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곡물 가격이 실로 무섭게 폭등하고 있다. 가히 “쌀값이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지난 3월 30일 남포에서 2,000원선을 넘어선 지 채 2주도 되지 않아 2,500원을 넘어 이제는 3,000원대를 향해 맹렬히 치솟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쌀과 옥수수가 고갈되고 있어 시장에 나가도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옥수수 한 두 주머니를 운 좋게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부르는 게 금값이라 주민들은 허탈감과 절망감에 휩싸여 힘없이 뒤돌아서고 있다.

올 가을 추수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농사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다. 농민들은 굶주려서 일을 못 나가고 있다. 농장 관리원들은 제발 나오라고 사정하지만 농민들은 꿈쩍도 안한다. 오히려 먹을 게 없으니 풀뿌리라도 캐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느냐고 아우성이다.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북한이 최대의 곡창지대라 손꼽는 황해남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일은 예전에 없었다.

비료를 해마다 보내주던 한국 정부가 뒷짐 지고 모른 척 하는 바람에 이미 비상사태를 맞았다. 이번 농사를 놓치면 제 2, 제 3의 식량 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해일처럼 밀려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다가 종국엔 어떤 파국으로 치달을지 감히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사자인 북한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와 국제 사회는 아무 말도 없이 방관만 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국가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작년 이맘때 긴급히 군량미를 풀어 위기를 잘 넘겼듯이 이번에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

약 비축미마저도 없다면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먼저 요청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사자를 막는 일이 급선무이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의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 지원 원칙을 보다 명확히 세워야 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의 원칙은 긴급한 위기 상황일 때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이 원칙을 실행해야할 때이다. 왜 먼저 교섭을 시작하지 않는가. 왜 핵문제나 다른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려고 하는가. 이명박 정부는 북한 인민들을 긍휼히 여길 것이라고 했고, 북한 주민들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지 기다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서슴없이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은 남조선이라고 말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가 더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대량 아사라는 끔찍한 민족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 지금 당장 대대적인 식량 지원을 시작하기 바란다.

■ 시선집중

해주 “쌀값이 미쳤다”, kg에 2,750원

4월 8일부터 전국적으로 식량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의주, 평성, 강계, 원산, 사리원, 평양, 함흥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쌀 가격이 일제히 kg당 2,000원을 넘어섰다. 물가가 그나마 안정적이었던 신의주도 9일 2,100원을 넘었다. 하룻밤 자고나면 쌀값이 무섭게 올라 11일에는 다시 2,500원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곡창지대인 해주에서 쌀값이 2,750원으로 최고가격을 기록했다. 해주 쌀값이 이렇게 급격히 치솟은 데는 사리원 돈주들의 식량 싹쓸이가 한몫했다. 사리원에서 온 쌀 상인들이 3,000원까지 오를 것을 예상해 해주의 쌀을 차판으로 거둬가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주 주민들은 너나없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쌀값이 미친 게 틀림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08년 4월 둘째 주 주요도시 식량가격

(단위: kg/북한 원)

평양함흥해주사리원원산회령
2,5002,600-2,7002,7502,1002,5002,500
옥수수1,400-1,5001,100-1,2001,500-1,7001,3001,400-1,5001,100

사실상 제 2의 고난의 행군 시작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 강원도, 자강도 등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사실상 제 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소리가 나돌고 있다. 아직까지 아사 소식은 들리지 않으나, 4월 말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이 상태가 지속되면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어디를 가든 이러다가는 지난 시기의 비극이 재현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 경제활동

사건사고 소식

지난 4월 3일, 금골~평양행 열차가 평안남도 양덕역과 거차역 구간에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관차 바로 뒤에 있는 객차부터 4호 객차까지 탈선했는데 복구하는 데만 꼬박 11시간이 소요됐다. 탈선 당시 부딪힌 충격으로 2호 객차 승강대에서 사람이 떨어져 기차 밑에 깔리는 바람에 그만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국토 환경 보호를 잘 할 데 대한 방침

곧이어 국토 환경 보호를 잘 할 데 대한 방침이 나왔다. 국토 부문 간부들과 각 단위 책임자들은 방침의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관련 강습을 받았다. 방침과 관련해 전국 총 230여개의 시, 군들은 길가에 아카시아 나무 심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국은 아카시아 나무 심는 사업을 얼마나 잘 하는 지에 따라 국토사업 등수를 매기고, 잘 한 단위에는 자동차를 비롯한 운수 기자재를 부상으로 내려주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당의 한 간부는 “2007년 4월에 청진시 인민위원회 국토환경보호부에서 국토부 자금 35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여 아카시아 나무모를 사 심었다. 지금 청진 가서 봐라. 살아남은 나무가 없다. 돈 낭비하고 인력 낭비하고, 국토 관리도 안 됐다. 실패에서 배우는 점이 하나도 없이 올해 또 한다. 송충이 방역이 더 시급한 데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백성들이야 아카시아를 심으라면 심겠지만 이게 도대체 뭔가”고 개탄해마지 않았다.

산림 예방 긴급 대책 회의

중앙당에서는 평안남북도의 송충이 피해 발생 보고를 전해 듣고, 산림이 초토화될 위기에 놓인 것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한 간부는 “우리 정부에서는 나무가 몽땅 죽어 나라 경제가 크게 타격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국토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 심어 그것이 자라려면 보통 몇 년에서 몇 십 년은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무더기비가 오면 산림은 더 심하게 훼손될 것이다. 살림집들은 또 어떻게 보존하겠는가.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이 점이다”라고 했다. 당국은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전당적으로 모든 단위를 총동원해 송충이를 잡는 한편 나무 심기에 더욱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결의했다. 일단 예년과 마찬가지로, 3월 2일 식수절을 맞아 산림을 조성할 데 대한 사업을 전당적으로 포치하고 동원했다.

평안남북도 산림전역 송충이 피해 발생

봄이 되면서 산림당국이 해충 문제로 비상에 걸렸다. 4월 현재 평안남북도 산림 전역에 송충이가 발생해 산림이 멸종되다시피 되면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 산림당국은 해충이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평안남북도 전역에서 피해 상황이 속속 접수되고 있을 뿐이다. 평안남도 산림이 초토화되다시피 한데 이어 평안북도 산림 역시 꽤 큰 손상을 입었다. 평안남도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송충이 피해는 평안북도로 번졌다가, 4월 현재 자강도 산림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평안남북도 산림당국은 기관, 기업소 노동자들은 물론 군인들까지 총동원해 송충이 잡기에 나섰다. 또 이 지역 대학교와 고등학교, 소학교 학생들 및 가두 인민반들을 비롯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단위가 송충이 잡기에 총동원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담배 공장 도난 사고

담뱃값이 오르는 바람에 담배 도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평안남도 신성천의 3․26 담배공장에서는 하룻밤 새 창고가 감쪽같이 털리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도난당한 물량이 너무 커서 도무지 수량 파악이 제대로 안 될 정도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엽초 상태의 담배가 모조리 털렸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해당 보안서에서 범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보안원들은 길거리에 서서 오가는 행인들은 물론 신성천에 거주하는 주민들까지 불러 세워 몸과 짐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 담배 엽초라도 나오면 바로 회수하거나 무작정 보안서로 끌고 가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 예전만해도 담배 한 갑당 보통 500-600원 했는데, 요즘 도시에서는 2배로 뛰어 1,100-1,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발언 비판 대회 시작

남북한 경색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각 계층별로 비판 대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남이 우리 공화국과 무역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등 우리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여 우리를 정복하려고 한다. 이명박 반민족도당의 고약한 심보를 폭로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각 계층별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 중간 간부는 “회의 정신을 학습하며 생각해보니, 남쪽과의 거래가 모두 중단되면 우리는 어떻게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길까 아득해지기만 한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강원도 원산으로 일본 중고품 장사를 다니는 김용선(52세)씨는 “이남 정부가 우리나라와 민간 거래도 차단한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냐? 하긴 차단하거나 말거나 별로 상관은 없다. 언제 민간이 주는 걸 받아봤어야 안타깝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 고위 간부는 “몇 사람들 싸움 때문에 죄 없는 백성들만 죽어나가게 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 치는 격이 되었다. 공화국이야 그렇다 치고, 남조선도 알고 보니 어느 것 하나 공화국보다 나은 게 없이 그저 둘이 똑같다. 백성은 안중에 없고 서로 누가 더 잘 났나 힘자랑하는 꼴이다. 검둥이와 까마귀 싸움이라 우리 민족의 앞날이 안 보인다.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조선은 정말 우리 백성들을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거냐”고 뼈아픈 통탄을 했다.

전사자 유가족은 식량 무상 공급

평안남도의 식량 사정도 어려운 상태라 시, 군 공장 기업소 및 특수 기관 등에서는 4월 현재까지 일체 식량 공급이 없다. 다만 전사자 유가족에게만은 식량이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들은 시량정사업소에 가면 식구 수에 따라 식량 및 부식물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특별 배려는 전사자의 유자녀와 친척들을 잘 보살펴 줄 데 대한 김위원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옥수수쌀 가공비 올라 식량 부담 가중

가뜩이나 식량 부족으로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데, 전력난으로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가 하루 2-3시간 밖에 오지 않자 옥수수를 옥수수쌀로 가공하는 비용이 오르고 있어서다. 황해북도 사리원에서는 전기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오더라도 한두 시간 오다말다 하는 바람에 옥수수를 옥수수쌀로 만드는 기계 한 번 쓰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통옥수수를 짝쌀로 가공하는 기계 앞에는 여성들의 몸부림과 아우성으로 매일 아수라장이다. 한 사람당 10-20kg의 통옥수수를 짝쌀로 만들려면 보통 2-3일은 순서를 기다려야 겨우 가공할 수 있을 정도다. 전기 사정이 그나마 나았던 시절에는 통옥수수 1kg에 국수 1.2-1.3kg을 교환해주었는데, 전기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통옥수수 1kg에 900g으로 떨어지다가 요즘에는 급기야 700-750g으로 낮아졌다.

“다른 데는 다 꿔줘도 월파 농장에는 안 주겠다”

월파 농장은 다른 농장들과 달리 돈 있는 개인들에게서 식량을 꾸기도 힘든 상황이다. 온성읍이나 다른 도시 등지에 나가 부업을 하는 집들은 그나마 식량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런 집들을 찾아가 가을에 이자를 높이 줄 것이니 꿔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으나 이조차 올해는 힘들 전망이다. 꿔주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청진 등지에 나가 중고 장사로 돈을 버는 김금옥(38세)씨는 “다른 데는 다 꿔줘도 월파 농장에는 안 주겠다”고 잘라 말했다. “해마다 3월부터 꿔달라고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고장을 보면 월파농장 사람들인데 농사도 제일 안 되다보니까 가을에 받는 것도 수월치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월파농장은 당장 굶어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을 해도 해결책이 없다.

4월에 들어서도 여전히 식량 문제가 풀리지 않자, 월파협동농장관리위원회에서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단 식량이 없어 출근하지 못하는 세대를 파악해, 관리일꾼들과 리당일꾼들이 몇 집씩 도와주고 있다. 당장 굶어죽을 지경에 이른 세대들을 구제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대수가 늘어나 점차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마저 끊기면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는 셈이다. 결국 대용 식량 마련에 어린 학생들도 나섰다.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월파리 중학교와 소학교에 나가는 학생들이 손에 꼽을 정도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야 할 시간에 소쿠리와 칼을 들고 양지 바른 곳을 찾아다니며 풀뿌리와 달래, 민들레를 캐 끼니를 보태고 있다.

온성 월파농장 세대 50% 식량 바닥

함경북도 온성군 월파협동농장에서는 3월 20일 현재 농장 세대의 약 50%가 식량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곡물이 없어 이들 농가에서는 풀뿌리와 옥수수 묵지가루는 물론 심지어 옥수수 껍질을 가루 내어 대용 식량으로 먹고 있다. 월파농장관리위원회에서는 군당에서 해결해주기로 한 대곡이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 간부는 “군에서 식량을 대곡으로 준다고 결정해도 수입 식량이 들어와야 받을 수 있는 희망이 있겠는데 현재는 희망이 없다. 량정사업소나 국가에도 없는 식량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도 않을 거고, 이래서야 언제 대곡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식량 비싼 건 안기부 간첩들의 작간

일부 국경연선지역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식량 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이유가 남조선 안기부 간첩들의 작간 때문이라고 선전되고 있다. 국경지역의 보위부와 보안서 등에서 이 같은 해설을 하고 있다. 또한 보위부는 식량 값을 올리는 상인들을 추적하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지난 3월 25일경 식량 값을 올리는 상인을 붙잡았다. 함경북도 청진과 회령 등지에서 함흥시로 식량이 대거 빠져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당국이 전국적으로 식량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범인을 색출해냈다. 한편 군마다 식량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함경북도 새별군은 은덕군과 회령시 경계 구역 초소에서 식량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쌀장사를 하거나 친척에게 갖다 주거나 등 어떤 이유로 쌀을 운반하든 상관없이 일단 빠져나가는 식량이 눈에 띄면 회수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식량은 군 량정사업소와 꽃제비 구제소 등지로 보내진다.

제일 잘 사는 채종 농장도 식량난에 허덕여

황해북도 금천군 신강리 채종 농장은 작년 농사에 실패해 먹을 것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 곳 농장원들은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왔지만 작년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매 끼니를 굶다시피 하자 농장원들은 농장에 나가는 대신 산으로 들로 나가고 있다. 채종 농장 리당위원회와 관리위원회 일꾼들은 작업반마다 내려가 당의 방침을 호소하고 있다.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제발 출근해 달라”, “다시 한 번 허리를 졸라매고 일을 나와 달라”, “올해 농사도 못 지으면 내년에는 또 어떡하느냐”고 어르기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먹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서 있을 기운도, 걸어 다닐 기운도 없는데 어떻게 일할 수 있겠느냐면서 집에서 버틴다. 이들은 하루 종일 들판에 나가 들풀을 뜯어 온다. 단오절 이전 풀은 독이 없어 아무 거나 먹어도 된다며 독풀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캐 먹거나, 옥수수 가루를 뿌려 죽을 쒀 먹는다. 이 소식에 중앙당의 한 간부는 “믿을 수가 없다. 채종농장이 어떤 곳인가. 토대도 좋고 모범적인 로동자들만 배치해주는 곳인데다, 비료도 농기계도 제일 먼저 배려해주는 곳이 아닌가. 일반 농장에서 식량이 떨어져 출근을 못한다고 하면 이해가 되지만, 채종농장이 이 지경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믿지 못할 것이다. 정말인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다”라며 줄곧 믿기지 않아했다.

황해북도 금천군 농장원 결근으로 농사 준비 차질

황해북도의 각 농장들은 올해 농사 준비를 하려해도 농민들이 먹지 못해 절반 이상이 나오지 못한다며 군당에 호소하고 있다. 황해북도 금천군의 농장들도 결근하는 농장원들이 많아 농사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지역 농장들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작년 농사가 잘 안 돼 농민들에게 분배를 제대로 못해줬다. 작년 가을부터 죽을 먹는 집들이 많았으며, 겨울에는 먹을 것이 떨어진 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입쌀밥을 먹는 집들이라곤 기껏해야 작업반장이나 분조장, 창고장 등 몇몇에 불과했다. 4월에 들어서면서 대다수 농장원들은 풀뿌리를 파먹으며 목숨을 연명하고, 산에 올라가 약초를 캐다 팔고 있다. 당장 입에 넣을 것을 구하러 다니다보니 자연 농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협동농장관리위원회 일꾼들은 농민들을 모아놓고, 당의 방침을 호소하며 무조건 나오라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농민들은 자신과 자식을 먹여 살리려면 그 시간에 산에 올라가 풀뿌리라도 하나 더 캐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에 나가는 대신 부모와 함께 장사를 떠나거나 집을 지킨다. 금천군의 각 학교들마다 이렇게 결석하는 아이들이 40% 가까이 된다.

해주 “쌀값이 미쳤다”, kg에 2,750원

4월 8일부터 전국적으로 식량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의주, 평성, 강계, 원산, 사리원, 평양, 함흥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쌀 가격이 일제히 kg당 2,000원을 넘어섰다. 물가가 그나마 안정적이었던 신의주도 9일 2,100원을 넘었다. 하룻밤 자고나면 쌀값이 무섭게 올라 11일에는 다시 2,500원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곡창지대인 해주에서 쌀값이 2,750원으로 최고가격을 기록했다. 해주 쌀값이 이렇게 급격히 치솟은 데는 사리원 돈주들의 식량 싹쓸이가 한몫했다. 사리원에서 온 쌀 상인들이 3,000원까지 오를 것을 예상해 해주의 쌀을 차판으로 거둬가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주 주민들은 너나없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쌀값이 미친 게 틀림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08년 4월 둘째 주 주요도시 식량가격

(단위: kg/북한 원)

평양함흥해주사리원원산회령
2,5002,600-2,7002,7502,1002,5002,500
옥수수1,400-1,5001,100-1,2001,500-1,7001,3001,400-1,5001,100

사실상 제 2의 고난의 행군 시작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 강원도, 자강도 등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사실상 제 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소리가 나돌고 있다. 아직까지 아사 소식은 들리지 않으나, 4월 말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이 상태가 지속되면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어디를 가든 이러다가는 지난 시기의 비극이 재현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함경남도 농촌, 하루 한 끼 풀죽 먹는 세대 증가

지금 주민들에게는 “하루 쌀 1kg 값 벌이하자”는 것이 구호다. 쌀값이 엄청나게 오르자 농촌 지역에서는 하루 한 끼 겨우 풀죽으로 연명하는 세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함경남도 정평군, 고원군, 신포군 등지의 농장에서는 농민들이 먹을 것이 완전히 떨어져 농장 일을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은 도시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함흥시와 주변 시 노동자들은 공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시장에 쌀을 사러 나왔다가도 엄청난 가격에 기가 질려 돌아서고 있다. 죽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쌀 1kg에 2,500원이 넘어가는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1차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주민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

함경북도 일부 시장에서 옥수수 자취 감춰

쌀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자 옥수수에 대한 수요량이 더욱 높아졌다. 이 바람에 온성, 청진, 은덕, 경성 등 함경북도 일부 지역들은 시장에서 옥수수가 사라지기도 했다. 옥수수 수량이 많지 않아 나오는 대로 앞 다퉈 사가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다 해도 대체로 한 두 주머니 분량밖에 없을 정도다.

■ 여성/어린이/교육

함흥 영광군도 식량난 결근자 증가

함흥시 영광군 영광읍 노동자들과 농민들 역시 먹을 것이 없어 현재 출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군당에서는 긴박한 식량 사정 때문에 자꾸 회의만 하고 있으나,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늘어가는 건 꽃제비들이다. 함흥 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보다 꽃제비들이 더 많아 보일 정도다. 밤낮없이 승객과 꽃제비들이 뒤엉켜 붐비는 가운데 하루에도 몇 십 건씩 짐을 잃어버리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