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 국회 요구안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대결이 급박하게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 이후 불거진 핵파문과 관련하여 북한과 미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한반도에서는 전쟁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한민족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긴급한 상황을 맞아 우리 시민사회는 국회가 국민의 의사와 정치권의 의지를 모아 현재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고 국내외에 평화적 문제해결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결의를 표명해 줄 것을 긴급하게 촉구한다.

오늘날 이렇듯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과 북한 양자 모두의 책임이 놓여있다. 먼저 부시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전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의 성과와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의 진전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대북강경정책을 폄으로써, 북미관계를 악화시키는 근본원인을 제공하였다. 특히 미국은 2002년 초부터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후, 핵공격을 포함한 반확산 선제공격 대상에 북한을 포함시켰다. 또한 북한핵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제사회 및 미국 내부의 요구’를 저버리고, 대북 중유 제공 중단, 북한 미사일 수출 선박 나포 등 압박과 제재로 일관함으로써 문제의 악화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국제사회와 한국국민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와 협상을 주도하여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취하고 있는 행보는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한 대응조치라는 성격을 갖는 것이긴 하지만 안팎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동결하기로 한 영변 핵시설들의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고, IAEA 사찰단의 추방을 결정하였다. 북한의 핵동결 해제조치는 미국의 중유공급중단과 함께 제네바합의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강경조치들은 핵무기개발을 대미 협상수단으로 사용하려는 태도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런 조치에 대하여 분명하게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고, 남한 사회에서도 북한의 강경조치들이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고조시켜 민족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이 주동적으로 추가적인 핵동결 해제조치 중지를 선언함으로써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현재의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바란다.

우리는 어떤 명분의 전쟁도 허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곧 ‘민족공동체’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 국민 모두는 급박하게 치닫고 있는 전쟁위기와 대결적 북미관계를 수습하기 위해 비상한 조치를 강구하고 나서야 한다. 지금은 지루한 논쟁 대신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하루 빨리 한반도 전쟁이라는 재앙을 막아낼 방안을 강구할 때다. 한국정부는 주도적으로 위기로 치닫는 북미관계에 제동을 걸고 이들을 평화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방안을 모색하고 이들을 설득할 논리와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다자간 협력방안을 강구하고 나서야 한다.

특히 한국 국회는 초당적으로 한반도 위기해소를 위한 특별 결의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와 한국시민들을 향해 전쟁반대와 한반도위기 해법의 평화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우리 시민사회는 국회가 더 이상 과거처럼 국가와 민족의 위기 앞에서 정쟁을 일삼지 말고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한반도위기를 조기에 방지하고 북한핵문제와 적대적 북미관계를 슬기롭게 풀어가도록 적극적 노력에 나설 것을 긴급하게 제안하며 다음과 같은 사안을 결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

첫째, 국회는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대하고 북한핵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해결’에 있다는 것을 결의하기 바란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무력 사용이 정당화될 수 없고, 우리 국회와 국민은 이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 위기의 책임에 대해 어느 일방 의 편들기를 지양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냉철한 판단을 통해,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국회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해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주기 바란다. 한반도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민이며 한반도의 주인은 한국민이기때문에 한반도문제는 한국정부와 한반도 국민의 의사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결의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국회는 북한핵문제가 남북 교류협력사업과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결의안에 포함시켜주기 바란다. 위기가 도래하는 시점에 남북관계를 퇴보시키는 것은 우리의 입지를 좁힐 뿐만 아니라, 위기를 악화시키고 위기 고조시 이를 완화 관리할 수 있는 수단 자체를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넷째, 국회는 북한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방안을 제시하되 미국의 대북 중유제공 중단과 북한의 핵동결 해제 조치의 동시 철회, 양국의 상호 긴장고조행위 즉각 중단, 최대한 이른 시일 안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당선자가 특사 외교 등을 통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초당적인 협력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건설적인 비판과 정책 대안 제시는 바람직하지만, 북한핵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면, 이는 우리의 힘과 지혜를 유실시키면서 민족 전체를 파멸의 위험으로 내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상의 결의안 채택과 함께 위기예방을 위한 조치로써 국회가 정부, 국회,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한반도위기대책범국민기구'(가칭) 마련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2002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