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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25호

■ 시선집중

농장원들, “식량 대책을 마련해줘야 일할 수 있다”

연백벌 농사로 공화국 1년 먹여 살린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올해는 황해남도 지역의 농장들에서 죽겠다는 아우성 소리가 유난히 높다. 먹을 것이 떨어지니 농민들은 농장에 나가는 대신 다른 살 방도를 찾느라 골몰하는 모습이다. 황해남도 연안군 장곡리에 사는 김희정(45세)씨는 친척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함경북도 무산까지 먼 길을 떠났다. 다행히 장사하는 친척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아 그 돈으로 얼마 안 되지만 옥수수를 구할 수 있었다.

평안북도 박천군의 한 협동농장 농장원인 한혜주(37세)씨는 식량 대책이 전혀 없다고 울상이다. “작년 한 해 분배를 2개월 분량밖에 못 받았다. 아끼고 아껴먹었는데도 올해 3월이 지나니 식량이 바닥이 났다. 다행히 봄날이라 들로 산으로 나가 풀이란 풀, 약초란 약초는 다 뜯어먹으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고 요즘 상황을 전했다.

어느 지역이든 농장원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하루 빨리 농장원들에게 식량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식량 대책이 없으면 농장원들이 일하러 나갈 수가 없다고 말한다. 농장의 한 간부는 “올해 공동사설에서도 식량 문제를 중요하게 말씀했는데, 농민들이 일하러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니 올 가을 식량문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농민들을 먹여야 식량이 나올 수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황해북도 금천군 농장마다 아사자 매일 1-2명

황해북도 금천군 지역에서 농장들의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아사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 간부는 “막 죽어나가는 것은 아니나 각 농장마다 매일 1-2명씩 죽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정리에 사는 신현종(38세)씨는 먹을 게 없어 부모님 집에 먹을 것을 얻으러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아이는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집을 떠나있던 사나흘동안 죽물로 허기를 겨우 달래던 아내와 아이가 기력이 다 해 정신을 그만 놓은 것이다. 아이 잃은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남은 사람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구해온 몇 줌 안 되는 옥수수쌀로 미음을 끓여 아내 입에 떠 넣어 주었다. 뒤늦게 정신 차린 아내는 아이를 잃고 말았다는 죄책감과 슬픔에 몇날 며칠 동안 눈물만 흘렸다.

신강리 채종농장에서도 어린아이들이 먼저 죽어가고 있다. 벼 뿌리로 죽을 해먹다가 죽물마저 해먹을 게 없어지자, 박정옥(34세)씨는 친척집에 뭐라도 얻어오려고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너무 허기진 상태에서 아직 잘 걷지도 못하는 아들까지 데리고 가다가 결국 중간에 까무러치고 말았다. 한참 만에 그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쓰러진 모자를 발견했는데, 어머니는 정신을 잃고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 여성/어린이/교육

인명피해 제일 우려되는 곳은 구금시설

현재 인명피해가 제일 우려되는 곳은 전국에 널려있는 감옥들이다. 하루에 200g씩 공급해준다고 하나, 식량이 없어 이것도 공급 안 해주는 곳이 많아 사망자가 늘고 있다. 가족들이 면회를 오지 않으면 꼼짝없이 굶을 수밖에 없다. 밖에 사는 가족들이 당장 자신들의 생계문제로 힘든 상황이라 감옥 안에 있는 형제, 자녀까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고생하는 수감자들이 늘면서 죽어가는 사람도 그만큼 늘고 있다.

■ 경제활동

원산 조군실대학교 학생 40%가 중고품 장사

강원도 원산시 조군실공업대학교에서는 급식으로 한 끼니에 옥수수 묵지가루밥 100g, 부식으로는 염장배추가 나왔다. 그러다 요즘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부식물은 전혀 없이 소금국만 나온다. 배를 곯다 못해 학생들은 학교 수업은 뒷전으로 미루고 중고품 장사에 뛰어들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얼마간 돈을 바치거나 학교에 필요한 물품을 대주고 수업에 빠진다. 매월 3만 원 가량을 준다는 학생들도 있고, 수업 한 번 빠질 때마다 담배 한 갑을 바친다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 당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장사를 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경고했고, 지난 2월 7일에는 재학생 11명을 퇴학시키기도 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고품 장사에 나선 학생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약 40%가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

평안북도 교원대학교 기숙사생 옥수수죽으로 연명

평안북도 교원대학교 기숙사생들은 하루 세 끼를 모두 옥수수 죽을 먹고 있다. 돈 있는 기숙사생들이야 가끔 외출해 밥이라도 사먹지만 돈 없는 학생들은 죽을 먹으며 하루하루 버텨간다. 이 학교는 신의주시 출신보다 농촌 출신 학생들이 더 많다. 졸업한 뒤 농촌으로 가려는 도시 학생들이 없어 대부분 농촌 학생들이 다시 자기 고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밖에 나가서 밥이라도 사먹을 수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도시 학생들에 국한된다. 산골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아무리 죽이라지만 집에서 먹는 것보다 기숙사에서 나오는 식사가 훨씬 낫다고 말한다. 평안북도 삭주, 동창, 벽동, 운산, 대관 등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고향 집에 이미 식량이 떨어져 죽으로라도 하루 한 끼니를 먹기 힘든 형편이라고 얘기한다.

리화영(20세)은 “얼마 전에 아버지 회갑이라고 집에 갔다 왔다. 회갑상이라고 어머니가 애써 차려내셨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다. 차마 앞에서 울지는 못하고 동네 친구 만나러 간다고 나와서 혼자 통곡했다. 돌배 몇 개, 밤 몇 알, 도토리묵 조금, 그리고 염장무김치에 된장국, 옥수수밥이 전부였다. 아버지 회갑 상을 차리려고 어머니가 얼마나 애쓰며 다니셨을 지 그 고생이 안 봐도 훤했다. 우리 집은 지금도 죽 한 끼를 변변히 못 먹고 있다”며 울먹이며 말했다.

동창군에서 왔다는 심경미(21세)씨도 비슷한 사정을 들려주었다. 남동생이 얼마 전 초모에 뽑혔는데 키가 너무도 작고 여위어서 어떻게 훈련을 견뎌낼 지 걱정이라고 했다. 집에 있을 때도 잘 못 먹은 터에 이제 군대 나가면 더 못 먹는다는데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동생도 그렇고 동네 또래 아이들을 보면 애처로워 못 볼 지경이라고 했다. 집안 사정이 이런데 꼬박 꼬박 세 끼니를 챙겨먹을 수 있는 자기는 아주 행복한 수준이라며 가족들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신의주 의학대학교 교직원 옥수수 영양가루 배급

신의주 의학대학교에서 한 달 배급으로 옥수수 영양 가루를 받았다. 학교에서는 가족 수에 따라 달라지나, 대체로 kg당 100원을 받고 13kg를 공급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유엔 식량 기구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한다. 교직원들은 옥수수 영양 가루로 빵을 만들면 먹을 수도 있고, 시장에 내다팔 수도 있다며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옥수수나 쌀로 배급받던 시절에 비하면 울상을 지을 성도 싶은데, “곡물 한 톨이 아쉬운 때 영양가루가 얼마나 귀한 줄 아느냐, 한 끼라도 먹을 수만 있다면 감사한데 영양가루는 영양이 들어있어 좋다”라는 반응이었다. 현재 옥수수영양가루는 시장에서 kg당 1,200원에 거래된다. 장은숙(42세)씨는 “만일 옥수수영양가루가 많이 지원 들어오면, 최하층 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우리야 날라 오는 비용이 있으니 kg당 100원씩 주고 타지만 시, 군, 리 할 것 없이 골고루 차려지게 한 달 분만 지원 받아도 현재 형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다”며 쌀이 어렵다면 옥수수영양가루라도 많이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전국 고아원 아이들 숫자만 외부에 알려도 지원해줄지 모르는데…”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죄 없는 아이들이 굶주림에 죽어가는 모습에 가슴아파하게 된다. 함경북도, 평안남도, 강원도에서 몰려드는 꽃제비들로 몸살을 앓는 함경북도 고원군에 사는 한덕경(52세)씨는 중앙당에 이렇게 요구한다. “각 도 애육원, 육아원이 고아들을 돌보는 곳인데 이 숫자를 파악해서 유엔에 알려라. 고아원 아이들 숫자만 알려줘도 지원 조건이 충분할 것이다.”

평양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 대학교와 병원, 합숙소 등의 식량을 보장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언제 꽃제비와 고아원까지 식량 대책을 마련해줄 여유가 있겠느냐 면서도 그는 당국이 못하면 유엔에라도 도움을 요청하라고 주장했다.

평안남도 순천에 사는 최해룡(53세)씨는 “지금 꽃제비가 너무 많다. 식량을 구하러 며칠 전에 신의주에 다녀왔다. 10살도 안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3살 난 남자아이를 업고 교두 세관 주차장에 나왔는데 누구 하나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고정적으로 나오는 애들이라 누구 하나 가슴아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 애들이 한 둘이 아니라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집 있는 사람들이야 하루 한 끼라도 먹을 수 있지만, 의지할 데 없는 어린 꽃제비 아이들은 저렇게 떠돌아다니다가 죽겠구나 싶었다. 이런 애들이 제일 불쌍하다. 이 아이들이 무슨 죄냐. 학교 들어가기 전의 어린 꽃제비만이라도 국가가 제대로 건사할 수 있게 각 시, 군에 있는 애육원, 육아원 등에 지원해주면 좋겠다. 나도 자식 키워본 사람이라 그런 애들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꽃제비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평성의 한 간부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호소에서 한 발 더 나가 필요한 지원 물품을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각 시, 군에 있는 애육원과 육아원의 건물 면적을 확대하고, 식량, 의복, 신발, 학용품, 약품 등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면 학교 다니기 전의 꽃제비 애들은 능히 건사할 수 있다. 만약 전국적 범위로 지원하는 게 불가능하면 각 도마다 어느 한 곳을 선정해서 지원하면 좋겠다. 이왕 지원할 거면, 아주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어머니, 아버지의 심정으로 품목에 신경써줬으면 한다. 젖먹이용 우유가루로부터 젖병, 젖떼기식품, 쌀, 밀가루, 식용기름, 맛내기 등 먹을 것들과 옷은 속내의가 가장 중요하다. 자주 갈아입을 수 있게 여벌로 겉 상의가 필요하고, 양말과 신발도 필요하다. 의약품도 외용약, 항생제, 소화제, 종합비타민제 등이 요구된다. 여기에 취사용 도구부터 건물보수를 위해 시멘트, 시설 꾸리는 데 필요한 타일, 아동용 변기, 레자 등 지원할 수 있는 물품은 그 종류만도 굉장하다. 이미 오랫동안 굶주린 데다 각종 병에 걸려 여기저기서 죽어나가고 있는 어린 꽃제비만이라도 구원할 수 있게 해주면 아사자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아이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딨겠나”라고 했다.

길주 초등학원 아이들 영양실조에 결핵 겹쳐 고통

함경북도 길주 초등학원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았거나 아니면 꽃제비로 방랑하며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곳이다. 그간 해외 동포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던 이곳도 식량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하다보니 영양실조 걸린 아이들이 많다. 병명도 모르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아이, 결핵에 걸려 결핵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해 거의 죽게 된 아이들도 여러 명이다. 오전에만 공부하고 오후에는 일하러 나가야 하는데, 요즘 같은 날에는 농사일에 동원된다. 굶주리면 어른들도 일을 못나가는 상황인데 아이들이 버틸 재간이 별로 없다. 통제는 받기 싫고 배가 너무 고파 다시 꽃제비 생활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농장원들, “식량 대책을 마련해줘야 일할 수 있다”

연백벌 농사로 공화국 1년 먹여 살린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올해는 황해남도 지역의 농장들에서 죽겠다는 아우성 소리가 유난히 높다. 먹을 것이 떨어지니 농민들은 농장에 나가는 대신 다른 살 방도를 찾느라 골몰하는 모습이다. 황해남도 연안군 장곡리에 사는 김희정(45세)씨는 친척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함경북도 무산까지 먼 길을 떠났다. 다행히 장사하는 친척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아 그 돈으로 얼마 안 되지만 옥수수를 구할 수 있었다.

평안북도 박천군의 한 협동농장 농장원인 한혜주(37세)씨는 식량 대책이 전혀 없다고 울상이다. “작년 한 해 분배를 2개월 분량밖에 못 받았다. 아끼고 아껴먹었는데도 올해 3월이 지나니 식량이 바닥이 났다. 다행히 봄날이라 들로 산으로 나가 풀이란 풀, 약초란 약초는 다 뜯어먹으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고 요즘 상황을 전했다.

어느 지역이든 농장원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하루 빨리 농장원들에게 식량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식량 대책이 없으면 농장원들이 일하러 나갈 수가 없다고 말한다. 농장의 한 간부는 “올해 공동사설에서도 식량 문제를 중요하게 말씀했는데, 농민들이 일하러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니 올 가을 식량문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농민들을 먹여야 식량이 나올 수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황해북도 금천군 농장마다 아사자 매일 1-2명

황해북도 금천군 지역에서 농장들의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아사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 간부는 “막 죽어나가는 것은 아니나 각 농장마다 매일 1-2명씩 죽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정리에 사는 신현종(38세)씨는 먹을 게 없어 부모님 집에 먹을 것을 얻으러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아이는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집을 떠나있던 사나흘동안 죽물로 허기를 겨우 달래던 아내와 아이가 기력이 다 해 정신을 그만 놓은 것이다. 아이 잃은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남은 사람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구해온 몇 줌 안 되는 옥수수쌀로 미음을 끓여 아내 입에 떠 넣어 주었다. 뒤늦게 정신 차린 아내는 아이를 잃고 말았다는 죄책감과 슬픔에 몇날 며칠 동안 눈물만 흘렸다.

신강리 채종농장에서도 어린아이들이 먼저 죽어가고 있다. 벼 뿌리로 죽을 해먹다가 죽물마저 해먹을 게 없어지자, 박정옥(34세)씨는 친척집에 뭐라도 얻어오려고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너무 허기진 상태에서 아직 잘 걷지도 못하는 아들까지 데리고 가다가 결국 중간에 까무러치고 말았다. 한참 만에 그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쓰러진 모자를 발견했는데, 어머니는 정신을 잃고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입에 풀칠하려다 갓난아기와 영영 이별

갓 결혼하고 해산한 지 한 달 밖에 안 된 여성이 입에 풀칠하려고 장사하러 집을 나섰다가 참담한 일을 겪고 말았다. 신의주에 사는 최성미(28세)씨는 비닐구럭지(비닐봉지)를 파는 일을 해왔다. 1회용 비닐이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며 북한 당국이 수입을 중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꽤 높은 편이라 밀수로 들어오는 실정이다. 최씨는 아는 아주머니에게서 밀수로 들어온 비닐구럭지를 받아 시장 구석구석을 몇 번이고 돌아다니면서 파는 일을 했다. 그러다 아이를 낳는다고 잠시 집에 있었는데, 요즘 신의주에 몰아치는 각종 검열에 무역 거래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남편이 일거리를 잘 잡지 못하고 있었다. 식량 값이 예전의 2배 이상 뛴 상황이라 집안에 먹을 만한 것도 없었다. 산후조리 한답시고 가만히 집에 앉아 있을 형편이 못됐다. 결국 며칠 쉬는 듯 마는 듯하다가 ‘한 장이라도 더 팔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라는 생각에 남편이 말리는데도 기어코 시장에 나섰다. 그 날도 아직 고개를 잘 가누지 못하는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부지런히 비닐 구럭지를 넘겨주는 일을 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상태에서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느라 피곤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날따라 비닐 구럭지를 찾는 사람이 많아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통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사과를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돈을 챙겨 받고 한숨 돌리려는데 등에 느낌이 이상해 아이를 내렸더니 아이가 숨져있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를 흔들어보고는 반응이 안보이자 정신이 반쯤 나갔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들도 너무 기가 막혀 모두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큰 돈 벌려고 나온 게 아니라 하루 끼니 값이라도 벌어보려고 나선 길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낳고 말았다. 모두들 안타까움에 함께 슬퍼해주면서도 그 누구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뭐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다들 힘들고 어려운 처지라 그저 같이 울어주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주요 도시와 중요한 기업소에 당 자금으로 식량 공급

전국적으로 식량난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고, 사회적으로 야기될만한 여러 불안 요소들 때문에 북한 당국은 긴급히 당 자금을 풀어 식량 구입에 나섰다. 주요 도시와 일부 중요 기업소를 중심으로 일단 한 달 분량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지원을 요청하거나 필요로 하는 지역에 비해 구입할 수 있는 식량이 매우 한정돼 있어 공급에 차등을 둔 것이다. 내각의 한 간부는 “꽃제비나 고아원, 양로원에는 (식량을 공급할) 생각도 못하고 있고, 농촌들도 이번 긴급지원 명단에 빠졌다. 주요 공업부문과 중요한 기업소들에만 공급하고 있다. 식량이 떨어진 농촌들은 자기들 힘으로 감자가 나오는 철까지 견뎌주기만 바랄뿐이다”고 했다.

평성의 한 간부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도시들의 경우는 민란이 날까봐 큰 도시와 큰 공장기업소들에 식량 배급하라고 당 자금을 풀고 있다. 작년에는 군량미와 비축미를 풀어서 넘어갔으나 올해는 군대의 비축미도 없기 때문에 당 자금을 풀고 있다. 그러나 당 자금을 풀어도 외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1달 식량밖에 안 된다. 이것마저 떨어지면 더 이상 공급할게 없다. 5월 지나가서는 전국 각지에 줄 수 있는 게 없다. 농촌은 아예 포기했다. 죽지 않으려면 알아서 먹고 살아야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