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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94호

■ 시선집중

평양시, 한국 지원 쌀로 배급

평양시는 한국에서 보낸 쌀로 배급하고 있다. 안남미인데 밥을 하면 풀기가 없고 날리기 때문에 평양 시민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안남미를 받으면 시장에 나가 쌀이나 옥수수로 바꿔 먹고 있다. 한편 남포항을 통해 한국에서 쌀 5만 톤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남포의 한 무역일꾼은 “이미 한국에서 보내 준 알랑미(안남미) 3만 톤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쌀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백성들에게는 안 준다. 주민 공급이 없다보니 백성들은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그 많은 쌀이 다 어디에 가는지 주민들에게 공급이 없으면 군대들에게라도 많이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며, 쌀 5만 톤이 추가로 들어와도 주민들이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19-21일 식량 관련 군사위원회 회의 예정

이 달 19일부터 21일까지 평양에서 군사위원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군부의 식량 사정이 최악에 달해 식량 비상 소식이 곳곳에서 중앙 군사위원회에 보고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자리다. 이를 위해 전국 각 도, 시, 군 양정부장과 양정과장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평양에 불러들여 원호사업을 토의하고 방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참시 그 지역 양정사업 책임자는 군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전문이 각 지역에 전달됐다. 그동안엔 중앙당 조직부 명의로 군대 원호사업에 잘 협조해줄 것을 지시했으나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었다. 올해 수확고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고려해, 이번엔 사전에 각 지역에 임무를 주어 군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일반 주민들의 내년 식량 문제는 더욱 보장받기 힘들 전망이다.

■ 여성/어린이/교육

고아원 빙자한 아동 노동 착취

온성군에는 부모 없는 아이들 125명을 데려다 키우는 고아원이 있다. 데려다 키우는 것은 명색뿐이고 고아원의 자체적인 노력은 없이, 교두에서 회수한 상품을 받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국가 공급품 중 좋은 것은 선생들이나 주변 집들에서 나눠 갖고, 질이 나쁜 것들을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고아원에선 땅 25정보를 개간해 농사짓는데, 아이들에게 농사를 짓게 한다. 오후마다 아이들을 김매기 동원에 내보내 놀 틈 없이 일을 시킨다. 배고프고 힘겨워 고아원을 뛰쳐나가는 애들이 많다. 이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주변 주민들과 고아원 선생들이 모두 지주라는 소리를 한다. 배려는 힘 있는 어른들이 차지하고, 힘든 일은 모두 아이들을 시키기 때문에 아무리 부모가 없어도 할머니나 삼촌들이 키우면 키웠지 고아원에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딸 대신 초상화 구한 수재민이 영웅

10월 11일 인민반 강연 회의에서는 이번 수해 때 긴급 상황에서도 어버이 초상화를 모시고 나온 사람들의 사상 정신을 본받자는 내용이 나왔다. 강원도와 황해남도에서 갑자기 밀려든 홍수 때문에 집이 잠겨 물바다 상태가 됐는데도, 모든 물건을 버리면서도 초상화를 모시고 나온 주민들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초상화를 모시느라 떠내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어린 딸을 구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사상 정신을 만민이 본받아야 하며 말로만 장군님을 모시지 말고, 실지 행동으로 할 것을 바라면서 모두 이들의 높은 정치사상 수준을 따라 배우라고 강조했다.

순천 공개처형 후폭풍

순천 돌 가공 공장 지배인이 총살되면서, 이 사건과 관련된 국가보위사령부 부장급 세 명이 철직되고, 시당 책임비서와 중앙당 부장 비서급들이 해임되거나 철직되는 등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번에 지배인에게서 돈을 받은 중앙당 간부들이 많고, 그 자녀들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례가 다수 드러나 관련자들은 긴장된 상태에서 사건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앙당 간부들 중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친필 말씀을 왜곡해 기계 설비들을 개인적으로 사취해 지방에 넘겨다 판 일도 적발돼 상당히 높은 직위의 간부들이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순천 돌 가공 공장 지배인 공개 처형

지난 10월 5일, 순천 경기장에서 15만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보위사령부 국방위원회 검열조에 걸려들었던 올해 75세의 순천시 돌 가공 지배인이 예심을 받고 공개 처형됐다. 보위사령부 국방위원회 검열조에 걸렸던 공장 지배인은 6․25 전쟁 당시 그의 아버지가 치안 대장을 했던 사실이 이번에 적발됐다. 자신의 리력을 기만하고 애국자로 가장했다는 것이 주요 죄목이었다. 여기에 자신의 개인 돈을 투자해 공장을 만들어 자기 아들과 딸을 지배인으로 앉힌 점, 돌 가공 공장의 지하실에 전화기를 13대 설치한 점, 이 중 3대를 국제전화기로 설치해 외국과 전화 통화를 장기간 해온 점 등이 죄목으로 나열됐다. 한편 이 날, 워낙 많은 군중이 모이다보니 처형이 끝나고 흩어지면서 사람들에 깔려 6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 경제활동

가스 폭발 사고 빈발

신의주 보안서 간부사택에서 10월 11일 아침에 부엌용 가스통 폭발 사고가 있었는데 한 집이 재가루가 되고 이웃한 두 집의 벽이 무너졌다. 이 집 식구들 중 아기만 살고, 노부부와 며느리는 불에 타 사망했다. 보안원 남편은 당일 숙직이어서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요즘 이 같은 가스 폭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요즘 중국서 중고 가스통을 들여오게 못하게 하니 쓰다버린 가스통을 재도색해 새 것처럼 둔갑시켜 내보낸다. 신의주에서 구멍탄을 때는데 밤새 가스통에서 가스가 조금씩 새서 공기 중에 포화되면 부엌 아궁 탄불과 반응하여 자연 폭발이 일어난다”고 가스 폭발 사고의 원인을 짚었다.

“현재 날씨가 추워지면서 모두 탄불을 때는데 모두들 은근히 겁나하면서도 방법이 없어 그냥 땐다. 전기가 잘 오면 전기 곤로라도 몰래 사용하면 좋은데 그럴 사정도 안 된다. 하루에 기껏해야 2시간정도 밖에 전기를 안주니 방법이 없다. 그리고 전압이 너무 낮아 텔레비전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것마저 30분 간격으로 자연 정전됐다가 다시 오고 하며 2시간 동안 반복한다”며 전기 부족을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는 목소리도 있다.

신의주 각 대학들 통 옥수수 분배

신의주의 각 대학들에서는 교원들에게 반년 분 배급 식량으로 2,200원에 통 옥수수를 100kg씩 공급했다. 이번에 분배된 옥수수는 대학들이 부업지에서 자체적으로 농사지은 것이다. 대학교 교원들과 그 가족들은 분배받은 통 옥수수를 온 집안에 널어놓고 부수느라 손이 마비될 지경이다. 그래도 주부들은 오랜만에 먹을 것이 차려졌다고 흥겨워 일하는 모습이다.

10대 여자 아이들, 몸 팔러 신의주행

평안북도의 각 지역에서는 몸이라도 팔아서 돈을 벌려고 신의주에 들어오는 10대 여자 아이들이 늘고 있다. 먹을 것, 땔 것이 없어 고생하는 부모 형제들을 돕겠다고 10대 여자애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자, 신의주 당국자들은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몰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현군에서 온 17살짜리 여자 아이는 같이 온 또래 여자애들이 모두들 임자를 만나 다른 데로 가서 다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자기는 외모가 볼품없어선지 데려가는 사람이 없다면서 지금은 용케 시장에서 밤을 얻어다 파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밤을 1kg당 1,400원씩 구입해 아파트 구역들을 돌아다니며 kg당 1,500원씩 팔고 있는데, 5만원이 모이면 집에 돌아가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안 먹고 안 쓰고 모아놓은 돈이 벌써 2만원이 된다며 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여성들, 명절 시중드느라 고생

여성들은 명절 시중드느라 고생이 많다. 살림 유지하는 것만 해도 뻐근한데, 명절날 식당 한 번 가면 편하고 좋으련만 집에서 음식 장만해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여성들이 많다. 모이지도 말고 노래 부르지도 말라고 강조하므로, 할 수 없이 집에서 조용히 먹어야 하는데, 특히 요즘 같은 때 먹을 것 장만하는 일이 보통 큰 일이 아니라며 걱정이 많다. 다 같이 힘들게 일하다가 이런 명절날이나 좀 쉴 까 했더니, 여자들은 이런 날도 음식 만들고 뒤치다꺼리해야 하느냐며 너무 불공평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한편에선 당장 먹을 것이 없어 명절날도 집에서 못 쉬고 하루벌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이런 불평이라도 나오는 걸 보면 그래도 우리는 살만한 축에 속하는 게 아니냐며 스스로 위안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번에도 간부를 위한 명절 공급

이번에도 어김없이 간부들을 위한 명절이었다. 10․10 명절 공급을 고대하던 일반 주민들에게는 공급이 전혀 없었다. 대신 당 간부들은 명절 물자로, 돼지고기 2kg, 맥주 한 지함, 기름 3kg짜리 4통, 과일, 맛내기, 참기름 3병, 기타 물품들을 두루 두루 공급받았다. 예전 명절 때 돼지고기 5-6kg, 콩기름 20-25kg, 계란, 과일, 맛내기 등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양이다. 일단 좋은 것은 간부들이 차지하고 나머지 질이 나쁜 것은 학교 선생이나 병원 의사들에게 돌아간다. 학교에서는 돼지고기 1kg을 2,750원에 공급받았다. 많은 교원들은 그 돈이면 차라리 쌀을 사먹겠다고 불평했다. 받아봐야 온통 비계덩이와 뼈다귀뿐이라서 오히려 시장에서 돼지고기 1kg을 3,800원 주고 좋은 것으로 골라 사는 게 낫지만, 강매하다시피 해서 할 수 없이 샀다는 사람이 많다.

10․10 명절 분위기 썰렁

신의주시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았는데도, 날이 추워서인지 온 도시가 조용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당 총비서 추대 10돌을 맞아, “3명 이상 모여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지난 9․9절의 여파 때문이기도 하다. 한 주민은 “지난 9․9절 때 공원이나 놀이터에 나가 록음기를 틀어놓고 춤추며 놀던 사람들이 비사그루빠에 잡혀 가서 호되게 얻어맞았다. 아무래도 술 먹고 흥겨우면 춤이 나오기 마련이고 율동이 자유자재인데 디스코 춤이 날라리 춤이라며 두들겨 맞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보증서와 벌금을 내고 겨우 풀려나왔다. 명절마저 마음대로 모여 놀지 말고 마시지도 말며 조용히 살라 해서 그런지 이번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고 했다.

쌀 훔치다 매 맞아 사망

얼마 전 청진시의 부두 로동자 2명이 부두에 들어선 한국 쌀 차관 배에 올라 쌀 500kg을 훔치다가 붙잡혔다. 보안서에 끌려가 취조를 받는 과정에 심한 구타로 한 명이 맞아 죽고, 다른 한 명은 교화형 7년을 받았다.

또 옥수수쌀을 청진 역 아파트 골목길에서 김책으로 실어가려고 차에 싣는 과정에 순찰대에 걸린 사건도 있었다. 옥수수쌀은 물론 차량도 압수됐다. 차량 임자와 옥수수쌀 주인 등은 보안원에 저항하다가 심한 매를 맞고 모두 중상을 입었다. 현재 청진 병원에 입원 중인데, 붙잡힌 일곱 명 중 한 명이 뇌진탕으로 결국 사망했다.

평양시, 한국 지원 쌀로 배급

평양시는 한국에서 보낸 쌀로 배급하고 있다. 안남미인데 밥을 하면 풀기가 없고 날리기 때문에 평양 시민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안남미를 받으면 시장에 나가 쌀이나 옥수수로 바꿔 먹고 있다. 한편 남포항을 통해 한국에서 쌀 5만 톤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남포의 한 무역일꾼은 “이미 한국에서 보내 준 알랑미(안남미) 3만 톤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쌀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백성들에게는 안 준다. 주민 공급이 없다보니 백성들은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그 많은 쌀이 다 어디에 가는지 주민들에게 공급이 없으면 군대들에게라도 많이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며, 쌀 5만 톤이 추가로 들어와도 주민들이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19-21일 식량 관련 군사위원회 회의 예정

이 달 19일부터 21일까지 평양에서 군사위원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군부의 식량 사정이 최악에 달해 식량 비상 소식이 곳곳에서 중앙 군사위원회에 보고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자리다. 이를 위해 전국 각 도, 시, 군 양정부장과 양정과장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평양에 불러들여 원호사업을 토의하고 방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참시 그 지역 양정사업 책임자는 군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전문이 각 지역에 전달됐다. 그동안엔 중앙당 조직부 명의로 군대 원호사업에 잘 협조해줄 것을 지시했으나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었다. 올해 수확고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고려해, 이번엔 사전에 각 지역에 임무를 주어 군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일반 주민들의 내년 식량 문제는 더욱 보장받기 힘들 전망이다.

“꼭 왜정 순사 같이 못 살게 군다”

시장 안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다 보니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시장 밖에 모여 앉아 날이 어둡기를 기다리는 무리들이 생기고 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자기들끼리 이야기판을 벌이곤 한다. 무리 중에 중국에 다녀왔던 무역 일꾼의 안사람이 “중국 공안들은 정말로 인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복무한다. 여기 법 기관 사람들과 비교하면, 절로 머리가 숙여질 정도다. 여기 법 기관 사람들과는 대비도 안 된다. 여기는 꼭 왜정 때 순사 같이 애매한 백성들만 못살게 군다”며, 특히 요즘 단속은 폭정이나 마찬가지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를 받아 다른 여성은 “보안원들이 무능하니까 범죄 수사는 전혀 다루지 못한다. 그 사람들 말마따나 사건을 수사하자면 모두 자체 부담해야 하니까 로임으로는 살기 힘들고 하니, 방법 없이 애매한 장사꾼들만 못살게 군다. 그렇게 해야 담배라도 공짜로 얻어 가진다. 그러니 장사꾼들은 수지를 맞추려고 부유해 보이는 사람만 만나면 높은 가격을 부른다”고 이야기를 받았다. 무리지어 앉아있는 곳에선 어김없이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당국에서 3명 이상 모여 이야기하지 말라고 아무리 단속해도, 새로운 단속과 통제 지침이 떨어질 때마다 주민들의 불평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시장 절도꾼, 물 만난 물고기

아무리 규모가 큰 시장이라고 해도 골목 장사와 손수레 장사를 없애버리니, 시장 안은 인산인해를 이뤄 드나들지도 못할 정도다. 물건을 사려고 해도 매대에 다가갈 수 없을 지경이다. 서로 부딪치면서 사생결단하듯 싸움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절도꾼들은 이 기회를 맞아 물 만난 물고기마냥 돌아다닌다. 무리지어 다니는 절도꾼들은, 여러 명이 아예 고의적으로 사람을 막아선 뒤 물건을 빼앗아간다. 주민들은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꼼짝없이 당하기 일쑤다. 신의주 채하 시장을 둘러 본 한 간부는, “질서를 정돈한답시고 내려진 결정이라지만 오히려 란장판을 만들었다는 간부들이 무수하다. 그러나 자기들 생활과 관계없는 일이라 누구 하나 위에다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 상급의 지시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 뒤에서 쉬쉬 거리며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하면서도, 누구 하나 백성들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며 한숨지었다.

시장 단속,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보안원의 시장 단속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정된 매대 이외의 곳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지시가 선포된 다음 날부터 보안원들이 시장에 진을 치고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시장 안에 있어도 지정된 매대가 아닌 곳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게선 어김없이 장세를 거둬들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폭군을 방불케 한다. 물건을 펼쳐 놓기 바쁘게 장세를 받아내려 하는데, 눈을 부라리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거침없이 퍼붓는 것은 예사고, 조금만 행동이 늦어도 발로 차고 주먹질을 한다. 매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얼마 전, 남포시의 우도 구역에서는 비법 장사 한다고 보안원이 한 세대주를 구타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장사꾼은 “보안원들에게 지지리도 못살게 군다고 로골적으로 대드는 사람들이 매일 나타나고 있으나, 결과는 물건 다 뺏기고 몸싸움을 하다 실신하는 사람들이 매일 시장 밖으로 들려나오는 형편”이라고 요즘 상황을 전했다.

골목장사와 손수레를 모두 없앨 것 지시

지난 10월 4일, 신의주와 함흥시에서는 골목장사와 손수레를 모두 없앨 데 대한 상부의 지침을 전달하며, 모든 장사 거래는 시장 안에서만 허용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어길 시 상품을 모두 몰수하며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지침이 내려오자 당장 주민들의 반응이 격렬하다. 함흥의 한 주민은 “함흥 시내 크기를 운동장에 비긴다면 장마당이란 성냥 곽만 하다. 시내의 모든 백성들이 장마당 장사에만 매달려 연명해나가야 하니, 시장에 판매자들이 너무 많아 2일에 한 번씩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너무 빼곡히 차서 그야말로 발 디딜 자리도 없을 정도로 붐빈다. 구매자들보다 판매자가 한 곱 정도로 더 많다”며, 시장 일대에 큰 혼잡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간부는 이번 선포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면서 이번 폭풍이 지나가면 또 다시 슬그머니 골목 장사가 성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12일부터 본격적인 쌀 단속 시작

전국적으로 10월 12일부터 각 지역별로 쌀 단속에 들어갔다. 10월 15일 새벽 3시경 룡천에서 신의주에 식량을 팔려고 들어오던 차량이 단속돼 모두 회수 당한 일이 발생했다. 룡천의 한 농장에서 식량을 팔아서 돈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이로써 무산됐다. 신의주에서는 현재 쌀값이 15kg에 2만 5천원인데, 식량 유통이 차단되면 며칠 내로 곧 3만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대적인 쌀 단속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예상 수확고에 따른 알곡 생산량을 확보하려고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추수 시작부터 완료할 때까지 장사꾼들이 슬금슬금 날라다 팔거나, 또는 자동차로 수십 톤씩 군에서 도시로 심지어 다른 도에까지 운반해 팔아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결국 각 군에서는 자기 군의 알곡 실적을 보존하느라 길목마다 차단하고 지키려고 한다. 각 군들은 초소마다 오토바이를 배정해 달아나는 자전거나 차량을 추적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