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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좌담회 참가

지난 8월 1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있었던 좌담회 내용입니다. 24일자 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면의 제약 때문에 간추리다 보니 글 전개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좋은벗들의 입장은 난민 문제에 있어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혹시 궁금하시거나 의문점이 있으시면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탈북자 기획망명 그후

7. 마음의 통일을 위하여 / 좌담

인권. 생활보장에 민. 관 역할 분담을

중국을 떠도는 수만명의 탈북 동포들이 인권과 생활을 보장받는 날은 언제나 올까. ‘기획망명 그 이후’ 시리즈의 마무리를 위해 좌담을 마련했다. 탈북자 문제가 어려운 만큼 시각도 다양하고 그 대책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탈북자 출신인 이주일 편집위원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얼굴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윤여상=이야기 틀을 다음과 같이 정하자. 먼저 탈북자 문제의 성격, 관점을 검토하고 두번째로 탈북자 실태를 검토하고 다음으로 탈북자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 수 있을지 검토해 봤으면 한다.

이주일=원인부터 출발해야 옳다. 지난 기간 탈북자는 식량난에 의한 생계형이었지만 점점 돈을 벌어 새 삶을 꾸리겠다는 욕망으로 넘어온다. 넘어올 때는 한국 갈 생각으로 오는 게 아니다. 생활하면서 가치관이 바뀐다. 장기간 거주한 사람은 북한에서 행방불명이나 굶어죽은 것으로 돼 있는데 돌아가면 보위부에 불려가 행적을 조사받는다. 그러면 의심을 받고 집결소나 깡판(노동단련대), 교화소(교도소)로 가야 한다. 결국 중국에서 더 뻗쳐 보거나 한국으로 망명하는 식이다.

이승용=동감한다. 북한의 식량난과 열악한 인권 상황이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내몰았다. 처음엔 굶어죽지 않으려고 넘어왔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경우도 있다.

윤여상=점차 식량문제가 없는 층에서도 탈북이 증가하고 있어 탈북원인이 식량난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탈출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고 인권 상황이 나쁘고 주민들도 정보의 유입으로 북한 사회를 비교평가하는 게 가능해졌다. 탈북자는 난민이라고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주일=북한 사회에서도 이전에는 식량에 중점을 뒀는데 이제는 돈=식량, 식량=돈이란 인식이 퍼졌다. 이전엔 북한에서 뇌물이 술 같은 것이었는데 이젠 돈으로 전환됐다. 생계형 탈북자도 국경을 넘어서면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된다.

윤여상=식량난으로 짧은 기간에 대량탈북이 있었다. 인권에 대한 문제, 희망에 대한 문제, 삶의 질에 대한 문제 등으로 인한 탈북은 식량난때처럼 대규모는 아니겠지만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최근 탈북자의 실태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이승용=기획망명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성과도 있지만 결과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기획망명이 다른 탈북자와 이들을 돕은 활동가의 발을 묶었다. 이것을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주일=이전에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베트남, 몽골 길이 다 폭로되어 대사관 진입이 이뤄진 측면이 있다. 탈북자들은 위조 여권을 갖고 중국 공항을 통과하는 것보다 외국 대사관으로 들어가는 게 빠르고 정확한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획망명에 대해 초기에는 상당히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일어난 일이고 탈북자들에게는 공항보다 대사관이 확정적이다.

윤여상=기획망명은 준비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격론이 있었다. 처음에는 탈북자와 활동가, 북한에 있는 잠재적 탈북자를 어렵게 할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탈북자 인권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완전한 해결책일 수 없지만 촉매제 구실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승용=탈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은 탈북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하고, 중국도 국내법을 어기지 않으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중국과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키긴 어렵다. 인권상황 개선, 난민 인정 요구 등은 민간단체에 맡기자. 몇명을 데리고 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몇만명이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머물고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이주일= 최근 북한에서 단속이 느슨해졌다고 하지만 탈북자에 대한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붙잡혀서 송환된 사람은 적대 군중으로 분류되고, 이게 대대손손 이어진다. 북한에서 주민을 계층으로 분류하는 정책을 깨야 한다. 중국동포가 한국에서 불법 체류해 돈을 벌지만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탈북자와 중국동포의 차이다.

윤여상=해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북한의 잠재적 탈북자의 해법은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에 있다. 나와있는 탈북자 해법은 중국, 북한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이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누군가가 개입해 국제사회의 지원역량을 모아 길을 열어야 한다. 유엔 등 중국이나 북한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주체를 세우자. 협상은 유엔이 하더라도 비용은 한국사회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내부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이승용=북한에 남아 있는 2천만명도 중요하다. 중국이나 북한을 설득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보다 대북 지원에 대한 국내 설득이 쉬울 것이다. 식량 200만t 정도를 지원하고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윤여상=일각에서 거론하는 난민촌은 어떤가

이승용=몽골쪽에 난민촌을 짓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수송문제 등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어서 회의적이다.

이주일=탈북자들과 얘기해보니 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대뜸 ‘또 수용된단 말이요’라고 하더라. 탈북자의 심리상태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승용=한 사람의 탈북자를 데려와 사회적으로 정착하는데 전체 비용을 따져보면 적어도 1억원이 든다. 올해 1천명이 들어오면 1천억원이 넘는다. 이 돈으로 차라리 대북 식량 지원을 하는 게 어떤가.

이주일=지원된 식량은 군부나 보위부, 당기관으로 먼저 들어간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남포에 식량이 들어오면 운반 차량은 군이나 당기관, 외화벌이 기관밖에 없다. 이런 기관쪽으로 흘러들어갈 수 밖에 없다. 식량지원을 하려면 운송수단이나 기름, 자동차 부속까지 다 줘야 한다.

윤여상=탈북자 문제가 북한 핵문제보다 더 폭발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 탈북자정책은 고비용 저효율구조다. 정부는 기획 업무을 맡고 일선 지원은 민간의 역량에 맡기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참석자/

윤여상 – 한국정치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사회자

이주일(가명)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편집위원

이승용 – 좋은 벗들 평화인권부 간사

때와 장소: 8월16일, 본사 6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