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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127호

■ 시선집중

“면역력 떨어져 한 번에 팍 죽는다”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들의 면역력이 매우 약화된 상태라고 염려한다. 사리원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는 정광혁(48세)씨는 “사람들의 면역력이 다 떨어져서 지금 숨 쉬고 있는 사람들도 사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해주 의사인 성령혜(53세)씨는 “우리 황해남도 전체로 보면 죽물 먹는 세대가 열의 여덟, 아홉 된다. 죽도 제대로 된 죽이 아니라 맹물만 먹기 뭐하니까 풀이건 뭐건 대충 이것저것 섞어서 쑨 거라 영양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맥없이 픽 쓰러진다. 옛날처럼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팍 쓰러져 죽는 사람들이 많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무서운 게 이런 것이다”라고 했다.

원산에서 내과의를 하는 장화선(52세)씨도 같은 말을 한다. “지금은 죽는 데가 농촌 사람들이다. 고난의 행군 때는 사람들이 못 먹었어도 한 1, 2년은 누워 있다가 죽었다. 바로 죽은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먹을 걸 집어넣어줘도 바로 죽는다. 얼마 전에 영양실조로 찾아온 환자에게 옥수수쌀을 어렵게 구해서 먹였더니 곧 체하고 말더라. 소화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먹을 걸 줘도 하루를 못 버티고 그냥 바로 죽었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황해남도 사실상 전 지역 아사자 발생

황해남도 20개 시, 군 지역 중 1-2 곳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아사자가 나타나고 있다. 곡창지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농촌 지역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황해남도는 작년 수해 피해가 심해 수확량이 급감한 데다 군인들이 직접 관리해 군량미를 확보하는 농장들이 많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식량이 거의 없었다. 한 간부는 “원래 제일 식량사정이 바쁜 데가 강원도였는데 지금은 황해도가 됐다. 전에 없던 일이다. 제일 어렵던 것이 함경북도라고 했는데 지금은 함경북도가 제일 잘사는 곳이 되었다. 함경북도 사람들도 식량이 없어서 굶는다고 하지만, 다른 지역의 식량 사정이 워낙 나빠 굶어죽으니까 이제는 함경북도가 오히려 제일 잘사는 곳이 돼버렸다. 황해남도는 고난의 행군 때도 영향을 안 받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제일 많이 죽어나가는 곳이 됐다. 그래서 당국이 이번에 공화국적으로 감자를 심으라고 했다. 제일 빨리 자라고 영양가도 높다 면서 감자로서 충성심을 바치라고 하는데 문제는 종자가 없다는 것이다. 종자가 없어 못 심고 있으면 방침을 거부하는 거냐고 또 야단이다. 위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해주면서 자꾸 이런 식으로 조이니까 사람들이 더 죽겠다고 아우성이다”며 바닥민심을 전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신포군 양로원 노인 한 달 새 8명 사망

함경남도 신포군 양화리 양로원에서 굶주림으로 사망한 노인이 한 달 동안 벌써 8명이 넘었다. 식량이 없어 질이 안 좋은 옥수수와 그 찌꺼기 등으로 죽을 쒀서 배식했는데 영양이 부족하다보니 기력이 급속히 떨어져 운신을 못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현재 식량이 바닥난 상태라 해결책이 없다. 공화국에서 제일 좋은 양로원으로 자랑하던 때가 과연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현재 신포군 양화리 양로원은 매우 비참한 상태다. 이 소식에 한 간부는 양로원 노인들을 위한 식량 대책이 없어 모두 꼼짝없이 죽어갈 판이라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황해남도 농촌 아이들 70-80% 학업 중단

황해남도 지역의 식량난 여파가 곧바로 아이들의 교육에 나타나고 있다. 황해남도의 한 간부에 따르면 “식량이 떨어진 지역일수록 아이들이 등교를 안 하는 비율도 높다. 해주시는 군단위에 비하면 확실히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이에 반해 농촌 지역들은 전체적으로 아이들의 약 70-80%가 등교를 안 하거나 전학증을 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학증을 떼지만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으로 들로 풀뿌리를 캐거나 산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황해남도 벽성군 통산리에 사는 김형진(12세)군은 학교를 안 나가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형진군의 어머니도 아이가 학교에 나갈 때마다 선생님들이 내라는 게 많고, 안 가져가면 앞에 세워놓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가뜩이나 먹는 게 없어 삐쩍 마른 아이가 불쌍해 죽겠는데 기까지 죽는 모습을 보니 너무 속상했다. 차라리 (학교에) 안 보내는 게 낫다”고 했다.

■ 경제활동

<표> 4-5월 평양 곡물가격 변동

2008년 4~5월 평양 곡물가격변동

(단위: kg/북한 원)

4/1

4/15

4/20

4/25

4/30

5/10

5/15

1,700

2,700

2,200

3,000

2,300

2,700

3,200

옥수수900

1,550

1,300

1,650

1,200

1,50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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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 범죄 급속히 증가

4월부터 5월 사이 평성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들을 보면 제대군인들의 범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다 막상 사회에 나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다 생활은 점점 곤란해지고 식량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는 상황이라 범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먹을 게 없으니까 주민들을 위협해 돈이나 물건, 식량을 강탈하는 강도짓이 가장 빈번하다. 평성 주민들에 따르면 백주대낮에도 자전거든 뭐든 돈 될 만한 것을 눈 깜짝할 새 없이 도둑질하는데, 나중에 잡힌 사람들을 보면 제대군인들이 많다고 한다. 제대군인들뿐만이 아니라 현역 군인들의 범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낮에도 여성들을 산으로 끌고 가 강간폭행하고 돈을 빼앗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형국(43세)씨는 “식량가격이 오르니까 제대군인들이 더 평성에 몰리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드니까 제일 취약한 게 여자들이다. 여자 장사꾼들이 강도를 제일 많이 당하고 어린 여학생들이 강간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은 군복 입은 것만 봐도 무서워한다”고 군인 범죄 행위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여성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백성 죽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

정부 관료들이 식량난을 걱정하면서도 내리는 결론은 항상 국가안보가 우선이라는 논리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우리 정부는 백성 죽을 것을 각오한다. 백성이 죽는다고 조선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수해피해가 극심했을 때 하도 공개하라고 해서 공개했는데, 이러쿵저러쿵 말만 많았다. 몇 년간 고뇌하고 또 고뇌하면서, 정말 공개하면 뭐라도 해결해줄 줄 알고 했는데, 오히려 피해만 컸다. 그렇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이제 다 똘겨 나갔다.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져서 그렇게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했다.

“예전에는 비공식적으로 남한에 지원을 요청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체 지원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이남에 새로 들어선 정부가 너무 비위를 건드렸기 때문에 지금은 감히 누구도 말을 못 꺼낸다. 6월 달부터 전국 각 단위별로 검열에 들어간다. 외국에 지원받은 것은 몇 년 전 것부터 몽땅 다 조사 들어간다. 접촉했던 사람이 누구고, 어디서 누구를 만났고, 어떻게 지원이 들어왔는지 다 조사한다. 특히 지원해준 대상과 어떻게 접촉했는지 집중 추궁한다. 정부의 허가 없이 접촉한 사람이 많아서다”고 대대적인 검열이 예고돼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살아갈 능력이 있다고? 모르시는 말씀”

외부 소식을 자주 접하는 한 간부의 말이다. “뉴스를 보니 이남의 일각에서는 고난의 행군을 겪고 난 뒤에 시장이 생기면서 백성들이 살아가는 능력이 있다고 보도하던데 (우리는) 해석이 다르다.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으면 뭐하는 가. 그간 너무 먹지 못해 면역력이 형편없이 떨어져있다. 멀쩡한 사람들도 바닥에 먹을 게 떨어져 있으면 주워 먹기 바쁘고, 먹을 게 보인다 싶으면 일단 훔쳐 먹고 보는 지경에까지 왔다. 풀 뜯어먹는 건 이젠 놀랄 일도 아니다. 오히려 풀 뜯어 먹기 힘든 지역들이 있어 난리다. 그런 지역에는 벼 뿌리를 말려서 가루 낸 것을 배급이라고 얼마씩 준다. 매끼니 그런 것만 먹으면 탈나니까 옥수수를 아주 조금 준다. 간부들이 지금은 자기들도 허기지다고 난리다. 옛날에는 간부들이 식당에서 밥 먹는 걸 보면 고기 먹고 ‘아, 배부르다’ 그랬는데, 이제는 남기는 것 하나 없이 싹 먹어치우고도 계속 허기진다고 말한다. 고기 먹는 간부들이 이럴 정도면 평백성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들 먹지 못해 어디 먹을 게 있나 살피면서 헤매고 다닌다.

고난의 행군 때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조선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 때는 겨울에 아사가 시작됐으니까 사람들이 꼼짝없이 대량으로 굶어죽기 시작한 거고, 지금은 봄이라 아직 풀이라도 있고 벼 뿌리라도 갈아먹으니까 어찌어찌 버티는 거다. 그래도 벌써 죽어가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힘들다고 할 것인가. 그냥 (식량지원을) 안주고 싶으면 솔직하게 안 주고 싶다고 말하는 게 낫다. 우리 정부가 백성들 식량 안 준다고 욕하면서, 그러니까 지원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 정부와 뭐가 다른 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 자금 푸는 게 이번이 마지막”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일부에서지만 위에서 아래의 눈치를 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당 일부 간부들의 얘기에 따르면 이대로 그냥 놔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한 간부는 보다 직접적으로 도시에서 소요사태라도 발생할까 봐 긴급히 당 자금을 풀어 식량을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하게나마 당 자금을 풀었지만 사실 이번이 마지막이다”고 했다. 당 자금의 여유가 많지 않을뿐더러 식량 구입에만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당 자금까지 안돌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 생산품이 하나도 안 나온다”며 식량난을 타개할 수 있는 국가적 능력이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달 뒤에 무리죽음 생길 것이 걱정”

일반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시절과 요즘 식량난을 종종 비교한다. 사리원에서 장사를 하는 주미영(44세)씨는 “예전에는 배급을 주다가 갑자기 안 주니까 어쩔 도리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10년 가까이 배급 없이 사는 가운데 각자 사는 방식을 알아 대책 없이 죽어가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흙을 먹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나처럼 장사를 하거나 풀뿌리를 뜯거나 하면서 먹을 것을 구할 수는 있다. 벼뿌리라도 파먹고 있다”며 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해가고 있다고 했다.

사리원의 한 간부도 “얼마 전 당 자금을 풀어서 도시는 잠시나마 숨통을 텄다. 그렇지만 농촌은 계속 죽고 있다. 공급이 안 되면 무리로 죽어나갈 것이다. 우리 예상으로는 5월말부터 사람들이 죽어갈 것으로 본다. 한 달이 지나면 무리죽음이 생길 것이다. 지금도 벌써 농촌에서는 길거리에서 죽는 사람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방랑하는 노인들이나 꽃제비 아이들이 죽고 있다. 물론 고난의 행군 때처럼 대량으로 죽는 건 아니지만, 꽃제비들이 형편없이 늘어났고 지금 이 순간도 급속히 불어나고 있어서 무리죽음을 하게 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농촌지역 아이들이 다 뛰어나왔다. 이게 지금 농촌 지역의 현상이다”라며, 현재 농촌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면역력 떨어져 한 번에 팍 죽는다”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들의 면역력이 매우 약화된 상태라고 염려한다. 사리원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는 정광혁(48세)씨는 “사람들의 면역력이 다 떨어져서 지금 숨 쉬고 있는 사람들도 사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해주 의사인 성령혜(53세)씨는 “우리 황해남도 전체로 보면 죽물 먹는 세대가 열의 여덟, 아홉 된다. 죽도 제대로 된 죽이 아니라 맹물만 먹기 뭐하니까 풀이건 뭐건 대충 이것저것 섞어서 쑨 거라 영양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맥없이 픽 쓰러진다. 옛날처럼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팍 쓰러져 죽는 사람들이 많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무서운 게 이런 것이다”라고 했다.

원산에서 내과의를 하는 장화선(52세)씨도 같은 말을 한다. “지금은 죽는 데가 농촌 사람들이다. 고난의 행군 때는 사람들이 못 먹었어도 한 1, 2년은 누워 있다가 죽었다. 바로 죽은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먹을 걸 집어넣어줘도 바로 죽는다. 얼마 전에 영양실조로 찾아온 환자에게 옥수수쌀을 어렵게 구해서 먹였더니 곧 체하고 말더라. 소화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먹을 걸 줘도 하루를 못 버티고 그냥 바로 죽었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황해남도 사실상 전 지역 아사자 발생

황해남도 20개 시, 군 지역 중 1-2 곳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아사자가 나타나고 있다. 곡창지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농촌 지역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황해남도는 작년 수해 피해가 심해 수확량이 급감한 데다 군인들이 직접 관리해 군량미를 확보하는 농장들이 많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식량이 거의 없었다. 한 간부는 “원래 제일 식량사정이 바쁜 데가 강원도였는데 지금은 황해도가 됐다. 전에 없던 일이다. 제일 어렵던 것이 함경북도라고 했는데 지금은 함경북도가 제일 잘사는 곳이 되었다. 함경북도 사람들도 식량이 없어서 굶는다고 하지만, 다른 지역의 식량 사정이 워낙 나빠 굶어죽으니까 이제는 함경북도가 오히려 제일 잘사는 곳이 돼버렸다. 황해남도는 고난의 행군 때도 영향을 안 받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제일 많이 죽어나가는 곳이 됐다. 그래서 당국이 이번에 공화국적으로 감자를 심으라고 했다. 제일 빨리 자라고 영양가도 높다 면서 감자로서 충성심을 바치라고 하는데 문제는 종자가 없다는 것이다. 종자가 없어 못 심고 있으면 방침을 거부하는 거냐고 또 야단이다. 위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해주면서 자꾸 이런 식으로 조이니까 사람들이 더 죽겠다고 아우성이다”며 바닥민심을 전했다.

“백발이 흑발을 먼저 보내다니”, 젊은 손자 죽자 할머니 자살

함경북도 온성군의 도자기 공장 노동자였던 최상필(23세)씨는 1년 예정으로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에 동원됐다가 일이 고되고 잘 먹지 못해 폐병이 도지는 바람에 3개월 만에 돌아왔다. 집에 왔으나 돈이 없어 약을 쓰지 못해 며칠 못 버티고 끝내 사망했다. 최씨의 장례식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입을 것도 제대로 못 입은 손자가 병 치료도 못 받고 죽으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할머니가 대성통곡을 했다. 할머니는 “백발이 흑발을 먼저 보내다니 이게 웬 일이냐.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이 늙은 게 죽고 네가 살아야 하는데…”하면서 손자의 관을 파묻을 때 관을 끌어안고 놓지 않으면서 함께 파묻어 달라고 해 보는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도 며칠 동안 손자가 묻힌 묘지를 찾아가 통곡하던 할머니가 얼마 전에는 날이 저물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이 찾아 나섰더니, 묘지엔 할머니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양잿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거였다. 이 소식에 집안 식구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까지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봐야 하는가. 도대체 언제면 잘 살겠는가”라며 깊이 한탄하는 모습이었다.

모였다하면 식사대용 의논하기 바빠

자강도 성간군 외서리도 식량난이 심해서 풀죽 먹는 세대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못 보내는 집들이 많고, 어른들은 마지못해 일하러 나가지만 기운이 없어 일하기 힘들어한다. 이 곳 주민들은 모였다하면, 이러다가는 얼마 못 가 굶어죽고 말겠다며 수군거린다. 그러면서 무엇을 식사대용으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논하기 바쁘다. 아무리 식사대용을 의논해도 먹을 수 있는 것, 없는 것 가릴 처지가 못 되기 때문에 뾰족한 수는 없다며, 박상희(45세)씨는 식량을 구하러 함경북도 회령에까지 찾아갔다. 큰 시형(시아주버니)에게 옥수수라도 한 두 주머니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집을 나섰다고 했다. 촌 동네에서만 갇혀 살다가 먼 길 떠나려니 겁도 나지만 먹을 걸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무슨 대수겠냐며 결연히 떠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