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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한국 정부는 WFP의 대북식량지원 요청에 신속히 응해야 한다

WFP(UN세계식량계획)와 FAO(UN식량농업기구)에서 북한의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명하는 가운데 올해 춘궁기의 식량난 상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4월부터 6월까지 보릿고개 동안 황해도 지역 농민들의 희생이 컸었는데 이번 기사의 사망자 수치가 그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번에 파악된 사망자 수치를 통해 황해남북도는 물론 평양 인근의 남포시와 황주군 농장들에 이르기까지 농민들의 피해가 광범위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올봄 황해남도 장연군의 사망자 중 대부분이 농민이고, 해주시의 경우 농민 사망률이 평균 사망률의 5배가 넘었다고 하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런 가운데 FAO는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작년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료 부족이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지만 농번기철 곡창지역 농민 세대의 식량 위기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WFP도 한국 정부에 대북식량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하여 다시금 남한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통일부는 매번 인도적 지원과 원칙을 말하면서도 북한 식량난에 대한 UN기구의 우려와 지원 요청보다는 금강산 총격 사건에 대한 반북 여론을 더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지원할 명분보다 지원하지 않을 명분 찾기에 급급한 것 같다.

한나라당은 당면한 주민들의 식량 부족과 생존권은 외면한 채, 북한인권법 제정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돈 없고 힘없는 북한 취약계층의 생존 문제에 대해선 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일까? 가장 가난한 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인권보호의 첫걸음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원칙도 전략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10년 전은 참혹한 ‘고난의 행군’ 그 자체였다. 남한과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수백만이 아사하고 말았다. 혹여 현재 남한 정부 당국자들은 10여 년 전의 남북한 관계로 회귀하고자 하는가. WFP의 권고를 무시한다면, 10여 년 전 북한 주민들이 겪었던 그 희생을 또 다시 강요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곧 이모작 작물의 수확기도 지나갈 것이다. 10월의 수확철까지는 춘궁기보다 식량 사정이 더욱 곤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적 위기 상황임은 이미 확인되었고, 또 국제기구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예견하는 만큼 정부도 대북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북한의 식량 위기를 제쳐두고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허황된 말장난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시 한 번 대북 식량 지원 재개를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