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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93호

■ 시선집중

주민들, 합의문 중 남북경제협력에 주목

10.4 합의문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유독 남북경제협력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다른 조항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남조선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쌀 30만 톤과 텔레비전 3만대를 가져 온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에 대해 함흥의 한 여성은 “배분은 꿈도 안 꾼다. 그 쌀이 나한테까지 오는 것은 안 바라지만, 내가 못 먹어도 시장 가격이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여전히 식량 지원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조선이 잘 산다는데 우리도 그러면 얼마나 좋겠나. 경제가 서로 잘돼서 우리도 잘 살아졌으면 좋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평성의 한 주민은 “이남에서 지원을 10년 정도 했다, 지금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실제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모두들 남쪽의 선전이 아닌가 한다”며, 이번에 지원이 들어온다면 주민들이 직접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렇듯 신의주, 원산, 평성, 남포, 청진 등 전국 주요 도시 어디에서든 이남 대통령의 방문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남포의 한 간부는 “이제 남쪽 대통령이 떠나가면 무조건 강연회를 조직한다. 각 계층별로 따로 하는데 내용도 다르다. 그 때 뭐라 하겠는지 모두 몹시 궁금해 한다”며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전했다.

“대통령이 많이 젊어 보인다”

지난 10월 2일 조선 중앙 TV에 남쪽 대통령과 그 일행을 맞이하는 행사 상황이 보도됐다. 노대통령 부부의 환영 행렬을 TV로 지켜보던 많은 주민들은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호기심으로 말들이 많다. 다른 말은 못 하고, “대통령이 많이 젊어 보인다. 부인과 함께 왔다”며 주로 대통령의 연세나 신상에 대해 궁금증을 주고받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남한이 잘 산다는데 얼마나 잘 사는지, 이번에 지원 물자가 많다는 데 그게 사실인지 궁금해 했다. 한 간부는 이런 말에서 백성들의 은근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00년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문 때는 워낙 당국의 사상통제로 닦달을 많이 당해 주민들의 어려움이 컸었다. 반면 이번에는 남조선 대통령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막연한 기대감이 뚜렷이 보인다.

■ 경제활동

신의주, 노인들의 아침 야외 운동 금지

무덥던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자 아침 운동을 나오는 노인들이 많다. 특히 신의주 예술 극장 옆에 있는 공원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노인들이 나와 달리기도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9월 23일 아침 주민회의에서 뜬금없이 “로인들을 아침 운동에 내보내지 말라”는 지시가 나왔다. “로친들은 운동 후 인차 안 들어가고 한참들 모여 정세이야기며, 가정 살림 형편이랑 얘기 나누다가 헤어진다. 서로가 초면에서 자주 만나니 구면이 된다. 지금처럼 형편이 어려울 때 셋 이상 모이면 사소한 것이라도 불평불만밖에 할 소리가 있느냐”면서 더욱이 “늙은이들은 앞뒤를 재지 않고 아무 소리나 막 말하니까 미리 방지하여 적들의 반공화국 모략책동에 도움주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지시가 내려졌다. “비조직적으로 3명 이상 모여서 쑥덕공론 하지 말고, 집 마당이나 집안에서 운동하라. 압록강 유보도(산책로)와 시내공원들에 나와 운동하는 거 삼가라”고 덧붙였다. 노인들은 이 말에 너무 어이가 없어 혀만 끌끌 찼다. 한편 신의주에서는 아직도 남은 간첩이 있다며 간첩 잡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45평짜리 집이 1만 달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하룻밤 잘 곳이 없어 배회하는 꽃제비들이 있는가 하면, 비록 소수지만 45평짜리 집을 1만 달러에 구입할 정도의 부자들도 있다. 신의주 채하 시장 인근의 집들은 매우 높은 가격에 팔린다. 대부분 1960년대식의 낡은 집들인데도 45평짜리가 1만 달러에, 15평짜리 창고가 2천 달러에 거래될 정도다. 이곳은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 땅 값도 비싸다. 한 간부는 생활난으로 아파트를 팔고 단층집으로 이사했는데, 방 두 칸짜리 60평 아파트를 7천 5백 달러에 팔았다. 신의주의 한 주민은 “신의주 시내 주변 빈민들의 하루벌이가 쌀 1키로 값도 안 되서 겨우 죽 먹고 사는 집들이 태반인데 한쪽에선 1만 달라 집들을 서슴없이 사가고 있다. 그 뿐인가. 백성들은 굶어 쓰러지는데 당정 간부들 자식들은 요즘 살이 너무 쪄 살 까기 운동이 류행한다. 살찐다고 아침엔 우유 한 고뿌에 빵 하나, 계란 한 알씩 먹이는 집들이 있다. 부익부 빈익빈 차이가 점점 하늘같이 심해지고 있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10월 들어서자마자 100달러에 34만원

10월 들어서자마자 평북 신의주를 위시해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평안남북도 등 각 지역 주요 도시들의 달러 값이 100달러당 34만원까지 올랐다. 인민폐는 100위안 당 44,300원 선이다. 달러의 경우 9월 28일까지만 해도 신의주 32만 5천원, 평성 32만 7천원, 남포 32만 8천원 등으로 33만원을 넘지 않았다. 외화가 상승하면서 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소매상인들은 물품 가격이 너무 높아 아예 장사 물품을 못 받고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청진의 수남 시장에서 장사하는 매대들을 보면, 하루 진종일 팔아봤자 쌀 1kg 살 돈도 벌지 못하는 장사꾼들이 태반이다. 이렇듯 물가가 정신없이 계속 오르자 주민들의 생활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들은 이런 식이라면 올 겨울을 어떻게 버티겠는 가 울상이다.

늙은 어머니 대동하고 장사하는 젊은 여성들

30세 이하 장사 금지 조처 이후 현재 각지 시장에서는 별난 광경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매대든 20대 딸들과 며느리들이 늙은 어머니나 시어머니들을 내세워 간접적으로 장사한다. 이들은 어머니 옆에서 손님이 오면, “무슨 물건을 사려 한다, 값은 얼마다, 거스름돈은 얼마다” 일일이 일러준다. 언제 시장 관리원이 나타나 물건을 뺏거나 벌금을 부과할지 몰라 내내 눈치를 살피며 장사하고 있다. 그렇게 청진 시장에서 장사하던 한 며느리가 관리원에게 물건을 빼앗기자 죽기 살기로 달려들며, “왜 이럽니까? 앞도 잘 보지 못하는 시어머니가 어떻게 물건을 팔고 돈을 셀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옆에서 지켜봐주는데, 물건을 싹 가져가면 우리는 뭘 먹고 살란 말입니까?”하고 울면서 달려들어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다.

30세 이하 장사 단속 본격화

청진으로부터 회령, 함흥, 강계, 평성, 평양, 혜산 등 전국 주요도시의 시장에서는 30세 이하의 여성들이 장사를 못하도록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온성과 같은 지역에서는 45세 미만으로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한다. 이에 주민들은 “움직일 수 있을만한 가정부인들을 모두 시장에 나가지 못하게 하니 어떻게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냐”며 한탄하거나, “늙고 병든 로친네들이 장을 봐야 속 시원한가” 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청진, 당 일꾼에 20일 분량 배급

9월에 청진 도당과 도 인민 위원회는 한국 쌀이 들어오자 20일 분량을 당 일꾼과 그 가족들에게 배급했다.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배급이 안 되다가 이번에 한국 쌀이 들어오면서 재개됐다. 당 일꾼과 그 가족들을 제외하고, 현재 청진에 들어온 한국 쌀이 공급되고 있는 대상은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이다.

주민들, 합의문 중 남북경제협력에 주목

10․4 합의문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유독 남북경제협력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다른 조항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남조선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쌀 30만 톤과 텔레비전 3만대를 가져 온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에 대해 함흥의 한 여성은 “배분은 꿈도 안 꾼다. 그 쌀이 나한테까지 오는 것은 안 바라지만, 내가 못 먹어도 시장 가격이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여전히 식량 지원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조선이 잘 산다는데 우리도 그러면 얼마나 좋겠나. 경제가 서로 잘돼서 우리도 잘 살아졌으면 좋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평성의 한 주민은 “이남에서 지원을 10년 정도 했다, 지금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실제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모두들 남쪽의 선전이 아닌가 한다”며, 이번에 지원이 들어온다면 주민들이 직접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렇듯 신의주, 원산, 평성, 남포, 청진 등 전국 주요 도시 어디에서든 이남 대통령의 방문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남포의 한 간부는 “이제 남쪽 대통령이 떠나가면 무조건 강연회를 조직한다. 각 계층별로 따로 하는데 내용도 다르다. 그 때 뭐라 하겠는지 모두 몹시 궁금해 한다”며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전했다.

“대통령이 많이 젊어 보인다”

지난 10월 2일 조선 중앙 TV에 남쪽 대통령과 그 일행을 맞이하는 행사 상황이 보도됐다. 노대통령 부부의 환영 행렬을 TV로 지켜보던 많은 주민들은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호기심으로 말들이 많다. 다른 말은 못 하고, “대통령이 많이 젊어 보인다. 부인과 함께 왔다”며 주로 대통령의 연세나 신상에 대해 궁금증을 주고받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남한이 잘 산다는데 얼마나 잘 사는지, 이번에 지원 물자가 많다는 데 그게 사실인지 궁금해 했다. 한 간부는 이런 말에서 백성들의 은근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00년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문 때는 워낙 당국의 사상통제로 닦달을 많이 당해 주민들의 어려움이 컸었다. 반면 이번에는 남조선 대통령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막연한 기대감이 뚜렷이 보인다.

“살아서 죽이라도 먹으니 다행”

강원 원산항과 고성 쪽으로 식량이 들어왔는데 그림자도 볼 수가 없다. “우리 강원도에 주둔하는 군인만 수십만에 달하는데, 그 정도 지원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게 다 여기 군대들을 먹이면 그래도 좋겠지만, 그게 여기에 있겠나. 벌써 다른 데로 갔겠지. 그러니 우리 같은 백성들이 먹을 쌀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앞집 군대 아이는 살아서 죽이라도 먹으니 다행이라고 한다”며, 강원도의 척박한 식량 사정을 들려주며 눈시울을 붉히는 주민도 있었다. 강원도의 한 간부는 “풀독과 버섯 독에 얼굴이 붓고 설사하다 금방금방 죽는 사람들이 많다. 식량과 약품이 하루가 급하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안변에서 원산에 온 한 여성은 “운임 타산해보면 맞지 않아도 딸이랑 물이라도 팔아야 입에 풀칠하니 이렇게 장마당에 나온다”며, 요즘엔 아예 집에 갈 생각도 못하고 딸과 역 주변에서 숙식하며 방랑자나 마찬가지처럼 살고 있다고 했다. 배급이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지원 쌀이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에 “지원 쌀을 받게 된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 그게 누구 수중에 들어가든지 장마당 쌀값을 내리게 하면 일반 백성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나한테 안 차례져도 좋으니 어서 많이만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원도 일부 군대, 죽물로 끼니 연명

강원도의 식량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부 군에선 군인들의 배급이 형편없이 악화되고 있다. 올 여름 밀어닥친 큰물에 막심한 피해를 본 6개 군 중 4개 군이 물에 완전히 밀려서 피해 정도를 도저히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번 큰 물 피해지역들에 군부대가 집중돼 있다보니 군인들의 인명피해가 많았다.

강원도 고성군도 두 번이나 큰 물 피해로 완전히 밀렸다. 이 지역에서 근무 중인 한 군인은 수해 피해 전에는 하루 한 끼 식사로 삶은 감자를 세알씩 받았는데, 두 번의 큰 물 피해를 입은 뒤 죽물로 하루 한 끼니를 연명하고 있다고 했다. 경보라면 제일 힘든 병종이라 식량공급 수량이 가장 높은 축에 드는데도 이 정도니, 일반 백성들은 어떻게 사는지 상상도 안 된다는 말도 했다. 그 군인도 팔, 다리의 앙상한 뼈가 불룩 튀어나와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자기네 부대에 영양실조를 치료하는 전문 병동이 있는데 늘 차고 넘친다면서, 그래도 자기는 견뎌 낸 상태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원산의 한 간부는 분배가 불균형해서 나타나는 문제라며, 이렇게 다 죽어가는 군인들이 있는 반면 잘 사는 군인들은 떵떵거리며 잘 산다고 전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날씨 추워지면서 사망자 늘어나

날씨가 추워지자 함흥, 평성, 원산, 신의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워낙 영양상태가 안 좋은데다 난방 할 여력이 없어 힘없이 쓰러지는 주민들이 많다. 꽃제비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꽃제비들은 아무 아파트나 들어가 복도에 무리지어 밤을 보내기도 한다. 한두 명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니라 쫓아내고 싶어도 쫓아낼 수가 없다. 아침에 문 열고 나가면 꼭 한 두 명씩 기절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침과 밤은 서늘한데 낮은 햇살이 따가워 일교차가 심해 많은 꽃제비들이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하고 다닌다. 입은 옷들이 해지고 얇아 보기만 해도 측은해질 정도다. 대부분 이들에 대해 무관심한 상황에서, 그래도 일부 마음 약한 주민들은 불쌍한 건 알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누가 도울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