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제일 도와주는 건 먹는 것과 비료다”

“조선에 제일 바쁜 것은 비료와 비닐박막과 벼 종자다. 제일 도와주는 건 먹는 것과 비료다.”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지금 당장 요구되는 것이 무엇이냐 물을 때 거의 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대답이다. 청진에 사는 백광현(48세)씨는 “청진 아줌마들이 시장 단속에 집단 항의한 것도 고난의 행군 때는 그냥 죽었지만, 다시는 그렇게 안 죽겠다는 강력한 항의 표시였다”며, 현재 백성들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료와 비닐박막 지원이라고 했다. “식량이 이미 바닥난 상태에서 청진 아줌마들 사태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청진의 6만 세대가 식량이 떨어졌다니까 굶는 인구가 최소한 약 20만 명은 된다는 소리다. 한 세대 당 서너 명은 있을 것 아닌가. 노동자 배급이 끊어지고 여자들이 장사를 못하면 그 식구들이 굶는 건 당연한 거다”라고 했다. 함흥에 사는 고성국(53세)씨도 “제일 도와주는 게 먹는 것과 비료다. 3월말까지 비료와 비닐박막이 있어야 한다. 이제 준비 안하면 올해 농사는 못 짓는다. 농사를 못 지으면 어떤 사단이 날지 모르겠다”고 크게 걱정했다.

농사 앞두고 전국이 비료 대란

북한 전역은 농사철을 맞아 비료가 없어 큰 근심에 빠졌다. 올해 비료와 비닐박막, 종자 및 각종 농자재가 태부족이라 각 도의 시, 군 무역일꾼들이 신의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지만 나올 데가 없어 올해 농사를 다 놓치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중앙당은 내각을 통해 비료 구입비를 각 도에 내려 보내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지방 간부들은 약간 회의적이다. 한 간부는 “중앙에서 비료 구입비를 최대한 70% 수준으로 준다 해도 지방까지 내려오면 실제 30-40% 수준도 안 된다. 중간에 여기 저기 떼이는 게 많다. 그래서 차라리 돈을 주지 말고 비료를 줬으면 좋겠다. 물론 비료도 중간에 떼이는 건 마찬가지지만, 주는 돈으로는 비료를 살 수 없다. 그러니 줘도 걱정, 안 줘도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 논평

제 2의 고난의 행군을 우려한다

북한의 식량 상황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3월에 들어서면서 아사 발생의 위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비싼 쌀보다 옥수수를 사먹을 수밖에 없는 일반 주민들에게 옥수수 가격의 상승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최고 900원대까지 올라간 일은 전에 없던 일이다. 이제 보릿고개의 시작일 뿐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이 어려워 매우 우려된다.

식량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남북 관계도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북한은 개성 공단에 이어 서해상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남한도 그에 맞대응하면서 남북 관계는 대화와 타협보다 대립과 갈등 구조로 회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식량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외부에 지원을 먼저 요청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남한 정부도 지원을 요청하면 모를까 아쉬울 게 없다면서 관망하고 있다.

양쪽 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작금의 상황은 10여 년 전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가 아니었음에도 당시 300만명 이상의 아까운 목숨이 스러져갔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북한 전역은 식량 부족으로 아우성인데 남북한 정부는 서로 기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남북한 정부는 10여 년 전의 어리석음을 다시는 반복해서 안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만 갈 것이다. 남북한 양국은 서로 협력하며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북한 주민들의 희생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여성/어린이/교육

“보고픈 아내, 돌아오고 싶다 해도 오라고 할 수 없어”

지금 중국에 있는 북조선 녀성들은 남편과 자식이 있는 조국에 다시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상태다. 3월 1일부터 비법 월경자들을 엄하게 다스리라는 포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무산에 사는 40대의 한 남자는 얼마 전 중국에 가 있는 아내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헤어져 7년을 살았는데 온갖 고생 다 하면서 돈을 좀 모았으니 이만하면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시집장가를 보낼만하다면서 다시 모여 살자는 기별에 너무 기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그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나오지 말라는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정세를 모르고 나오겠다는 아내에게 나오면 교화소에 가야 한다는 기막힌 소식을 전할 때, 그의 심정은 칼로 베인듯 아팠다고 한다. 아내 없이 자식들 데리고 7년 세월을 지지리도 배고픈 고생을 하면서 죽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들었다고 한다. 하루 빨리 사랑하는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다시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아내가 이 땅을 밟자마자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교화소에 보내질 바에야 이국땅에 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내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며 거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자전거 138대 절도범 체포

지난 3월 12일, 청진시에서 자전거 138대를 도적질한 절도범이 붙잡혔다. 청진시 수남 구역 보안서는 이 날 같은 구역에 사는 김모씨가 시장 근처에서 자전거를 훔치는 것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그가 지금까지 절도한 자전거가 총 138대에 이른다고 해 심문하던 보안원들마저 경악해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6년 2월부터 2년 동안 시장이나 학교, 주민 구역들을 돌아다니며 자전거를 훔쳐 시외 주변 마을들에 싼 값에 팔아왔다고 자백했다. 2006년 2월 명절을 맞아 집안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는데, 마침 옆집을 찾아온 손님의 자전거가 눈에 띄어 훔친 것이 지금껏 자전거 절도로 이어졌다고 했다. 현재 죄범이 주변 농촌들에 판 자전거를 확인 중인데 이미 37대가 확인된 상태다.

■ 경제활동

사건사고 소식

함경남도 리원군 수산사업소 고기잡이배가 3월 18일에 바다에 나가서 침몰됐다. 갑작스런 풍랑에 미처 손 쓸 수 없이 배가 뒤집혔다. 선원 12명 중 2명만 구조되고, 나머지는 시신을 찾을 수도 없었다.

“안기부 돈 받고 성인용 영화CD 판매”자백

량강도 혜산시에 사는 박모씨는 얼마 전 평양에서 성인용 한국 영화를 불법 복사, 유포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남쪽으로 내려간 사람 소개로 안기부 사람을 만나 한국 영화를 유포시키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자백했다. 성인용 CD는 1장당 50달러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나 평양 간부들의 수요가 높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박모씨는 그동안 국경연선에서 한국 영화를 건네받아 평성에 사는 대학동창생에게 불법 복제를 시키고, 평양에 다니는 장사꾼들을 통해 판매해왔다. 현재 60개가량의 CD가 회수된 상태다.

인분 등수 매겨 경쟁 유발

대용 비료를 마련하기 위해 함경북도 각 군, 리 농장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온성군 세선리 협동농장 관리위원회는 소달구지꾼들에게 인분을 수집해오면 1등부터 10등까지 등수를 매겨 상품을 주는 식으로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온성군 왕재산 협동농장 관리위원회는 매일 아침 각 농장원들더러 인분 한 양동이와 소변을 받아오게 하고, 1등부터 3등까지 속옷을 주고, 4등부터 7등까지는 양말을 주고 있다.

닭똥은 예나 지금이나 귀한 대용 비료

각 지역에서는 군당 일꾼과 경영위원회 일꾼들을 영농 소조로 1명 이상 파견해 대용비료를 장만하도록 지시했다. 평안북도 농촌지역에서는 신의주시와 중소도시에 들어가 닭을 키우는 집들을 돌며 닭똥을 구해 한 달구지에 2만원 내지 2만 5천 원씩 사서 대용 비료로 모으고 있다. 평양에서도 아파트 주민들이 닭을 키우며 달걀과 닭똥을 팔아 생계에 보탠다. 해마다 닭똥이 비료로 긴요하게 쓰이지만, 언제나 양이 부족하다.

토끼 사육 안하면 지배인 해임

지난 3월 15일에는 함경북도 길주군의 군당 전원회의가 있었다. 올해 공업부문에서 받은 경제 과업 수행을 놓고, 각 공장 책임 지배인, 당 비서들이 모여 사상적 투쟁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했다. 행정 일꾼들은 “경제 관리를 잘해 로동자들의 생활조건을 보장해 주고 방침을 끝까지 관철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의에서 당 창건 60돌 기념 관련 방침이 집중 토론됐다. “모든 공장의 버섯 재배 가공실과 토끼사(사육장)를 자그마하게 건설하여 로동자 3명당 토끼 1마리씩 길러서 당 창건 60돐인 10월 10일까지 로동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이 지시를 접수하지 않거나 집행하지 않는 지배인들은 능력 부족으로 해임시키겠다고 공포했다. 회의에서는 “올해 농사를 로동자들과 농장원들이 합심해 잘 짜고 들어 진행하자”며 끝을 맺었다. 한편 올해 공장 기업소 퇴비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공장 지배인들은 처벌로 농촌 지원 기간에 15일을 더 일해야 한다.

당 창건 60돌, 버섯 가공과 토끼 사육 방침

2008년 2월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침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버섯 가공 재배와 토끼 사육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를 주도하게 될 농업성 역시 전국 공장, 기업소, 단위 등에 버섯 가공과 토끼 사육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에 전국 각지의 모든 공장과 기업소, 단위 노동자들과 유치원 어린이들은 조선 로동당 창건 60돌 기념일까지 버섯을 가공 재배하고, 토끼를 길러야 한다. 각 도, 시, 군 인민위원회들은 없앴던 농업부 부서를 새로 조직해 이번 방침 과업을 수행하도록 조처했다. 농업 부서들은 버섯 키우기와 토끼 기를 데 대한 공문을 각 공장, 기업소, 단위에 보내고, 우수한 노동자를 뽑아 상무를 조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버섯 가공 재배와 토끼 사육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해마다 해왔지만 계속 실패해 온 사업을 다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한 간부는 “토끼풀이 없어 사료문제를 푸는 게 제일 시급하다. 아무 풀이나 먹였다가 설사하다가 죽은 토끼들이 많았다. 버섯가공도 마찬가지다. 버섯은 포자를 버섯연구소에서 받아다가 무균상태와 온도, 습도를 잘 조절해서 키워야 한다. 보통 온돌방에 불 때면서 온도를 조절한다. 보기엔 간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상당히 세심히 보살펴야 해서 전문 기술을 요한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 기업소나 학교 등의 단위에서 대중 사업으로 진행되는 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청진시,“어떻게 하면 시장 관리 방침을 관철할까”토의

청진시는 지난 3월 18일, 수남 구역 당 회의에서 “시장관리를 어떻게 하면 방침을 관철하겠는가”를 주제로 토의했다. 나이 제한에 걸려 장사를 못하게 된 여성들은 무조건 공장에 배치해 일하라는 상부 방침을 여성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을 설복시켜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나왔다. 지난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법 기관에서 개입해 통제감독사업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토론 마지막에는 만약 똑같은 사태가 일어난다면 무조건 진압하더라도 방침을 집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음 날 3월 19일에는 각 공장, 기업소, 당 비서, 지배인들의 토요 학습에서 “(장사할) 나이 안 되는 여성들을 빨리 공장 일을 시킬 데 대한” 방침을 전달했다.

전국 장사꾼들 숨죽이며 신의주 주시

전국 장사꾼들의 신경이 모두 신의주로 쏠려있다. 김명국(48세)씨의 표현에 따르면, ‘상품 원천 명줄’이 신의주 교두 세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는 “검열기간에 누가 감히 모험을 하겠는가. 우리 같은 무역일꾼들이 교두 작업을 맘 놓고 할 수 없지 않나. 밀수고 뭐고 다 막히면 물가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100일 동안이나 검열한다고 한다. 이 기간이면 상품이 완전히 고갈되고 만다”고 했다. 그는 쌀값도 중앙 비사검열그루빠까지 내려오는 통에 하루가 다르게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다.

신의주, 벌집 쑤셔놓은 형국

신의주시가 중앙당 검열을 연타로 맞게 되면서 도시 곳곳에서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중앙당 연합 검열 그루빠가 내려와 있는 상태에서 중앙당 비사회주의그루빠 검열 명목으로 검열성원 200여명이 곧 대거 내려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연합 검열 그루빠는 현재 2006년과 2007년의 외화벌이 기관 장부를 료해하고 있다. 중앙당 비사그루빠는 앞으로 100일 동안 신의주에 머물면서 각종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점검할 예정이다. 당, 행정 간부들부터 법기관 종사자는 물론 무역일꾼들까지 누구 목이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모두들 잔뜩 숨죽인 상태다. 일반 주민들도 장사 보따리를 일일이 검사받고 있어 위부터 아래까지 신의주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다.

각 지역은 청진으로, 청진은 신의주로 쌀 찾아 돌고 돌아

전국적인 식량난 속에 함경북도가 오히려 가장 나은 상태라는 것이 쌀 장사꾼들의 말이다. 작년에 함경북도만 거의 유일하게 큰물 피해를 받지 않아서 그렇다고들 말한다. 최근에는 청진 남강회사가 회령 세관을 통해 쌀 300톤을 후불로 수입했다. 1톤당 거래가격이 360달러 선이지만, 후불로 처리하면서 430달러에 구입하게 됐다. 쌀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각 지역 장사꾼들의 발걸음이 자연히 청진으로 향하고 있다. 반면 청진에서는 무역일꾼들이 쌀을 구한다며 오히려 신의주로 건너가고 있다. 청진에 있던 쌀이 외부로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여전히 필요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기 때문이다. 청진 무역일꾼들은 신의주 인근 농촌에서 풀려나오는 쌀이나 중국에서 밀수로 들어오는 식량을 바라보고 가는 것이라고 한다. 신의주는 신의주대로 대대적인 중앙 비사회주의그루빠 검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어느 지역이나 너나할 것 없이 부족한 쌀을 찾아 전국을 돌고 도는 상황이다. 한편 쌀을 구하러 다니는 무역일꾼들은 조만간 쌀값이 kg당 2,000원으로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올해도 비배관리 경작 못 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배관리(6개월 농사 조치)를 못하게 한다. 기관, 기업소들의 비배관리 금지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다. 김명덕씨(58세)는 “우리 정부의 이런 조치에 로동자들은 ‘갈수록 심산’이라고 올해도 죽을 정도로 살기 힘든데 비배관리마저 안주면 래년도에는 어떻게 살라고 또 안 주는 가고 항의한다”고 했다. 한 기계 공장의 지배인을 하고 있는 그는 “올해에도 비배관리를 못하게 되면 지배인 자리를 내놓으면 내놓았지 더는 로동자들한테 일 나오라는 요구를 못하겠다. 이대로 나가다간 로동자들한테 맞아 죽겠다”고 한탄했다. 한 일용품 공장에서 작업반 반장을 하고 있는 오상덕(54세)씨도 “올해에도 비배관리를 주지 않으면 로동자들더러 농촌 지원 나오라고 하면 안 된다. 나부터도 못하겠다. 우리 작업반은 절대로 동원 시키려는 꿈도 꾸지 말라”고 지배인에게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오씨는 보안서에 호출돼 갔다가 3일 동안 갇혀 호되게 당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은 변함없다고 했다.

“제일 도와주는 건 먹는 것과 비료다”

“조선에 제일 바쁜 것은 비료와 비닐박막과 벼 종자다. 제일 도와주는 건 먹는 것과 비료다.”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지금 당장 요구되는 것이 무엇이냐 물을 때 거의 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대답이다. 청진에 사는 백광현(48세)씨는 “청진 아줌마들이 시장 단속에 집단 항의한 것도 고난의 행군 때는 그냥 죽었지만, 다시는 그렇게 안 죽겠다는 강력한 항의 표시였다”며, 현재 백성들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료와 비닐박막 지원이라고 했다. “식량이 이미 바닥난 상태에서 청진 아줌마들 사태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청진의 6만 세대가 식량이 떨어졌다니까 굶는 인구가 최소한 약 20만 명은 된다는 소리다. 한 세대 당 서너 명은 있을 것 아닌가. 노동자 배급이 끊어지고 여자들이 장사를 못하면 그 식구들이 굶는 건 당연한 거다”라고 했다. 함흥에 사는 고성국(53세)씨도 “제일 도와주는 게 먹는 것과 비료다. 3월말까지 비료와 비닐박막이 있어야 한다. 이제 준비 안하면 올해 농사는 못 짓는다. 농사를 못 지으면 어떤 사단이 날지 모르겠다”고 크게 걱정했다.

농사 앞두고 전국이 비료 대란

북한 전역은 농사철을 맞아 비료가 없어 큰 근심에 빠졌다. 올해 비료와 비닐박막, 종자 및 각종 농자재가 태부족이라 각 도의 시, 군 무역일꾼들이 신의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지만 나올 데가 없어 올해 농사를 다 놓치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중앙당은 내각을 통해 비료 구입비를 각 도에 내려 보내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지방 간부들은 약간 회의적이다. 한 간부는 “중앙에서 비료 구입비를 최대한 70% 수준으로 준다 해도 지방까지 내려오면 실제 30-40% 수준도 안 된다. 중간에 여기 저기 떼이는 게 많다. 그래서 차라리 돈을 주지 말고 비료를 줬으면 좋겠다. 물론 비료도 중간에 떼이는 건 마찬가지지만, 주는 돈으로는 비료를 살 수 없다. 그러니 줘도 걱정, 안 줘도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식량 부족으로 절망감 확산

온 나라가 식량부족으로 민심이 매우 황황하다.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짙은 절망감마저 엿보인다. 무역회사의 한 일꾼은 “한번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모두 생존 방식을 터득하고 각종 준비를 다해 왔다. 주로 6개월 농사, 뙈기밭 경작, 장사 등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차례차례 막았다. 2005년도 말에 배급제를 재개한답시고 6개월 농사와 뙈기밭을 못하게 했다. 작년부터는 장사를 세게 단속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하늘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 연거푸 2년 연속 큰물피해를 당했다. 재작년부터 농사가 안 되었으니 보유 식량이 많을 리 없다. 얼마간 모아놓은 것도 작년에 이미 바닥이 났다. 보유한 식량이 없는데 무엇으로 연명하겠다는 말인가. 온 나라가 식량이 떨어진 마당에 아무리 악이 있고 능력이 있어도 더 이상 소용이 없다”고 깊은 절망감을 토로했다.

평양의 한 간부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아무리 위에서 올해 식량 고비를 잘 계획하여 넘기라 지시해도, 날고뛴들 없는 식량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도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자체 보유량도 없다. 내각에서 긴급회의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뭐 방법이 나오겠는가?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그나마 호전되던 식량 상황이 2005년 하반기부터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그 때 배급제 재개 어쩌고 한 게 큰 잘못이었다. 2006년도와 2007년도 련속된 홍수 피해와 비료 부족, 소토지 회수, 비배관리 중단 등으로 공화국은 사상 최악의 사태에 빠져 있다”고 현재 식량 위기가 총체적 난국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는 간부들이 많지만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변화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용기를 내보겠지만, 상황은 밖에서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절망적이다”고 했다. 현재 평양과 함흥, 청진 등 주요도시들에는 4월부터 아사자가 나타날 것이고, 5월이면 대량아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들이 떠돌고 있다.

평양, 올해 10월 전까지 배급 중단

3월 말 현재 평양의 식량 상황도 매우 어렵다. 평양은 앞으로 4월부터 모든 구역에서 약 6개월 동안 배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평양의 일부 간부들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중단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평양 시민들은 얼마간의 돈을 가지고 있어서 식량이 떨어지면, 평성, 사리원, 남포 등지에 가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대체로 약간의 예비 식량을 보유하고 있어 아직까지 굶어죽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보유 식량이 예전만 못한데다가 식량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 평양 시민들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다. 다른 도시로 나가는 교통이 불편한데다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도 식량이 바닥나면 평양 시민들의 식량난도 극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