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집중

청진 인곡동 다리 밑의 비참한 꽃제비 은신처

청진시 인곡동에 있는 한 다리 밑에는 꽃제비들의 은신처가 있다. 여름이 되자 폭염이 심하고 소낙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등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꽃제비들이 다리 밑에 보금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갖가지 폐기용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워낙 빗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옆이라 심한 악취에 꽃제비들의 똥, 오줌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자연히 여름 모기와 파리 떼가 극성이다. 누구도 근처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 만큼 위생 환경이 불결하기 짝이 없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이 질병에 쉽게 걸린다. 대낮에도 이 다리를 지나다보면 아픈 아이들이 고함을 지르다시피 울부짖고 땅을 데굴데굴 굴러다녀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청진 라남구역 립체다리(육교) 아래 모인 사람들, 꽃제비 걱정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립체다리(육교) 밑의 그늘진 곳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잠시 쉬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주민들은 큰 시장에 가거나 일을 보러 다니다가 이쯤 오면 꼭 들러 다리를 쉬면서 담배도 피우고 음식물도 짬짬이 먹는다. 비단 라남구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고장 주민들도 이곳을 지나칠 때면 그냥 지나지 않고 꼭 쉬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자연히 이야기꽃과 웃음꽃이 피어나며 활기가 넘쳐난다. 이 근처에 사는 노인들은 요즘처럼 무더운 한낮에 뙈기밭 에 나가 일하기가 어려울 때는 그저 한담이나 나누려고 이곳으로 발걸음을 하기도 한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얘기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꽃제비들에 관한 것이다. 립체다리 밑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 자연히 꽃제비들도 모여들기 마련인데, 어린 꽃제비들은 행인들이 쉬면서 먹고 간 자리를 뒤져 떨어졌거나 버려진 음식물을 찾아 입에 넣기 바쁘다. 행인들이 먹고 아무렇게나 내뱉은 호박씨나 해바라기씨 껍질 따위를 주워 먹느라 정신없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사람들마다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저 아이들이 얼마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고, 살아난다고 해도 나중에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다. 한창 부모 품 안에서 잘 먹고 많이 배우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저렇게 쓰레기나 뒤지니 앞으로 뭐가 되겠는가”라며 걱정들을 내쏟는다.

■ 경제활동

어느 연길 노(老)부부의 북한 방문기

얼마 전에 평양과 개성, 판문점, 묘향산 등지를 유람하고 돌아가던 연길시의 한 노부부가 자신들의 여행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애들이 돈을 모아주면서 아직 사지가 성해서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조건일 때 조상들의 뼈가 묻혀있는 고국에 려행 한 번 다녀오시라고 해서, 죽기 전에 꿈에라도 가고프고 보고프던 고국에 아주 기쁜 심정으로 오게 됐다. 그런데 조선 경내에 들어서면서부터 뭔지 모르게 후회되는 심정이 밀려왔다. ‘사진을 마음대로 아무 곳이나 찍지 말라, 친척이나 친구를 찾는 편지나 전화번호를 내놓으라, 남조선제 상품은 절대로 엄금한다, 시민들과 접촉하거나 말을 나누지 말며, 특히 남조선 실정에 대한 담화는 절대 입 밖에 내놓지 말라, 개별적으로 호텔을 떠나거나 사사로운 행동을 주의해라’ 등 주의사항이 어찌나 많은지 너무도 부담스럽고 긴장감마저 생겨 명승고적 고국유람의 기쁨이 금새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제일 처음 평양에 갔는데, 우리가 투숙한 호텔을 보아하니 리용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객방의 시설이 간소하고 안내원이나 접대원들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녁 식사 후에 샤워를 하려고 했는데 목욕물이 몇 분 나오다말았다. 매일 저녁 정전이 되는 바람에 텔레비전도 시청할 수 없었다. 함께 유람을 하는 사람들과 얘기 좀 나누려고 했더니 객방에 도청 장치가 있으니 말도 주의해서 하라는 귀띔을 받아 서로 고국에 온 감상을 충분히 나누지도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밖을 내다보니 출근 시간에 전차나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어떤 전차나 버스는 탑승객이 너무 많아서 서지 않고 지나가버리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발을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전차는 사람들이 하도 꾸역꾸역 타는 바람에 뒷문을 열어둔 채로 출발하기도 했는데,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하고 보는 사람이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아침의 그 소란스러움과 정반대로 한낮에는 길가에 다니는 사람이 얼마 없고, 시내 중심 지역에도 번화한 도시의 떠들썩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저녁이면 가로등을 켠 구간이 없으며 9시 이후에는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평양에서 판문점으로 가는 길가에는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봇짐이나 배낭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산나물이나 감자 같은 것을 짊어지고 가는 것 같아보였다. 여자들이 많았는데, 등짐들이 대부분 자기 체구에 비해 너무 무거워보였다. 무더운 여름날이라 다들 옷이 흥건하게 땀으로 젖어있고 얼굴마다 땀투성이어서 고통스러운 빛이 역력해보였다.

개성시에서도 10대 아이들이 배낭이나 봇짐, 또는 나뭇단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간간이 자전거를 쌩쌩 타고 달리는 아이들도 있어 그나마 좀 활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개성에서도 외곽지역으로 갈수록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집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거나 집을 지키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판문점에 갔더니 매일 남조선 군인들과 마주 서서 근무를 서는 군인들의 복장이 초라해 보여 딱한 마음이 들었다. 몇 해를 입었는지 구두나 허리띠, 옷 색깔이 바랬다. 아무리 경제상 곤란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조선 눈치도 있으니 이 군인들의 복장만이라도 새 것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문점에서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민군대가 사용하는 목탄차를 여러 대 봤는데, 아침에 봤던 차가 우리가 돌아갈 때도 있었다. 그 차는 고장이 났는지 아침부터 수리하고 있었는데, 유람이 결속돼 우리가 돌아갈 때도 계속 수리하는 중이었다.

평양에서 묘향산으로 가는 도로 구간에서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를 반나절 동안 두 세대밖에 못 봤다. 묘향산에는 스님이 없었고, 많은 유물들이 로천 상태에서 비바람을 맞아 풍화되고 너무 손상이 심해 가슴이 아팠다. 묘향산 상점이나 외화상점에는 지방 토산품의 가지 수가 적었고, 가격은 비쌌던 것 같다.

이번 유람을 하면서 가장 큰 아쉬움은 동포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참으로 기쁘다. 아무튼 우리 고국이 하루빨리 경제난에서 벗어나 남조선처럼 세계 선진국행렬에 들어서면 얼마나 좋겠는가, 북남 분단의 장벽이 하루빨리 허물어졌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원래 해외 동포가 오게 되면 통일전선부나 해외동포영접국에서 나와서 미리 짜여진 진행표에 따라 안내를 한다. 그런데 이 조선족 노부부에 따르면, 이들의 여행은 그렇게 격식에 따른 안내는 아니었다고 한다. 유람을 하는 동안에는 일정하게 제한이 있었지만 관광이 끝나고 돌아가는 동안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유람하는 동안에는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돌아가기 전에 우연히 만나 여행소감을 털어놓고 돌아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부부는 “고국이 가난한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잘 살 날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기장을 쳐놓고 그 안에서만 사는 것은 답답해 보인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여기만 아직도 정체돼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고국에 온 소회를 정리하고 돌아갔다.

청진 인곡동 다리 밑의 비참한 꽃제비 은신처

청진시 인곡동에 있는 한 다리 밑에는 꽃제비들의 은신처가 있다. 여름이 되자 폭염이 심하고 소낙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등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꽃제비들이 다리 밑에 보금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갖가지 폐기용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워낙 빗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옆이라 심한 악취에 꽃제비들의 똥, 오줌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자연히 여름 모기와 파리 떼가 극성이다. 누구도 근처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 만큼 위생 환경이 불결하기 짝이 없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이 질병에 쉽게 걸린다. 대낮에도 이 다리를 지나다보면 아픈 아이들이 고함을 지르다시피 울부짖고 땅을 데굴데굴 굴러다녀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청진 라남구역 립체다리(육교) 아래 모인 사람들, 꽃제비 걱정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립체다리(육교) 밑의 그늘진 곳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잠시 쉬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주민들은 큰 시장에 가거나 일을 보러 다니다가 이쯤 오면 꼭 들러 다리를 쉬면서 담배도 피우고 음식물도 짬짬이 먹는다. 비단 라남구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고장 주민들도 이곳을 지나칠 때면 그냥 지나지 않고 꼭 쉬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자연히 이야기꽃과 웃음꽃이 피어나며 활기가 넘쳐난다. 이 근처에 사는 노인들은 요즘처럼 무더운 한낮에 뙈기밭 에 나가 일하기가 어려울 때는 그저 한담이나 나누려고 이곳으로 발걸음을 하기도 한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얘기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꽃제비들에 관한 것이다. 립체다리 밑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 자연히 꽃제비들도 모여들기 마련인데, 어린 꽃제비들은 행인들이 쉬면서 먹고 간 자리를 뒤져 떨어졌거나 버려진 음식물을 찾아 입에 넣기 바쁘다. 행인들이 먹고 아무렇게나 내뱉은 호박씨나 해바라기씨 껍질 따위를 주워 먹느라 정신없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사람들마다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저 아이들이 얼마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고, 살아난다고 해도 나중에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다. 한창 부모 품 안에서 잘 먹고 많이 배우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저렇게 쓰레기나 뒤지니 앞으로 뭐가 되겠는가”라며 걱정들을 내쏟는다.

풀을 하도 먹어 아이들 이빨 검푸르게 변색

척박한 땅 강원도에서 아이들의 배고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모들을 따라 산으로, 들로, 하천에 나가 먹을 만한 것들을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교에 나가지 않는 건 당연지사다. 강원도 전체적으로 나온 통계는 없지만, 산골 학교일수록 아이들의 출석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도시에서도 출석한 아이들이 절반도 안 되는 학교가 허다하다. 하루 세 끼 풀죽으로 연명하다보니 얼굴이 붓고 눈덩이가 부어올라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눈이 빨갛게 충혈 된 현상도 나타난다. 풀만 먹다보니 이빨도 거무튀튀한 풀색으로 변색돼 제아무리 칫솔질을 해도 색깔이 벗겨지지 않을 정도다. 학교 선생님들도 먹고 살려고 산에 풀을 뜯으러 다니는 통에 강원도 산간지역의 학교들은 교육이 거의 마비 상태나 다름없다.

포로수용소 같은 신의주 꽃제비 구제소

평안북도 신의주 꽃제비 구제소가 마치 포로수용소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형편이 말이 아니다. 어린 꽃제비 아이들이 구제소에서 굶주리다가 또는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시 차원에서 구제물자를 거둬줘도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나이 든 꽃제비 아이들은 일을 시키니까 그래도 먹는 형편이 좀 나은데, 어린아이들은 겨우 하루 한 끼니만 먹고 있다. 신정화(38세)씨는 얼마 전에 언니의 딸아이를 꽃제비 구제소에서 데리고 나왔다. 꽃제비 구제소에서 아이들이 기아로 죽어간다는 소문이 하도 험악해 자기 살림살이도 어려운 형편이긴 하지만 아이가 너무 불쌍해 이번에 데려왔다. 아이는 거의 다 죽을 것처럼 뼈만 앙상해져 나왔다. 아이는 자기가 있는 동안에만도 죽은 아이가 4명이었는데 하도 어려 시신을 마대 자루에 집어넣어서 묻으러 갔다고 한다. 신씨는 “도처에 꽃제비는 늘어만 가는데 구제소에 넣는다 해도 구제소가 구제는커녕 도리어 꽃제비들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 이 시대의 비극”이라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