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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아주 조금씩 이웃처럼 친구처럼 / 유수스님

아주 조금씩 이웃처럼, 친구처럼

-유수 스님(좋은벗들 대표)

남북한동포가 함께 만드는 ‘좋은이웃되기’

지난 90년 중반이후 북한에서 발생한 식량난으로 300만명이나 되는 북한의 주민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남한의 시민들이 소중한 성금을 한푼 두푼 모아 북한동포돕기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북한동포돕기운동은 북한의 모습을 비로소 제대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운동을 통해 민족화해의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이미 4,000여명의 북한동포가 우리사회에 보금자리를 텄습니다. 어느 새 내 앞집, 옆집에 북한동포가 살게 된 것이지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남북한동포들이 같은 지역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입니다.

북한동포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해

남북한동포가 ‘좋은이웃’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북한동포들의 삶을 진솔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 정착하고 있는 약 4,000명의 북한동포들을 잘 알고 이해할 때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옛말에 ‘유능한 한의사가 되려면 환자를 3000명 정도는 치료한 경험이 있을 때 스스로 자신 있게 처방을 내릴 수가 있고, 진짜 한의사가 될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이 많은 동포들을 직접 만나서 애정을 갖고 대화하는 것이 제가 북한동포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우리 부부간에도 ‘왜 남편이 사사건건 그러는 것일까?‘ 라고 하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한데, 남편의 그 어릴 때 성장배경을 알게 되면 ‘아, 우리 남편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이해가 되고 갈등의 폭이 줄어들고 사라지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북한동포들의 아픔을 충분히 알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북한동포들은 식량난으로서 인해서 가족이 해체되고 죽고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고향을 등지고 떠난다는 것은 자신이 자랐던 환경, 정들었던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를 다 두고 떠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타향에 가거나 다른 나라로 가면 그 사람들은 제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마이너스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습니다. 그 기막힌 사연을 들으면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 안타까움이라고 하는 것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정부관계자나 시민운동, 국민들 가운데에서도 ‘북한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는가?’ ‘인권 문제가 있는가?’ ‘뭐가 어렵지?’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북한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만 만나 봐도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참말을 하는지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북한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고 자신이 아는 정보에 빠져서 ’그렇다더라, 안 그렇다더라‘ 이런 얘기만 합니다. 좋은이웃되기를 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는 북한동포들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진실로 필요합니다. 이것이 북한동포돕기나 좋은이웃되기 운동,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사람의 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전제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한동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

한국에 와서 북한동포들이 정착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한국 사회는 학연, 혈연, 지연의 사회이지 않습니까? 연고가 없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존재에 대하여 인정받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북한실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입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살아온 고향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경제와 북한문화를 재건할 때 큰 힘이 될 자산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착한 우리 동포들이 인생의 전망, 미래의 전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동포들이 남한사회에서 이등 국민으로 전락이 된다면 우리 민족의 아픔이 더욱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미래에 전망이 있고 희망이 있을 때, 자부심이 생기고 열정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와 같이 남북한의 동포들이 민족의 일원으로서 대등한 관계로 만나서 교류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경험이 쌓여나갈 때 남과 북의 협력과 화해의 길은 점점 단단해져 갈 것입니다.

남북한동포 좋은이웃되기는 남북한의 동포들이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일들부터,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해 갈 수 있는 작은 일들로부터 시작하는 생활 속의 통일운동입니다. 이 작지만 소중한 운동에 남북한동포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열정적인 참여를 기원합니다.

※이 글은 자원활동가 교육으로 진행된 ‘남북한동포 좋은이웃되기 이야기마당’에서 하신 유수스님의 강연내용을 발췌·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