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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86호

■ 시선집중

황해북도, 1만 4천 정보 유실

이번 무더기비로 평양시를 비롯해 황해남도의 은천, 재령, 은률, 안악, 삼천, 황해북도의 신계, 신평, 곡산, 서흥군, 평안남도 대동강 상류 지역의 개천시, 북창, 맹산, 덕천, 성천, 양덕군 등 피해가 심각하다. 황해북도만 현재까지 1만 4천 정보의 농경지가 유실됐다. 또 이들 지역의 수백 개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이 마비되거나 조업이 중단됐다. 또, 탄광이 침수되거나 무너지는 바람에 석탄 생산이 불가능해진 곳이 많다. 강원도 회양과 평강군, 세포군, 함경남도 정평, 금야에서도 피해가 심각하다. 철도는 평안남도 지수-석탕온천역 수십 km 구간의 철길 노반이 밀려나거나 파묻혔다. 황해북도 기탄-정봉역도 수천입방 미터의 노반이 유실되고, 옹벽이 무너져 열차가 운행 중지된 상태이다. 살림집, 탁아소, 유치원, 병원 등 공공건물과 생산 건물들이 많이 파괴됐다. 특히 단층건물 파손이 심각한 상태다. 인명피해는 아직 집계하기가 어렵다.

올해 가을 알곡 생산 타격

평양시뿐만 아니라 평양시 주변의 농촌 살림집들과 공공건물, 농경지, 양어장들도 침수되거나 매몰됐다. 평양 인근 군의 농촌 지역에서는 수천 정보의 논밭이 침수됐고, 양수장이 파괴됐다. 이 때문에 올해 가을 알곡과 채소, 축산 생산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논벼, 옥수수, 콩 등과 같은 알곡 작물들의 하반기 생육에 타격이 커 재생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비로 배추나 무우 작물이 묻혀버리거나 떠내려갔다. 농촌지대가 많은 락랑구역과 100% 채소밭인 두루섬이 물에 잠겨 수도의 남새(채소) 생산 기지 피해가 막심하다. 씨붙임(파종)을 다시 해야 할 정도다. 이번 무더기비로 농작물 피해가 가장 심한 편이다. 한편 평안남북도 주민들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모두 수해 복구에 동원됐는데, 감탕 처리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논평

수해 지원 물자, 이제 배분이 중요하다

북한당국이 수해피해 사실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보도한 후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긴급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 당국이 신속하게 피해 실태를 공개해 준 덕분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지원이 확대되고 집행을 서두르는 만큼 북한당국도 수해 지원 물자가 정말 필요한 곳에 잘 전달되도록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와 민간단체의 분배 모니터링 요구를 적극 수용하기 바란다.

분배의 모니터링은 충분히 서로에게 이익 되는 일이다. 지원 단체들은 직접 분배 과정을 확인함으로써 후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 더 많은 후원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지원물자가 확대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름 없는 수많은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들에게 분배 과정 확인은 후원자들의 지속적 후원을 약속받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이번 수해피해를 재빨리 알려 수해지원을 받았듯 이미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식량난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린다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 북한당국의 용기있는 결단이 주민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굶주림과 재난으로 고통 받고있는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북한당국과 한국의 민간단체, 정부의 긴밀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 여성/어린이/교육

비사그루빠 검열, 21일부터 시작

비사그루빠 검열이 21일(화)부터 시작됐다. 이번 검열 요강만 해도 100가지 이상이다. 검열성원은 각 시, 군에서 선발된 당, 검찰, 보위부, 보안서 일꾼들로 구성됐다. 얼마 전 원산 검열을 끝내고 이제 곧 신의주 검열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사그루빠는 일체 주민 세대는 물론 공장기업소, 상업, 급양 편의망 등을 대상으로 쳇바퀴 식 검열을 한다. 중앙 소조는 주로 무역단위, 외화벌이 회사 대상으로 마약밀수밀매와 차판 장사 등 비사 여부를 검열하고, 또 무직, 건달, 가정교사, 집에서 돈 받고 치료하는 의사, 간호사, 약장사 등을 집중적으로 검열한다.

신의주 간첩 색출 골몰

신의주 간첩 색출 골몰

신의주에서는 간첩 색출이 한창이다. 신의주에 간첩이 있으니 속히 잡아내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당국에서는 “아직도 계속 간첩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수하라”며 선전하고 있다. 만약 잡히는 날에는 무자비하게 처리하겠다면서 인민반 및 가내반에 매일 경고하고 있다. 한편 신의주 보위부와 보안서들은 정치범을 처리하는데 있어 삼대를 멸족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 경제활동

온성 입쌀 1,300원으로 올라

온성 입쌀이 8월 20일 현재 1,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월 820원, 6월 900원, 7월 1,060원 꾸준히 오르던 것이 이번에 급기야 1,300원으로까지 올랐다. 옥수수도 kg당 250-300원대에서 550원으로 올랐고, 찹쌀 역시 900-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수량이 많지 않아 시장에 나왔다하면 너도나도 다투어 사가는 중이다. 곡물이란 곡물은 모두 거둬 수해 지역에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군, 읍 간부들은 쌀값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성군 지역도 식량이 떨어진 집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입쌀은커녕 옥수수쌀 구경도 못해 지붕 위에서 자라는 호박이나 감자 몇 알로 지내는 집들이 많다. 당국에서는 7월부터 준다던 배급을 “10월부터 정상적으로 주겠으니 전력을 다해 주민들의 아사와 대량 이탈을 막으라”고 지시내리기도 했다.

회령시, 간부들도 옥수수와 감자 배급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식량을 보장해주고 있는 회령시도 식량 비상이 걸렸다. 회령은 장군님의 배려로 모든 수확물을 확보하고 배분케 해 일체 군량미를 포함한 상납미가 모두 면제됐다. 전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곡물보유량으로는 내달(9월) 중순이면 바닥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함경북도 일부 기관기업소와 보위부, 보안서 등은 올해 4월부터 8월 현재까지 쌀 10%에 잡곡 90%로 배분받아왔다. 그러다 회령시는 지난 달(7월)부터 주민 1/3의 배급을 중단했다. 이제는 간부들도 입쌀 대신 옥수수와 감자를 배급받는다. 주민들은 9월부터 가을 추수 전까지 주민들 중 과연 1/5이나마 식량이 보장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함북, 큰물 피해보다 식량난으로 신음

북한 전역의 큰 물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그나마 함경북도 일부 지역은 그 피해가 덜한 편이다. 대체로 함북 주민들은 식량난에 신음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농사도 힘들 전망이다. 가뭄 여파 때문이다. 간부 회의에서 “올해는 바다가 풍년 드는 해이기 때문에 농사는 잘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작년보다 적어

큰 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심각한 가운데 그나마 인명피해는 작년에 비해 적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작년에는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속수무책으로 수만 명이 죽어갔으나, 올해는 사전에 대피 훈련도 하고, 비가 낮부터 내려서 어느 정도 피신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에서는 아직 인명피해가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작년처럼 5만 여명 이상이 죽어간 것에 비교하면 인명 사고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한편 의료진들이 긴급히 조직돼 수해 각 지역에 나가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여성 생리대 긴급 지원 호소

여성 수재민들에게 특별히 필요한 지원 물품이 바로 생리대다. 작년 대홍수때도 각 시․군당 책임비서들이 군중강연회에서 여성용 위생대를 지원해달라는 호소를 했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수재민 절반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 점이 가장 난점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무조건 매 세대당 가제천 2미터씩 지원해주기도 했다. 지금은 중국산 일회용 생리대가 많이 들어온 상태지만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0매짜리 한 포당 600원이나 하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여성들의 이 같은 말 못할 사정에 당연히 지원해줘야 하겠지만, 천 한 장도 귀한 시절이라 지원해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빗 속 아리랑 어린이 공연에 부모들 눈물

무더기비가 평양시를 강타한 가운데 아리랑 공연은 매일 오후 5시부터 6시 10분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 공연에서 유난히 흐느껴 우는 관람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비를 맞으며 공연하는 아이들이 불쌍해 부모와 관객들이 가슴아파하며 보기 때문이다. 릉라도 경기장 관람석은 유개식이지만, 공연 마당은 무개식이라 비를 피할 수 없다. 이번 아리랑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은 준비 기간부터 현재까지 매일 밀가루 과자 500g짜리 한 봉지를 공급받고 있다.

강원도, 산이 통째로 무너져

강원도 회양군과 김화군에서는 산이 통째로 무너지고, 십여 개의 저수지물이 불어나 2,000세대의 8,000여명의 수재민이 현재 산 밑에 모여 대피해 있다. 원산시 주민들이 긴급히 지원 물자를 모아 보내주고 있다. 이번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온통 강물은 황톳물이고 숱한 농작물들이 둥둥 떠다니며, 심지어 바닷물에 강물이 얼마나 흘러들었는지 염도가 다 낮아진 상태다. 곡산군도 산사태가 나서 살림집이 순식간에 없어져버렸다. 한 간부는 이 지역 산비탈의 표토층이 너무 얇아 작은 비에도 미끄러져 내릴 정도이며, 이미 수차례 산사태가 경고됐던 위험지역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산 아래 주민들을 모두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시키고, 아예 미리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 문제로 시도하지 못했는데, 결국 이번에 예견된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평양-신의주 선 제외한 전국 철도 운행 중단

큰 물 피해로, 신의주-평양 선을 제외한 전국의 철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평양시 지하도 30여 곳과 건국역 등 철도 침수 때문에 운행이 중단됐다.

급성 설사병 환자 증가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함경남도에는 급성 설사병으로 병원들에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또 눈병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들은 평소에도 수질상태가 좋지 않아 수인성 전염병이 우려됐는데, 이번 비 피해로 식수 오염이 심화돼 병자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신의주에서는 지금 포도당과 같은 액체 약들이 부족하다. 의사들도 약을 시장에서 구입하는 형편인데, 5% 포도당(500ml)은 한 병에 600원, 링겔 한 병(500ml)은 750원, 점적체계는 개당 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함흥, 한 때 쌀 1kg 2,000원까지 올라

함흥은 현재 안쪽과 주변 길들이 막혀 쌀 가격이 2,000원으로 올랐다가 16일부터 날씨가 개이면서 조금 하락해 kg당 1,800원하고 있다. 5일이 지나도 여전히 길이 막혀있어 쌀값이 좀처럼 1,800원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길이 열리지 않으면 쌀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평양은 15일까지만 해도 kg당 1,150원에 거래되던 것이 이틀여만인 17일에 1,500원대로 올랐고, 옥수수도 430-450원대로 오르는 등 큰 물 피해의 여파가 식량 가격에도 미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한 신의주는 17일 kg당 1,350원으로 전국적으로 제일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신의주 수해 지원 노동 시작

신의주에서는 지난 16일 아침부터 수해지구 지원 노동을 시작했다. 이 날 지원 노동에 나선 주민들은 망치와 삽을 지고 자갈을 깨러 갔다. 모여 일하던 사람들은 가두 가내반이었는데, 누군가 가두 가내반은 “가두가두 끝없는 작업 동원 폰트”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모두 폭소를 터뜨리며 웃기도 했다. 일당 한 푼 없이 공짜 노력을 한다는 뜻이다. 그 외 다른 지역에서도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아침 5시부터 도랑 흙 파내기, 진흙 파내기, 제방 둑 쌓기 등 조기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먹지 못해 굶주린 상태에서 온갖 노력동원을 하다 보니 주민들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