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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가들의 말 ·말 ·말

성공회대 1학년

10주 동안의 자원활동이 끝났다.

사회봉사라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직접 기관에 가서 자원 활동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나눠 준 책자엔 많은 기관들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 나는 종교가 그리웠다.

서울에 온지 한 달도 안된 그 때, 모든 것들이 새롭고 낯설었다.

고요함이 그리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원활동 보다는 마음의 고요함을 구하는 마음으로 정토회를 선택했다.

나의 선택은 신이 만들어준 인연이였다고 생각한다. 가진 거라고는 일을 잘 하고픈 열정 하나, 결정 끝에 ‘좋은 벗들’에서 녹취를 하기로 했다. 남들은 돈 내고 듣는 강의를 나는 공짜로(물론 녹음테이프로) 들었다.

녹취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문규현 신부님의 강의인데 녹취를 하면서 혼자 키득키득 웃곤 했다. 녹취가 없는 날이면 컴퓨터로 어설프게 작업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자원활동가캠프 강의에 직접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강의의 내용이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과 같았다. 잘 되고자 하는 욕심, 끊임없이 드는 불안과 자기 의심.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울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고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생각해 보면 내가 정토회에 도움을 주러 간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러 간 것 같다. 아니 사실이다. 신발을 벗고 정토회에 들어서는 순간 은은하게 풍기는 향, 고요하게 들리는 목탁소리, 발우공양의 경험, 맛깔스런 공양, 짧은 명상, 그리고 마음의 평안, 정토회가 내게 준 선물이였다.

일 못하는 자원활동가에게 밥 먹여주고, 챙겨준 좋은벗들의 현희련님과 다른 실무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원활동이 끝났다고 인연이 끝난 건 아니다. 이제는 성공회대 학생이 아닌 박효진, 개인으로 다시 정토회를 만나고 싶다.

자원 활동이 끝난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그 인연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