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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16호

■ 시선집중

곡창지대 식량 부족으로 농장원 일 못 해 비상

3월에 들어서면서 황해남도 지역에서는 먹을 식량이 부족해 죽으로 끼니를 유지하는 농장원집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곡창지대인 이 지역의 식량가격이 이례적으로 함경북도의 쌀 가격보다 높아 쌀 장사꾼들조차 “공화국에서 예전에 없던 현상”이라 입을 모은다. 황해남도 배천군, 연안군, 안악군 등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는 지난 해 11월에 농장원들 몫으로 1명당 쌀 40kg 정도로 분배해준 것이 전부였다. 그 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뀐 지금까지 나머지 식량 배분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식량이 떨어진 농장원들이 일하러 나오지 않자 당장 농사 준비에 큰 차질이 생기고 있다. 각 농장의 관리위원장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상부에 보고했고, 이에 지난 2월 26일 황해남도 도당 전원회의에서 이 문제가 토론됐다. 도 책임비서는 각 시, 군당 비서들에게 농장원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양을 잘 하라고 하는 한편, 각 보안서에서는 일하러 나오지 않는 농장원들을 파악해 일에 복귀할 수 있도록 법적 통제를 강화하라 지시했다. 또한 이번 파종기를 놓치면 내년에는 정말 모두 굶어죽을 것이니,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라도 일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북 의주군 식량 허위보고로 농장 검열

평안북도 의주군에서는 식량 허위보고 문제로 각 농장들에 대한 군 검찰소 검열을 시작했다. 의주군의 대문리 농장은 작년 생산량이 계획대로 수행됐다고 보고했는데, 군 량정사업소에 들어온 실제 생산량과 너무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검찰소의 검사들이 투입돼 농장의 매 작업반마다 검열을 진행한 결과, 한 개 작업반만 해도 수십 톤의 차이가 발생했다. 군에서는 다른 농장들도 허위보고를 했을 것이라 보고 검열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한 간부는 “한두 해 겪는 문제도 아니고, 공화국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문제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겠냐”며 검열을 해봤자 뾰족한 해결 방안은 없지 않겠냐고 했다.

■ 경제활동

평북 천마군도 식량 부족 심각

평안북도 천마군 역시 3월 현재 식량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농장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노동자들도 옥수수죽으로 겨우 연명해가고 있는 형편이다. 천마읍에 사는 46세 안형철씨는 너무 굶다보니 출근할 기력이 없어 겨울 내내 집에 누워있었다. 그의 열세살 난 아들도 영양실조가 심각해 4월 1일 개학을 앞두고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남편과 아들이 전혀 운신할 상태가 못 되자 안씨의 아내는 허약한 몸을 이끌고 친정 오빠에게 다만 옥수수 몇 키로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고 정주군까지 갔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갔지만 오빠의 궁핍한 살림살이를 보고는 너무 절망스러워 제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하고 말았다.

평북 정주군 쌀 1kg에 1,700원

3월 13일 현재 전국적으로 쌀값이 kg당 1,400-1,600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일부 군에서는 도소재지들보다 더 비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북 정주군은 쌀 1kg에 1,700원까지 올랐다. 신의주보다 100원이 더 비싸다. 요즘 전국 주요 시장의 쌀값은 최고로 비쌌던 작년 9월 말-10월 초 가격과 비슷하다. 3월 13일 현재 1,600원하는 신의주의 쌀값은 작년 10월 5일에도 1kg당 1,600원이었다. 또 평양의 작년 10월 5일 쌀값은 올해와 비슷한 1,500원이었다. 한편 콩기름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지난 해 10월 4,000-5,000원선에 거래되던 콩기름은 현재 6,000-7,000원으로 올랐다.

평양 간부, “올해는 우리들도 죽는 해”

평양시의 일부 중하위 간부들이 3월 현재 식량 공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간부는 “올해는 우리들도 죽는 해”라며, 일반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일부 중하위 간부들의 식량 사정도 어려워졌음을 시사했다. 2월에는 백미를 40% 수준으로나마 배급받았지만, 3월에는 일부 중심구역을 제외한 주변 구역에서는 아예 배급이 중단된 상태다. 평양 중구역에 살고 있는 한 교수는 식량 배급을 평소의 20% 수준으로 받았다고 했다. 한 간부는 주민들 사이에 현재 1,500-1,600원대인 쌀값이 앞으로 3천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간부들조차 공급이 떨어진 게 사실이고 일체 장사를 못하게 하니 다 죽게 된 것이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쌀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몰라 일반 주민들이 공포심에 떨고 있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해주시 여성상인들, 시장 관리원과 싸움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는 장사 나이 제한으로 여성 상인들에게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식량이 떨어진 상황에서 장사마저 못하게 하면 굶어죽으라는 소리냐는 원망이 관리원들에 대한 항의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 2월 5일에는 시장 매대에 들어가지 못한 9명의 여성들이 한 쪽 구석에서 상품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시장 관리원이 장사를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처음에는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러나 여성들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 하면서 점차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결국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신고를 받은 보안서에서 출동해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구속했다. 보안서에서는 장사를 하자고 주동한 주모자가 누구냐며 심하게 취조했으나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4일째 되는 날, 고문을 견디다 못한 리춘희(38세)라는 여성이 자신이 주동자라고 실토했다. 보안서에서는 리씨가 비법행위를 선전한 죄가 크다면서, 리씨만 구류장에 가두고 나머지 여성들은 모두 석방했다. 이 소식을 들은 리씨의 어린 아들이 보안서 정문 안까지 들어와 엄마를 내놓으라고 통곡하며 우는 바람에 이를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3월 현재까지 해주시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식량 배급이 없는 상태다. 세대주가 배급도 임금도 못 받는 상태에서 그나마 장사로 근근이 끼니를 연명해오던 여성들이 나이 제한으로 더 이상 장사를 못하게 되면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떨어졌다. 이에 해주시에서는 장사를 못하면 당장 굶어죽게 될 세대를 파악해, 시장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슬며시 눈감아주는 편이다. 해주시의 한 간부는 공식적인 허용이 아니기에 생존 위기에 몰린 여성 상인들과 당국의 크고 작은 마찰은 쉽게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금 확보 시급

작년부터 수입하려고 했던 소금이 아직 계획량의 절반도 채 들어오지 못한 상태라 소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무역성 가격국에서 톤당 42달러로 책정한 돌소금 1천 톤을 중국 측으로부터 들여오려고 계획했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후불로는 소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 측의 입장이다. 이에 북한 당국은 수입에 계속 차질을 빚자 당 자금으로 소금을 수입하기로 했다.

비료와 비닐박막 얻으러 너도나도 신의주행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농사준비를 위해 비료와 비닐 박막을 구하려는 각 단위의 발걸음이 보다 분주해졌다. 북한은 단동 중국 측 무역회사와 비료 3천 톤을 45일 후불제로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당국은 올해 비료 사정이 매우 긴박해 당 자금으로 비료를 구입하기로 했다. 3월 현재 신의주를 통해 1천 톤이 들어왔으나, 아직 2천 톤이 더 들어와야 한다. 비닐 박막을 얻으려는 발길도 계속 신의주로 몰리고 있다. 식량이 없는 가운데 올해 농사시기를 놓치면 내년은 정말 모두 죽은 목숨이라는 절박감에 각 단위들에서는 비닐 박막 한 장, 비료 1kg라도 더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청진시, 장사 허용해놓고 어떤 처벌 내릴 지 걱정

청진시는 3월 12일 현재까지 나이 제한 없이 모든 여성들에게 장사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 수남 구역과 신암 구역을 비롯한 각 구역의 시장 관리소에서는 나이 제한에 걸리는 젊은 여성들을 모조리 시장에서 몰아내자며, 상품 매대를 아예 시장 밖에 내놓았다. 이에 격분한 여성 상인들이 다음 날인 3월 4일, 장사를 하지 못하면 세대주들도 출근하지 못한다며 집단 항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청진시는 이 사건을 즉각 중앙에 보고했으나 별다른 대책이 내려오지 않자, 시 자체로 나이 제한 없이 모든 여성이 장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시당의 방침 집행 단위들은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중앙당의 허락을 받지 않은 사안이라, 어떤 처벌이 뒤따를지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청진시 시장에서 두부콩 회수

청진시는 나이 제한 없이 장사하도록 했으나, 장사 품목은 계속 단속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부터는 두부콩 판매를 금지시키고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보안서의 보안 검열원들은 두부콩을 보면 무조건 회수해 해당 구역의 량정사업소에 보낸다. 두부콩을 왜 회수하느냐는 물음에, “현재 조선의 두부콩이 무역으로 중국을 거쳐 남조선으로 다 넘어가고 있다. 식량 상태가 어려운 이때에 콩까지 없애버려 우리 사람들을 모두 굶겨 죽이려는 적들의 책동을 막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작년부터 콩을 많이 심어 콩으로 영양을 보충하라며, 간부들만이라도 한 사람당 최소 50g을 먹을 데 대한 방침이 있었다. 당국은 남조선이 인민들에게 갈 콩을 사들여가 콩 공급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개인들은 앞으로 더 이상 콩을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3.8 부녀절 맞는 남편들의 한탄

3.8 부녀절을 맞아 남편들의 한탄이 그 어느 때보다 깊었다. 사리원에 사는 김광철씨는 “아무리 내가 아내에게 잘 하는 게 없는 못난 남편이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3.8 부녀절이 오면 밥 한 끼라도 사주며 위로할 줄은 알았다. 그런데 올해는 감히 그런 꿈조차 꿀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처지가 너무 한심하고 불쌍하다”고 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박상혁씨도 서른 살 갓 넘긴 아내가 장사를 못하게 되면서 한 끼 챙겨먹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장사는 못하게 하지, 쌀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만 하지, 아무리 기다려 봐도 국가의 대책은 없지 도대체 살아갈 희망이 안 보인다고도 한다. 이런 와중에 세외부담은 더 늘어나니 가는 곳마다 사람들 아우성 소리밖에 안 들린다며, 언제쯤이면 제대로 된 남편 노릇을 할 수 있겠느냐 물었다. 3.8 부녀절은 이렇게 일부 남편들에게는 암울한 신세를 한탄하는 날로 지나갔다.

어랑천 발전소 폭발 사고

지난 3월 8일, 함경북도 어랑천 발전소 건설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김책시 대대가 맡은 구간에서 굴착 작업을 하던 돌격대가 발파장약 9발 중 한 발이 불발된 것을 모르고 작업에 착수했다. 작업하던 중에 폭발되는 바람에 4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부상당했다.

마약 장사에 돈 투자했다 망해

청진시 신암구역에 사는 올해 26세 리금선씨는 마약 장사를 하다가 얼마 전 국가보위부 검열에 걸려 구속됐다. 그동안 신의주에 마약 거래처를 트고 돈을 꽤 많이 벌어들였는데, 좀 더 크게 해보려고 돈주들에게서 투자를 받았다. 총 5명의 돈주에게서 이자를 높게 쳐주기로 하고 약 9천만 원 가량을 끌어 모았다. 마약을 사서 신의주로 가던 중 검열에 걸리는 바람에 큰돈을 벌겠다는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누구보다 리씨에게 돈을 빌려 준 돈주들이 당장 사색이 됐다. 돈주 중 한 명은 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심장 마비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김책시 구제소 옴 발병

김책시와 주변 군들의 꽃제비 구제소에서 위생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옴이 돌고 있다. 3월 10일 현재까지 모두 21명의 꽃제비들이 옴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옴에 걸린 꽃제비들은 각 구제소의 창고에 임시 격리되고 있다. 지난 3월 5일 김책시 구제소의 12살 난 김영진이라는 소년이 구제소 창고에 격리됐다가 사망했다. 온 몸의 염증이 점점 퍼져 치료받는 도중 파상균이 들어간 것으로 판명됐다. 함경북도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도 병균이 퍼질 것을 우려해 시급히 방역대책을 세우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도적질하던 꽃제비들에 심한 매질

지난 3월 10일, 함경남도 고원군 역에서 꽃제비 아이들이 도적질 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양행 열차에 화물을 싣고 있을 때 스무 명 남짓 된 꽃제비들이 무리지어 도적질을 하다가 화물원들에게 걸려 매질을 당했다. 몽둥이로 매질을 당해 그 자리에서 아이들 몇몇이 쓰러졌는데 너무 심하게 맞은 터라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화물원들은 죽은 아이들을 역 밖에 내놓고 그대로 방치했다. 꽃제비들 중에는 열 살 안팎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도 두 명 있었다. 고원군 출신의 아이들이 아니어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역에 나와 있던 한영철씨는 “아무리 사람이 못살게 돼 도덕성이 마비됐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어쩌다 우리 인민들이 이 지경까지 됐단 말이냐”며 강한 분개심을 표했다.

“어머니와 형제 모여 사니 행복해”

청진시 송평 구역에 사는 김순희씨는 8년 전에 남편을 굶겨 죽이다시피 잃고, 아이들마저 먹을 것을 찾아 집을 떠나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젊은 대학생이던 시절에 같은 학교 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꿈결 같은 신혼생활을 보내고 두 아이를 낳아 화목한 가정을 꾸렸던 그녀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꿈도 행복도 잃었다. 당시 남편과 함께 직장에 나란히 출근하던 김씨는 국가 공급이 끊기고 굶는 날이 계속되면서 결국 다시는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고난의 행군 초기에는 친정집 도움으로 옥수수 가루에 풀을 뜯어 죽쒀먹기도 하고, 석탄을 주워 때면서 이럭저럭 버텼다.

그러다 너무 배가 고파 이러다 죽겠지 싶던 어느 날, 평소 돼지에게 우려 먹이는 능쟁이 풀을 미처 우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죽을 쒀먹은 게 큰 사단이 났다. 그 때가 큰 아들이 14살, 작은 아들이 7살 되던 해였는데, 능쟁이 풀 죽을 먹은 남편이 그만 탈이 나 온 몸이 퉁퉁 붓고 설사가 심해지면서 약 한 첩 못 쓰고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당시 그녀는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남편을 허망하게 잃은 정신적 충격이 더 해 정신을 놓아버리다시피 했다. 어머니가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몸져눕자,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방랑생활을 시작했다.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고 도적질하다 매도 맞고, 추운 겨울 찬바람 맞으며 자다가 동상에도 걸리며 그렇게 6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어렸던 아이들이 20살과 13살이 된 해에야 비로소 어머니를 찾아와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머니와 두 자녀가 힘을 합쳐 국수 장사와 석탄 장사를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해가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배고프고 어려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형제가 한 집에서 자기 집 식구라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