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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60호

■ 시선집중

생계형 여성 범죄자, 주로 장사 때문

평안남도 증산군의 한 교화소 담당 일꾼은, 여성 범죄자들의 수가 해가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여성수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불법 밀매매, 인신매매, 마약 유통 등으로 주로 경제사범이 많다. 배급과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세대주를 대신해 가족 부양 역할을 여성들이 담당하게 되면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난 까닭이다. 게다가 요 몇 년 새 당국의 장사 통제가 더욱 심해지면서 법을 어기는 여성들이 많았다. 나이 제한에 점점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이 적어지면서 큰돈은커녕 작은 돈 만지기도 쉽지 않게 되자, 마약, 동 밀매매 등 한 건 크게 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많아 구속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평안남도 순천시에 사는 서미옥(38세)씨는 “우리 집 세대주가 올해 받아온 배급이라곤 10월 달 보름치 옥수수가 전부였다. 나라도 움직여야 우리 세 식구 먹고 살 수 있는데, 올해는 장사도 못했다. 화장품 장사를 했는데 작년에는 나이가 안 된다고 하지 말라더니 올해(2008년)는 아예 화장품 매대를 없애버리더라. 내년(2009년)부터는 시장에서는 그런 거(공업품) 절대 못 팔게 한다는데, 우리를 살리자는 거냐, 죽이자는 거냐? 정말 한심하다. 내가 재주가 없어 그렇지, 할 수만 있으면 얼음(빙두)이라도 내다 팔고 싶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사는 리금화(43세)씨는 “올해도 풀죽 먹느라고 배가 등에 쫙 붙을 지경으로 살았다. 내년에도 그렇게 살아야 되면 얼음 들고 중국에라도 넘어가든지 무슨 수를 써야겠다”고 말했다. 한 보위부 일꾼은 “여자들이 비법을 저지르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을 점점 안 하는 것 같다. 식구들 먹을 것을 책임지다보니 여자들 담이 세졌다”고 해 여성들의 범죄 행위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임을 시사했다.

■ 식량소식

단천시 제련소 11월 하순 배급

함경남도 단천시 제련소는 올해 처음으로 10월달 배급을 준 데 이어 11월 하순 배급을 두부콩과 옥수수로 지급했다. 반면 무단결근자들은 식량 배급을 주지 않고 대신 공장 단련대에 보냈다. 단 이 공장 동력직장의 당 비서는 자신의 권한으로 노동자들에게 25,000원씩 받고 1-2개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이른바 8.3직장을 허용했다.

순천 탄광기계공장 옥수수 7.5kg 배급

평안남도 순천시 탄광기계공장에서는 그동안 배급을 거의 주지 못하다가 10월 들어서 비로소 일부 군수 부문 직장들만 배급을 재개했다. 10월 상순과 11월 하순에 노동자 한 명당 옥수수 7.5kg와 두부콩 7kg이 공급됐다. 이 공장의 군수 부문 직장에서는 105mm 포의 부속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내년 1월부터 30mm포 부속품을 더 생산할 예정이다.

평안남도 배급소 정상운영 못해

평안남도 각 시, 군 량정사업소 산하 배급소에서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식량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농민시장 개편과 동시에 시장에서 더 이상 식량을 팔지 못하게 돼있으므로, 배급소에서 취급해야 하나 아직 조건이 갖춰지지 못했다. 그저 국가 공로자 또는 유자녀들이 와서 찾으면 얼마간 공급하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각 시, 군당에서는 인민위원회 부원들과 당 부서원들을 뽑아 시장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성 상인들에게 당의 방침을 지키라고 연설을 하는 한편, 일부 시장에서는 “새로운 시장 관리 체계를 따르는 데 대한 이견이 없다”는 각서를 받아가기도 했다.

■ 경제활동

취사난방용 석탄, 한 달에 최소 2만원 소요

추운 겨울, 주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추운 함경북도 새별군, 온성군, 은덕군 등지에서는 아무리 아껴도 석탄을 쓰려면 최소한 2만원은 들어간다. 석탄이 나지 않는 지역에서는 땔나무나 석탄 가격이 더 비싸 3만 5천 원 이상 들어간다. 그나마 석탄을 사용하는 집은 잘 사는 축에 든다. 끼니걱정만으로도 여력이 없는 집들에서는 난방 할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고, 취사를 위해 마른 풀이나 쑥, 옥수수 대, 옥수수뿌리, 나뭇잎 등을 긁어모으고 있다.

석탄 수요급증에 메웠던 인민탄광 다시 복구

겨울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석탄 수요량이 늘어나자, 함경북도 탄광지역 주민들은 국토관리부에서 메웠던 인민탄 구덩이를 다시 복구해 채탄작업을 하고 있다. 두세 명씩 조를 지어 석탄을 캐고 있는데, 주로 한 집안 식구들끼리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노인까지 나와 밤 12시, 더 늦게는 새벽 1-2시까지 탄 캐는 작업을 한다. 낮에는 직장에 나가야 하므로 주로 밤에 탄을 캐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직장에 나가서는 일을 하는 둥 마는 둥하지만, 저녁에는 칼바람을 맞아가며 한 삽이라도 더 캐려고 결사적으로 일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온성 상화탄광 통풍설비 고장으로 석탄생산 차질

함경북도 온성군 상화탄광에서는 한 탄갱에서 통풍 설비가 고장 나 한 달 넘게 석탄을 캐내지 못하고 있다. 탄광 비서와 지배인들은 석탄 생산이 얼마나 긴박하고도 중요한지 매일 들러 연설하고 있지만, 선뜻 누구도 석탄을 캐러 이 탄갱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통풍설비 고장으로 언제 가스폭발과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탄을 캐러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고성국(42세)씨는 “죽지 않을 정도로 겨우 시래기 국물에 옥수수밥 한 주걱 먹고 일하는 것도 힘들고 괴로운데,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잘못해서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억울하냐?”고 말했다. 통풍설비를 임시로 고쳐놓아도 이틀도 못 가 다시 고장 나곤 해서 위기의식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탄광 측에서도 가스 폭발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추궁을 받을까 봐 노동자들을 강제로 밀어 넣지 못하고 있다. 그저 기계설비 수리공들더러 “무능하다”는 비난만 하고 있다. 이에 기계설비 수리공들은 설비가 너무 노후화됐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라도 새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에도 석탄 계획량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한 개 중대가 채탄사업을 거의 한 달째 하지 못하고 있어 탄광 일꾼들은 계획량 완수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순천 비날론연합기업소의 8.3직장, 한 달 15,000원

평안남도 순천시 비날론연합기업소에서도 8.3 직장을 운영하는데, 이 직장에서는 매달 일인당 15,000원을 내야 한다.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직장이 별로 없어 일반 노동자들은 정상출근을 해도 사회 과제에 동원되기 일쑤다. 순천 비날론기업소는 서해안지구에서 그래도 가장 큰 공장 중 하나지만, 노동자들이 기계 부속품을 뜯어 파는 등 일반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과 하는 행태가 별로 다를 바 없다. 12월 현재까지 이 공장에서는 배급과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 정치생활

세포군, 옷차림 보고 돈 달라니 작업복 입고 다녀

강원도 세포군 보안서에서는 ‘3대 혁명 붉은기쟁취운동’ 판정을 받기 위해서, 보안서 건물 보수사업과 내부 시설 꾸리기를 새로 하려고 주민들에게서 돈을 걷고 있다. 문화혁명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너무 높아서 필요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하는 수 없이 주민들에게 돈을 걷고 있는데 돈주들에게는 큰돈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 중에도 옷차림을 잘 차려입은 주민들에게는 돈을 달라고 말한다. 옷차림이 궁색해 돈이 없어 보이는 주민들에겐 1천 원 정도를 내라고 하고, 깔끔하게 잘 차려입은 주민들에게는 4-5천원까지 부른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주민들은 보안서 앞을 지나거나 특히 보안서에 드나들 일이 생겼을 때 옷차림에 신경 쓰고 있다. 돈이 없어 보이려고 작업복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 사회

강계시 군수공장 노동자, 전화선 잘라내다 처벌

지난 11월 6일, 자강도 강계시 포탄깍지(탄피)를 생산하는 군수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 2명이 동을 잘라내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공장 전봇대 3군데에서 약 150미터 가량의 전화선을 잘라냈다. 동선을 잘라내는 도중 공장 보안서 야간 순찰대에 걸려 즉각 구속됐다. 한편 이 공장에서는 지난 10월에 옥수수로 15일 분량의 배급을 준 이래 지금껏 배급을 주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가을인데도 초봄보다 더 생활이 어려운 정도”라고 말한다

강계시 답사숙영소, 군대에 멧돼지 공급

자강도 강계시 답사숙영소에서는 군대에 지원 돼지고기로 산에서 잡은 멧돼지를 보냈다. 각 시, 군 답사숙영소에서는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과 녀맹원, 농민들이 바친 군대 지원 돼지고기를 인수인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계시 답사숙영소에서는 군대 지원용 고기 중 일부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군부대에는 일반 돼지고기와 함께 산에서 잡은 멧돼지를 보냈다. 황해북도 신계군에서는 일부 지원 계획량 중 돼지고기 대신 굶어죽은 염소를 군부대에 보냈다. 한편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과 녀맹원들은 인민군에 지원할 돼지고기를 일인당 1kg 또는 현금 5,000원을, 농민들은 5kg씩 바쳐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민들의 경우 계획량을 완수해야 분배 식량을 주겠다고 하기도 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새해 농사 준비 동원에 녀맹원들 고생

함경남도 함주군의 한 기업소 후방기지에서는 새해 농사 준비를 한다면서 녀맹원들을 동원해 논밭 밭갈이를 하고 있다. 옥수수밭에서는 옥수수 뿌리를 뽑아내고, 흙을 다시 고르게 펴는 작업을 한다. 옥수수 뿌리는 땔감으로 귀하게 쓰이기 때문에 다시 모아서 기업소에 바쳐야 한다. 땅이 얼 때가 많아 비교적 온화한 날씨에 작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힘든 일이라 진척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한 사람당 과제를 주었는데, 날이 어두워져도 그날 받은 할당량을 반드시 달성하라는 통에 여성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몸이 허약한 여성들은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까지 추위에 덜덜 떨며 일한다. 어떤 여성들은 춥고 배고프고 일이 너무 힘들어 그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동원에 나오지 않으면 벌금 2천원을, 그 날 과제를 다 하지 못하면 벌금 500원을 내야 한다. 심한 경우 단련대에 보내겠다는 엄포까지 들은 터라 남편은 물론 어린 자녀들까지 일을 도와주러 나서는 형편이다. 녀맹원들은 “우리는 지금 단련대 아닌 단련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 사건사고

정평군, 북한 국기 훼손

지난 12월 1일, 함경남도 정평군 구창리 보안서가 국기 훼손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이 보안서 정문 벽에는 북한 국기가 새겨 있었는데, 누군가 붉은 별을 긁어 버리고, 별 무늬에 ‘X’를 새겨놓았다. 보안서에서는 즉각 조사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지 범인에 대한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요즘 보안당국의 장마당 장사 통제가 극심해지면서 보안서에 빼앗긴 물건을 찾으러 온 상인들이 욱하는 마음에 저질렀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당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물건을 찾으러 온 상인들이 보안서 정문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상대로 심문 조사를 시작했으나 확증이 없어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누군가 “수류탄 한 알만 있으면 보안서를 통째로 날려버리겠다”고 소리친 사람이 있었다는 증언에 따라, 그 사람을 찾았으나 혐의가 불충분했다. 이 소식에 주민들은 “장마당 통제도 정도껏 해야지, 중앙당에서 하란다고 강하게 하다가 이렇게 더 큰 사단이 나지 않나. 장사 물건 뺏으면 저들끼리 해먹는다는 거 뻔히 아는데, 그거 보고 눈에서 불이 안 나올 사람이 어디 있나. 단속을 해도 정도껏, 해먹어도 정도껏, 무조건 정도껏 해야지 넘치게 하면 못 쓴다”고 말들이 많았다.

■ 논평

여성들을 더 이상 생계형 범죄자로 내몰지 말아야

최근 생계형 범죄로 수감되는 여성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현재 주민들의 생활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첫째, 생계형 범죄자의 증가는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추수가 끝난 터라 일부 지역과 기업소에서 약간의 배급을 주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 일반 주민들은 식량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법의 테두리와 사회 규범을 벗어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생존을 이어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둘째, 수감자 중 여성 비율이 높은 데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인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배급이나 월급이 없어도 직장에 꼬박꼬박 출근해야 하는 성인 남성 중심의 사회 통제 시스템은 가족 부양의 의무를 여성에게 전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여성들이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기가 마땅치 않다.

셋째, 장마당 장사를 지나치게 단속한 결과, 생계유지 수단을 잃은 도시 노동자의 아내들이 생존을 위해 인신매매, 마약 유통 등 불법 상거래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당국은 장마당 영업시간을 줄이고 식량, 공업품 등 물품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벌금 부과 및 물품 압수에 나선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해 물건을 파는 일이 불가피한 여성들로선, 어차피 당국의 제재를 무릅쓰고 장사에 나설 바에야 보다 큰 이익이 남는 장사를 해서 한몫 크게 벌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 공안 당국자의 말처럼 여성들의 범죄 행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우리는 깊이 우려하고 있다. 식량 부족 문제는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데다, 그나마 주민들이 생계수단으로 여기는 장마당 장사도 북한 정부가 단속에 상당한 의지를 보이는 한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이런 사회 모순이야말로 북한 여성들이 단속원의 눈을 피해 메뚜기 장사를 하고, 극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불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생계형 범죄자로 내몰리는 이유이다.

결국 북한 정부가 취약 계층에게까지 배급을 확대해서 주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를 우선 해결해 주든지, 그런 형편이 못되면 당분간 장사라도 해서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든지 해서 주민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줘야 한다. 그럴 때만 여성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현재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 여성들이 끊임없이 북한 당국에 요구해 온 사항이기도 하다.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에 맞게 북한당국은 인민을 위한 정책을 보다 전향적으로 시행하기를 바란다.

■ 집중탐구

2009년 신년공동사설 읽기(1)

2009년 신년공동사설 읽기(1)

총진군의 나팔소리 높이 울리며 올해를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로 빛내이자

2009년 신년공동사설의 구성

● 2008년에 대한 성과 총화 (10%)

● 2009년 사상동원(40%)

● 부분별 과업 (10%)

● 선군시대 인민군의 과업 (10%)

● 당, 행정, 로동계급, 청년, 직맹 등 일군들에 대한 호소(20%)

●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 (10%)

빈약한 성과, 2008년

“우리 혁명과 강성대국건설에서 력사의 분수령을 이루게 될 희망찬 새해 주체98(2009)년이 밝아왔다.”

2009년 신년공동사설은,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력사의 분수령’이 될 새해가 밝았다고 선포하며 시작된다. 지금껏 경제 강국 건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분명히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는 선포이다.

“지난 해 주체97(2008)은 60년에 걸치는 우리 공화국의 긍지 높은 년대기 우에 빛나는 승리의 장을 기록한 력사적 전환의 해였다.”

2009년 ‘력사의 분수령’을 이루기 위해 할 일을 열거하기 전에, 도입부에서는 2008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난해에도 무한대한 정력을 지니시고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투쟁을 진두에서 현명하게 이끄시였다.”

2008년의 가장 큰 성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서 비롯된다고 밝히면서 이 부분을 상당히 길게 할애하고 있다. ‘무한대한 정력’, ‘전설적인 강행군길’, ‘력사에 류례없는 애국헌신의 장정’, ‘불멸의 로정’ 등 김위원장의 현지지도가 얼마나 왕성하게 펼쳐졌는지 다양한 수식 어구를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사상전선, 반제군사전선을 비롯한 모든 전선에서 빛나는 승리가 이룩된 것”이라고 김위원장을 경모한다.

이 부분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대응으로 읽을 수 있다. 외부에서 전해진 건강설에 대해 내부에서 왜곡 전파되는 것을 의식해 김위원장이 그 어느 해보다 왕성한 활동을 벌였음을 얘기한다. 해마다 현지지도를 약 80여 회 다니는데, 작년에는 그 보다 10여 회가 더 많은 90회 이상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현지지도를 통해 인민들을 ‘정치사상전’에서 결집시키고(대내사업), ‘반제군사전선’에서 ‘남조선괴뢰군’과 ‘미제’에 대항했으니(대외사업), ‘력사적 전환의 해’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2008년의 가장 주요한 성과다.

성과점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다만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비롯한 수많은 공장, 기업소의 현대화, 례성강청년1호발전소, 원산청년발전소, 녕원발전소와 같은 중요대상 완공, 대홍단과 미곡협동농장, 평양시 꾸리기 등이 “모든 분야에서 놀라운 전변이 일어났다”는 성과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성과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일례로 례성강청년1호발전소는 10만 kw에 불과한 용량이고, 원산청년발전소와 녕원발전소는 발전량이 1만 kw에도 못 미친다. 중요대상이 완공됐다고 추켜세우기에는 한참 떨어지는 중소형발전소들이다. 천리마운동의 발원지이자, 천리마대고조운동의 봉화를 다시 일으킬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강선제강소)는 어떤가. 2008년 12월 24일,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기 전까지 이 곳 역시 다른 공장, 기업소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배급사정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생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오늘의 북한소식」은 2007년 1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배급 완전 중단으로, 강선제강소 노동자들이 하루 세 끼를 풀죽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제164호).

대홍단과 미곡 협곡 농장, 평양시 잘 꾸리기의 사례 등이 ‘력사적 전환의 해’에 과연 부합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2008년 총화가 여기까지다. 인민생활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기쁨의 해’로 만들자고 했던 포부는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우리 당이 이끄는 선군의 길이 인민의 행복과 후손만대의 번영을 위한 참다운 사회주의길이며 강성대국을 건설해나가는 우리의 힘찬 진군은 그 무엇으로써도 가로막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해 투쟁의 긍지 높은 총화이다.”

결국 ‘당이 이끄는 선군의 길’이 2008년의 ‘긍지 높은 총화’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전년도 총화가 빈약한 적이 있었던가 싶게, 2008년도의 성과 사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08년의 성과를 현란한 수식어구로 치장하고 서둘러 봉합했다는 인상이다.

제2의 천리마운동을 향한 2009년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지만, 어찌됐건 ‘력사적 전환의 해’를 이룬 2008년이 지나고, 이제 2009년은 어떤 해가 되어야 하는가.

“전후 천리마대고조를 일으키던 그 때처럼 온 나라 전체 인민이 당의 두리에 한 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진군의 나팔을 불며 총공격전을 과감히 벌려나가야 합니다.”

강성대국건설을 위해 ‘력사적인 비약을 이룩하여야 할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를 만들려면, 천리마운동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여기서부터 사상동원사업에 대한 호소가 주를 이룬다.

“오늘 우리는 당의 혁명위업수행에서 중대한 력사적계선에 서있다”며, 강성대국을 건설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이 때, 천리마대고조를 대대적으로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주 요지이다. 금년도 전투구호로 “혁명적대고조의 위대한 전통을 계승하여 선군조선의 빛나는 전성기를 펼쳐나가자!”를 내세웠다.

그 비법으로 ‘비약의 룡마’가 있다며, 첫째 사상의 위력, 둘째 일심단결, 셋째, 애국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국주의 사상문화침투와 심리모략전 배격 등 4가지 사상분야를 제안한다. 여기에 ‘집단주의와 자력갱생’, 그리고 ‘선군시대의 총진군속도’(속도전)를 방법으로 제시했다.

첫째, ‘사상의 위력’은 선군사상과 주체사상을 일컫는다. 자주로선과 선군정치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하고 사회주의 건설로 나가자는 말이다.

둘째, ‘일심단결’은 위 선군사상과 주체사상을 전 인민이 일치한 견해와 확실성을 갖자는 뜻이다.

셋째, 이번에 처음 등장한 ‘애국심’은 “사회주의 조국을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끝없이 사랑”하라는 주문이다.

넷째, ‘제국주의 사상문화적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부시자’는 말은 황색바람을 없애고, 사회주의생활양식을 더욱 철저히 확립하라는 요구이다.

모두 ‘사상전’을 4가지 변주곡으로 만든 비슷한 말들이다. 집단주의, 자력갱생, 속도전 등도 새로울 것 없는 레퍼토리다.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으나, 결국 사상전으로 무장해 천리마대고조운동을 다시 발양시키자는 것이 올해 2009년 신년공동사설의 핵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신년공동사설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이다. 다음 호에서는 나머지 부분인 부분별 과업, 인민군의 과업, 각 단위 일군들에 대한 호소, 그리고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