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오늘의 북한소식 263호

■ 시선집중

퇴비반출행진에 주민들 눈살

지난 1월 15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퇴비를 농촌에 운반하는 행진을 열었다. 이 날 각 동사무소 녀맹들이 모은 퇴비를 자동차에 싣고 가는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기도 했다. 온 시내에 꽹과리를 울리며 퇴비반출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들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았다. 퇴비 값 5천원을 내고 며칠 속상해서 옥수수죽도 제대로 못 넘겼다는 리금희(36세)씨는 “분위기와 형식 잡는 데는 우리 (녀맹) 간부들을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며,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소리를 했다. 리씨의 여동생 정희(33세)씨도 “아부 아첨이 아주 골수에 무친 것 같다. 위에서는 이런 실정도 모르고 무조건 달성됐다고 보고 올라가면 좋아라 하겠지. 저거 다 생색내기라는 거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지만, 저 위(평양)에 계신 분들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비반출사업에 전국이 몸살

새해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군중대회가 열리자마자 퇴비반출사업이 본격화됐다. 전국 각지는 퇴비반출사업으로 분주하다. 주민들은 오물장에 버린 재에 공동화장실 인분을 버무려 퇴비를 만들고 있다. 대충 겉모양만 비슷하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당국에서는 ‘진거름’이라고 일컫는 ‘생똥’ 반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탄재에 생똥을 버무린 퇴비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일 경우 운반비 포함해서 한 톤 당 5,000-6,000원 한다. 청진, 함흥, 신의주, 평성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각 공장, 기업소 노동자, 인민반, 단위별로 각 2톤씩 거두고 있다. 하루이틀새 공장, 기업소, 단위, 인민반 등 거의 모든 주민들이 퇴비를 만들어가야 하자, 공동화장실 오물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퇴비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일 당 정책을 관철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총화를 하고, 퇴비 값을 누가 먼저 내느냐에 따라 충실성 검토가 진행되다보니 주민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신의주의 한 가내반에서는 스무 명이 퇴비 1톤 값으로 한 사람당 5,000원씩 거둬 동사무장에게 냈다. 2천 세대에서 퇴비 2톤 값으로 1만원씩 거두면 2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된다. 이 돈이라면 퇴비계획을 완전히 달성할 수 있는 거액이지만, 농장에 적당히 바치고 나머지는 떼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모든 세대가 돈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액수는 더 낮아지지만, 중간에 가로채는 것은 어느덧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퇴비반출 계획을 달성했다는 보고에 직접 도차원에서 각 농장에 시찰을 내려가 보면 실제 계획량에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 식량소식

중국 길림성 식량 2만 톤 허가

북한 당국은 중국 길림성과 식량 수입 허가 한도를 2만 톤으로 합의했다. 2월 18일, 허가증이 공식적으로 내려질 예정이다.

평안도와 황해도 사법당국, 식량 1년 전량 배급량 확보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 사법당국에서는 1년 식량 배급 전량을 벼로 확보했다. 검찰, 보안서, 보위부, 군관 본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포함한 양이다. 일반 주민들에게 돌아갈 배급이 전혀 없는 상태이고, 심지어 농사를 짓는 농장원들도 겨우 6-7개월 분량을 배분받을까 말까한 상황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교육, 보건의료 단위들이 1년 전량 배급은 아니지만 옥수수, 콩 등을 섞어 배급한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입쌀 배급은 큰 혜택이다. 이에 주민들은 “먹는 문제를 푸는 것이 중대하다고 말로만 떠들지, 실지 백성들은 굶어죽건 말건 신경도 안 쓰고 자기들끼리만 잘 먹는다”며 당국에 눈총을 보내고 있다.

■ 경제활동

불경기에 장마당 한파

농민시장으로 개편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쉰 것도 잠시, 전국 시장은 연일 불경기 한파로 분위기가 싸늘하다. 물건을 파는 사람에 비해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다, 그마저 일부 농산물에 국한되기 일쑤다. 평성에서 잡화품을 파는 송재금(44세)씨는 “새해부터 일체 공업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눈 피해서 팔 건 다 판다. 단속을 당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손님이 없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신발 장사를 하는 리정희(47세)씨는 “보안서 다니는 우리 작은 아버지가 그러는데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가 다 안 좋다고 하더라. 다른 조선 시장들도 다 불경기라고 한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만 바쁜 게(어려운 게) 아닌 것 같다”며, 리씨는 “요즘은 하루 끼니 벌이도 못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의주와 남포, 원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도매장사를 하고 있는 김만득(43세)씨는 “(장마당 한파가) 어디 한 군데만 그러는 게 아니다. 물건들이 잘 안 팔리다보니 우리 서비차 기름 값도 겨우 뺄까 말까다. 당분간 물건을 좀 덜 떼 오고 웬만하면 장거리는 안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기름 값을 못 뺄까봐 물건을 50-100원씩 더 비싸게 받다보니, 시장에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아예 물건이 안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윤 생각은 안 하고 값을 더 싸게 넘겨도 물건이 안 나가기는 마찬가지라며, 불경기가 어서 끝나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정치생활

청진, 군량미 문제로 리당비서 9명 해임

함경북도 도당위원회에서는 군량미를 잘 거두지 못한 농촌 리당 비서 9명을 해임했다. 국방위원회 위임을 받아 청진에 내려온 중앙당 조직부 지도원과 함경북도 도당간부들, 그리고 청진시 시당 및 농촌부문 일꾼들은 군량미 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이 같이 결정 내렸다. 이번에 해임된 9명은 일단 시당 조직부에 넘겨져 사상 검토를 받았다.

해주시, 도박한 청년 21명 교화형

작년 12월 21일,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는 도박행위를 한 청년 21명을 군중 심판했다. 도재판소 판사가 직접 주재한 이 재판에서 이들 21명은 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군중심판은 자체 투쟁형식으로 진행했다.

3월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공식 발표

오는 3월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한다는 사실이 공식 발표됐으나 주민들은 무반응이다. 평양 중구역에 사는 한 간부는 “최고인민회의란 이름뿐이지, 오직 당이 모든 실권을 쥐고 있으니 아무런 의의가 없다고 간부들끼리 뒤에서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선교구역에 사는 박정학(39세)씨는 “괜히 분위기만 잡고 사람들을 들볶는다. 유권자들은 그저 맹목적으로 투표할 뿐이다. 자기가 누구한테 투표하는지도 모른다. 대의원 이름 석자도 모르고 선거장에 들어가니까”라고 말했다. 선거는 그저 형식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 일부 평양 시민들의 반응이다.

“신년공동사설 아무 실감 안 나”

평안남도 평성시 주민들은 신년공동사설을 학습하고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반응이다. 녀맹원인 김미화(44세)씨는 “수령님이 살아계실 때는 신년사를 해도 경제형편이 숫자로 나오고, 국민소득이 얼마라고 하고 그러니까 어느 정도 실감이 있었다. 그런데 서거하신 뒤에 공동사설이 나온 뒤부터는 뭔 말을 하는 지 도대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성시의 한 간부는 “새해 구호가 나오고, 총적 방향과업이 제시되고, 문답식 학습경연을 벌여 무조건 암기하게 하지만, 해마다 같은 내용이라고 주민들이 흥미 없어 한다”고 말했다. 순천시에 사는 한금례(38세)씨는 “신년사설을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외우라니까 외우는 거고, 책 덮으면 깜깜하다”며, “가끔 학습강사도 제강 내용을 변변히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숱한 정치 술어만 나오고 구체적인 경제 발전 계획이나 대책은 일언반구도 없으니, 학습이라는 게 전혀 실감이 안 난다. 정치생활 락후분자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하는 수 없이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순천시의 한 간부는 간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에 신경 쓰는 간부 찾기가 어렵다. 모두 그저 앞에서는 복종하고 뒤로는 다 자기 살 길 찾기만 바쁘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순천을 방문 중인 한 무역일꾼은 “신의주 사람들은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되면 악화되지, 좋아질 리 없다고 말한다. 서로 사연이 달라도 소감 통하는 사람 둘만 모여도, ‘전쟁이나 콱 일어나면 좋겠다’는 얘기뿐이다. 신의주만 그런 줄 알았더니 들어보니 여기(순천)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신년)공동사설이 복잡한 정치술어만 늘어놓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백성들한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수령님 때처럼 구체적으로 경제 숫자도 말해주고, 뭐라도 될 것 같은 현실적인 대책을 내놔야 사람들이 안심한다”며, 요즘 신년공동사설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 내용 학습

지난 1월 17일 밤 10시, 각 보위부 기관들은 긴급히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발표 관련 회의를 갖고, 학습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날 회의에서는 조선중앙TV에 총참모부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과 함께 현 남북정세 분석과 국내 정세, 그리고 ‘적들의 반공화국 책동을 철저히 짓부실데 대한’ 방안과 지시가 전달됐다. 회의에 참가했던 한 보위부 간부는 “조선 서해상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 정세가 긴장해 보인다”고 간단히 논평했다.

■ 사회

신의주에서 온 편지

집 팔고 어디에 의탁해야할까요? 저는 신의주 풍서동에 살고 있는 올해 예순 다섯 살 장금옥(가명)입니다. 남편은 1997년에 사망했고, 지금껏 제가 혼자 벌어 오누이 키워 시집 장가보냈습니다. 현재 아들, 며느리, 손자 해서 네 식구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직장에 다녀도 배급과 로임을 전혀 못 타고, 며느리 혼자 남포, 자강도 만포를 오가며 화장품 장사를 해왔습니다. 벌이가 괜찮을 때는 별일 없었는데, 작년부터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화장품 사는 사람이 줄어들었습니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길에서 단속이라도 당하면 길가에 뿌리는 돈이 더 많이 나갈 지경입니다. 사정이 안 좋다보니 자꾸 며느리와 싸우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혼자 벌어 네 식구 먹여 살리는 게 저도 벅찬지 성격이 거칠어지고, 걸핏하면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매일 싸우다보니 참다못한 아들이 분가해 살겠다고 작년 가을에 나갔습니다.

저는 방 두 칸짜리 집이라도 있으니 구슬 알 꿰기를 하며 제 입 풀칠만 하며 살았습니다. 하루 부지런히 밤낮을 이어 하면 평균 천원 벌이는 됩니다. 애어른 할 것 없이 남신의주 사는 사람들은 다 이걸로 먹고 삽니다. 두 달째 전기가 안 들어오다나니 모두 탄부들 마냥 손전지를 머리에 비끄러매고, 밤 밝혀 일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에 총화만 하고, 새 일감은 3월 달이나 돼야 중국에서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남신의주 전체 인구 중에서 여자라면 모두 이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모두 실업자가 되어 아우성이었습니다. 숱한 세대가 “3월까지 두 달 식량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겠는 가?”하며 근심과 한숨 속에 보내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여자들은 짐을 들어 주고 돈 받는 일이라도 해볼까 하고 장마당에 나가보지만 불경기고 날이 춥다나니 구매자도 없고, 장마당에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고, 파는 사람보다 일감 찾는 사람이 더 많아서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저는 나이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죽물만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 분가한 아들네가 장사가 안 되지, 식량은 없지, 이사한다고 150만 원이나 빚을 졌는데 갚을 길이 없다고 찾아왔습니다. 잘못했다고 빌면서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자기네와 같이 살자는 것입니다. 한때 저 살겠다고 나가서 골 한 쪽도 안 내밀던 아들놈이지만, 살기 어려워 찾아오니 가슴이 아파서 며칠 눈물만 흘리다가 집을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의주 시내에서 이 정도 아파트면 6-7천 달러는 쉽게 받을 수 있는데, 가난한 남신의주 동네에서는 1천 달러도 겨우 받았습니다.

아들집으로 이사하고 보니, 같은 층에 우리 말고 3식구가 더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집 판 돈이 있으니 좀 나은 편인데, 다른 집들은 가족 수도 많고 먹을 것이 없어 매일 치고 박고 싸움이 그칠 새가 없습니다. 집집마다 싸움 끝에 늙은이들이 매 맞아 피터지고, 한겨울에 내복 바람으로 밖에 내쫓기는 것을 보고 저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는 합니다. 제 아들놈 욕하는 게 제 욕하는 것이긴 하지만, 제 아들놈이 집 판 돈을 다 쓰면 저도 밖으로 내쳐지는 처지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 생각만 하면 한숨이 납니다. 현재 신의주에는 이 추위에 집 없이 사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 우리처럼 집을 팔고, 그 돈으로 식량을 사먹고 있는데, 그 돈마저 다 써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부에서는 집 없는 사람들이 얼마인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대책 없이 방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집 팔고 돈 다 쓴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 의탁해야할까요? 하도 막막하고 눈물이 나서 편지 올립니다.

뇌물 주고도 처벌받은 신의주 주민들 평양에 신소

지난해 신의주 비사회주의그루빠 검열에 걸린 주민들 중에 평양에 신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은 비사회주의그루빠 인원들과 보위부, 보안서 일꾼들에게 적지 않은 돈을 바치고도 아무 효과를 받지 못하자 평양에 직접 신소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적게는 1,000달러에서 많게는 3,000달러까지 냈다. 중앙당에 신소하는 것에 대해 김판근(41세)씨는 “뇌물로 고인 돈을 찾지는 못하겠지만, 돈을 받아먹고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혼쭐을 내야 한다. 끝까지 해내고 말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기 저기 내가 고인 돈만 5천 달러가 넘는다. 상대가 보위부원이다보니 신소 해결이 아무래도 더디다. 그렇게 돈을 발랐는데도 안 되니 밸이 나서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신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돈주 소리를 듣는 자기가 그만큼 돈을 바치고도 감형 받지 못했으니, 돈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빤하지 않겠냐고 했다.

■ 여성/어린이/교육

청진 꽃제비, 길주 초등학원 이송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 꽃제비 구제소에서는 지난 12월 잡혀온 꽃제비 42명을 각 사정에 맞게 배치했다. 40세 이상 어른 꽃제비 중 3명은 정신병 진단을 받아 49호 정신병원에 보내고, 노인 6명은 양로원에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꽃제비 아이들은 길주 초등학교로 이송됐다. 이 같은 내용으로 통지를 받은 길주초등학원 원장은 일단 꽃제비들을 신체검사해서 결핵 같은 질병이 있는 아이들은 받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예전에 꽃제비 아이들을 그냥 받았다가 전염병이 돌아 기존 원생들까지 여러 명 죽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꽃제비 아이들을 맡길 때는 모든 문제와 어려움을 다 해결해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찾아가면 만나주지도 않는다면서 아무 원칙 없이 받을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 사건사고

목욕탕에 임시 거처하던 강제철거민 사망

함경북도 회령시 풍산리에서 강제철거된 김점순 할머니(78세)가 임시숙소로 배정받은 목욕탕에서 덜덜 떨며 지내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회령시는 그동안 1210호 대상 건설을 진행하면서 철도 역 앞과 철길 옆에 있는 살림집을 정리해왔다. 철거 대상들이 집을 나가지 않을 경우 지역 분주소 보안원들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했다. 김씨 할머니는 지난 해 12월 24일‘김정숙 어머니 생신’행사를 맞아 살던 집을 나와 목욕탕에 배치 받았다. 할머니는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안 된 곳에서 병을 얻은 지 며칠 만에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해 그만 숨지고 말았다.

청진 보안원 일가족 피살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지난 12월 26일, 보안원 일가족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원의 아내는 집에서 병들어 누워있었고, 12살 난 딸아이가 어머니 병간호를 하고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보안당국은 가택수사 결과 집안 재물을 손댄 흔적이 전혀 없는 것에 주목하고, 보복성 살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척시키기로 했다.

■ 논평

북한 주민들을 위해 비료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북한 전역이 새해 농사를 위한 퇴비반출사업에 동원되고 있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일차적으로 비료 부족에서 비롯된다. 북한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의 절박한 요구’라고 밝히고, ‘전군중적으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여 농촌에 보내주어야 한다’고 올해 공동사설에서 밝힌 바 있다. 주민들은 공동사설을 관철하자며 군중대회에 동원되기가 무섭게 이번엔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인분과 재를 모으는데 여념이 없다.

북한은 이미 여러 해 째 공동사설에서 농업생산과 식량자급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비료 부족 문제는 늘 식량 생산량 증대에 발목을 잡고 있다. 흥남 비료공장을 비롯한 북한의 비료공장들은 설비 파손으로 생산을 멈추었거나 전기 및 원자재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비료 필요량은 155만 톤인데 반해 현재 생산량은 20%에 채 미치지 못해, 최소 100-120만 톤이 상시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해마다 퇴비생산 실적이 저조하면 추궁이나 문책을 당하는 간부들은 퇴비마련을 위해 주민들을 다그친다. 애꿎은 어린아이부터 학생, 주부, 직장인, 농민들만 독촉에 시달려야 한다. 당국에서 퇴비의 양과 질을 담보하려고 일일이 검사하고, 통과된 사람에 한해 분토수행확인서를 발급한다지만, 주민들은 퇴비 할당량이 너무 많아 인분에 재와 흙을 섞어 양을 늘리는데 급급하다.

주민들은 한겨울에는 얼어붙은 공동화장실 오물장을 파내고, 봄철에는 인분가루가 날려 위생문제가 심각한데도 골목마다 집집마다 퇴비를 널어 말린다. 여름에는 퇴비용 풀베기 전투에 동원된다. 추위와 배고픔, 질병 속에 생계 꾸리기만으로도 벅찬 시절에 각종 세외부담에 퇴비생산 과제를 감당해야 하는 주민들의 고초가 참으로 눈물겹다.

남한 정부는 매년 30만 톤의 비료를 인도적 차원에서 무상으로 지원해 왔다. 이 비료는 북한 농토에서 60만 톤 이상의 증산으로 이어졌고 식량 부족을 완화하는데 기여해 왔다. 지난 해부터 남북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정치 논쟁과 상호 비방만 오갈 뿐, 인도적 위기와 북한 주민들의 생계 고통은 뒷전으로 밀렸다. 남한 정부의 경우, ‘인도적 위기가 도래하면’ 지원하겠다던 생각은 어느덧 사라지고 이제는 ‘사과하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듯하다. 인도주의적 지원의 조건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 여부가 아닌 북한 정부의 태도 변화에 달린 셈이다.

다시 한 번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상황이 정말 위기인가 만이 판단 기준이어야 한다. 또 인도적 지원은 통일의 지름길이기도 하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통일은 개인끼리의 장사 거래나 상행위가 아니다. 남한 정부와 국민이 우리 발등에 떨어진 경제위기만 생각하고, 북녘 2천만 주민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면 통일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 집중탐구

2009년 1월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전문

매국역적 리명박역도는 새해벽두부터 협력으로는 북남관계를 개선할수 없다고 서슴없이 공언하였다. 이것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에 대한 로골적인 부정이며 6.15통일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공공연한 대결선언이다. 정전상태에 있는 우리 나라에서 대결은 곧 긴장격화이며 그것은 막을수도 피할수도 없는 전쟁이다. 불집이 터져야 앞길이 열린다고 보고있는 괴뢰군부호전광들은 대결선언이 나오기 바쁘게 때를 만난듯이 역도의 이른바 《통수리념》을 받든다고 하면서 군사적힘으로 대북대결정책을 뒤받침할것이라고 내놓고 력설해대고있다.

있지도 않는 그 누구의 군사적도발에 대하여 떠들면서 반공화국적대감을 고취하고 림전태세강화에 열을 올리고있는것이 다름아닌 리명박역도와 그 패당들이며 군사적대결의 앞장에서 제죽을지 살지 모르고 돌아치고있는것이 괴뢰군부호전광들이다. 괴뢰국방부장관이라는 자는 제3의 서해교전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으며 괴뢰합동참모본부의장이라는 자는 《선제타격》망언에서 교훈을 찾을 대신 또다시 감히 그 누구에 대한 《응징》까지 운운하고있다. 현실적으로 조선서해해상에서 매일같이 계속되고있는 괴뢰해군함정들의 우리측 령해침범행위와 여러가지 군사적도발책동, 형형색색의 반공화국대결소동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으며 우리를 노린 북침전쟁연습은 더는 수수방관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있다. 얼마전에는 리명박역도와 그 패당들이 바라던대로 탄도미싸일을 장비한 미제침략군 해군의 《이지스》함집단의 90%력량과 핵탄을 실은 타격항공모함집단까지 우리를 겨냥하고 태평양수역에 새로 전개하였다. 요즘 오끼나와섬지역에 급기야 증강된 스텔스전술비행대들은 물론 이미 전개되여있던 전략폭격비행대를 비롯한 미제침략군의 다른 타격수단들도 조선반도주변지역에서 항시적인 출전태세를 갖추고있다.

우리 혁명무력은 리명박역도와 그 패당들의 《대화재개》타령과 력사적인 두 선언에 대한 《존중립장》광고를 민족을 우롱하고 민심을 속이기 위한 권모술수로 락인한지 오래며 놈들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하여왔다. 현실은 우리가 애초에 락인한 그대로 리명박역도와 괴뢰군부호전광들의 모든 움직임이 민족적화해와 단합에 대한 로골적인 부정이고 평화와 번영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며 통일에 대한 용납할수 없는 역행이라는것을 똑똑히 보여주고있다. 원래 정치와 군사를 총괄하는 통수권자가 고약하고 무지하면 펼치는 정치 또한 고약하며 쓰는 군사 역시 분별없기 마련이다. 남조선사회에서도 리명박역도의 처사를 두고 악명을 떨친 히틀러식으로 집권하여 히틀러식독재로 지반을 꾸리면서 히틀러못지 않게 민족의 재앙을 불러오는 위험인물이라고 지탄하고있다. 조성된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고수하고 우리의 사회주의조국을 금성철벽으로 지키기 위한 숭고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적립장을 내외에 천명한다.

1. 매국역적 리명박역도와 그 패당이 외세를 등에 업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부정하고 대결의 길을 선택한 이상 우리의 혁명적무장력은 부득불 그것을 짓부시기 위한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것이다. 세계는 민족적단합과 협력을 바라는 민심에 역행한 역적패당의 무모한 반공화국대결책동이 우리 군대의 전면대결앞에서 어떻게 풍지박산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것이다. 우리의 전면대결태세는 천만군민의 지지와 성원에 기초하고 민족이 바라는 정의의 대결태세이다.

2. 괴뢰군부호전광들이 역적의 이른바 《통수리념》에 맹종하여 우리에 대한 《선제타격》과 《응징》준비에 광분하고있는 형편에서 그것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우리 혁명적무장력의 강력한 군사적대응조치가 따르게 될것이다. 리명박역도와 괴뢰군부호전광들은 우리의 군사적대응조치가 한계를 모르는 백두산혁명강군의 무자비한 타격력과 이 세상 그 어떤 첨단수단으로도 가늠할수 없는 단호한 행동으로 실행된다는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우리의 군사적대응은 역적패당들의 반공화국적대감고취와 림전태세강화에 따른 북침전쟁열이 높아지면 질수록 더욱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섬멸적인 징벌로 될 것이다.

3. 우리의 성의있는 조치와 아량을 무시하고 조선서해 우리측 령해에 대한 침범행위가 계속되는 한 우리 혁명적무장력은 이미 세상에 선포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그대로 고수하게 될것임을 명백히 밝힌다.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조선서해에는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하게 될것이다. 매국역적 리명박역도와 괴뢰군부호전광들은 제스스로 택한 동족대결의길이 우리의 총대앞에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가를 뼈저리게 통감하게 될것이다. 민족을 등진 극악한 대결광신자들에게는 앞날이 없다.

1월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성명,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1월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조선중앙TV에 나와 대남 전면태세를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날 밤 10시, 전국 주요 도시 보위부 기관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적들의 반공화국 책동을 철저히 짓부실데 대한’ 방안을 전달받았다. 이번 성명서 발표가 대외용뿐만 아니라 대내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왜 북한은 새해 초에 이런 성명을 발표했을까?

우선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초강수를 두는 압박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1일 로동신문 논설을 시작으로 북한은 남한 새 정부에 본격적으로 강성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뒤 남북관계는 날이 갈수록 경색국면으로 치달았다. 남한 정부는 지금껏 ‘차분한 대응’을 이유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북한 당국에게는 이런 대응이 사실상 ‘의도적 무시’나 다름없었다. 결국 북한 당국의 대남 강경책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한 정부와 전면전을 각오한다는 이번 성명 발표는 그 수위가 최고로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남한 내 안보위기를 자극하는 것은 실제로 공포를 조장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경색국면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

둘째, 북한 국내 혼란을 수습하고 다시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북한 지도부는 ‘개혁개방’을 곧 ‘체제전복’으로 여길 만큼 정치사상적으로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북한 내부에서는 암암리에 현 체제가 이대로 간다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퍼지고 있다. 공공연하게 입 밖에 꺼내지는 못하지만, 이들은 꼭 개혁개방이 아니라도 무엇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북한 지도부는 이들의 이런 생각을 불신하고,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안보 긴장감 조성은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적들의 책동’이 얼마나 엄중한지 상기시켜, 해이해진 사상을 다시 추스르는 효과가 있다.

셋째,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의 관심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평화롭게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원하는데 남한이 계속 도발하고 있어 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핵억제력 보유와 북미관계 정상화는 별개”라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문답도 비슷한 맥락이다. 핵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문제뿐만 아니라 남한 정부에 대한 자위적 수단으로서도 필요하다는 의사 표시다. 이렇게 남한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런 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미국 오바마 정부 등장으로 북한에 선제타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의 최대 관심사가 국내외 경제위기와 중동 분쟁에 쏠릴 것이므로, 북한 정부로선 적절한 이벤트로 미국의 관심을 초반에 끄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핵무기 보유로 비대칭전력이 보다 확고해졌다는 자신감 과시를 들 수 있다. 전군 역량의 70%를 전략요충지에 전진 배치하고 속전속결하겠다는 대남 군사 전략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의 우발적 충돌을 계기로 제한적인 국지전을 승리로 이끌면 미국도 섣불리 개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위기가 가시화되면 남한 내 반전여론이 일어날 것이고, 남한 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남한 정부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정치적, 경제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셋째, 이런 공격적인 자신감 표명은 이미 느슨해 질대로 느슨해진 북한 내 군 기강을 바로잡고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유효하다. 남한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북한은 “남한 정부가 겁을 집어먹고 아무 소리 못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승리를 입증하는 사례로 내부 선전에 더 크게 활용할 것이다.

성명이 발표된 후 북한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과연 향후 북한이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행동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서해 북방한계선 수역에서의 남북한 경비정끼리의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백령도를 분쟁 지역으로 삼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이 직접 군사행동을 했을 경우 미국의 태도와 핵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차분한 대응’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실제로 군사행동에 돌입할 경우 남한 정부가 맞대응을 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협박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남한 내 강경파들이 현 정부의 지지 세력이어서 남북 대화를 재개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남한 정부로서는 가급적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