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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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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장 피에르 더 마제리 북한사무소 대표는 중국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식량실태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①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② 1990년대 말의 식량위기를 방불케 한다.

③ 북한 주민 500~600만 명이 식량난으로 인해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고 초근목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④ 영양소가 거의 없고 소화도 힘든 야생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⑤ 야생식품 섭취로 발생하는 설사병은 5세 미만 아동의 영양부족을 악화시키고 있다.

⑥ 병원 및 탁아소에서 영양실조 및 질병에 걸린 아동수가 증가하고 있다.

⑦ 전체 가구의 75%가 식사량을 줄였다.

⑧ 지난 해에 비해 쌀값은 3배, 옥수수값은 4배로 급등했다.

⑨ 북한 도시주민들이 받는 국가 식량배급량이 1인당 하루 평균 500g에서 150g으로 감소했다.

WFP는 FAO와 함께 지난 6월, 3주 동안 8개도 53개군을 대상으로 250여개 마을의 주민가구를 방문, 긴급식량상황조사(RFSA)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북한의 식량난이 2007년 이후로 크게 악화되어 지금은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을 방불케 하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좋은벗들은 이미 지난 해부터 북한에 식량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경고해왔고 올해 5월부터는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특히 최근 식량난 상황이 1990년대 중반 대량아사 때의 초기 증상과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금 당장 긴급구호를 시작하지 않으면 대량아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수차례 거듭거듭 경고해왔다.

이번 WFP 식량조사보고서는 북한주민의 식량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해주는 공식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정부는 그 특성상 내부의 실상을 잘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외부인에게 보여줄 때는 절대로 험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보여주어도 되는, 또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WFP 긴급식량상황조사는 북한 당국이 외부에 공개적 접근을 허용한 범위 내에서 조사된 내용이다. 북한 정부가 보여준 것만 보고도 WFP와 FAO는 북한의 식량상황이 심각한 인도적 위기라고 파악하여 국제사회에 긴급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 식량위기의 실상은 이 보고서 내용보다 훨씬 심각하다. 식량난으로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 미만인 200만 명 이내이며, 나머지 90%이상의 인구는 식사량을 줄이는 식으로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군인까지도 하루 2끼 먹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인 1000만 명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어 옥수수죽이나 옥수수 풀죽을 쑤어먹고 있다. 이 가운데 취약계층인 300만 명은 그야말로 초근목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5월초부터는 도시와 농촌의 극빈층 가운데에서 아사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7월 들어 이모작 작물인 햇보리, 햇감자들이 나오고 미국에서 지원하는 식량의 일부가 남포, 흥남, 청진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5월 한 때 4천 원대를 육박하던 식량 가격도 쌀 2,300~2,400원대, 옥수수 1300~1450원대로 조금 안정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난 해의 3배가 넘는 가격이라 일반주민은 옥수수조차 구입하기가 힘들다.

5~6월의 보릿고개를 겨우 넘겼지만 추수이전까지의 8~9월이면 또 다시 식량위기가 닥치는데 이때가 훨씬 더 어렵다. 이 기간에는 뜯어먹을 풀도 없고, 이모작 작물도 없고, 햇옥수수조차 6월에 조기수확을 해버려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망설이지 말고 인도적 지원을 단행해야 한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정치문제와 연계하지 않고, 북한이 지원을 요청해오거나 북한 주민의 식량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될 경우 국민 여론을 감안해 지원을 결정한다.”고 한국정부는 공식 입장을 표방한 바 있다. 물론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국민감정이 좋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굶어 죽어가는 노인과 어린이, 취약계층이 총을 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 그들의 굶주림은 식량이 들어가야 살길이 열리는 것이지 이번 사건 해결과는 무관하지 않은가.

10년 전의 악몽으로 치닫는 현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 상황은 북한만의 위기가 아니라, 민족의 위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그렇기에 혹여 반대여론이 있다 해도 오히려 굶어죽어가는 북한동포를 살려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지금부터 가을 추수까지가 올해 최대의 고비이다. 지금 긴급구호로 아사국면을 진정시키면 내년에 닥칠 더 끔찍한 민족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 한국정부는 망설이지 말고 하루 빨리 대대적인 북한식량지원에 나서기 바란다. 생명존중과 인권존중, 확고한 인도주의적 원칙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도덕적 위엄을 높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와 인도적 지원 원칙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실천이 다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며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