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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70호

■ 시선집중

농업열성자대회 후속 비료협의회의

농업열성자대회가 끝난 뒤 바로 비료협의회의가 진행됐다. 올해 농사에 필요한 비료 생산량을 검토하고, 비료 생산 원료 마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회의에는 흥남비료공장, 순천비료공장 등 비료생산단위 기사장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비료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주요하게 토론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외국에서 들어올 비료가 없다. 현재 흥남 비료공장 생산에 최대한 힘을 넣는 수밖에 없다. 전국 농촌에 농작물 첫 비료를 단 한 번이라도 줄 수 있게 최대한 생산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농업열성자대회, “비료 가장 큰 문제”

지난 달 24일, 농업성은 각 시, 군 책임비서와 인민위원장 그리고 농촌경영위원장들을 불러 농업열성자대회를 치렀다. “식량 문제를 풀 데 대해” 토론하면서 작년 농사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기사장과 관리위원장들이 나와 사례 발표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농사를 잘 하지 못하면, 2012년 강성대국을 여는 데 지장이 될 수 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무엇보다 비료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 가장 중요하게 제기됐다. 회의참가자들은 “올해 농사를 잘 하려면 농장들의 대용 비료 생산을 늘려야 한다. 흙보산의 질적 수준을 올려 농사수확을 올리라”며 비료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토론했다.

■ 식량소식

회령시, 보관 잘 못해 썩은 옥수수 배급

회령시는 주민들에게 2월 하순 배급을 23일부터 통옥수수로 공급해주었다. 그런데 시량정사업소 식량 창고에서 보관을 잘 못하는 바람에 통옥수수 60% 가까이 곰팡이가 나거나 썩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장 끼니 마련이 급한 주민들은 썩은 옥수수라도 구하려고 배급소를 찾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썩은 옥수수를 더 싼값에 사려고 배급 탄 사람들과 흥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령시, 금야군 9군단에 “군량미 다 못 주겠다”

함경북도 회령시는 함경남도 금야군 9군단 방사포 련대 후방부에 군량미를 더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래 650톤을 주기로 했으나 자체 식량이 부족해 360톤만 주었다. 회령시에서는 김정숙 어머니 고향 꾸리기 건설을 위해 노동자들의 식량을 확보해야 할 형편이다. 이에 시당과 량정부 일꾼들이 함경북도에 군량미 문제를 제기했다. “시량정에서 저장하고 있는 식량은 로동자들에게 매달 끊이지 않고 배급을 주어야 올해 김정숙 어머니 고향꾸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니 군량미를 더 못 주겠다”고 했다. 금야군 9군단 후방부 군관들이 시량정부 일꾼들에게 제발 량곡을 내달라 사정하다가 계속 거절당하자 결국 손찌검을 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회령시는 군량미를 더 주기 어렵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옹진군, 농민들 3개월 분배 그쳐

황해남도 옹진군 각 농장들은 농민들에게 1년 식량으로 3개월 분량만 분배했다. 나머지는 군량미로 나갔다. 3월 초 현재, 식량이 떨어진 농가에서는 벌써부터 죽으로 연명하거나 끼니를 건너뛰고 굶는 일이 많아졌다. 세 끼니 중 겨우 점심 한 끼니만 챙겨먹는 농가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출근을 하지 않는 농민들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결근하는 농민들 중에는 농장에 나가봐야 먹을 것도 안 나온다며 금 채취를 다니기도 한다. 하루 종일 채취해야 통옥수수 1-2kg 벌이에 불과하다. 농민들은 작년 춘궁기의 악몽이 재연될까봐 근심이 깊다.

■ 경제활동

사리원, 농촌 진출 여성 작업반 불안

황해북도 사리원에서도 농촌으로 자원 진출한 여성들의 결근율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달 함경북도 은덕군에서도 50여 명의 여성 지원자들이 식량을 받지 못하자 집단 결근한 사태가 있었다. 사리원에서는 2.16명절이 지난 뒤 지난 달 18일부터 출근율이 급격히 저하됐다. 자원한 여성들로 구성된 한 작업반의 경우 45명 중 출근자는 10명 내외에 불과했다. 출근율이 저조하자, 농촌 관리일꾼들은 시당과 동사무소에 “(진출여성들) 필요 없으니 농장에서 모두 쫓아내겠다”고 경고했다. 시당에서는 방침이 내려 조직한 것이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잘 안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농촌 진출 여성들은 “생활에 도움이 되게 분배도 좀 주고 그래야 되겠는데 아무 것도 안 준다. 거기다 우리가 농장 일이 서툴다고 힘든 일만 골라서 시킨다”고 의견이 많다. 한 간부는 “농촌에 일손이 부족해서 애써 여성들을 진출시켰더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한탄했다.

기업소에 “소토지 회수해 나무 심으라” 지시

지난 5일, 함경북도 온성군에서는 각 기업소에 “소토지를 회수해 나무를 심으라”고 공문을 보냈다. 녀맹에서는 땔나무림을 10정보씩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소토지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이 소식을 들은 일부 주민들은 “한심한 땅들을 농사지을 수 있게 갈아놓으니 이제 빼앗아간다”고 당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또 앞으로 땅 주인과 단속하는 기업소 사이에 여러 갈등이 있을 것이라 예견하기도 했다.

안주 농장, 도적맞은 부림소 구입에 농민들 분배량 감소

지난 달 23일, 평안남도 안주 운송리 농장 2작업반에서 부림소 세 마리가 도적맞았다. 이 작업반은 당장 퇴비 운반과 모판 종자 심기 등 농사일에 차질을 빚고 있다. 농장 관리일꾼들과 작업반장들은 부림소를 다시 구입하는 일로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부림소 한 마리당 65-70만 원에 이르러 농장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쩔 수없이 봄철에 농민들에게 주기로 했던 분배량을 일부 떼어내기로 했다. 봄철에 주려고 했던 2개월 분량의 식량을 1개월만 주기로 하고, 나머지 1개월 분량의 식량을 소 구입비에 사용하기로 했다.

■ 정치생활

친구 사이 틀어져, 한국 드라마 시청 고발

평안남도 평성에서는 여자 중학생 4명이 불법록화물 시청 혐의로 걸렸다. 이들은 2년 전에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를 시청했다. 당시 친했던 친구 5명이 한집에 모여 드라마를 봤는데, 이 중 김모(17세)양이 다른 친구들과 사이가 나빠졌다. 김양은 친구들을 불법록화물을 시청했다고 고발했다. 본인은 자수해서 용서를 받았지만, 다른 네 친구는 곧바로 구속됐다. 한 사람 당 500달러 이상씩 바쳐 손을 써 다행히 2개월 만에 풀려나올 수 있었다. 네 아이들의 아버지가 보위부원에, 공장 비서 등 간부들이라 교화형까지 받지는 않았다. 다만 갇혀있는 동안 매질은 물론 잠을 안 재우고 밥도 안 먹이는 등 고초를 심하게 당해 몸이 많이 상했다. 이번에 풀려나온 박모(17세)양의 아버지는 “그나마 (내가) 돈이 있고 권력이 있어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 힘이 없었으면 딸은 교화소에, 우리 가족들은 모두 추방당했을 거”라고 말한다. 불법록화물 그루빠 일꾼은 “이남 영화는 무조건 최소 교화형이다. 손을 썼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 날로 그 애들 인생은 끝”이라고 말했다.

평안북도, 건강진단 위조 검열

평안북도 검찰소는 도 보건부 산하 각 병원 검열을 시작했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데도 병이 있는 것으로 기재해 ‘위조 건강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다. 돈 있는 사람들은 공장 출근 대상자에서 아예 제명되려고, 돈을 주고 위조 진단서를 발급하곤 한다. 이 문제로 도당과 도보건부에 신소가 빗발치자 검열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회보장 환자들의 문건을 일일이 검사해 사실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검열 결과, 뇌물을 받고 위조 건강진단을 발급한 게 약 4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량강도, 함경북도 2차 전기교차검열

량강도와 함경북도가 전기교차검열을 재개했다. 지난 달 28일부터 시작해 이번 달 20일까지 실시한다. 도당, 도검찰소, 도보안서 일꾼들이 검열 성원으로 조직됐다. 이번에도 전력 소비 실태를 상세히 조사하게 된다. 특히 국가의 승인 없이 공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생산 단위, 그리고 뇌물을 받고 공업용 전기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게 해준 간부들을 적발해 처벌하게 된다. 간부들의 경우 직위에 관계없이 법적인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한편 전력성은 현재 수력발전소들의 전력 생산이 저조해 앞으로 전력 사정이 더 ‘긴장’될 것이라 예고했다.

전기검열, 평성 일꾼 공개처형

지난 2월 24일, 평안남도 평성에서는 전기부문 도 지령장과 배전부 감독원을 처형했다. 이 날 전기 강습을 이유로 전국 시, 군 인민위원장과 송배전부 전기감독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형이 진행됐다. 각 도마다 진행됐던 전기교차검열을 1차 총화한 결과다. 이번에 처형된 사람들은 뇌물과 물자를 받고 군수공업용 전력을 일반 공장, 기업소에 보낸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전기 사정이 최대로 긴장할 때 군수공업 전기를 사회 공장기업에 준 죄는 현대 사회경제관리에 방해를 주는 중대 반역자”로 낙인찍혔다. 이밖에도 이들은 국가에서 6만 7천원에 공급하라고 했던 적산전력계를 일반 주민들에게 13만 2천원 씩 약 2배 비싸게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그동안 적산전력계가 있어야 전기가 공급됐는데, 돈 없는 사람들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니 사회가 평등하지 못하다고 신소한 사람들이 많았다. 재판 당시 최고검찰소는 차량방송으로 “현 시기 당과 대중을 분리시키는 계급적 원쑤들”이라고 비난했다. 이번에 처형된 사람들의 가족은 보안성 산하 관리소로 실려 갔다. 전기검열로 전기부문 일꾼을 처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전력성 안에서도 전기 사용을 독단으로 처리한 간부 4명을 해임했다.

■ 사회

(3.8 선거일 풍경) 함경북도 도당, 부장급 간부 각 시, 군에 파견

함경북도 도당에서는 부장급 이상 간부들을 도내 각 시, 군당에 파견했다. 선거 관련 정치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또 투표 불참자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선거전날인 7일 오후부터 각 동사무소에서는 인민반장들을 불러 선거보장회의를 열었다. 각 구역들은 투표 당일 오전 8시부터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라고 지시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역전동에서는 당일 오전 8시가 지나 주민들이 잘 모이지 않자, 투표하러 가자고 큰 소리로 외쳐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민반장이 내지르는 소리에 일부 세대주들은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투표를 위해 국방위원회에서는 인민무력부에 지난 5일 각 지역 주둔 군부대 군관들을 한 명씩 파견하도록 지시했다. 이 군관들은 적위대원들이 책임지고 경비 근무를 잘 설 수 있게 지도하는 임무를 받았다.

(3.8 선거일 풍경) 특별 전기 공급에 주민들 “큰 명절 같다”

선거일을 맞아 온성읍에서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전기가 공급됐다. 이렇게 장시간 전기가 공급된 적은 근래에 없었던 일이다. 주민들은 “큰 명절을 보내는 기분”이라며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들이었다. 이 날 밤 12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다시 전기가 공급돼 잠깐 동안이지만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3.8 선거일 풍경) 온성 여성들, “3.8 부녀절 경축할 돈 없다”

투표가 끝나자 녀맹에서는 3.8부녀절 경축모임을 조직했으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돈 거둬서 먹고 노는 모임에, 대부분 주부들이 돈 내기가 아깝다며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주부 김명혜(30대)씨는 “한 끼 먹고 놀 돈이면 우리 집 식구들 하루 잘 먹을 수 있는데 어떻게 놀겠냐”고 했다. 한성옥(40대)씨도 “요즘처럼 어려운 세월에 돈 나올 데도 없는데, 온 가족이 하루 먹을 수 있는 돈을 나 혼자 먹어 치울 수 없다”고 말했다. “거저 먹여주면 몰라도, 내 돈 내고 먹을 수는 없다”는 것이 주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편 다른 시, 군에서는 녀맹 주최로 3.8부녀절을 경축하는 음식품평회, 윳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3.8 선거일 풍경) 온성, “새 옷 입고 집 좀 치워라”

함경북도 온성에서는 아침 8시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한 노병은 투표장에 나가지 못해 이동투표를 했다. 인민반장과 선거위원들이 집을 찾았는데, 원래 집안 살림이 궁벽한데다 그날따라 집안에 널어놓은 게 많아 너저분했다. “옷부터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고, 집도 좀 거두라”는 핀잔에 할머니는 “새 옷이 어디 있단 말요. 이리 와 보오. 오늘 아침 우리가 뭘 먹었는지”하며 가마솥 뚜껑을 열어보였다. 인민반장과 선거위원은 통보자료로 적어갔다.

정금녀(30대)씨는 내복바람으로 선거위원들을 맞았다. 환자라 일어날 형편이 못된다고 해서 이동투표를 했다. 초상화도 모시지 않은 방에서 투표를 했다. 예의를 지키지 않은 모습에 분개한 동 선거위원들과 보안원들은 앞으로 선거 총화사업에서 남편이 무사치 못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갔다.

■ 여성/어린이/교육

노래 잘 하는 고원 꽃제비 3자매

함경남도 고원군 고원역에는 노래를 잘 부르는 꽃제비 아이 세 명이 유명하다. 노래를 부르면서 구걸하는 꽃제비 아이들은 많이 있지만, 이 아이들이 유명한 것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애잔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어느새 주위에 사람들이 모인다. 밝고 귀여운 노래를 부를 때도 있는데 가끔 마술도 보여준다. 노래가 끝나면 다른 노래를 더 불러보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에게 몇 살이냐고 관심을 보이는 어른도 있다. 아이들은 11살, 12살 비슷한 또래다. 친자매가 아닌데도 세 아이가 항상 붙어 다녀서 ‘노래 잘 하는 꽃제비 3자매’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주로 고원 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기차를 얻어 타고 이 지역, 저 지역 돌아다닌다. 고원, 함흥, 홍원, 신포, 단천, 김책, 길주 등 아이들이 안 가본 곳이 별로 없다. 이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먹을 날보다 굶을 때가 더 많다. 어른들은 “다른 아이들 같으면 학교에 다니면서 재능을 살릴 수도 있으련만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다”며 불쌍해하면서도 아이들을 돌봐주려는 사람은 없다.

갓난아이 죽자 남편과 생이별

함경남도 리원군에 사는 김혜영(29세)씨는 얼마 전 남편과 생이별을 했다. 같은 공장에서 만난 남편과 살림을 차렸지만 단칸방에 시부모, 시누이, 시동생까지 북적대고 살아야 했다. 한 끼니 먹으면 다음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 형편이라, 두 사람은 결국 집을 나왔다. 김씨는 집도 없이 떠돌이 신세에 아이가 생겨 앞으로 살 길이 막막했다.

아내의 배가 불러오자 더 이상 함께 돌아다닐 수 없어 남편만 장사를 떠났다. 집이 없는지라 아내는 역에서 먹고 자며 남편을 기다렸다. 작년 여름,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가 태어났다. 김씨는 집도 없이 떠돌이 신세에 아이가 생겨 앞으로 살길이 막막했다고 한다. “자식 본다는 게 워낙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부부로선) 고달프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둘은 어떻게 해서라도 꿋꿋이 살아보자 약속을 다졌습니다”고 말했다. 아내의 기다림은 계속됐다. 칭얼대는 갓난아이를 안고 역 대합실에 앉아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작은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해 살아가는 게 그들의 꿈이었다.

남편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물건을 타지역에 넘기고, 타지역 물품들을 다시 날라 오는 일을 했다. 며칠씩 돌아오지 못할 때가 많았다. 김씨는 남편과의 굳은 약속을 믿으며 남편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간혹 역에 자주 드나드는 손님들이 아이를 안고 남편을 기다리는 젊은 어머니가 불쌍해 먹을 것을 줄 때도 있었다. 역에 장기 거주하는 꽃제비 여자아이들도 자신들이 구걸해 온 음식을 김씨에게 나눠주며 김씨와 갓난아이를 보살폈다. 날마다 아이를 어르고 앉아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마다 “마음이 시큼할 정도로” 애처로워했다. 저녁이 되면 철도 보안원들이 대합실에 나와 려행증명서를 검열하는데, 증명서가 없으면 보안서에 데려가 벌금을 물린다. 그때마다 김씨와 꽃제비들은 예외 없이 쫓겨났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는 가운데, 두 부부는 어린 자녀를 보며 꼭 잘 살아보자고 굳게 결심하곤 했다. 그러나 그 결심은 새해가 되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난 달 8일, 아들아이가 갑자기 심한 열로 온 몸이 불덩이가 되더니 좀처럼 열이 내려가지 않아 급히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급성폐렴이라고 했다. 그간 집을 마련하려고 모았던 모든 돈을 다 털어 병구완에 힘썼다. 안타깝게도 애쓴 보람도 없이 아이는 여린 숨을 멈췄다. 그간 허약해 질대로 허약해진 부부는 잠도 못 자고 날마다 눈물로 지새다가 모든 희망을 접고 헤어지기로 했다. 남편은 집으로 들어가고, 김씨는 언니가 사는 자강도 강계로 갔다. 사랑하는 부부가 결국 원치 않은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해주시, 세외부담으로 체벌 교사 해임

황해남도 해주시는 세외부담 및 체벌 문제 등으로 교사 5명을 해임하고, 6명에게는 시단련대 2-4개월형을 내렸다. 시당 교육부와 인민위원회교육부는 지난 달 5일부터 27일까지 시내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검열을 진행했다. 그동안 학부모들에게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세외부담이 큰 짐이었다. 그만큼 세외부담 때문에 결석하는 학생들이 많다. 일부 선생님들은 세외부담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다. 이에 학부모들의 원성이 드높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직접 욕할 수는 없어서, 아이들을 체벌하는 교사들을 신소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신소가 빗발치자 시당에서는 지난 달 급히 검열을 시작했다. 해주시 초중등학교 검열 결과, 올해 2월 현재 세외부담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이 중학교 105명, 소학교 7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3월 8일 이후에는 청년동맹일꾼들을 검열성원으로 선발해 농촌 지역 학교에도 검열을 시작할 예정이다.

■ 사건사고

단천 대흥지구 침목 사고

지난 달 2.16 명절을 앞두고 단천 대흥지구에서 또 침목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함흥 철도총국 단천분국 렬차승무대 소속 박희자(24세)씨가 사고로 희생됐다. 1월 21일에는 객화차대기업소에 다니던 강영철씨가 사망했었다. 렬차승무대는 복무원과 차장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소로 종업원이 약 200여 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 각 종업원들에게 침목 과제가 떨어졌다. 한 명당 통나무 10대씩 할당됐다. 렬차승무대에서는 침목 생산을 위해 종업원들을 단천시 대흥지구에 내보냈다. 안전규정 학습도 없이 바로 투입됐다. 높은 산에서 통나무를 벤 뒤 나무에 끈을 매달아 아래로 내려가는데 무게가 있어 쏜살같이 내려간다. 나무가 내려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끈을 매단 사람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박씨는 나무를 끌고 내려가던 중 뒤에서 떨어지다시피 내려오던 나무에 맞아 쓰러졌다. 병원에 급히 옮겨졌으나 머리를 잘 못 맞아 끝내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공장에서는 본인 부주의로 사망한 것이라며, 아무 보상 없이 장례식만 치러줬다. 박씨는 2월 16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가 변고를 당한 것이어서 주위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승무원들은 워낙 인물과 체격이 좋아 결혼상대로 인기가 높은 편인데, 박씨도 인물이 고와 간부 아들과 결혼하기로 되어있었다. 박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혼수품을 앞에 놓고 울다가 몇 번이고 까무러쳤다. 주위에서는 한창 피어올라야 할 꽃이 너무 어이없게 떨어졌다며 함께 슬퍼했다.

중학생, 미역 뜯으러 갔다 익사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삼해리 앞바다에서 중학생이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달 24일, 삼해리 중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리종일군이 미역을 뜯으러 바다에 들어갔다가 익사했다. 바다풀에 다리가 감겨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리군은 작년 여름부터 사실상 생계부양자로 살아왔다. 아버지는 작년 6월에, 식구들의 끼니를 마련해주던 어머니는 한 달 뒤인 7월에 차례로 돌아가셨다. 리군은 부모님을 잃은 뒤 할머니, 동생과 살면서 그동안 미역, 곤포 등을 채집해 살아왔다. 동네 주민들은 심성이 착하고 의젓했던 아이가 죽었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 논평

인도주의적 비료 지원, 한국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북핵문제가 잠시 주춤한 사이 미사일 발사 문제가 2009년 서두에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북한 당국은 다음 달 4일이나 8일 사이에 ‘광명성 2호’가 발사될 것이라 예고했다. 한국 정부는 13일, 광명성 2호 발사 예고에 우려를 표명하고, 발사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9일, 북한은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개시를 빌미로 남북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당일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했다. 하루 만에 통행이 재개됐다가 13일 다시 금지됐다. 북한은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남한은 ‘광명성 2호’ 발사를 이유로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강경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혹자는 또 다시 ‘인도적 지원’을 이야기하느냐 물을지 모른다. 좋은벗들은 “북한에 쌀과 비료를 보내라”는 주장만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북한 주민에 온정적이거나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지금은 ‘인도적 지원’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도저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때에도 주민들은 고통 속에 있다. 지금은 비료가 들어가야 할 시기다. 농촌에는 다시 식량이 떨어지고 있다. 굶주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 죽은 농민들이 많아 농촌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가족들의 생계부양을 책임지던 어머니(아내)가 병들어 눕거나 죽자 가족들이 뿔뿔이 해체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의 목소리를 시시때때로 접하는 우리가, 어떻게 시기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회의’에서 “북한을 진정으로 돕고자 하는 것이 현 정부의 정책”이라고 했다. “쌀과 비료만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도, “남북관계를 잘 해나가기 위한 단기적 처방”을 내놓지 않겠다고도 했다. 북한을 진정으로 돕고자 하는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인도주의적인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남북관계를 잘 해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문제와 별도로 오로지 인도주의적 정신에 입각해 추진할 사안이다. 이는 북한 정부가 아니라 오직 북한 주민의 요구와 이해, 그리고 절실한 필요를 고려해야할 성질의 것이다.

북한은 외국에서 더 이상 비료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남한의 비료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국으로부터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2만 5천여 톤을 수입했다고 한다. 작년에 비해 수입량이 40배 증가한 것이지만, 필요량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 수준이다. 남한에서 해마다 지원했던 30-35만 톤 가량의 비료는 전체 수요량의 약 2/3를 차지하고, 연간 60만 톤 이상의 증산효과를 낼 만큼 절대적이었다. 남북한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정치적 공세에 전혀 물러섬 없이, 오히려 북한 정부가 돌보지 않는 주민들을 우리가 돌봄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다. 지금 비료가 들어가야 한다. 남한 정부의 대 결단을 간절히 촉구하는 바이다.

■ 집중탐구

제12기 대의원선거 – 김정일 체제 강화를 보여주다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김정일 체제 강화를 보여주다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끝났다. 687명이 새로 선출됐고 그 가운데 약 46%가 새로운 사람이다. 이번에 선출된 대의원들을 살펴보면, 김정일 체제를 강화하려고 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혁명의 계승성 유지와 기층 지지기반 강화, 이 두 측면이 가장 두드러졌다.

제1호 선거구는 리을설이다. 그 다음으로 김영복, 김경희 순서로 선출됐다. 김일성 주석의 직계 체제 계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리을설은 원래 항일빨치산 출신으로 김일성 주석 직속부대 1세대 인물이다.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호위사령부 사령관이었다. 김영복도 항일빨치산 출신이다. 이처럼 김일성 주석이 제6사단장이던 시절부터 같은 부대에서 활동했던 대선배를 우대하고, 딸인 김경희를 내세워 김일성 주석의 혈통을 유지한다는 이 상징성은 선거구 할당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원래 선거구에 이런 의미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들을 대체로 제1호 선거구부터 배치했다. 이제는 몇 남지 않은 1세대를 내세워 상징적으로, 혁명 계승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층 지지기반 강화란 무엇인가. 소위 ‘백두산 계열’에 망라된 혁명의 3세대인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 즉 젊은 소장급 장교들이 대거 선출됐다. 김경수, 김광현, 김정관, 한상순, 김창식, 리영철, 김진철 등은 소장급(준장급) 장교들이다. 이들은 혁명열사릉에 안치된 열사들의 후손들로, 김정일 체제의 지지 기반이 되어줄 신진세력들이다. 이들이 가장 밑바닥에서 김정일 체제를 안정적으로 떠받들어주는 구조다.

김일성 주석 시대의 사람들, 1세대가 맨 꼭대기에, 그리고 혁명 3세대가 하단부에 있다면, 그 중간은 김정일 위원장을 지지하는 2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백두산 줄기 직계 세력을 주축으로 김정일 체제의 새 구도가 피라미드식으로 나타난다. 실질적으로 체제를 이끌어가는 2세대는 주로 연령이 70-80세 되는 백두산 혁명 출신들이다. 오극렬 전(前) 작전부 부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격되면서 전면으로 나섰다. 오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다음으로 실제 2인자나 마찬가지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오 부위원장 계로 분류되는데 오극렬-김영춘 라인이 전면에 부상했다.

장성택이 대의원에 선출됐지만, 장성택의 형 장성우 민방위사령관은 낙선했다. 항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장성택을 2인자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장성택의 대외적인 무게를 축소시킨 것으로, 장성택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다. 또 장성택과 오극렬은 친분관계가 별로 없어 두 사람이 친밀한 사이라는 외부의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새로운 경제 일꾼들도 완전 물갈이 한 게 아니라, 김일성 주석 시대에 총리급, 부장급으로 일했던 일꾼들을 내각에서 참의로 구성해 대의원으로 재선출했다. 이는 경제에서도 김일성 주석 시대의 경제일꾼들을 유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일성 주석 시대 경공업 담당 부총리였던 김복신 내각 명예 참사도 이번에 다시 선출됐다. 김윤혁 전(前) 공업담당 부총리와 배달준 현(現) 국가건설감독성 부장도 재선됐다. 김일성 주석 시대에 국장급, 부부장급으로 활약했던 경제일꾼들인데, 이들의 유임은 정치적 계승과 마찬가지로 경제에서의 계승성을 상징한다.

한편 이번에 통전사업부, 대남사업부 인원을 대폭 물갈이했다. 통전부 부부장 최승철,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전경남, 김령성 부부장, 강관주 대외연락부 부장이 탈락했다. 강관주는 6개월 무보수로동 책벌을 받았다. 해외교포총국을 맡아 일했는데, 해외교포사업을 잘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재일총련사업에 대한 실책, 일본 납치자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지 못한 실책 등으로 책벌 받았다. 최승철은 남북교류에 있어 지나친 과신으로 대남사업 실책이 컸다는 평이다. 이를테면, 남한 내 좌파들이 많아 대북지원은 무난할 거라는 식으로 오판을 했다. 남한의 좌파는 김정일 체제 지지자가 다수가 아닌데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북한을 지지할 것으로 잘못 생각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둘째 남북교류 과정에 개인 비리가 많았다. 중앙당 가족의 동태를 살피는 창광분주소를 통해서 비리사건이 밝혀졌다. 창광분주소는 아내나 딸 등 가족이 외화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그 돈의 출처를 추적하는 식으로 그동안 최승철 가족의 동태를 파악해왔다. 대남사업에 대한 과신과 비리로 최승철은 매장되고 통전사업은 완전히 침체됐다. 김양근 통전부 부장은 2007년 6월에 임명돼 오류에 직접 책임이 없어 그대로 잔류하게 됐다. 리종혁, 안경호 등도 그대로 유임됐다.

이번 제12기 대의원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대략 이 같은 특징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의 대의원은 권력이나 힘이 없어 대의원 선거를 그저 형식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에 따라 대의원 구성 면면이 달라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의원 선거를 통해 김정일 체제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지, 대내외적으로 무엇을 과시하는 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선거를 보면 ‘혁명은 대를 이어서 계속 계승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건재하다, 김정일 체제는 계속 강화될 것이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여기에서 후계자 문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외부의 열띤 관심과 달리 북한 내부에서는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앞서 확인했듯이 오히려 김정일 체제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냄과 동시에 자기 세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선배는 우대하고, 중간과 기층은 강하다. 내 기반이 이렇게 튼튼하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했다. “내가 아직 건재한데 무슨 후계자냐, 그런 소리 하지도 말라”는 식으로 후계자 논의는 이번 선거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후계자를 내세운다는 것은 곧 김정일 위원장이 정권을 내놓는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체제를 강화하는 시점에 후계자 문제를 내세워 굳이 내부 혼란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선거는 후계자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김정일 체제를 더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