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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시장 단속과 주민들의 생존권

[논평] 시장 단속과 주민들의 생존권

북한 정부가 내년부터 장마당 장사를 월 1회로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9년 2월부터 경제사정이 나아지기 때문에 더 이상 장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연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의 속내는 장사로 생계유지하는 계층들의 중앙당 방침에 대한 저항과 무질서를 막기 위함이라 한다.

사실 올해 3월초, 함경북도 청진에서 장마당 단속에 여성 장사꾼들이 집단 항의한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다. 청진시 당국이 장사를 일시 허용하면서 사태는 수습되었지만, 1만 여명의 부녀자들이 모여 집단 항의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후 북한 정부는 도시 노동자들에게 부족한 양이나마 간헐적으로 식량을 우선 배급했는데 이 역시 식량난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소요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북한 정부는 내부의 강연 자료를 통해‘장마당이 자본주의 폐해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단속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북한 정부는 나이에 따라 장사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급기야 월 1회로 줄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장마당을 폐쇄할 경우 주민들이 어디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을지, 또 장마당에서 식량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배급을 전면 재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북한 정부의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십중팔구 장마당 단속은 공허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또한 생존권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저항도 높아질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배급을 받지 못하는 도시 주민들 중 많은 수가 장마당 장사에 의존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주민들은 아직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나, 지난 청진 사건에서 보듯이 자신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침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배급도 없고 장마당 장사도 제한하고 뙈기밭 농사도 못하게 한다면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고, 북한 정부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게 된 이 때, 북한 정부는 주민들의 생존권을 옭죄는 방식으로 내부 단속에 나설 것이 아니라,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