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오늘의 북한소식 256호

■ 경제활동

평남 북창 알루미늄 공장, 노동자들 몸수색 강화

평안남도 북창 알루미늄 공장은 몇 년 전만해도 생산성과가 좋은 공장이었다. 그러다 이 공장도 다른 공장과 마찬가지로 원자재 부족과 전력 공급 불안정으로 점차 생산율이 떨어졌다. 올해는 노동자들에게 배급을 3차례 정도밖에 하지 못했고, 임금도 5개월 분량밖에 지급하지 못했다. 아예 멈춰선 공장들에 비하면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이 공장 노동자들은 생활난이 막심하다고 말한다. 어느덧 노동자들 사이에는 늄그릇(알루미늄그릇)을 몸에 숨겨 내다 파는 게 일상화됐다. 늄그릇을 시장에 내다팔면 한 조당 900원을 받을 수 있어 겨우 겨우 끼니벌이는 된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늄그릇 빼돌리기를 하다 보니 공장 측에서는 계획량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고 보고, 10월 중순부터 보위대 단속초소를 세워 노동자들의 몸수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단속초소를 통과하지 않고 담을 넘는 노동자들이 생기자, 11월 초부터는 공장 담장에 유리를 박는 등 노동자들과 늄그릇을 사이에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삼 욕심에 미숙련자 사고사

해삼 수확량을 늘리려고 옹진군 수산사업소 관리위원장들이 잠수 경험이 부족한 미숙련자들까지 보내는 바람에 인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해삼 잡는 어구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잠수용 어선과 잠수 장비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숙련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10월 말부터 11월까지 한 달 간 크고 작은 사고가 20건 가량 되는데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10여건 이상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미숙련자들은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잠수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하루에 해삼을 5kg 잡으면 그 중 절반을 본인 몫으로 챙겨갈 수 있어서 큰 벌이가 된다. 20년 넘게 잠수공으로 일해 왔다는 김진철(54세)씨는 “아무리 벌이가 잘 된다지만 아무런 보호 장비나 대책도 없이 해삼 잡이에 내몰면 되겠냐. 지금이라도 수산사업소들은 교육을 더 잘 시키고, 해삼 팔아 번 돈으로 장비도 더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옹진군, 올해 해삼 풍작

황해남도 옹진군 수산사업소 작업반은 기온이 내려간 요즘 해삼 잡이에 한창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 특히 해삼이 많이 잡혀 그동안 계획량을 10%도 달성하지 못했던 수산사업소들이 기쁨의 아우성을 지를 정도다. 수심 10미터 이내에서 주로 잡는데 잠수공들이 너나없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 바쁘다. 하루 평균 4-5kg씩 잡아 올리는데, 비교적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 정치생활

삼수군 청년발전소 전기 중단에 건설책임자 검토

지난 11월 15일, 량강도 삼수군 청년발전소의 전력 생산이 중단돼 건설 책임자들이 줄줄이 비판받았다. 진흙으로 바른 ‘토언제’ 아랫부분에 금이 가는 바람에 물이 새고 있다. 시공 규정과 달리 ‘언제’에 질이 낮은 진흙을 사용해 금이 가고 말았다. 평소에도 전력생산이 높지 않았지만 아예 중단하다보니 혜산시를 비롯한 근방 지역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얼마 전에는 삼수군 청년발전소 언제가 위험상태라는 내용으로 1호 보고가 올라갔다. 이 보고에 따라 발전소 시공을 맡았던 총 책임자와 간부들이 줄줄이 검토 받았다. 비판은 법적인 제재가 없으나 검토는 법적인 제재가 뒤따른다. 현재 언제를 보수하지 못하고 문을 열어 조금씩 물을 뽑아내고 있다.

함흥 시장 단속에 보안서 소란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종합시장 폐지 시범 지역이 되면서 다른 지역보다 단속이 심하다. 공업품이나 식량 파는 모습이 목격되면 바로 회수하기 때문에 각 구역 보안서들에는 물건을 되찾으려는 상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물건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싶어 보안서를 찾은 장사꾼들이 여기저기에서 울며불며 사정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까지 물건을 되돌려 받은 사람은 없다. 하루에도 십여 차례 이상 단속이 벌어지다보니 날이 갈수록 보안서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15일에는 누군가 보안서 복도에 “사람의 피땀을 빨아먹는 보안서”라는 글씨를 써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을 잡으려고 보안서에서는 물건을 빼앗긴 사람들을 일일이 불러들여 필체를 대조해보고 있다. 주민들은 “써놓은 글이 내 속말이랑 똑같다”며 고소해하는 분위기다.

상여금 실시 주장했다가 호된 비판

지난 11월 10일, 함경북도 탄광 연합회의가 청진시에서 열렸다. 이 날 참석자들은 함경북도 탄광들의 비서와 지배인들이었다. 이 날 회의 안건은 “날씨가 점차 추워지면서 나라 각 분야에서 석탄 수요량이 급증하는데 따른 계획량 달성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탄광들은 ‘만가동 만부하’(100% 가동)를 걸어 계획량을 초과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계획 달성 방안으로 새별군의 한 탄광 비서가 일어나 상여금제를 도입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노력모범 칭호나 표창하는 식으로 정신 자극을 하는 것으로는 로동자들의 열정을 일으키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각 중대마다 매달 석탄 생산 임무를 초과했을 때, 그 초과량에 따라 돈을 주면 로동자들이 더 열심을 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장 “자본주의 생산경영 방식을 받아들여 어쩌자는 거냐. 자본주의 사상을 퍼뜨리겠다는 거냐”는 호된 비판이 시작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청진 주민들은 “탄광도 석탄 계획을 달성해서 좋고, 나라 경제에도 리롭고, 로동자들도 돈 벌어 좋은데 무슨 말만 했다하면 썩어빠질 자본주의라고 모자를 씌우니 아무리 좋은 것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조금만 무슨 의견을 말해도 금방 비판 대상이 되니 이게 어디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등의 말들을 주고받았다. 탄광 로동자들도 “지금 경영방식으로는 석탄 생산량을 절대로 완성해내지 못한다. 그 비서 얘기가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데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자본주의라고 매도하니 이래서는 절대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덕천시 새로 지은 집 모두 검열 방침

평안남도 덕천시에서는 ‘올해 새로 지은 집을 모두 검열할 데 대한’ 방침을 내렸다. 이 지역 일부 간부들 사이에 ‘자기 집 짓기 열풍’이 퍼져 집 짓는데 최소 5천 달러 이상 든 집들이 100여 채 이상 된다는 내용이 중앙당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중앙당 비사회주의검열그루빠에서 1차 검열한 뒤 1호 보고로 직보됐는데 이 일로, 올해 새로 지은 집들을 다시 검열하라는 방침이 떨어졌다. 방침에 따라 관련자들은 집을 짓는데 들어간 자금 내역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주민들은 낡은 집터나 새로 지을 집 부지를 사지 못하게 된다.

■ 사회

전거리 여성 수감자 성폭력 사건으로 보안원 제대

전거리 교화소에서 보안원들의 여성 수감자에 대한 성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성 수감자들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강제 제대된 보안원이 총 9명에 이른다. 교화소에서는 여성 수감자에 대한 성폭행 사건을 엄중히 처리하고 있지만, 일부 보안원들의 인권 의식 수준이 낮아 엄격히 통제되지 않고 있다.

전거리 교화소 위생상태 심각, 의사들 진료 못할 정도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 교화소의 위생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몸에 이가 가득해 아침마다 일어나 맨 처음 하는 일이 ‘이 잡가’라고 한다. 지난 11월 중순에는 수감자 중 자궁암에 걸린 여성을 치료하러 왔던 의사가 진료를 못하고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농산과의 한 여성 수감자는 얼마 전 자궁암에 걸렸는데 초기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농산과 다른 수감자들이 병자를 방치한다며 항의하는 일이 많아지자 교화소 측에서 마지못해 시병원 의사를 불러들였다. 그런데 수감방은 물론이고 수감자들의 몸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 심해 왕진 온 의사가 도저히 치료를 못하겠다며 환자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발길을 돌려버렸다.

전거리 교화소는 원래 약 1,000여명을 수용하게 돼 있으나, 11월 현재 총 2,000여 명(남자 1,200명, 여자 800명)으로 약 2배 초과 상태다. 지난 7월에는 여자 5개동, 남자 3개동을 추가 건설했지만 여전히 호실이 부족하다. 여자들은 한 방에 40여 명이 거의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붙어 자야한다. 여름에는 그래도 강변에 나가 강물로 세수하기도 했지만, 겨울이 되자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손 한 번 씻기도 어렵다. 강물이 얼어버리면 얼음을 깨야 하는데 번번이 이런 수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여름에 한 번 목욕하고 11월이 지난 지금까지 목욕 한 번 못했다는 수감자들이 많다. 특히 생리 현상으로 청결해야 할 여성들의 경우, 자궁암과 같은 ‘여성 질병’ 들을 많이 앓고 있다. 전거리 교화소 상태를 전한 목격자는 “매달 생리하는 여자들이 씻을 물이 없어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다. 먹을 것도 부족하지만 여자들에게는 씻을 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화소 측에서는 “시설을 제대로 준비할 새도 없이 여자 수감자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확 끝나자 고리대금 갚고 빌리고

어느 정도 가을 수확이 끝나자 빌린 고리대금을 갚거나 새로 빌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소토지 농사를 지었던 주민들은 고리대금을 갚으려고 수확한 곡물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식량 판매 단속이 심한 지역에서는 장사꾼들이 곡물을 넘겨받아 아직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되지 않고 있는 지역에 팔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 고리대금을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갚아주려다 보니 정작 애써 농사를 지은 본인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다. 그래도 소토지 농사를 짓는 집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소토지 농사를 짓지 못한 집에서는 옥수수쌀 살 돈이 없어 고리대금을 빌리러 다닌다. 상대적으로 옥수수 가격이 싼 이 시기에 많이 사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수확이 끝난 들판에 나가 배추 뿌리를 파다가 소금으로 절이거나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비상식량 대용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들은 수확이 끝나 식량 사정이 좀 나은 요즘에도 시래기 배추에 옥수수쌀을 한 줌 정도 넣고 죽을 쒀 먹고 있다. 소토지 농사를 짓지 못했다는 리명희(34세)씨는 “기름은 1년 사시사철 한 방울 먹기도 힘들어요. 시래기죽이 주식이고 생배추 뿌리가 우리들 간식”이라고 말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맹아학교 학생들 막일하며 끼니벌이

함경북도 온성군 삼봉구에는 맹아학교가 있다. 명색이 학교지만, 학생들에게 공부는 뒷전이다. 배급 부족으로 늘 배를 곯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것저것 막일을 나가 끼니벌이를 한다. 봄, 가을에는 소토지 농사일이나 가을걷이를 도와주면서 하루 세 끼 죽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지만, 겨울은 그런 일감이 없어 끼니벌이가 힘들다. 수확이 끝난 요즘에는 부지런히 이삭주이를 하거나 옥수숫단, 콩대 등을 끌어 모아 땔감으로 가져다주는 일을 한다. 하루 한 두 끼니 마련할 정도의 일은 못된다. 그렇다보니 겨울에 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아진다. 성별로는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이 더 취약하다. 소토지 농사일이나 산에 가서 땔감을 해오는 일들을 주로 남자아이들에게 시키다보니 여자아이들은 자연히 끼니벌이 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여자아이들은 어렵게 사정해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 불을 때주면서 겨우 입에 풀칠하는 수준으로 생활하고 있다.

“장수식품, 간부들이나 많이 먹어라”

옥수수가 단백질 함량이 높아 몸에 좋은 장수식품이라는 강연에 “간부들이나 많이 먹으라고 하라”는 소리가 나왔다. 지난 11월 12일, 평안남도 덕천시에서는 녀맹정규화 강연 시간에 과학기술과 과장이 나와 옥수수밥과 옥수수죽 등 옥수수로 만든 모든 식품이 몸에 좋다는 선전을 했다. 세계 다른 나라들도 즐겨 먹는 식량이라며 많이 먹으라는 강연이었다. 강연회에 참석했던 녀맹원들은 “사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 옥수수죽 먹기도 바쁘다(힘들다). 우리 돈 없는 백성들한테 장수식품이라고 자랑하지 말라. 돈 있으면 옥수수 사지, 쌀 살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차라리 간부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 강연회 모임에 가서 입쌀 먹지 말고 옥수수 먹으라고 하라”고 이구동성 말했다. “옥수수 말고 산나물, 민들레 뭐 이런 것들을 어떻게 대용식품으로 먹을 수 있는 지 그런 얘기를 해라. 그게 차라리 우리한테 맞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녀맹원들의 말에 기술과장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 사건사고

평성 국가과학원 합성비료연구실 폭발 사고

지난 11월 8일, 평성시 국가과학원 미생물연구소 합성비료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고압증기가마가 폭발해 이 날 현장에 있었던 연구자 6명이 전원 숨졌다. 가스가 폭발하면서 다른 연구실은 물론이고 사택까지 유독가스가 퍼져 다른 연구자들과 사택에 있던 가족들 중에도 질식해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사택 가족 중에서는 아이들의 피해가 컸다. 이들은 당국의 특별 배려로 곧장 평양 적십자병원으로 호송됐다. 평성 시당국은 진화에 힘쓰는 한편 3군단 직속 화학련대 2개 소대를 투입해 방역작업에 나섰다. 사고 다음 날에는 연구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평성리과대학 생물학부 연구생 여러 명이 미생물연구소에 긴급 파견돼왔다.

연안군 협동농장 화재로 450톤 벼 소실

지난 11월 14일 저녁, 황해남도 연안군 협동농장 3작업반에 화재가 발생해 450톤의 벼가 모두 타버렸다. 탈곡 작업이 아직 덜 끝난 벼 가마니가 모두 전소됐다. 화재의 원인을 밝히지 못한 보안당국은 작업반 일꾼 3명을 구속하고 심문을 벌이고 있다. 구속된 3명은 심한 고문에도 죄를 인정하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원 리모(48세)씨는 심한 고문까지 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러 불을 놓았다고 의심받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데서도 그런 일이 많지 않나. 내년에 급할 때 쓴다고 식량을 빼돌리고, 그냥 확 불을 질러버리는 거다. 나라에는 불에 타버려서 군량미를 다 못 바치게 됐다고 말하면 뭐라고 말 못하지 않나. 그런 일이 하도 많이 일어나니까 이번에도 지레짐작으로 사람을 아주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논평

생산력 증대 방안과 근로조건 개선에 관심 가져야

최근 함경북도 탄광 연합회의에서 석탄 생산 계획량 달성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생산량에 따른 성과급 지급을 방안으로 제안했던 한 간부에 대해 다른 탄광 비서와 지배인들의 호된 비판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상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슷한 시기 서해안 옹진군 수산사업소에서는 해삼 풍년을 맞아 미숙련 잠수공들을 충분한 교육과 훈련도 없이 해삼 잡이를 시켜 인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숙련자들은 해삼 잡이가 꽤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 속에 뛰어들어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편 단천시 검덕 광산에서는 간부가 자기 돈으로 배급 주고,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구타까지 하면서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상반기보다 생산량이 2배나 늘어났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적어 노동자들은 눈치껏 태업하기 시작했고, 간부들은 교화소에 보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 전역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이다. 노동자들의 생산 의욕을 고취하지 못하면 생산량 증대는 꿈꾸기 어렵다. 그런데도 당국은 오로지 ‘사회주의 사상’을 부르짖으며 정치학습에만 열을 올리거나 노동자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한다. 장기간 식량 부족과 경제난으로 지칠 대로 지친 노동자와 ․농민들의 생산의지가 높을 리 만무하다. 공장 지배인이 굶주리는 노동자들에게 공장 기물과 생산물을 일부 빼돌려 팔아 임시변통이라도 할라치면 비사그루빠에 걸려 처벌 받기 일쑤다.

농장에서도 간부가 농민들에게 분배해줄 식량이라도 챙기려면 국가에 납부할 군량미 계획을 채우지 못했다고 비난이 뒤따른다. 이래저래 경제 일꾼들은 상반된 당의 지시와 주민 요구 사이에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산업 현장과 서비차를 운영하는 버스회사 등에서는 안전이나 근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생산력을 높이라고 닦달하는 통에 인명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공장기업소는 생산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고, 소규모 사업장은 불합리한 고용 조건과 노동력 착취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의 경제 일꾼들은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제안 사항을 적극 수렴해 생산량 증대에 힘써야 한다. 생산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노동자들과 농민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안전사고 예방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북한 당국도 경제 일꾼들의 현장 경험에 기초한 제안에 귀 기울이며, 자율적인 권한과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또 열악한 근로 환경 개선과 노동력 착취 방지에 관심을 가질 때 생산 증대라는 결실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집중탐구

간부들의 사상 해이 경고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을 확고히 고수할 데 대하여”

사상 해이 문제, 왜 간부들인가?

지난 시간에 이명박 정부에 파상공세를 퍼부은 강연제강에 대해 살펴봤다. 북한 은 4월 이명박 정부와 분명히 선긋기를 한 뒤 5월에는 간부들의 사상 해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이 자료는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간부 및 군중 자료’가 아니다. 오로지 간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간부 학습자료’이다.

왜 5월 시점에 간부 학습 자료에서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을 얘기했을까? 4월에 남한을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했으니,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최전선에 나가 싸울 투사들의 상태가 점검돼야 한다. 사상전에서 최전선 투사는 군복 입은 군인들이 아니라 간부들이다.

그런데 이 간부들의 상태가 어떤가? 사상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상태인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다.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을 거론하는 것은 역으로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이 흐트러져 있음을 반증한다.

사상전에서 승리하고 강성대국을 이뤄야 할 주체들이 원칙에 어긋나는 세태를 보이고 있으니 다시 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적 원칙이란 당의 요구대로 살며, 당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곧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이다.”

당의 요구가 무엇인가. ‘민주주의 중앙집권적 원칙에 의한 인민대중의 요구’를 이른다. 당적 원칙을 지킨다 함은 곧 인민대중이 중심이 되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옹호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니 당국이 보기에 ‘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남조선 괴뢰군들)들이 악랄하게 책동하는 것’이다.

간부들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버릴 수 없는 것이 혁명의 원칙이요, 멈출 수 없는 것이 혁명 투쟁이다.”

간부들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이 문구만 보면 자명하다. ‘당의 노선과 정책 집행은 인민대중의 의지와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당정책을 무조건 집행하고 관철투쟁’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민대중의 의지와 요구’이다.

이 학습자료에서 북한 당국은 결코 수령의 의지와 요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인민 대중의 의지와 요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당의 지시와 방침은 인민대중의 집결된 요구이지 결코 수령님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 바로 ‘어버이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이다. 이들을 따라 배우는 것이야말로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길이며, 바로 그것이 인민대중의 의지와 요구를 반영하는 길’이다.

수령의 방침이라는 소리는 없지만, 수령을 따라 배우자는 것은 곧 수령의 방침을 따르라는 소리와 같다. 이런 맥락에서 ‘인민대중의 집결된 요구’도 결국 수령이 바라보는 사항이 곧 ‘인민대중의 요구’가 된다. 아래로부터(인민)의 실제 요구라기 보다 위에서 생각하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인민의 요구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시장 문제와 뙈기밭 농사를 들 수 있다. 인민 대중들은 먹고 살 수 있도록 자유롭게 장사할 권리와 개인 소토지 농사를 지을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는 당의 방침에 따라 번번이 좌절되고 억압된다. 인민들의 실제 요구와 당과 수령이 바라보는 ‘인민대중의 집결된 요구’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릴 수 없는 혁명의 원칙’과 인민 대중의 실제 요구는 양립 불가능하다. 이 둘이 일치하려면 오직 인민들이 자신의 실제 요구를 억누르고, 당과 수령이 제시한 방침을 따르는 길 뿐이다.

간부들의 사상 해이 양상

그런데 수령님을 따라 배워야 할 간부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첫째, 사업에 열정이 없이 일한다.

둘째, 국가 재산을 제멋대로 낯내기하거나 부정처리하는 현상이 있다.

셋째, 지원물자를 보낸다면서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거둔다.

넷째, 자기 단위 리익만 생각하며 국가의 법과 규정에 어긋나게 경영관리를 한다.

맡은 바 사업에 열의를 갖고 임해야 하는데, 간부들은 “쌀이 없다, 옷이 없다, 기름이 없다”고 생활난을 호소하기 바쁘다. 당의 정책과 방침에 반신반의하면서 맡은 바 사업을 투쟁하지 않거나 앞에서만 하는 척하고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른척하는 ‘오분열도식’(5분만 열심히 일하고, 다음부터 대충 하는 식)으로 일한다.

국가 재산을 제 것처럼 쓰고, 세외부담을 시시때때로 거두며, 자기 단위 것만 챙기는 이런 일들은 인민 대중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제 것만 챙기는 개인 본위주의, 기관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이는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을 다 포기하는 것과 같다.

물론 생활상이 아무리 곤란해서 그렇다지만, ‘혁명의 원쑤들’이 시시때때로 책동을 일으키고 있으니 한시도 안심하고 잊고 살아서는 안 된다. 오직 자기 개인, 끼리끼리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간부들의 이기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에는 개인 아무개의 나쁜 실례를 들어 그 사람에게 집중포화를 했다면 여기서는 구체적인 인명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이런 현상이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을 콕 집어서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연해 있는 것이다.

“경제형편이 여의치 않은 게 아니라 완전히 파탄됐고, 생활상 곤란이 있는 게 아니라 생활을 아예 못하게 됐다. 경제가 완전히 붕괴됐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간부)들이라고 별 수 있나. 자력갱생하라니 백성들보다야 챙길 수 있는 게 있으면 하나라도 더 챙기는 거지”라고 한 간부의 말처럼, 10년 넘은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 간부들마저 궁핍해져 제 것, 제 단위 것 챙기는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 10년 넘게 만연돼 온 현상이다.

당적 원칙 지키려던 사람은 다 죽었다

‘모든 문제를 혁명의 요구, 인민의 리익 견지에서 풀어나가야 하며,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에서 어긋나는 현상과 비타협적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간부들에 대한 당의 요구이다.

이에 대해 간부들은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다”고 단언한다. 그걸 실천하라는 것은 곧 자기들더러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받아들인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은 당적 원칙, 계급적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이들이 결코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속내다.

■ 시선집중

검덕광산 광부들 일부 태업

검덕광산의 일부 광부들이 착암기를 일부러 고장 내는 등 태업을 하고 있다.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해서 상반기보다 2배 이상의 생산 실적을 올렸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광부들은 “주린 배를 안고 작업장에 나와 일해도 배급을 안주니, 국가 일을 많이 해도 소용이 없다”며 생산 의욕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기계 고장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광산 보안서에서는 “4/4분기 작업에 큰 손실이 생기고 있다. (기계) 고장 낸 자를 잡으면 반드시 교화소에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대해 광부들은 “일은 더 힘들게 시키면서 배급을 안 주니 살자면 별 수 없다. 슬슬 눈치 봐가면서 몸이라도 아껴야지”라며, 배급이 제대로 나오면 누가 일을 어영부영하겠냐고 말한다.

검덕광산 하반기 생산량 2배 증가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광업련합기업소의 한 간부는 하반기 생산량이 상반기보다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검덕갱 운광 소대 작업구간의 경우 광석 품위가 높은데, 발파 폭약이 없어 광부들이 직접 정대와 함마(해머)를 들고 작업하기도 했다. 한 갱의 소대장인 최용철은 작업 실적을 올리려고 3교대 근무에서 주야간 2교대 근무로 변경하고, 광부들 식량이 떨어지면 자신의 집에서 조달하는 등 생산 활동을 독려했다. 작업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떤 때는 구타를 하며 일을 시키기도 했다. 검덕광산은 생산력을 높이려고 차광수결사대라 이름 한 임시 돌격대를 조직해 채굴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10월에 들어서면서 개인 소토지 농사일을 하느라 직장에 빠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어 생산력은 차츰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