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오늘의 북한소식 144호

■ 시선집중

해주시, 굶어죽은 꽃제비만 한 달 새 31명

지난 6월 4일, 황해남도 해주시 해운동의 한 아파트 입구 근처에서 굶주려 죽은 아이 두 명이 발견됐다. 해운 분주소에서 조사한 결과 이 아이들은 3개월 전까지 꽃제비 구제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한 달 동안 해주시의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간 꽃제비들의 수는 총 31명으로 늘어났다.

황해남도 룡연군, 굶어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황해남도 룡연군 룡연읍 주민들의 식량 사정을 료해(조사)한 결과 통옥수수 1kg도 가지고 있지 않은 세대가 제일 많았다. 풀독에 걸려 죽는 세대가 속출하는 가운데 식량이 떨어진 지 3-4개월이 넘어가는 세대들은 거의 굶어죽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생기를 잃지 않고 있는 주민들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감자를 캐먹거나 남의 집 곡물을 도적질해 먹으면서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룡연읍 소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이 두 명이 협동농장의 감자밭에 도적질하러 갔다가 경비원에게 걸려 흠씬 두들겨 맞았다. 아이들이 건강한 상태였다면 좀 맞아도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았을 텐데 영양실조로 거의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어른에게 맞다보니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앓던 아이들은 다음 날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보안당국은 때린 경비원을 붙잡아 구속했다. 이 소식에 림춘옥(43세)씨는 “고난의 행군 때도 남의 집 작물을 훔쳐 먹다가 싸우고 잘못 맞아서 죽기도 많이 죽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대체 무슨 죄인가. 우리 애도 어디 가서 저렇게 남의 것을 훔쳐 먹다가 변을 당하지나 않을 지 걱정 된다”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정성산(43세)씨도 “정말 못 먹는 사람들은 거의 자포자기로 가고 있다. 지금은 차라리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죽기만을 기다리는 꼴”이라고 못 먹는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경제활동

강서군,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

평안남도 강서군의 심각한 식량난에 학교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소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너무 배고픈 나머지 학교에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배고픔에 공장이나 농장에 출근하지 않는 어른들이 많은 상황에서 아이들이라고 학교에 나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한 반에 10명도 못 나올 때가 많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가곤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그런대로 먹고 사는 집에서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여력이 있을 뿐 그렇지 못한 집들에서는 아이들 교육까지 신경 쓰지 못하는 상태다. 겨우 학교에 나가는 아이들도 배고픈 데 온 신경이 가 있다 보니 수업 집중을 거의 못한다. 선생님들도 기력이 없어 가르치는 목소리에 힘이 없고, 자습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힘없이 책상에 머리를 대고 자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선생님들도 수업을 못하고 잠만 자다가 나간다. 현재 강서군 주민의 약 40%가 하루 한 끼니 많으면 두 끼니를 죽으로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평양 시민들 중에도 일부 골목 장사 나서는 사람들 있어

평양시 식량 배급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구역에서 주민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평양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장사하는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식량 상황이 여의치 않자 주민들이 많이 몰려 사는 지역에서는 아파트 골목, 골목마다 자연스럽게 소장마당이 형성되고 있다. 만경대구역의 당상1, 2동에서는 이 구역 단속원들이 나와 상품을 회수하면서 시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질서유지에 힘쓰고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 단속원이 뜨면 사라졌다가 없어지면 금방 사람들이 또 몰려든다. 중앙당에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양시의 식량 배급을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는 지시를 연거푸 내리고 있다.

유엔식량기구 평안북도 시찰

지난 6월 5일, 유엔식량기구에서 주민 식량 상황을 시찰하려고 평안북도 신의주에 들어와 몇몇 지역을 돌아보고 갔다. 신의주에서는 도착 전 날 갑자기 비상회의가 소집됐다. 유엔 식량기구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할 내용을 만들어서 일부 주민들에게 포치했으며, 그 외 주민들에게는 3일 동안 외부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유엔식량기구: 북한에서는 4개 비정부구호단체들로 구성된 미국의 식량 조사단이 유엔식량기구 조사단으로 알려져 있다.

2․8 비날론연합기업소도 긴급히 식량 풀어

함경남도 함흥시 2.8비날론련합기업소에서도 그동안 노동자들의 배급을 전혀 공급하지 못했다. 자연히 노동자들은 무단결근하는 날이 많아졌고 오로지 끼니를 찾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 공장 후방부에 비상용 식량 5톤을 긴급히 풀어 노동자들에게 배급했다. 노동자 중에서 죽물도 없어 못 먹는 세대들에 쌀 6kg씩 공급했다.

신포군 양화리농장, 옥수수 3톤 긴급히 풀어 농장원 동원

함경남도 신포군 양화리협동농장은 출근하지 않는 농장원들이 너무 많아 일이 진척이 안 되자 긴급히 식량을 풀었다. 작년에 여유곡물로 보관해둔 옥수수 3톤을 농민들에게 배급했다. 하루 한 끼니도 변변히 먹지 못하며 완전히 굶고 있는 세대와 먹을 식량이 바닥난 세대를 파악해 일단 6kg씩 주었다. 농장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힘든 일을 해야 하는 데 약 5일 동안만이라도 일을 하게 하려고 시급히 풀었다”고 한다.

은덕군,“지금 풀죽 먹는 사람들은 모두 죽기 직전 상황”

함경북도 은덕군에서는 군수공장 노동자들을 포함해 일반 노동자들도 풀죽을 먹고 있다. 이렇게 풀죽을 쒀먹는 세대는 한 개 인민반 당 10여 세대에 이른다. 약 1/3에 해당하는 수가 풀죽으로 연명하는 셈이다. 강성인(61세)씨는 “지금 풀죽 먹는 사람들은 모두 죽기 직전 상황”이라며, “오래 지탱하기 어려울 거다. 며칠 안 가서 곧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쪽에서는 이미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여기까지 돌고 있다. 앞쪽이 그 모양이면 여기라고 별 수 있겠느냐”고 절망스러워했다.

*앞쪽:함경북도에서는 함경북도를 북쪽으로,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강원도 등을 앞쪽이라고 표현한다.

회령시 오봉다리 밑에서 아사자 2명 발견

지난 6월 6일 오전 7시, 함경북도 회령시 보안당국은 오봉다리 밑에서 죽어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사체를 부검한 결과 먹지 못해 굶어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신분증이나 공민증이 없어 정확히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회령시 주민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보안당국은 요즘 앞쪽에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경연선지역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도 황해도나 평안도 등 앞쪽에서 먹지 못해 고생하다가 중국으로 도주할 목적으로 왔다가 굶주림에 쓰러져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청군, 풀독에 얼굴이 부어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

함경남도 북청군에서는 식량이 떨어져 거의 모든 집들에서 풀죽을 쒀먹으며 연명해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어서고 있다. 이 곳 주민들은 너무 오랫동안 낟알 구경조차 못하고 소금 살 돈이 없어 풀 나물만 겨우 끓여먹는 비참한 생활을 해오고 있다. 풀독에 오른 주민들 중에는 얼굴이 띵띵 부어올라 서로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른들은 직장에 나가지 못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집들이 많다. 이들은 아무 방도나 대책이 없어 마치 굶어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

평북 의주군 덕현광산은 자포자기 상태

평안북도 의주군 덕현광산에서는 식량 배급이 중단되면서 무단결근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출근하라는 채근도 하지 않는다. 별다른 통제가 필요 없는 게 집에 가보면 모두들 그저 힘없이 누워있을 뿐이다. 공장 설비 부속품들은 도난당한지 이미 오래고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덕현로동자구에 사는 박창호(41세)씨 가족 4명이 모두 풀독이 올라 고통스러워했다. 평북 정주군에 사는 박씨의 친척은 도움을 청하는 박씨의 기별을 받고 부랴부랴 건너왔더니 그만 네 식구가 모두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며 울먹였다.

평양시 승호구역 65% 죽으로 연명

평양시 주변 구역 주민들의 생활 실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승호구역을 료해한 결과 화천1동의 경우 주민 세대 중 65% 가량이 죽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하루에 죽 한 끼니도 못 먹는 집이 많았다. 김명수(62세)씨는 연로보장을 받고 있는 데, 지난 한 달 동안 죽을 하루에 한 끼니씩 겨우 먹으며 버텨오다가 지난 6월 3일 끝내 사망했다. 의사는 위염으로 판정했지만 사실 굶어죽은 것이라고 밝혔다. 렴석호(47세)씨는 “승호구역의 경우 화천1동만 죽 먹는 세대가 많은 게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화천2동, 립석동, 승호1, 2동 등 전반적으로 다 비슷비슷한 상태다. 지금은 아사자가 한 둘이지만 배급이 계속 안 풀리면 아사자가 늘어나는 것은 곧 시간문제다. 평양 주변구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평양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라며, 식량난의 심각성을 전했다.

강원도 평강군에 농촌 동원 나간 학생들, 배고픔에 실신

강원도 평강군으로 농촌 지원 활동을 나간 원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식량이 없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약 40여 명에 이르는 한 학급의 경우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단 한 줌의 식량도 준비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조달할 방법이 없자 학생들은 배고픔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담임선생님이 여기저기 식량을 수소문했으나 더 절망적인 사실만 확인했다. 현지 농장 세대의 대다수가 이미 식량이 떨어져 풀죽을 먹은 지 오래된 데다 너무 허기진 나머지 집에서 운신조차 못하는 농민들이 많았다. 학생들에게 먹일만한 식량이 나올 구석이 없는 것이다. 농촌 동원에 나가있는 학생들 중에도 여러 날 먹지 못해 실신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얼마 못 버티고 큰 사단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해주시, 굶어죽은 꽃제비만 한 달 새 31명

지난 6월 4일, 황해남도 해주시 해운동의 한 아파트 입구 근처에서 굶주려 죽은 아이 두 명이 발견됐다. 해운 분주소에서 조사한 결과 이 아이들은 3개월 전까지 꽃제비 구제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한 달 동안 해주시의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간 꽃제비들의 수는 총 31명으로 늘어났다.

황해남도 룡연군, 굶어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황해남도 룡연군 룡연읍 주민들의 식량 사정을 료해(조사)한 결과 통옥수수 1kg도 가지고 있지 않은 세대가 제일 많았다. 풀독에 걸려 죽는 세대가 속출하는 가운데 식량이 떨어진 지 3-4개월이 넘어가는 세대들은 거의 굶어죽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생기를 잃지 않고 있는 주민들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감자를 캐먹거나 남의 집 곡물을 도적질해 먹으면서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룡연읍 소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이 두 명이 협동농장의 감자밭에 도적질하러 갔다가 경비원에게 걸려 흠씬 두들겨 맞았다. 아이들이 건강한 상태였다면 좀 맞아도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았을 텐데 영양실조로 거의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어른에게 맞다보니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앓던 아이들은 다음 날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보안당국은 때린 경비원을 붙잡아 구속했다. 이 소식에 림춘옥(43세)씨는 “고난의 행군 때도 남의 집 작물을 훔쳐 먹다가 싸우고 잘못 맞아서 죽기도 많이 죽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대체 무슨 죄인가. 우리 애도 어디 가서 저렇게 남의 것을 훔쳐 먹다가 변을 당하지나 않을 지 걱정 된다”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정성산(43세)씨도 “정말 못 먹는 사람들은 거의 자포자기로 가고 있다. 지금은 차라리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죽기만을 기다리는 꼴”이라고 못 먹는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배천군, 아사자 눈에 띄게 증가

황해남도 배천군에서 굶어 죽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사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군당에서는 서둘러 강연회를 조직하고, 한 끼도 못 먹고 굶주리고 있는 세대와 굶어죽은 가족이 있는 집을 찾아가 위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1세대당 통옥수수 5kg를 받을 수 있는 식량 확인서를 나눠주며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식량이 들어온다. 꼭 잘 살게 될 것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격려하고 있다. 6월 중으로 황해남북도 지역에 통옥수수가 약 300톤가량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굶어죽기 직전인 세대들에게 먼저 5kg씩 나눠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배천에서는 통옥수수 1kg를 빻아 4인 가족이 3일에 걸쳐 먹는 집들이 많다.

곡산군 미루벌, 식량부족으로 공사 진척 중단

황해북도 곡산군의 미루벌 공사가 식량난 때문에 진척이 늦어지면서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별다른 건설 장비가 없어 모두 순수 인력으로 해야 하는데 먹은 게 별로 없는 노동자들이 일을 열심히 하기는 힘들다. 미루벌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통옥수수를 20알정도 배급받는다. 여기에서 다시 5알 정도를 덜어내 곡산군 주민들에게 지원한다. 노동자들은 자기 먹을 것도 부족한 마당에 남까지 챙겨야 하니 죽을 맛이라고 말한다. 지휘부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 마지못해 따르기는 하지만 불평이 쌓이고 있다. 작업복과 내의가 다 해지고 겨우 몸만 가릴 정도로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사 도중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많지만 약품이 없어 환자들의 고통이 막심하다. 요즘에는 풀을 많이 먹다보니 풀독에 걸리거나 식중독에 걸린 환자들이 많다. 면역력이 약해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가고 있어 약품과 식량이 시급하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마실 물도 깨끗하지 못해 수질오염으로 인한 전염병이 우려된다. 한편 미루벌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곡산군 주민들 역시 영양실조로 몸이 붓고 각종 병세와 풀 중독에 걸려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산에 올라 풀을 캐 그것을 가루 내 죽을 쒀먹는 데 보탠다.

■ 논평

대량아사의 참상, 역사적 책임을 지는 자세로 시급히 긴급구호에 나서야 한다.

드디어 우려하던 대량아사의 참상이 시작되고 있다. 황해도 농촌지역은 아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황해도 농촌지역을 벗어나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 소식이 들려온다. 북한 식량 상황을 조사하는 미국 조사단은 평양과 신의주, 그리고 자강도의 한 도시에 사무소를 낼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조사단은 황해도와 강원도를 먼저 실사해야 한다. 지금 북한에서 평양, 개성, 회령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 전 계층이 다 어렵지만 특히 황해남북도와 강원도의 농촌지역이 더 어렵다고 한다. 리 농장마다 아사자가 매일 발생하는 상황이다. 풀죽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고 있는데 그저 죽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수십 만 명이 더 굶어죽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 사실을 덮어두고 있다. 왜 그런가. ‘위대한 인민공화국’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 아닌가. 대책이 없다면 이 참상을 공개하고 국제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이 아닌가. 알아서 도와달라고 하지만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누가 알아서 도와주겠는가. 지원을 호소해도 도움의 손길이 없는 이 시대에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인민을 살려야 한다. 체제유지를 위해, 국난 극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배고픈 백성을 외면하고는 그 어떤 정의도, 평화도, 민족도, 통일도 다 헛구호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이 아사사태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사 사실이 없다면서 외면하고 갈 것인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견딜만하다’는 것은 북한 정부가 견딜만한 것이지 죽어가는 북한 주민은 아니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사랑하는 북한 주민이 굶어 죽어가도 모른 체 외면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랑의 표현인가.

아사사태가 사실이 아니다, 식량난이 심각하지 않다, 주면 군대가 다 가지고 간다, 김정일 정권만 좋은 일 시킨다는 등 온갖 이유로 식량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데, 그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아사자 300만 명 중 60세 이상의 노인과 20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전체 아사자의 73%인 220만에 달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들이 총을 쏘았는가, 미사일을 발사했는가.

지금 우리는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음으로써 광우병의 위험에 처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주권을 외치며 수십만 명이 길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웃 북한에서는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촛불을 들 수 있으나, 저들을 위한 촛불은 과연 누가 들어줄 것인가?

몇몇 인사는 평양을 방문해서 지금 한창 도로포장과 건물 짓는 것을 보고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며 아사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과장된 선전이라고 비판까지 한다. 북한을 몰라도 어찌 그렇게 모르는가. 평양 공화국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참상을 자신이 못 봤으면 “못 보았다”, 믿을 수 없으면 “믿을 수 없다”, 알지 못하면 “모른다”고 할 것이지, “정보가 과장되었다”느니, “지원 단체들이 존립을 위해서 과장한다”느니 하는 일부 학자들의 발언은 너무도 무책임하다. 그들은 북한 동포들의 죽음에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 정부, 북한 정부, 그리고 국제 사회와 민간단체들은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몸부림도 한번 쳐 보지 못하고 맥없이 죽어가는 북한동포들을 대신해서 이렇게 간곡하게 호소하니 제발 이들을 살릴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북한 주민의 대량아사 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해 주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