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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53호

■ 시선집중

고아원의 겨울살이 혹독-2007년 1월

고아원의 겨울살이 혹독

누구에게나 배고프고 추운 겨울이 더욱 서럽고 혹독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모 없는 어린이들이다. 꽃제비들은 거리에서, 시장에서, 재무지에서 구걸로 방랑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면, 그렇게라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꼼짝없이 고아원 등의 시설에서 영양실조에 말라가는 아이들도 있다. 고아원에 모이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이혼해 더 이상 오갈 데가 없는 무의탁 처지의 아이들이다. 국가적으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보니 항상 굶주리고, 선생님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 많아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기가 어렵다.

올 겨울엔 특히 전국적으로 식량이 부족해 간간이 나오던 옥수수밥을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간혹 간식이라도 먹을 때가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입을 것은 더욱 변변치 못해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으로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 그나마 외부의 지원을 받는 고아원들은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고아원들은 사정이 딱할 뿐이다. 고아원 아이들 중에 조숙한 아이들은 이곳에서 이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함경북도 김책의 12세 남자아이는 너무 추운 겨울이라 꽃제비 생활을 할 자신이 없어 차마 나가지 못하고 올 겨울만 무사히 넘기겠다는 나름의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한편 평양시 사동구역에 있는 계모학원을 비롯해, 전국 각 도시마다 계모학원 및 고아원들이 있지만, 함경북도에는 대표적으로 청진시 라남구역에 애육원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태어난 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은 신생아로부터 12세에 이르는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온성군에는 종성학원이라는 계모학원이 있다.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가 계모(새어머니)를 들인 집에서 가정불화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자녀를 보내는 학원이다. 꼭 계모를 피해 들어온 학생들뿐만 아니라 여기도 부모가 없거나 돌봐 줄 친척이 없는 고아들이 들어간다. 여기에 모인 학생 수만 약 130여명에 이른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무사히 올 겨울을 나려면 무엇보다 외부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논평

북한 식량 상황과 인도적 위기-2007년 1월

북한 식량 상황과 인도적 위기

2006년 북한 식량상황에 대한 여러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올 여름에 수해를 입긴 했지만 식량작황이 작년과 같은 평년작이라는 이야기부터 작년의 절반정도로 ‘제2 고난의 행군’을 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이야기까지 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축소로 식량상황 악화는 공통적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최근 식량상황과 인도적 위기, 대량아사의 재발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에 따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며 근 10년간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난은 여전히 지속되었으며 분배 모니터링의 문제 또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북한 정부는 자체 식량 생산분의 배분순위와 외부지원식량 배분순위를 가지고 식량을 공급해오고 있다. 북한의 현재 인구는 약 2천여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4개의 배급순위를 갖고 있다. 당 중앙기관, 각 급 당위원회 소속 구성원과 평양중심구역에 사는 배급 1순위 100만 명, 배급 2순위는 군대를 포함한 기타 군사인원 150만 명, 특급기업소인 3순위 400만 명, 4순위인 일반주민 600만 명, 우선 분배받는 농민 800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배급제 시스템이 식량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로 인해 4순위의 일반주민들은 배급제 시스템의 밖에서 생활해오고 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은 유엔기준의 정상적 생활을 위해서는 640만 톤이고, 현재 북한의 ‘정상적인 배급’에 해당되는 유엔기준의 최소량은 520만 톤이며, 30% 정도의 주민에게 영양부족상태가 나타나지만 그러나 아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의 평년작 수준인 430만 톤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2006년의 경우는 올해 가을 생산량이 도별생산량 189만 톤, 개인소토지 생산량 약 30만 톤, 농민보유식량 약 10만 톤, 교화소 및 관리소의 생산량 약 15만 톤, 예비곡물 5-6만 톤을 합해서 약 250만 톤에 그치고 있다. 내년 봄 이모작 생산량 약 30만 톤을 합친다 하더라도 총 280만 톤에 그쳐 대량아사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여기에 예년 기준으로 잡은 중국으로부터의 약 20만 톤, 국제식량계획(WFP)의 2007년도 지원 계획량인 7만 5천 톤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총 307만 5천의 공급량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2005년 북한정부의 공식발표인 450만 톤 생산량의 60%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 북한이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난으로 300만 명의 아사자를 낳았을 때와 비교하면 그때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의 식량부족 상황이다.

1996년, 1997년, 1998년 당시에도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250만톤~280만톤 정도였고 외부에서의 수입 및 지원곡물을 포함하면 350만톤 이상의 식량이 공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만명 이상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볼 때 내년도의 식량위기는 대량의 아사사태를 몰고 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예상되는 ‘제2 고난의 행군’시기의 대량아사는 1차 때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닥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식량난 속에서 장사와 뙈기밭 등의 운영, 한국이나 중국으로 간 친척들의 도움 등으로 내구력과 생존력이 생겼으므로 서서히 점진적으로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식량배급제 시스템에서 제외된 4순위 사회계층 중 장사를 하지 못하거나 경작지가 없거나 외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식량문제에서의 취약계층’에서부터 식량부족으로 시장에서의 식량가격이 폭등할 때 대량아사가 시작될 것이다. 식량부족으로 인한 대량아사는 징후가 나타날 때 대응하면 수십만명 이상의 아사를 방치하는 것이 되므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가 지금부터 경각심을 갖고 대비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2007년도 대량아사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150만톤 이상의 외부지원이 있어야 한다. 올해 가을 생산분(250만 톤) + 내년 이모작(30만 톤) + 외부지원 150만 톤 = 430만 톤은 아사를 방지할 최소량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50만 톤, 한국 50만 톤, 중국 20만 톤, WFP등 국제기구 30만 톤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 12월 초 워싱턴 방문시 미 국무성 아시아태평양 캐서린 스티븐스 부차관보는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상황만이 고려된다. 6자 회담이나 UN 제재와는 무관하다. 북한에 지원된 식량이 취약계층에게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만 허용된다면 미국은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고 확인했다. 또 USAID 존 브라운스 정책담당관도 “북한의 식량위기에 대해서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이 모니터링만 허용한다면 50만 톤 이상의 대량지원도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의 식량위기는 매우 분명하다. 그런데도 북핵 등 정치, 군사적 이슈에 매달려 북한 주민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외면한다면 1995-1998년의 대량아사보다 더한 참사를 빚을 수도 있다. 북한주민들도 인류의 일원으로서 생존의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그 어떤 이유로도 뺏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해결할 능력이 없는 북한 정부를 비난하기보다 북한 주민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우리들이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의 대량아사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기를 바라며 북한정부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모니터링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홍수피해, 식량수확량, 식량부족량 등 북한 주민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솔직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제공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요청하여 이 대량아사 위기를 막아내길 바란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산다”는 이 단순한 자연의 원리를 저버리고, 어떤 이유로 살아있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다면 그 어떤 이념, 사상, 종교, 철학, 주의, 주장을 내걸더라도 그것은 헛된 망념에 불과할 뿐이다.

*이 글은 지난 12월 26일 좋은벗들이 주관한 ‘북한 식량위기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진단 토론회’, 「대량아사, 다시 오는가」에서 발표한 요약문입니다.

■ 경제활동

자전거 타고 장사 다니는 어촌여성들

자전거 타고 장사 다니는 어촌여성들

함경북도 경성 바닷가 지역에서는 자전거 타고 장사 다니는 어촌 여성들이 많다. 이들은 경성 염분진 바닷가에서 도루메기, 이면수 등을 넘겨받아 등짐을 메고 자전거로 국경연선지역인 무산, 회령 등지에까지 장사를 다닌다. 장사 밑천이 없는 형편에 서비차를 이용하는데 하루 왕복 8천 원 이상 들기 때문에 차를 타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한 번에 약 30kg 가량 무게의 생선 등짐을 지고, 무산까지 가려면 새벽 일찍 집을 나서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야 저녁 무렵쯤 겨우 도착할 수 있다. 장사는 그 다음 날에 한다. 아침 일찍 서둘러 팔아야 그나마 숙박비를 줄이고 당일 오후에 집을 향해 떠날 수 있다. 그렇게 오후에 떠나면 집에는 새벽녘에야 당도한다. 떠나올 때는 이면수를 판돈으로 콩을 사와 다시 장사를 한다.

이렇게 힘들게 되걸이 장사를 해야 겨우 가족들 끼니거리라도 살 수 있다. 이렇게 장사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남편의 벌이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남편이 수산사업소에 다니면 그런대로 먹고 살지만, 일반 기업소에 다니면 나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여성들이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장거리 자전거 장삿길에 나설 수밖에 없다. 남편은 집이나 지키고 있다 해서 등장한 ‘낮 전등, 멍멍이, 풍경화’ 등의 말들이 이곳에서도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여성들의 가족 생계부양이 당연한 일이 되다보니 “남자들이 제 구실을 못해 여자들이 고생한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 조선이 멀지 않아 원시시대의 모계씨족 사회로 돌아가지 않을까?”라며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다. (53호)

염분 학교 각종 부담금 중단

염분 학교 각종 부담금 중단

함경북도 경성군 염분 학교는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각종 부담금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동안 다른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염분 학교에서도 파철, 파지 및 각종 학교 꾸리기 명목 등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어왔다. 이에 가난한 어촌 마을의 학부모들은 도저히 학교에 돈을 낼 수가 없어 자녀들을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오랫동안 결석을 하다 보니 군 교육부 차원에서 실태 파악에 나섰고, 그 결과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각종 명목의 부담 때문임이 드러났다. 이에 각종 부담금을 중단하기로 결정 내렸고, 이제야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 (53호)

유능한 인민반장의 사업 잘 하는 법

유능한 인민반장의 사업 잘 하는 법

농촌 동원이 끝나고 한숨 돌릴 수 있는 겨울이 되었지만, 인민반의 각종 동원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눈이라도 쌓일라치면 동네 신작로 쓸기부터 도로복구에 철도주변 및 로반 보수사업 등으로 분주해진다. 계절이 바뀌어도 인민반 동원은 끝날 새가 없다고 불평하는 주민들이 많다. 당장 밥벌이하기만도 바쁘고 벅찬데 동원까지 나가려고 하면 육체적으로 너무도 고단하기 때문이다. 동원 사업은 비단 인민반 뿐만 아니라 각 직장, 단위, 학교 등 전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특히 인민반 동원 주요 대상이 가두 여성들이기 때문에, 가족의 생계부양을 책임지는 여성들로선 가능하면 동원에 빠지고 싶어 하는 것이 공통의 솔직한 심경이다.

유능한 인민반장들 중에는 과업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인민반원들의 부담도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일종의 후원을 받는 방법이다. 동원사업들이 대부분 기계로 해도 될 일을 기계 노후화와 기름 등 에너지 부족으로 인력이 대신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기계를 가동시키는 쪽으로 방법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즉 기계를 돌릴 수 있도록 하거나 일정 양의 기름을 대면 해당 구역의 인민반원들이 동원 사업을 면제받는 식이다. 이를 감안해 인민반장들은 돈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휘발유 사는 데 돈을 보태달라며 협조를 구한다. 돈 있는 사람들도 어차피 동원 사업에 빠지고 싶어 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는 한 조금씩이라도 도와주기 마련이다.

평양시 락랑구역의 한 인민반장도 그동안 잘 사는 사람과 친분이 두터워 휘발유 10리터를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12월에는 가뜩이나 전기 문제다 식량 문제다 사정이 어려워져서 더 이상 휘발유를 이런 식으로 구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었다. 그 여성은 인민반 사업을 잘 하려면 나라 경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없으니 다들 자기 먹고 사는 문제에만 더 바빠지는 게 아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53호)

인민반 사업 평가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충성심

인민반 사업 평가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충성심

인민반 사업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는 주로 5대 과업에 비추어 평가된다. 각 시나 군의 구역 인민위원회에서 총화를 하는데,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매월 총화, 분기 총화를 하는 등 비교적 엄격하게 이뤄졌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에는 배급이 중단되고, 인민반 절대 다수 주민들이 더 이상 월급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 각자 살 길을 찾아 분주해지면서 총화 자체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인민반 사업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올 때 사업 평가가 그나마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5대 과업의 첫 번째가 ‘위대한 김정일 동지’에 대한 충성심이 어느 정도인가라면, 둘째는 인민반 동원 사업에 얼마나 잘 참가했는가, 셋째 파지, 파비닐 등 각종 수매사업에 얼마나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넷째 불법녹화물, 성매매, 마약밀매, 불법장사 등 이른바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혹시 물들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 통행증을 소지하지 않거나 위조한 통행증으로 다른 지역에서 불법체류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등이다. 이 중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하고 절대적인 덕목은 바로 첫 번째 충성심 여부이다.

평소 인민반 사업을 잘 한다고 자부해 오던 함흥시의 한 인민반장은 그동안의 좋은 평가를 무위로 돌릴 뻔한 일이 있었다. 안방에 모셔둔 초상화를 청소하는 청소도구함, 일명 ‘충성함’이 어쩌다 아이의 손을 타 내동댕이쳐지는 바람에 금이 가버린 것이다. 재빨리 바꿔놓으려고 했으나 어렵게 좋은 재질로 구한 충성함이라 그만한 것을 다시 구하기가 어려웠다. 누군가의 눈에 띄기 전에 일을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발을 동동 구르다, 얼마 전 재질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겉모양은 그럴 듯한 함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53호)

함흥시의 그 인민반장은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초상화를 정성껏 닦아왔다. 초상화 청소 작업을 깨끗이 하면 충성심이 통과되기 때문이다. 일단 충성심에서 확고한 믿음을 주기만 하면 설혹 다른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별다른 문제제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즉 초상화만 잘 모시고 있으면 비사회주의적인 일을 하다 걸려도 “사상적으로 변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에 한시라도 초상화 청소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초상화 청소가 그렇게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일단 충성함이라는 청소도구함을 별도로 갖추어 놓아야 한다. 걸레와 같은 청소도구도 물론 가장 좋은 재질의 것이어야 한다. 만약 충성함이 없으면 제 아무리 초상화가 먼지 한 톨 없이 반들반들 잘 닦여 있다 하더라도, 방 닦는 걸레로 아무렇게나 닦았다고 의심받는다. 또 형식적인 청소도 충성심 무효에 해당한다. 앞면만 깨끗하고, 액자 뒷면에 먼지가 쌓여있으면 “살기 위해 아첨한 것”으로, 사상이 변질되었다고 평가된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초상화 청소 평가를 통과하면 정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으로 드디어 인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