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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12호

■ 시선집중

“올해 살아남을 농장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함경북도의 일부 농장에서는 농장원들의 먹을 식량이 벌써부터 떨어져 울상이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분배를 아주 잘 받은 가정이 500kg 가량이었는데, 여름에 빌린 옥수수를 갚아주고 인민군대 돼지고기 지원 등 이것저것 떼고 나니 분배받은 것보다 더 많은 530kg를 바치게 된 농장원 세대도 있다. 옥수수를 10kg 꾸면 20kg로 갚아줘야 해서 빚진 집들은 탈곡장에서 집으로 가져온 식량이 거의 없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해 1월부터 다시 옥수수를 꿔먹고 있는 집들이 많다.

북한 당국은 농촌 주민 세대의 약 20%가 이미 식량이 떨어졌고, 3월 말이면 식량이 없는 세대가 40%에 이를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앞으로 식량 사정이 더 긴장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식량 꾸기가 예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현재 식량이 없는 농민들은 밭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 먹으며, 하루하루를 유지하고 있다. 한 노인은 죽기만을 기다린다고 하면서, “이렇게 나이 70까지 사는 것이 자식들에게 죄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농장원들도 먹을 걱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죽기보다 못하다고 한탄한다. 이들은 앞으로도 잘 살날이 올 것 같지 않다며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농장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맥 빠진 목소리로, 더 잘 살겠다는 말은 이제 아득한 옛말과 같은 꿈이 되고 있다며, “이대로 나간다면 올해에 살아남을 농장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하며 한탄한다. 여성 농장원들 역시 한결같이 “제발 올해에 죽지 말고 살아야 하겠는데 어떻게 올해에 자식과 남편을 살리겠는 가”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굴진하는 두 눈에 전진하는 광대뼈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하는 사병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요즘 유행하고 있다. 너무도 먹는 게 없다보니, 배는 승냥이 배요, 얼굴은 “굴진하는 두 눈에 전진하는 광대뼈”라고 한다. 갈수록 홀쭉해지다보니 두 눈은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만 툭 튀어나오는 형상을 빗대는 말이다. 일반 주민들은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나온 군인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격려해준다. 강원도가 여느 지역보다 유독 먹을 게 없는 지역이라, 많은 사병들이 영양실조로 중간에 생활 제대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을에 군량미를 받는다고 하지만 기차로 운반하는 도중에 떼이고,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층층이 간부급에서 떼 간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기껏해야 묵지가루 섞인 옥수수밥에 염장 무 1-2토막, 소금국 정도가 차려질 뿐이다. 너무 허기진 사병들이 몰래 부대를 빠져나가 민간인들이 농사지은 농작물을 훔쳐 먹는 일이 허다하다. 피해를 당한 주민들과 군인들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다. 간혹 주민들 중에는 민가에 내려와 술 한 잔 마시자고 청하는 사병들을 보면, 부모 떠나 고생이 많다면서 밥도 주고 술도 주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군인들을 반기지 않는다. 군인들에 대한 피해가 계속되면서 불신이 심해진 탓이다.

■ 여성/어린이/교육

부모 있어도 빌어먹어야 하는 꽃제비들

농촌 마을로 갈수록 부모가 있어도 빌어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님이 먹을 것을 구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보통 시장에서 구걸하거나 도적질을 하며 끼니를 잇는다. 열 살도 못되는 아이들은 힘이 없어 도적질을 못하고 구걸하거나,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다. 좀 더 큰 아이들은 집게 같은 것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채간다. 이렇게 도적질 하다가 어른들에게 들키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심하게 매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집집마다 방문해서 구걸하는 꽃제비들도 있다. 아이들은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먹다 남은 게 있으면 좀 달라고 한다. 대부분 집 주인들은 아이들이 집안에 발도 못 붙이도록 문밖에서 쫓아 보낸다. 간혹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긴 집에서 누룽지나 식은 밥 한 덩이라도 쥐어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꽃제비 아이들은 어디를 가나 천대받는다.

꽃제비 무조건 구제소에 연계

지난 1월 말, 함경남도 고원군에서는 군당 책임비서 주관 아래 간부들이 모여 꽃제비 관련 대책 회의를 했다. 회의에서는 군 역전과 역 대합실, 시장 등 공공장소에 꽃제비들이 계속 늘고 있는 현상과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고원군은 함경남도, 평안남도, 강원도가 만나는 삼각지점이라 꽃제비들이 특히 많다. 꽃제비들이 많은 시, 군은 해당 시당 또는 군당 책임비서가 사업을 잘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고원군에서는 회의 결과 2월부터 꽃제비들이 보이는 즉시 붙잡아 구제소에 집결시킬 데 대한 군당 책임비서의 지시가 내려졌다. 또 꽃제비들의 출신 지역을 물어 무조건 해당 지역 구제소에서 데려가도록 조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원군 보안서는 꽃제비가 된 아이들을 붙잡아 일단 구제소에 보낸 뒤 부모를 찾아주거나, 고아일 경우 고아원에 보내게 된다. 한편 고원군 청년동맹에서는 공장, 기업소의 우수한 동맹원을 뽑아 불량청소년 단속 상무를 조직하기로 했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옷차림, 몸단장을 주로 검사하며, 불건전하게 하고 다니는 청소년들을 단속하게 된다.

차에 치여 죽어도 돈 많은 회사 차에 치여야

지난 2월 7일 오전 11시경 함경북도 청진시 연진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평양 대성총국 회사 차량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구리 농장원을 쳤는데 농장원은 현장에서 바로 사망했다. 대성총국에서는 피해자측에 위로금 150만원을 주고, 평양에 있는 본사에서 텔레비전과 록화기, 랭동기 등을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연진리와 사구리 주민들은, “차에 치여 죽어도 돈 많은 회사 차에 치여 죽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야 손해배상을 많이 받아 죽어서도 집 식구들을 도와줄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실제 사고 처리가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나라의 큰 회사가 설마 헛말을 하겠느냐며 사고 처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주민들이 많다.

평북 대관읍 벌목공 소 잡아먹고 교화형

지난 1월 말, 평안북도 대관군 대관읍 림산 사업소 벌목공들이 산에 나무하러 올라갔다가 농장 방목소를 잡아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농장 소를 잡아먹은 죄로 주동자 벌목공은 교화형 8년, 공범자 벌목공 4명에게는 교화형 5년이 각각 구형됐다.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소를 잡아먹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하면 상당히 완화된 처벌이긴 하지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소가 사람 목숨 값보다 더 비싼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 경제활동

평북 백마리 전기 누전 화재 폭발 사고

지난 2월 5일,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의 한 가정집에서 화재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조모씨는 그동안 휘발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판매하는 일을 해왔는데, 전기 누전으로 창고에 넣어두었던 휘발유통에 불이 붙어 5드럼이 폭발하는 바람에 집이 몽땅 날아갔다. 이 사고로 조모씨를 포함한 가족 3명과 휘발유를 받으러 갔던 군인 2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학교 경비를 나갔던 조모씨의 아들만 다행히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평북 정주 역 기차 탈선 사고

지난 1월 27일 오전에는 평안북도 정주 역 근처에서 기차 탈선사고가 일어났다. 시멘트를 싣고 가던 기차가 정주역에 들어가기 전에 탈선했는데, 이 사고로 10개의 화물차량 중 4개 차량이 굴러 시멘트를 호송하던 2명의 호송원이 사망했다. 정주군 군인들이 사고 뒤처리를 했다.

태탄군 비행장, 전투기 폭발 사고

지난 1월 18일, 황해남도 태탄군 비행장에서 비행기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기는 훈련을 마치고 활주로로 내려오던 도중 비행기 조정방향키 고장으로 방향을 잘 못 잡아 정차해있던 견인차와 충돌해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비행기 조종사가 다치고, 전투기와 견인차가 파손되는 등 큰 손실이 있었다.

함경북도 2․16 명절 배급은 안남미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탄생일인 2월 16일을 맞아 함경북도에서는 로동자 세대 중 출근하고 있는 본인에 한해 안남미를 주기로 결정했다. 어른들은 작은 양이라도 공짜로 쌀이 생겨 좋지만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반면 아이들은 배급 나온다는 소리에 손뼉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다. 한 주민은 자기보다 아이가 좋아한다며, 배급을 타면 꼭 밥을 해달라고 조른다고 전했다. 비록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애들 생각하면 그나마 명절 공급이 나오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식량으로 술 뽑지 말라 지시

북한 당국은 해마다 술 제조 및 판매를 단속해왔다. 올해에는 지난 2월 초부터 전국적으로 식량으로 술 뽑는 것을 금지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돈을 벌 목적으로 이 같은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엄중성에 따라 추방하거나 노동단련대 6개월 형에 처할 것이라 경고했다. 주로 옥수수로 술을 뽑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아까운 식량을 알콜 가공하는데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따라 이미 단속이 시작된 곳도 있으나, 대체로 음력설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각 지역 담당 보안원들은 옥수수로 술을 뽑아 판매하는 세대들을 장악할 예정이다. 이미 단속이 시작된 지역에서는 주로 술을 전문적으로 뽑는 집들을 다니며 술 생산 기계를 회수하고 있다.

한국에 간 자녀에게 돈 받으면 엄중 처벌

국경연선지역에서는 인민반 회의를 통해 중국이나 한국에 간 자녀로부터 돈을 받지 말라고 통보했다. 만약 중국에 나간 자녀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죄의 경중에 따라 단련대 또는 교화형에 처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보내온 돈을 받으면 처벌이 보다 엄중해지는데, 최고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비사회주의 요강 7가지 범죄 학습

지난 2월 초부터 국경연선지역에서는 녀맹원들의 정규화 학습 시간에 7가지 비사회주의 검열 요강을 강연하기 시작했다. 7가지 비사회주의 범죄로는 첫째 인신매매, 둘째 자식이 한국으로 도주 한 것, 셋째 중국, 한국, 일본에서 온 돈을 받은 것, 넷째, 손전화기로 중국과 연락 하면서 친척을 찾아주고 돈을 받는 것, 다섯째, 마약 장사 또는 중국 거래자들과 밀수 하는 것, 여섯째 직업 없이 무직으로 있는 것, 마지막으로 무단 숙박 등이 거론됐다. 당국은 이와 같은 비사회주의적인 현상이 적발되는 즉시 무자비하게 타격할 것을 경고했다. 국내 정보가 모두 이런 대상자들을 통해 유출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빙두 관련 범죄 세칙 새로 제정

현재 빙두 관련 법적 효력을 높일 데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내적 방침이 연달아 떨어지면서 범죄 세칙이 달라졌다. 빙두 관련 범죄 행위는 다음과 같이 처벌된다. 첫째, 빙두 3kg 이상을 팔았거나 장사한 범죄자는 무조건 총살한다. 둘째, 빙두 2kg 이상의 범죄는 무기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셋째, 빙두 1kg 범죄는 로동교화형 10년~12년에 처한다. 넷째, 빙두 1kg 미만 범죄는 로동 교화 5년~10년의 형벌에 처한다. 빙두 량에 따라 처벌 기준이 보다 명확해진 것이 특징이다. 북한 당국은 세칙이 정해짐에 따라 해당 법 기관에 이 지시를 무조건 받들어 나갈 것을 강조하고, 특히 간부들에 대한 통제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간부들 중에 빙두 장사를 하거나 복용하다 결국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처지까지 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두 환자 많아 정신병동 추가 건설

북한 당국은 전국적으로 빙두 관련 정신질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일부 지역에 정신병동을 추가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빙두 중독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함경남도 함흥시는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병원호실이 없어 크게 애를 먹다가, 고원군 조막산 49호 정신병원에 2개의 병동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도 빙두 중독자 증가 수에 비해 수용시설이 너무 부족해지자, 도인민위원회 보건부에서 대책회의를 했다. 회의 결과 회령시 오류리 3반에 있는 한 농촌 마을 주민들과 떨어진 주변 지역에 격리 정신병동을 건설하기로 했다.

학부모가 자녀 이용해 마약 판매

최근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청소년을 이용해 전문적으로 마약을 판매해 온 사건이 적발됐다. 평성 주례동 중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4명이 마약류를 팔다 걸렸는데, 학생들은 현재 마약 범죄로 기소되어 심문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두 학생은 부모님이 시켜서 해 온 일이라고 자백해 사회적 파문을 던졌다. 마약을 전문적으로 제조 판매해 온 학부모들이 법 기관의 단속을 피하려고 자녀들을 이용해 마약을 판매해온 것이다. 이들은 주로 평성시에서 단골 마약 중독자들에게 한 알당 2,000-2,500원에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사건이 결속되지 않았으나, 그동안 판매해온 마약의 양은 물론 가택 수사 당시 집에서 발견된 마약류가 많아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군부 산하 외화벌이 회사 축소

앞으로 군부출장소와 군부 산하 외화벌이 회사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군부대 명칭으로 된 무역 회사들과 국가가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은 무역회사들을 일체 재정리하라는 12월 23일 방침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1일 중앙당 내각은 “모든 군부대들에서 군부출장소와 군부 산하 외화벌이회사를 없애고 강성무역 회사를 살릴 수 있도록 기구를 줄여야 하며, 지방에서는 군부보다 당 기관을 우선 내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문을 각 도 기관들에 내려 보냈다. “지금까지 모든 군부대들에서 선군정치 명의 하에, 위에서 비준을 받아해야 하는 일을 비준 허가도 없이 제 마음대로 처리하고, 도처에 출장소를 세워놓아 자금을 맹탕 탕진하였으며, 무역도 마음대로 하다 보니 국가 자원을 허비하고 국가 재산에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다. 고난의 행군시절부터 선군 정치를 강조하던 중앙 정부가 군부보다 당 조직을 우선해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이번에 처음으로 나왔다. 한 간부는 “군부의 비리와 만행이 로골화되여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고, 현재 전국 백성들의 생활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자, 민분을 삭이고 군부도 통제하자는 목적에 내려진 결정 같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웬일인가 하는 의문들도 있지만 많은 간부들이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고 말한다”고 얘기했다. 다만 군부의 자력갱생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과연 어떻게 집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올해 살아남을 농장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함경북도의 일부 농장에서는 농장원들의 먹을 식량이 벌써부터 떨어져 울상이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분배를 아주 잘 받은 가정이 500kg 가량이었는데, 여름에 빌린 옥수수를 갚아주고 인민군대 돼지고기 지원 등 이것저것 떼고 나니 분배받은 것보다 더 많은 530kg를 바치게 된 농장원 세대도 있다. 옥수수를 10kg 꾸면 20kg로 갚아줘야 해서 빚진 집들은 탈곡장에서 집으로 가져온 식량이 거의 없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해 1월부터 다시 옥수수를 꿔먹고 있는 집들이 많다.

북한 당국은 농촌 주민 세대의 약 20%가 이미 식량이 떨어졌고, 3월 말이면 식량이 없는 세대가 40%에 이를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앞으로 식량 사정이 더 긴장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식량 꾸기가 예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현재 식량이 없는 농민들은 밭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 먹으며, 하루하루를 유지하고 있다. 한 노인은 죽기만을 기다린다고 하면서, “이렇게 나이 70까지 사는 것이 자식들에게 죄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농장원들도 먹을 걱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죽기보다 못하다고 한탄한다. 이들은 앞으로도 잘 살날이 올 것 같지 않다며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농장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맥 빠진 목소리로, 더 잘 살겠다는 말은 이제 아득한 옛말과 같은 꿈이 되고 있다며, “이대로 나간다면 올해에 살아남을 농장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하며 한탄한다. 여성 농장원들 역시 한결같이 “제발 올해에 죽지 말고 살아야 하겠는데 어떻게 올해에 자식과 남편을 살리겠는 가”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굴진하는 두 눈에 전진하는 광대뼈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하는 사병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요즘 유행하고 있다. 너무도 먹는 게 없다보니, 배는 승냥이 배요, 얼굴은 “굴진하는 두 눈에 전진하는 광대뼈”라고 한다. 갈수록 홀쭉해지다보니 두 눈은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만 툭 튀어나오는 형상을 빗대는 말이다. 일반 주민들은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나온 군인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격려해준다. 강원도가 여느 지역보다 유독 먹을 게 없는 지역이라, 많은 사병들이 영양실조로 중간에 생활 제대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을에 군량미를 받는다고 하지만 기차로 운반하는 도중에 떼이고,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층층이 간부급에서 떼 간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기껏해야 묵지가루 섞인 옥수수밥에 염장 무 1-2토막, 소금국 정도가 차려질 뿐이다. 너무 허기진 사병들이 몰래 부대를 빠져나가 민간인들이 농사지은 농작물을 훔쳐 먹는 일이 허다하다. 피해를 당한 주민들과 군인들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다. 간혹 주민들 중에는 민가에 내려와 술 한 잔 마시자고 청하는 사병들을 보면, 부모 떠나 고생이 많다면서 밥도 주고 술도 주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군인들을 반기지 않는다. 군인들에 대한 피해가 계속되면서 불신이 심해진 탓이다.

국가에서 받은 2호미 식량, 1.7배로 갚아

작년 5월 모내기철에 농민들은 대부분 식량 사정으로 먹지 못해 일을 나가지 못했다. 너무 굶주려서 운신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농장원들은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일을 못 나가면 분배가 잘리게 되지만 너무 배가 고파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많은 농장원들이 먹지 못해 일을 못하자 북한 당국은 할 수 없이 2호미로 비축해둔 옥수수 이삭을 나눠줬다. 가을철에 마른 옥수수를 1대 1.7 비율로 계산하기로 하고, 한 세대 당 50-80kg을 분배했다. 이렇게 분배받았던 집에서는 한 kg의 오차도 없이 최소 85kg에서 최대 135kg을 국가에 바쳤다.

농장원 아내들, 가족 살리기 고군분투

농장원 아내들의 가족 살리기를 보면 하루하루가 눈물겹다. 지난해에도 여성들은 남편이 쓰러질까봐 자신은 굶어도 남편만은 최선을 다 해 챙겼다. 가정에 남편이 없으면 살 수 없고,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몸도 마음도 힘들어져 하루가 멀다하게 부부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남편들에게 얻어맞는 경우가 많다. 올 겨울에도 솜 신발 하나 제대로 챙겨 신지 못해 발에 동상을 입으면서도 밭에 나가 이삭을 줍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풀 한 포기 없는 겨울에 떨어진 이삭 한 알이라도 더 주워야 자식 입에 하나 더 넣어줄 수 있어서다. 농장원 여성들은 1년에 제일 큰 명절인 설날에도 밥 한 그릇 제대로 못 차려 피눈물 흘리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번 명절에도 식구들 밥 한 끼 제대로 해먹이지 못한 농장원 아내들이 설움에 복받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남편이나 자식들 생일이라도 돌아올까 봐 무서워 죽겠다고 말한다. 한 여성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이처럼 광범위하게 어렵지는 않았다”며 찬바람에 빨갛게 부어오른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