 악화 -2006년 8월호

강안분주소 절도혐의자 심한 구타로 여론 악화

7월 5일 회령시 경제림 사업소 경비원 4명이 강안분주소에 감금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유는 경제림 사업소 정문 옆집에서 자전거 두 대가 도난당했는데 자전거 도둑들이 사업소의 경비원들과 공모해 정문 안마당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강안분주소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경비원들을 구류장에 감금한 후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심한 구타를 가했다.

구류장으로 먹을 것을 나르던 가족들은 눈꺼풀이 찢어질 정도로 온 몸이 심하게 구타당한 모습을 보고 분주소에 거센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도둑과 연루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는데, 취조 과정에서의 심한 폭행은 너무 하다는 항의였다. 절도 혐의를 밝힐 수 없었던 강안분주소에서는 경비원 전원을 석방할 수밖에 없었는데, 석방 이후 심한 구타 행위에 대한 강안분주소 책임문제가 거론되면서 분주소 주재원이 옷을 벗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유 없이 사람을 마구 때린다는 소리가 지역 사회에 퍼지면서 생긴 결과이다.

“사고 나면 왜 감추려고만 하는가?” -2006년 8월호

“사고 나면 왜 감추려고만 하는가?”

4월 23일 양덕-고원 사이 부래산 역전 부근에서 일어난 열차 충돌 사고는 이제까지 주민들에게 비밀에 부쳐져왔다. 그러나 7월 들면서 사망자 유가족들과 목격자들의 입을 통해 비참한 사고의 진상이 전국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열차 충돌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대형사고일 뿐 아니라 사망자 유가족들이 전국 각지에 있어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열차 충돌 사고 현장을 목격한 제대 군인의 말에 의하면 충돌 시 열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는데, 사망자들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해 역전 부근 객차 안에 사체들을 임시로 안치하고 흰 천으로 가려놓았다고 한다. 병원으로 옮겨진 중상자들도 치료가 늦어 대부분 사망했다고 한다. 워낙 큰 사고라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유엔이나 적십자가 소식을 듣고 도와주겠다고 실태를 물어봐도 그런 일이 절대 없다고 하는 북한 당국을 보고 유가족과 목격자들은 해도 너무 한다는 심정이다. 사고 소식이 지방마다 퍼지면서 “사고가 났으면 공개하고 도움 받을 생각을 해야지, 왜 자꾸 감추려고만 하는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월 1일에도 화물열차 사고 -2006년 8월호

7월 1일에도 화물열차 사고

한편 7월 1일에도 양덕 쪽에서 고원으로 내려오던 화물 열차가 전복되어 3일까지 열차운행이 중단되었다. 열차 운행이 장기 지연되면 고원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먹고 살기 위해 시장이나 음식 매대를 찾게 되는데, 다른 장사뿐 아니라 세숫물 장사까지 동원된다. 열차 지연으로 국가적으로는 손해지만, 고원 읍내 사람들은 장사가 잘 돼 신난다고 한다.

남녀평등권법령발표 행사준비 한창 -2006년 8월호

남녀평등권법령발표 행사준비 한창

7월 30일 남녀 평등권법령 발표일을 맞아 여맹에서는 각종 체육경기와 예술 공연을 조직했다. 이 때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은 7월 20일부터 후방사업 명목으로 매일 1,000원씩 바쳐야 한다. 열흘이면 만원을 내야 하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빠지지만 돈을 못 버는 사람들 참가해서 돈을 안내겠다고 한다. 이처럼 각종 행사나 동원 참가여부에 따라 돈을 걷고 있다.

고등교육환경 열악, 학생들 너무 힘들어 해 -2006년 8월호

고등교육환경 열악, 학생들 너무 힘들어 해

전문학교를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의 교육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교육설비, 실험기자재, 실습 조건 등이 갖춰지지 못해 학과 공부도 어렵지만 더 힘든 것은 바로 숙식이다. 숙식조건(기숙사)이 열악하다보니 학생들이 공부에 몰두하는 시간보다 먹고 입고 사는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청진경제전문학교는 함경북도내에서도 명성 높은 전문학교 중 하나이다. 김일성종합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을 만큼 지역 세력가나 부유층의 자녀들이 들어가 경제 관련 지식을 습득한다.

그러나 청진 시내에 집이 있는 학생들은 소수이고 대개 인근 지역에서 올라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배고픔과 불편한 잠자리로 학교생활이 무척 고달프다. 아침, 점심은 옥수수밥에 배추시래기국을, 저녁에는 옥수수 국수 먹는 게 전부이다. 잠은 한 방에 3-6명이 이층 침대를 사용하는데 겨울에는 난방 장치가 없어 습하면서도 매우 춥다. 여학생이 전교생의 9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 장기간 숙식하다보니 방광염, 대장염, 감기를 달고 사는 여학생들이 많다.

학과 공부 외에 각종 동원령이 내리면 노동을 해야 하고 각종 지원금도 내야 한다. 학생이 공부에만 전념한다는 생각 자체가 사치스러울 정도로 배가 너무 고파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잊어버릴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학생들이 모여 살다보니 친구들끼리 먹는 문제, 입는 문제 등으로 경쟁이 심하다. 아주 잘 입고 쓰지는 못하더라도 웬만큼 친구들을 따라가자면 한 달 용돈으로 몇 만원도 부족하다고 한다. 집에서 이만큼 조달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스스로 위축감을 느껴 자퇴하기도 한다. 어떤 여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구할 길이 막막해 간혹 성매매까지도 한다고 한다.

시장 내 모조생산품 유통 늘어 -2006년 8월호

시장 내 모조생산품 유통 늘어

시장에서 모조생산품 유통이 부쩍 늘고 있다. 개인이 사제로 만든 맥주, 주스, 레몬, 담배 등을 수집한 진짜 용기에 넣어 파는 것이다. 개인 장사꾼들은 빈 맥주병, 주스병, 레몬병, 빈 담배 곽을 수집해서 가짜를 만들기 위해 빈 맥주 병 한 개에 20원, 레몬주스 병 한 개에 100원, 빈 담배 곽 한 개에 5-20원을 주고 사들인다. 맥주, 주스, 레몬주스는 700-800원에 팔며, 담배는 한 갑당 400-700원 정도에 팔아 보통 2-3배 이상의 이윤을 남긴다. 술 장사꾼들은 술 공장에서 술을 사다가 미리 구한 술병에 상표를 붙여 200원짜리 술을 500원에 판다. 주민들이 아무리 주의 깊게 뜯어봐도 모조품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 시선집중

북한 전역 집중호우로 피해 심각-2006년 7월

북한 전역 집중호우로 피해 심각

지난 주 한반도 전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북한의 수해가 매우 심각하다. 통신 및 교통의 불편으로 아직 당국의 피해상황이 정확하게 접수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수재로 3천여 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평양시에서는 이번 폭우로 대동강이 넘쳐 평양 옥류관까지 물이 들어찰 정도였다. 대동강이 넘친 것은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당국은 국내 통행증 발급을 일시 중지했는데, 수재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 결과 평양에서 외지로 나가는 버스는 단 한 대만 운행하고 있다. 함흥 이남 고원 지대에서는 철교가 물에 잠기고 끊어져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다. 반면 함경북도와 량강도 등 국경연선지역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더위와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강에서 부지런히 물을 길어 나르는데도 옥수수들이 절반 이상 말라죽고 있다고 한다. 북한 전역이 현재 준전시상태로 사회분위기가 긴장되고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 자연재해까지 겹쳐 북한 주민들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논평

북한 큰 물 피해 심각, 인도적 지원 신속히 재개해야!

올해 장마는 유난히도 많은 비를 내려 한반도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남한의 강원도도 피해가 많았지만 북한은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인명피해만도 3천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슴이 무척 아프다.

현재 북한 주민들도 큰 물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 수해 피해로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많은 인명 피해와 수재민들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도 우리에 못지않다. 우리는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긴급 지원품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고, 피해복구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 다 갖춰져 있지만 북한 사정은 그렇지 않다.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없어 피해가 더욱 심했다. 비탈진 경사에 옥수수 농사라도 지어보겠다고 주민들이 땅을 일궈 뙈기밭으로 변모했거나 땔감을 구하기 위한 벌목으로 벌거숭이가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그 결과 단 며칠이라도 집중폭우가 몰아치면 산사태를 막을 도리가 없다. 변변한 댐도 없고 제방 둑이 부실해 물이 넘쳐흘러도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현재 알려진 것보다 피해 실상은 훨씬 더 심각하다.

정확한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과 통신체계가 낙후해 자체적으로 피해 통계를 집계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낸 뒤 북한 당국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기 때문에 수해 피해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설상가상한국 정부마저 인도적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현재 북한 주민들은 그나마 기댈 수 있던 여지마저 막히게 생겼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사회적 긴장, 그리고 이번 큰 물 피해로 북한 주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먼저 구호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남북한 교류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우리는 오히려 침묵하고 있다. 우리의 망설임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는데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구실 삼아 우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1995년 대홍수 피해 이후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힘없이 죽어갈 때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했었나. 저대로 놔두면 북한이 곧 붕괴되어 우리에게로 흡수 통일될 것이라는 강경파의 입장에 따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마저도 못하게 계속 압박하면서 그들의 고통에 수수방관하지 않았던가. 그 결과 결국 수백만 명이 굶주림으로 아까운 목숨들을 잃었다.

우리가 제때 지원을 해주었더라면 그 같은 참담한 비극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꼭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하자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루는 것도, 식량은 부족하기만 한데 큰 물 피해까지 겹쳐 올해 농사가 더 어려워진 것도 그 때와 비슷하다. 이대로 놔두면 또다시 수백만 명의 목숨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은 극히 명료하다. 당장 수해 피해 복구부터 도와주자. 생필품은 물론이고 피해복구를 위한 중장비를 지원해주자. 민간단체들은 수해피해모금운동을 벌이고, 우리 정부도 주저하지 말고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자. 수해 피해에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만 보자. 가뜩이나 먹을 게 없어 기운도 없는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이러저러한 조건을 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도 아니고 인도주의적 원칙도 아니다. 인도적 지원은 그 필요성이 종결되었을 때만 중단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이유로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정치적 명분이 있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건 없다. 북한의 지원 요청을 기다리는 한가한 때가 아니다. 지금은 조건 없이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할 때다. 우리 정부와 대북지원 단체들은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회령 양로원 노인, 벌써 14명 아사

전국적으로 식량이 고갈되는 가운데, 함경북도 회령시 원산리 양로원에서는 지난 5월까지 벌써 14명의 노인이 굶주려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화폐교환 조치 이전만 해도 이 양로원에 기거하는 노인은 총 50여 명 가량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3일 조사 결과, 살아남은 노인은 35명 선에 불과했다. 원산리 양로원에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옥수수쌀과 묵지가루를 섞어 걸쭉하게 끓인 죽을 공급해왔다. 그러다 화폐교환조치 이후 식량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농도가 눈에 띄게 엷어져 지금은 ‘맹탕 물’에 약간의 옥수수쌀을 섞는 정도로 변했다. 배부르게 주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한 사람당 한 끼에 겨우 2국자 정도만 떠주는 수준이다. 결국 배고픈 노인들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인근 농가를 찾아가 동냥하는 일이 어느덧 일상의 일이 돼버렸다.

원산 양로원측에서는 시당과 시인민위원회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금도 시량정사업소에서 받는 것이라곤 옥수수 묵지가루와 된장, 간장 등 기초식품 약간에 그치고 있다. 의약품도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식량 대용으로 구해 먹는 야생풀과 구걸하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더니 소화 장애를 겪는 노인들이 많지만 간단한 소화제조차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식량문제와 더불어 식수문제로 대장염을 앓는 노인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식량난의 최대 피해자가 노약자와 어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