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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22호

■ 시선집중

함흥 쌀값 3,100원, 전국 쌀값 다시 폭동

지난 4월 25일을 기해 함흥에서 쌀값이 3,000원을 넘어섰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당국의 강력 단속으로 2,200원대를 간신히 유지했는데, 쌀 상인들의 예상대로 억제 정책은 며칠을 못 넘겼다. 3,000원을 넘어가자 함흥은 물론이고 이 소식이 빠르게 전해지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도 동요하고 있다. 이렇게 3천 원대로 한 달 이상 지나면 고난의 행군 때처럼 무리죽음이 곳곳에서 생겨날 것이라며 술렁거린다. 특히 4월 25일 건군절을 맞아 쌀값이 폭등함으로써 당국의 대대적인 사상 교양이 빛을 바랬다. 건군절 행사에 참석했다 돌아온 흥남에 사는 류정연(38세)씨는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냐. 쌀값이 3천원이라는 게 하도 엄청나서 실감도 안 난다. 아래쪽에서는 벌써 사람이 죽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도 멀지 않았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평성의 강명옥(48세)씨는 “어떤 곤란도 웃으며 헤쳐 나가는 좋은 인민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아직도 그렇게 밸이 없어 보이나. 속고 속이는데도 한도가 있지, 아직도 저들은 흥청망청하며 지내고,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우리들더러 좋은 인민이라고 어르는 게 무슨 세 살 먹은 어린애 취급하는 거냐. 원통하고 분통해죽겠다”고 강한 반발감을 내보였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고영복(48세)씨는 “2012년엔 강성대국의 문이 활짝 열린다는데 무슨 수로 그렇게 보장하는지 모르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다들 그렇게 의문을 갖는다. 저 강연자한테도 가서 물어봐라. 저 사람도 말만 안할 뿐이지 의심하기는 우리와 매한가지일 거다”고 냉소했다.

2008년 2-4월 함흥 쌀, 옥수수 가격 동향

2/153/254/054/154/20*4/25
1,3501,6001,8002,7002,2003,100
옥수수7309801,0001,4001,2001,700
* 4/20 쌀값 억제 정책으로 단속했던 시기

4월 25일 전국 주요도시 곡물가격

(단위: kg/북한 원)

평성함흥원산청진
2,900-3,0003,1002,9002,700-2,800
옥수수1,6501,7001,7001,450

평안남도 양덕군 아사자 발생

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읍과 인근 주변 농촌 마을에서 식량이 떨어져 굶어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운신조차 못할 정도로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굶어죽는 사람이 마을마다 한두 명씩 나타나고 있다. 양덕군당은 앞으로 시급히 비상식량을 공급하지 않으면 아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군당과 농장 간부들은 그저 “다 같이 어려운 시대니 허리띠 졸라매고 이 곤란을 이겨나가자. 모두 일하러 나오라”고 사상교양을 강화할 뿐이다. 농장원 한경덕(56세)씨는 “제발 먹을 것을 얼마라도 달라. 그러면 나오지 말라고 해도 일하러 나가겠다. 뭐라도 먹어야 맥이 나서 일하러 나갈 것이 아니냐”고 힘없이 호소했다. 현재 평안남도를 비롯한 남쪽 지역 사정이 대체로 이와 같아서 주민들 사이에 “국가에서 지금처럼 아무런 식량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이대로 식량 가격이 계속 오르면 한 달 안에 굶어죽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경제활동

사건사고 소식

사건사고 소식

지난 4월 11일, 함경남도 영광군에 있는 보안성 단련대의 굴 뚫는 작업장에서 5미터 구간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4월 19일, 함경남도 함흥시 116 기동대 버스가 강원도 원산시에서 함흥으로 오던 중 고원군에서 평양 수도 방어 구분대인 91훈련소 후방부 차량과 충돌해 운전수를 포함해 총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4월 24일에는 청진시 116 기동대 버스가 김책시에서 출발해 청진으로 돌아가던 중 길주군 내에서 운전수가 졸음 운전하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2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중상자들은 인근 길주병원에 호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버스 회사에서는 사망자 가족에게 각 50만 원씩 배상하기로 했다.

4월 중순의 함흥시 녀맹원 강연

4월 중순의 함흥시 녀맹원 강연

4월 20일 이후 함흥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1. 선군 조선의 여성들답게 혁명적으로 살며 투쟁하자!

2. 국경 연선 주민들은 비법 월경을 뿌리 뽑기 위한 전면 대결전을 힘 있게 벌리자!

3. 녀맹원들은 어버이 수령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후대들을 선군시대의 훌륭한 역군으로 키우자!

농장 부림소 도적 기승

농장 부림소 도적 기승

평안북도 대관군 좌하리 농장에서는 두 달 전 부림 소 두 마리를 도난당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구성방직공장에 다니던 안영철이라는 29세의 젊은 노동자가 아내와 이혼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 친척집에 들른 사이 소를 도적질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신의주로 건너가 도살한 소를 몇몇 식당과 시장의 쇠고기 장사꾼들에게 넘겼다. 이 죄로 예심을 받던 그는 너무 심한 구타에 식물인간이 됐다.

함경북도 새별군 성내리 농장에서도 지난 4월 21일 부림 소 세 마리를 도난당했다. 파종 밭갈이를 해야 하는 때에 귀한 소를 잃어버렸으니 밭갈이 파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워낙 소가 모자라다보니 한 마리라도 없으면 당장 농사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데, 세 마리를 한꺼번에 도난당하는 바람에 농장원들이 크게 근심하고 있다. 작업반장은 병을 핑계로 집에서 끙끙 앓고 있고, 농장원들은 인력으로 밭갈이할 생각에 아찔해 하고 있다. 아직까지 도적에 대한 단서는 물론 소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적 위의 도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도적 위의 도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4월 중순 회령에서는 차마 웃지 못 할 도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역전동에 사는 김경철(60세)씨는 자전거를 타고 유선에 사는 동생 집에서 옥수수 30kg을 가지고 돌아오던 중 용변이 급해 길가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놓고 후미진 곳에서 뒷일을 보고 있었다. 이 때 20대의 젊은이가 지나가다가 이를 목격하고 자전거와 옥수수를 그대로 훔쳐 회령 쪽으로 달아났다. 두 눈 멀쩡히 뜨고 환한 대낮에 큰 길에서 봉변을 당한 김 노인은 바지 허리춤을 대충 꿰차고 달리면서 도둑 잡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헛수고였다. 회령으로 도망친 그 젊은이는 지나가는 길손에게 옥수수를 사지 않겠느냐고 자루를 내려놓고 한창 흥정했다. 잘 팔고 돌아서보니 자전거가 온데간데 없어졌다. 며칠 후 자전거를 훔쳤던 사람이 보안당국에 붙잡혀 심문 끝에 김 노인에게서 물건을 도둑질했던 젊은이의 소행까지 함께 밝혀졌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뛰는 놈 우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뭔지 알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식량난 장기화에 패륜법죄 확산

식량난 장기화에 패륜범죄 확산

식량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거듭하는 가운데 식량난이 심해지자 전국적으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평성, 함흥, 신의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살인, 강도, 사기협잡 사건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해 매일 수사 포치가 새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노부모와 어린 자식을 살해하는 패륜범죄가 급속히 늘어나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남포 천리마구역에서는 한 할머니가 돌진하는 트럭차량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로 여기고 가족들이 손해 배상을 요구했으나, 조사 결과 자식들의 박대가 심해 일부러 뛰어든 것으로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평양 선교구역에서는 갖은 박대에 참지 못한 할아버지가 모진 마음을 먹고, 너 죽고 나 죽자며 집에 불을 내고 자살했다. 살아남은 자식들을 추궁해보니 평소 자식들의 구박이 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국은 이 사례를 주민 총화에서 발표하고 이 가족들을 평양에서 인근 농촌마을로 추방시켰다.

평성에서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한정희(38세)씨는 먹을 게 떨어져 어린 자식들을 키우기도 힘든데, 늙은 시어머니까지 거두자니 앞길이 막막하다면서 고민이 많았다. 뇌혈전을 앓는 시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다고 밥 달라며 며느리를 닦달했다. 한씨는 아이들이 매일 죽물로 배 채워 배만 볼록하고 팔다리가 삐쩍 마르는 형상에 애태우던 차, 운신조차 제대로 못하는 시어머니까지 챙길 마음의 여유가 점점 사라지더라고 했다. 그 날도 어머니가 자꾸 먹을 것을 보채서 뇌혈전에 좋은 약이라며 시어머니에게 살충제를 먹였다. 뒤늦게 알게 된 남편과 공모해 뒷산에 가만히 묻었는데, 시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옆집의 신고로 꼬리가 붙잡혔다. 그들 부부는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했다고 우겼으나 의료 감정 결과 독살로 판명돼 구속됐다.

청진시 포항구역 남향동에 사는 박광혁(39세)씨는 지난 2월 1일,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죄로 체포됐다. 그는 평소에도 아이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아내와 자주 다퉜다. 먹을 것이 점점 없다보니 조그만 애가 먹는 것도 눈엣가시였던 것이다.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아직 네 살도 채 안 된 아이가 꼴 보기 싫다며 계속 때리고 욕하는 등 날로 구박이 심해졌다. 매일처럼 먹는 문제에서 시작된 싸움이 애 문제로 넘어가 싸움이 더 커지곤 했다. 하루는 참다 못 한 그의 아내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렇게 애를 때리고 싶으면 아예 죽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박씨는 그 길로 곧장 두터운 담요로 아이를 감아 질식시켰다. 옆집의 신고로 체포된 그는 지난 4월 2일 공개 처형됐다. 아이의 어머니는 제 자식을 죽인 공모 죄로 교화형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예심 과정에서 그 때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맞아죽으나 굶어죽으나 매 한 가지일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뒀다고 했다. 얼마 안 있어 그녀는 자식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자 심기는 충성심의 척도

감자 심기는 충성심의 척도

북한 당국은 식량난의 타개책으로 감자 심기를 국가 방침으로 집행하기 시작했다. 함경북도의 경우 각 기관, 기업소 일꾼들에게 감자를 30평씩 심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kg에 1,200원하는 감자 종자를 사는 것도 집집마다 큰 부담이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감자 종자를 시장에서 사고팔지 못하게 해 돈이 있어도 종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이런저런 사정을 보고받은 상부 단위에서는 동원 대회를 다시 열었다. 감자 심기는 장군님의 방침이라며, 이 구실, 저 구실로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은 방침에 도전을 하는 사람들로서 장군님에 대한 충성이 부족한 자들이라고 못 박았다. 만약 계속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장군님의 방침을 거역한 죄로 다스리겠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렴철중(54세)씨는 “우리 공장만 해도 사람들이 무슨 봉변이라도 당할까 무섭고 겁나 대충 맞춰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종자 구입도 어렵고 종자가 있다고 해도 살 돈도 없고 큰일이다. 최대한 비위를 맞춰보려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 다들 골을 싸매고 누울 지경이다. 종자 없이 어떻게 농사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

농사 준비 아직도 지지부진

농사 준비 아직도 지지부진

벼 모 파종 작업에 들어가야 할 시기인데 여전히 농사 준비가 제대로 완료되지 못한 곳이 많다. 평안남도 대동군 농촌경영위원회는 밭갈이 할 기계의 기름을 확보하지 못해 난리다. 각 농장들마다 황소도 몇 마리 되지 않아, 관리일꾼들은 이런 식으로는 경제운영관리가 제대로 안될 것이라 비관하고 있다. 황해남도 청단군 협동농장에서는 농민들이 4월 중반인 현재까지도 일하러 나오지 않아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굶주리는 농민들이 농장에 일하러 나오지 않자 군당에서는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있다. 청단군 농촌경영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농장원들에게 일하러 나올 것을 호소했다. 계속해서 일하러 나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도 잘 될 수 없다며 간곡히 호소하고 있으나, 굶주림에 지친 농민들은 꿈쩍도 안하고 있다. 평안북도 박천군 박천읍 주변 농장의 농장원들은 작년 한해 분배를 2달 분량 밖에 못 타고 현재는 식량이 완전히 떨어져 일을 못 나오고 굶어 누워있는 세대가 많다. 아직까지 농장원들에 대한 식량 대책이 전혀 없다.

농업성, “올해 자연재해 없어도 농사 전망 불투명”

농업성, “올해 자연재해 없어도 농사 전망 불투명”

농업성은 올해 별다른 자연재해가 없다 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농사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에는 수해 피해 때문에 수확량이 저조했지만, 올해는 비료, 비닐박막, 종자 등 전반적인 농자재 사정이 전년도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가 전국적으로 굶주리는 농장원들이 일하러 나오지 않아 농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인분 등으로 대체 비료를 열심히 모으고 있으나 비료는 역부족인 상태다. 농사지을 인력 문제 역시 공장, 기업소나 군인들을 총동원시키지만, 아무래도 숙련된 농장원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에 각 지역에서는 이미 농번기철을 놓치고 있다는 내용을 중앙당에 속속 회보하고 있다.

북한, 중국에 식량 지원 요청

북한, 중국에 식량 지원 요청

평양의 한 간부는 얼마 전 북한 정부가 중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식량 확보 문제로 대량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중앙당 내각에서는 해외에 나가있는 무역일꾼들에게 모든 것을 제쳐놓고 식량 구입을 최우선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 지시다. 이와 별도로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중국 측과 접촉해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중국은 지원 양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의주로 지난 4월 초 옥수수 8천 톤이 들어온 데 이어, 얼마 전에는 다시 옥수수 1만 톤이 들어왔다. 량정성부장이 신의주에 직접 내려와 평양으로 이송하는 과정을 총지휘하고 있다.

자강도 군수공장도 4달째 배급 중단

자강도 군수공장도 4달째 배급 중단

자강도 강계시에 소재한 각 군수공장들도 벌써 4개월째 배급이 중단된 상태다. 오랜 영양실조로 병들어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출근하는 사람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보고를 받은 중앙당은 다른 도의 시, 군들에 아직 군부대에 보내지 못한 군량미가 있으면 거둬들여 자강도 군수공장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함흥 비료공장 무단결근자 증가

함흥 비료공장 무단결근자 증가

함흥 지역의 비료공장 로동자들도 올해 식량 공급이 없어 무단결근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먹지 못해 출근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공장의 분주소에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순찰대를 조직해 무단결근자들을 찾아다니며 일하러 나오라고 호통을 치지만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자, 결국 보안원까지 동원시켜 죄인 다루듯이 구박하며 공장에 끌고 나가 사상 교양을 하고 있다.

남포시도 식량난 심화

남포시도 식량난 심화

국제항구 도시로서 입지가 잘 잡힌 남포시도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남포시는 주변 시, 군 등을 제외하고 시내 인구만 약 35만 명 정도인데, 작년 12월부터 노동자들이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당에서는 식량긴급회의를 여러 차례 거듭했으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외국에 나가는 연줄을 잡아 어떻게든 식량을 구입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만약 식량이 안 되면, 영양이 부족한 요즘에 특히 콩기름이라도 지원받으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한다. 풀뿌리에다 기름이라도 얼마간씩 묻혀 먹어도 죽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한 번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그들이 지원받을 연줄이나 능력도 없고 또 이런 부탁을 한두 군데서 받는 게 아니라 아무리 호소해도 쇠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다.

평양에서도 죽어도 끼니 연명하는 세대 발생

평양에서도 죽으로 끼니 연명하는 세대 발생

평양시민들 중에도 죽으로 겨우 하루하루 연명하는 세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 중에는 하루 두 끼니를 죽으로 먹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각 기관, 기업소, 공장 등에서도 일반 노동자들은 간부와 달리 급수가 낮아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배급이 없으니 노동자들의 형편이 말이 아니다. 평양시의 한 간부는 “이렇게 가다가는 강도나 도적들이 부쩍 늘어날 것”이라며, 당국의 치안 통제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근심했다.

제일 잘 팔리는 건 산나물

제일 잘 팔리는 건 산나물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각종 물가가 덩달아 뛰고 있는 요즘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은 각종 산나물들이다. 지금 한창 산나물이 나는 철이라, 산과 들에는 산나물 캐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어느 산엘 가든 사람들로 뒤덮였다고 할 만큼 먹을 것과 팔 것을 찾아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 몇 줌 안 되는 옥수수쌀에 나물이라도 넣어야 양이 많이 불거지기 때문에 산나물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졌다.

신의주 남송 시장 입구에는 인근 농촌 마을에 사는 어린 여학생들 서른 명 정도가 나와 산나물 장사를 하고 있다. 학교 갈 시간에 산에 올라 산나물을 캐다 먼 시내 시장까지 걸어 들어와 팔고 있다. 한 공기 당 500원을 받는다. 채하 시장에도 이런 어린 여학생들과 아주머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남신의주 마전리, 백토리, 락원리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산나물 장사를 하러 신의주 시장을 많이 찾는다.

놈민 인구 1/4, 식량난으로 풀죽 연명

농민 인구 1/4, 식량난으로 풀죽 연명

식량난이 악화되는 가운데 내각에서는 하루 한 끼니 풀죽으로 연명하는 농민 세대가 전체의 약 1/4 수준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내각의 한 일꾼은 “농민 인구 800만 명 중에 약 200만 명이 지금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황해남도의 한 지역에서 국가에 3을 바치고 개인이 7을 갖는, 3대 7 개인 영농을 시도했다가 사회주의 시책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모두 숙청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개인 영농을 하면 이렇게까지 어처구니없는 식량악화 상태까지는 가지 않을 텐데, 상부에서는 개인 농사를 허용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여 안타깝다고 했다.

“지금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 식량 위기”

"지금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 식량 위기”

4월 21일부터 북한의 주요 매체에서는 작금의 식량난이 비단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동향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올해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 세계적인 빈곤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반 회의에서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왔다. 모두 올해의 곤란을 허리띠 졸라매면서 꼭 이겨나가자”고 강조한다.

함흥 쌀값 3,100원, 전국 쌀값 다시 폭등

함흥 쌀값 3,100원, 전국 쌀값 다시 폭등

지난 4월 25일을 기해 함흥에서 쌀값이 3,000원을 넘어섰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당국의 강력 단속으로 2,200원대를 간신히 유지했는데, 쌀 상인들의 예상대로 억제 정책은 며칠을 못 넘겼다. 3,000원을 넘어가자 함흥은 물론이고 이 소식이 빠르게 전해지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도 동요하고 있다. 이렇게 3천 원대로 한 달 이상 지나면 고난의 행군 때처럼 무리죽음이 곳곳에서 생겨날 것이라며 술렁거린다. 특히 4월 25일 건군절을 맞아 쌀값이 폭등함으로써 당국의 대대적인 사상 교양이 빛을 바랬다. 건군절 행사에 참석했다 돌아온 흥남에 사는 류정연(38세)씨는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냐. 쌀값이 3천원이라는 게 하도 엄청나서 실감도 안 난다. 아래쪽에서는 벌써 사람이 죽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도 멀지 않았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평성의 강명옥(48세)씨는 “어떤 곤란도 웃으며 헤쳐 나가는 좋은 인민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아직도 그렇게 밸이 없어 보이나. 속고 속이는데도 한도가 있지, 아직도 저들은 흥청망청하며 지내고,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우리들더러 좋은 인민이라고 어르는 게 무슨 세 살 먹은 어린애 취급하는 거냐. 원통하고 분통해죽겠다”고 강한 반발감을 내보였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고영복(48세)씨는 “2012년엔 강성대국의 문이 활짝 열린다는데 무슨 수로 그렇게 보장하는지 모르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다들 그렇게 의문을 갖는다. 저 강연자한테도 가서 물어봐라. 저 사람도 말만 안할 뿐이지 의심하기는 우리와 매한가지일 거다”고 냉소했다.

2008년 2-4월 함흥 쌀, 옥수수 가격 동향

2/153/254/054/154/20*4/25
1,3501,6001,8002,7002,2003,100
옥수수7309801,0001,4001,2001,700
* 4/20 쌀값 억제 정책으로 단속했던 시기

4월 25일 전국 주요도시 곡물가격

(단위: kg/북한 원)

평성함흥원산청진
2,900-3,0003,1002,9002,700-2,800
옥수수1,6501,7001,7001,450

평안남도 양덕군 아사자 발생

평안남도 양덕군 아사자 발생

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읍과 인근 주변 농촌 마을에서 식량이 떨어져 굶어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운신조차 못할 정도로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굶어죽는 사람이 마을마다 한두 명씩 나타나고 있다. 양덕군당은 앞으로 시급히 비상식량을 공급하지 않으면 아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군당과 농장 간부들은 그저 “다 같이 어려운 시대니 허리띠 졸라매고 이 곤란을 이겨나가자. 모두 일하러 나오라”고 사상교양을 강화할 뿐이다. 농장원 한경덕(56세)씨는 “제발 먹을 것을 얼마라도 달라. 그러면 나오지 말라고 해도 일하러 나가겠다. 뭐라도 먹어야 맥이 나서 일하러 나갈 것이 아니냐”고 힘없이 호소했다. 현재 평안남도를 비롯한 남쪽 지역 사정이 대체로 이와 같아서 주민들 사이에 “국가에서 지금처럼 아무런 식량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이대로 식량 가격이 계속 오르면 한 달 안에 굶어죽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살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모두 죽을 것만 같다”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특히 황해남도 지역 주민들의 신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작년 수해 피해가 심했던 지역일수록 주민들은 입을 모아 “식량 값이 오르면서 살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모두 죽을 것만 같다”고 말한다. 황해남도 농촌 지역들을 보면 안악, 은파 등 일부 잘 사는 농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풀죽으로 하루 한 끼니를 연명하는 집들이 부지기수다. 황해남도와 평양과 원산 등지를 다니며 쌀장사를 하는 김원선(41세)씨는 지난 20일경 “쌀값이 2,800원, 통옥수수가 1,800원까지 올라갔다. 쌀값 3,000원도 멀지 않았다. 어느 지역엘 가도 이런 상황이 2-3개월만 더 지속되면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처참하게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내가 어떤 한 사람 붙잡고 들은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걱정하는 말들이다”고 했다. 황해남도 연안군의 주변 농촌들은 농사지을 인력이 부족해 애태우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일을 나오지 않는 농장원이 많아서이다. 결국 농사는 공장, 기업소, 단위 등 농사 지원을 나온 사람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일을 나오지 않는 농민들이 너무 많다보니 농사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 농장들에서는 공장 노동자들을 지금부터 빨리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다.

봄철 식량난 전국 가속화

봄철을 맞아 식량난이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황해남도와 개성시의 개풍군, 장풍군 그리고 황해북도 금천군 등을 비롯해 평안남도 문덕군, 양덕군, 신양군 등과 강원도 고산군, 금강군 등 특히 아래쪽 지역의 식량난이 막심하다. 농촌 마을일수록 식량난이 심각한데, 요즘엔 하루 한 끼 먹는 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루 한 끼, 또는 두 끼 먹는 집이 대부분이며, 국수, 죽, 풀이나 산나물에 소금을 넣어 끓여먹는 집이 많다. 옥수수죽도 그릇 바닥이 들여다보일 지경으로 겨우 죽물로 입안을 헹구는 수준으로 먹는 처참한 집들도 많다. 이런 집들에서는 홀쭉하게 말라 시름시름 앓다가 병명도 제대로 모르고 집에서 죽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

■ 여성/어린이/교육

전국 도처에서 자살 사건 증가

전국 도처에서 자살 사건 증가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전국 도처에서 자살자가 증가하고 있다.

평안남도 덕천에 사는 장명희(42세)씨는 남편과 대판 싸운 뒤 파마 약을 먹고 자살했다. 남편에 따르면, “먹을 것도 없고 살기 막막하니 죽는 게 낫겠다고 했다. 싸우다 홧김에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이제부터 안해 없이 어떻게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릴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이때까지는 하루하루 아내가 파마를 하여 번 돈으로 생활을 유지했는데 인제는 살아갈 길마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황해북도 사리원 운하동에 사는 박금철(46세)씨는 얼마 전 가족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는 연로한 어머니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아내, 그리고 어린 남매를 키우는 가난한 세대주였다. 박씨 혼자 힘으로 근근이 가족 전체를 먹여 살려오던 중 지난달 말부터 장사도 안 되고 식량가격이 올라가면서 가지고 있던 밑천도 모두 날리게 됐다. 하루 한 끼니는 고사하고, 며칠에 한 끼니 겨우 입에 풀칠할까 말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야말로 굶기를 밥 먹듯 하던 그는 깊은 울분과 가족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번민하던 중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택했다. 유서에는 한창 일할 나이에 제 식솔 하나 먹여 살리지 못하고, 앓고 있는 어머님 병 치료는커녕 죽물 한 그릇 변변히 대접도 못해드리는 이 불효자가 먼저 가는 것을 용서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웃들은 그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박씨가 없으니 이제 남은 네 식구가 꼼짝없이 죽게 생겼다며, 그 가족들이 더 큰 걱정이라 말한다.

자강도 중강군 중강면에 사는 박례옥(38세)씨는 벌써 세 번째 자살을 시도했다. 그 때마다 다행히 응급처치로 살아남을 수 있었으나, 본인은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과 올해 11살짜리와 8살 난 아들이 둘 있는 가정주부다. 평소 그녀는 남편이 집에만 오면 술을 가져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집안의 기물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려 무척 버거워했다. 게다가 말리면서 애원할 때마다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거나 구타를 하곤 했다. 박씨는 남편이 욕하고 때리는 건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사랑하는 두 아이에게 죽물 한 번 변변하게 먹이지 못하는 현실이 그녀를 더 괴롭혔다.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들로, 산으로, 남의 집 식모살이든 닥치는 대로 종종거리며 식량을 구하러 다녔다. 천성이 바지런한 사람이라 너무도 황폐해서 남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땅뙈기를 일궈 곡식을 심고 가을엔 이삭주이를 다니면서 그렇게 네 입에 간신히 풀칠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집안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수척해져 그녀를 보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에다 눈에는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사는 게 힘들다보니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도대체 표정이라는 것이 없어 산송장 같아 보일 정도였다.

지난해 겨울에도 신발과 옷 하나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 아이들이 찬바람 쌩쌩 부는 마른 들녘에 나가 이삭주이를 하고 들어와 발을 구르면서 춥고 배고프다며 엄마한테 매달려 울었다. 박씨는 “엄마가 돈 벌어서 꼭 좋은 옷, 좋은 신발 사 주마” 하며 두 아이들을 덥석 끌어안았다. 그렇게 두 팔에 끌어안고 주저앉아 자신도 실신할 정도로 목 놓아 통곡했다. 그 날 그녀는 절망감에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기도 했다. 올해 옥수수 값이 1,800원까지 올라가는데, 인민반에서는 4․15 명절이라며 콩 3kg씩 내라고 하지, 학교에서도 모피 가죽을 내지 못할 거면 한 명당 1만 4천 원씩 내라고 들들볶아 정신이 없었다. 전기세다 물세다 뭐다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니 죽 쑬 돈도 남지 않았다. 이웃집에 사정사정해서 옥수수를 몇 줌 얻어다 아이들에게 죽물을 해먹였는데, 남편이 술을 사오라고 또 다시 강짜를 부리는 바람에 말다툼이 일어났다. 그날 밤 앞으로 살아갈 일이 너무도 막막하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이들을 위해 있는 옥수수를 탈탈 털어 옥수수밥을 짓고, 남편에게 주려고 옆집에 부탁해 외상술을 받았다. 점심때가 되어 짚을 두 단 삶아 끓여놓고 조용히 약을 먹었다. 마침 술 깡치라도 주려고 들렀던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발견돼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박씨는 깨어나서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겨우 “왜 나를 살렸는가”라고 내뱉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평소에도 “불쌍한 내 새끼들을 두고 어떻게 죽으랴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해, 주위에서 걱정들이 많았다.

강원도 금강군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한광혁(55세)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인텔리 지식인이었다. 한평생 공부만 해오던 사람이 졸지에 막노동하는 노동자가 됐으니 생계유지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성미가 팍팍한 그 아내는 남편이 권력이나 연줄을 이용할 줄 아는 재간도 없고, 돈 벌어오는 능력도 없다고 진종일 바가지를 긁어대기 일쑤였다. 지난 해 여름 수해에 그나마 갖고 있던 재산도 다 날리고, 악화된 식량난에 육체적 고통이 막심한데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먹을 게 떨어지면 질수록 부부싸움이 끝날 새 없이 서로 네 탓하기 바빴다. 그러다 며칠 전 울화통을 못 이겨 비소 두 봉지를 사서 먹고 자살했다. 그는 아내 앞으로 유서를 남겼다. “굶고 사는 게 정말로 어려웠소.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다 시원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오. 다만 이 못난 몸이 먼저 가니 당신에게 미안하오. 나를 만나 그렇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언제 한 번 기쁘게 해 준적이 없어 미안할 따름이오. 언젠가는 잘 살 날이 올 것이라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이젠 끼니조차 때우기 어렵게 됐소. 이날 이때껏 이 모양으로 살아오다보니 빌어먹으면서 살 체면도 없거니와 다 같은 살림살이에 어디 간들 배를 채울 수 있겠소. 이제는 그저 당신 살고 싶은 사람 만나 살아남으시오. 어디를 가든 먹을 수 있는 데를 찾아 꼭 살아주길 바라오.” 그 아내는 유서 내용을 보고 ‘참말로 모진 양반’이라며 대성통곡했다.

구제소 양식 떨어지고, 고아원 아이들 영양실조 심각

구제소 양식 떨어지고, 고아원 아이들 영양실조 심각

전국 매 군마다 운영되고 있는 구호소마다 식량이 떨어져 아이들이 자주 구호소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아이들은 장마당이나 음식점을 돌며 동냥을 하거나 덮쳐 먹고 있다. 청진시 라남 고아원과 길주군 고아원 등 각 지역의 고아원 아이들도 영양실조에 걸려 신체발육상태가 말이 아니다. 두 돌이 지난 아이들이 제대로 걸음마도 못하고, 구루병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한다. 게다가 극심한 영양부족에다 설사에 걸려 제대로 약도 못 써보고 죽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우유가 모자라 아이들에게 물을 너무 많이 타 먹이다 보니 영양실조로 뼈는 앙상하고 배만 볼록 튀어나와 애처롭기 그지없다. 고아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비타민이라고 호소한다.

■ 논평

대북 식량 지원,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다시 북녘 땅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매 주 북한 주민들의 한숨소리를 전해오면서도 내심 맞닥뜨리고 싶지는 않았던 아사자 소식이 서서히 들려오고 있다.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통곡소리를 들어야 긴급구호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것인지 지금으로선 암담하기만 하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의 맺힌 한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지 심히 까마득하고 두렵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이미 10여 년 전에 3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도 모자라서 또 다시 그런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단 말인가.

고난의 행군 당시부터 좋은벗들은 식량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 차원의 조건 없는 대북지원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어떤 이는 북한에 식량난은 없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식량난이 있다 해도 일부 지역의 문제이며, 북한을 사람이 굶어죽는 나쁜 나라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과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안이한 판단 속에 대북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북한 동포들의 절규는 묻혀 버렸고 그 결과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반면 어떤 이들은 북한 정부의 반인권성에만 주목했다. 그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고조되면 위기에 봉착한 북한 정부가 정책 변화를 가져오든지 아니면 곧 붕괴될 것이라고 믿었다. 식량난은 북한 정부 실정의 결과이며, 붕괴되거나 정책 변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 지원은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의 지배 체제를 강화하기 때문에 인권 개선에 역효과를 낸다며 제재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 아래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또 다시 묻혀 버렸다.

두 주장의 입장과 판단의 근거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대북 지원이 늦어져 결국 300만 명이라는 대규모의 희생이 초래됐다. 만일 그때 정부의 대북지원이 대규모로 신속히 이뤄졌다면 희생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피해 규모는 보다 최소화됐을 것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10여 년 전과 너무도 흡사한 사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산과 들로 몰려다니며 풀을 뜯어 풀죽을 쒀먹고 풀뿌리를 캐먹고 있다. 좀 있으면 소를 잡아먹고 전깃줄을 끊어 팔다 총살당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재연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10년 넘게 비슷한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식량난이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도 있기에 많이 나아졌다고 낙관하고 있다. 외부에서 특별히 지원하지 않아도 다들 살아갈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식량난이 심각하긴 하지만 우리가 먼저 지원해서는 안 되고, 이번에야말로 일부 주민들의 희생이 있더라도 북한 정부의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을 포기하든, 인권을 개선하든, 뭐라도 조건을 붙여야지 조건 없는 지원은 더 이상 안 된다고 한다.

생존력을 키웠다고 하나 숨 막히는 통제 속에 풀죽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을 과연 ‘생존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산으로 들로 나가 풀뿌리 캐다먹는 모양을 보고 생존력이 있으니 지원해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죄악이다. 또 일부 주민들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북한 정부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면 도대체 그 희생이 얼마까지여야 하는가. 똑같은 논리로 북한 동포의 고통에 침묵하다가 이미 300만 명이 죽어갔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걱정한다면서 저렇게 죽어가는 데도, 먼저 지원 요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쌀 한 톨 지원하지 않고 그저 대북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할 일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북한 동포들의 아사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과연 현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이 지난 정부의 퍼주기 정책보다 북한 인권을 더 개선시켰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일까? 최고의 인권 정책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생존권 보호 정책임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북한에 대량의 식량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