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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73호

■ 시선집중

간부들이 범죄자가 되는 이유

회령시 도시건설대 대장이었던 주정학(가명)씨는 지배인으로 발령받은 지 1년도 못 돼 노동자 신분으로 하락했다. 지배인으로 발령받기 전에는 옥수수밥도 못 먹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는데, 지배인이 된 뒤부터 살림살이가 늘어난 것이 화근이었다. 전기제품을 빠짐없이 갖춰놓고 사는 모습에 ‘소비 대 지출이 안 맞다’는 시선을 받게 되고, 일부 노동자들의 신소가 잇따르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주씨는 그동안 시멘트, 목재, 철근 등 건설자재를 시장에 내다팔아 일부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곧바로 직위에서 해임, 철직된 후 현재 회령시 도시건설대 산하 농촌건설대 부재 직장에 노동자로 배치됐다.

상업관리소 소장은 지난 2월, 건물 보수사업소 노동자로 전락했다. 그는 도에서 내려온 지원 물자를 시의 승인도 없이 자의적으로 시장에 내다팔아, 그 돈으로 상업관리소 물자(물류) 창고를 확장 건설했다. 또 2008년 11월, 외국에서 들어온 어린이 의류와 식료품 지원 물자의 일부를 빼돌려 시당 간부들에게 바쳤다. 이외에도, 주민들에게 공급해야 할 된장, 간장 등 기초식품을 운수기자재와 유류 부족을 이유로 공급하지 않았다. 이상의 이유로 그는 해임, 철직 처벌을 받게 됐다.

기초식품 공장 지배인도 일반 노동자로 강등됐다. 기초식품공장을 개건화, 현대화한다는 명목으로 원료를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그는 건설 자재를 마련해야 한다며, 된장과 간장, 콩기름의 원료인 통옥수수와 콩을 몇 톤씩 청진 시장에 내다팔았다. 이 돈으로 자재를 사기보다, 같은 공장의 당 비서와 모의해 상당한 자금을 빼돌렸다. “기초식품을 생산할 모든 조건을 다 보장받고서도, 공장 생산 지휘(경영)를 잘 못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생산에 큰 지장을 주었다. 또 이번 명절 공급에 관한 당의 지시를 감히 무시하는 등 용서 못할 죄를 지었다”는 선고를 받고, 현직에서 해임, 철직된 뒤 백살구 공장 노동자로 배치됐다.

평범한 노동자가 범죄자 되는 이유

함경북도 길주군 길주읍에 사는 조중남(40대)씨는 아내와 딸 둘을 데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세대주이자, 노동자였다. 조씨는 길주 종이공장에 다녔으며, 그의 아내는 가내편의노동자였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에 다니는 날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깊은 산에 들어가 나무를 해 팔거나, 땅을 개간해 뙈기밭을 일구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땅을 마음대로 개간했다 하여 뙈기밭을 몰수당했다. 살 길이 또 막혀버렸다. 아내는 아내대로 먹을 것을 구해보겠다고 장삿길에 올랐다. 가내반에서 나와 집에서 각종 소소한 것을 만들어, 함경남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팔아 집에 식량을 보탰다. 그런데 이렇게 장사해서 식량을 구하는 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다른 집들 형편도 어렵다보니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더는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조씨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도 생활은 계속 어렵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판에는 아예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씨는 통신선을 절단해 동을 팔기 시작했다. 두 차례는 성공했으나, 세 번째에 덜미를 붙잡히고 말았다. 무기징역을 언도받고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조씨의 아내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장사하러 갔다가 열흘 만에 돌아와 보니 아이들이 집을 나가고 없다며 울먹였다. 먹을 게 없어 배고픔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밖으로 나간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조씨의 아내는 남편이 감옥에 갇혀있어 어디다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며, 울면서 아이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 역이나 장마당, 또는 길거리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 매를 맞는 아이들을 보거나, 허름한 옷차림의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미친 듯 달려가 얼굴을 확인하곤 한다. 조씨는 아이들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매우 괴로워했다. 조씨는 “범죄의 길에 들어선 것은 분명 내 잘못이지만, 그 때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런데 왜 그 죗값을 우리 아이들이 받아야 하느냐?”고 울었다.

■ 식량소식

재령군, 만출근한 농민도 식량 150kg 못 받아

황해남도 재령군 삼지강협동농장 농민들은 작년 수확물을 분배한 결과 평균 80kg의 식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만출근자’는 대체로 통옥수수 70kg에 벼 겉곡 130kg를 받았다. 세외부담 및 인민군 돼지고기 지원 등의 명목으로 받지 못한 식량이 150kg 가량에 이르렀다. 이렇게 가져간 사람은 분배를 잘 받은 축에 든다. 3월 현재 이 지역 농민들은 초봄부터 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한다. 삼지강협동농장의 경우 식량이 떨어져 일하러 나오지 못하는 세대가 24세대에 이른다. 한편 개성시를 비롯해 개풍군 려현리, 금천군 계정리, 평산군 한포리 등지에서도 생계가 어려운 세대가 늘고 있다. 농장원과 노동자들의 출근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고, 학생들의 상학률(출석률)도 저조하다. 이 지역에서는 아예 입학을 시키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군당 일꾼들이 교사들을 동원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자녀를 입학시키도록 강권하지만, 식량이 떨어진 세대들에서는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다.

단천 양평농장, 작년 옥수수 총 1,600톤 생산

함경남도 단천시 양평 협동 농장의 작년 옥수수 생산량은 총 1,600톤에 달한다. 한 농장일꾼에 따르면, 자체 실정에 맞춰 ‘함남 3호’와 ‘황주 1호’(품종명)를 배합한 옥수수를 심은 결과라고 한다. 이 중 800톤을 군량미로 보냈다. 농장원들은 3개월 분량의 식량을 받지 못해, 퇴비동원 등 공동 작업에 나가지 않고 있다. 양평농장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사람이 굶어죽지 않았던 유일한 곳이었다. 생산량이 크게 높지는 않지만 농민들의 식량이 잘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곳도 최근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원래 이곳은 고(故) 김일성 주석이 현지 지도한 곳으로, 국가에서도 관심이 높은 농장 중 하나이다. 현지지도 단위라 해서 간부들도 자주 찾는다. 예전에는 자부심을 가졌던 농장원들이 이제는 만사 귀찮다고만 한다. 서명덕(가명, 50대)씨는 “우에서(중앙에서) 내려올 때 뭔가 도움 줄 것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말로만 번질나게 한다. 나중에 보면 자기들 먹을 것만 다 챙겨가지고 간다. 농장 간부들은 우에서 왔다고 하면 닭을 잡는다, 개를 잡는다 해서 우리를 못살게 군다”고 한 마디 했다. 올 초에도 간부들이 내려온다는 소리에, 한 노인(70대)은 농장관리원을 앞에 두고 “간부가 내려와서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이 매일 똑같은 소리만 하고, 큰 소리만 치고 간다. 옛날 사또처럼 행사하니 무슨 일인들 잘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일하러 나올 수 있게 먹을 것을 풀어주든지, 비료를 한 마대라도 주든지, 아니면 비닐 박막이라도 가져오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 위대한 김일성 수령님께서 지금 우리 농장이 이렇게 황폐해진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느냐”고 말했다. 관리위원장은 별달리 대꾸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돌아갔다.

곡산 미루벌공사 노동자들, “새해 제일 큰 소원은 입쌀밥 한 끼”

황해북도 곡산군에 있는 미루벌 공사장 인력들은 죽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새해 제일 큰 소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구동성 “쌀밥 한 끼 먹어보는 것”이라고 대답할 정도다. 노동자들은 옥수수 죽과 멀건 배춧국이 전부라며, 식량 부족 문제를 하소연했다. 원래 공사 일정대로라면 작년에 끝났어야 했는데, 식량난으로 공사 진척이 잘 안됐다. 현재 마감단계여서 4월 15일 명절 전에 끝내려고 하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 식량과 인명피해 문제로 약 1만 6천여 명의 인원을 1만 여명으로 줄인 상태라, 공사 일정이 그대로 집행될지는 불투명하다.

■ 경제활동

황해남도 지역, 두벌농사 방식상학 진행

황해남도에서는 두벌농사를 지은 농장들 중에 모범농장을 뽑아 방식상학을 진행한다. 태탄군 기암협동농장에서는 작년 9월에 심은 밀보리(품종명 ‘해주1호’)를 오는 6월 수확할 예정이다. 농사가 잘 된 것으로 평가돼 곧 방식상학을 진행하게 된다. 방식상학이란, 한 농장에서 새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다른 농장 일꾼들을 불러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사리원 미곡협동농장, 두벌농사 준비 부족

황해북도 사리원 미곡 협동 농장은 올 봄 두벌농사를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정작 시범 농사를 짓기로 한 제 8작업반에서는 준비가 미흡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모(40대)씨는 “올해 시험 포전을 정하고, 다수확 품종 작물을 심기로 했다. 농자재도 없고 기술 준비도 제대로 안됐는데 일꾼들이 그저 밀어붙였다. 그러니 잘 될 리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모(50대)씨도 “일꾼들이 시키는 대로 (두벌) 농사를 짓고 있는데 아주 농사를 망태기 시켜 놓고 있다”고 두벌농사가 실패작이라고 했다. 다수확품종을 두벌농사로 지으려면 영농자재와 종자확보 및 인력 배치 등 사전 준비를 더 잘 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무조건 하고보자고 덤빌 게 아니라 철저한 준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 정치생활

전력성, 도시마다 전력공급량 정해 줘

지난 3월 15일, 전력성은 중앙당 일꾼들과 각 지역 일꾼들을 모아 전력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현재 국가 공업 발전 문제가 제일 걸리는 것이 바로 전력”이라며, 공업용 전기를 비법적으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기 사용 질서 위반 행위’는 “계급적 원쑤들과 투쟁하는 것”과 같고, “비타협적으로 용서 못할 문제”로 얘기된다. 군수 물자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무조건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공장, 기업소에서도 “백성들 생활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제품은 생산하지도 말고, 전기를 소비하지도 말라”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각 시, 군 등 지역에 따라 국가에서 전력 허용량을 정해주기로 했다. 가령 함경북도 회령의 경우, 3월 17일부터 매달 57만 6천 kwh를 국가에서 받아 배전부 지령에 따라 각 공장, 기업소에 공급하고 있다. 평성, 청진, 남포, 원산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마다 국가에서 허용해주는 전력량이 너무 작아 각 공장, 기업소 지배인들이 배전부에 찾아가 전기 지령원들과 옥신각신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회령시 전원회의,“강성대국 기한, 2년 앞당기겠다”

회령시는 지난 3월 10일, 시당 전원회의에서 “2010년까지 강성대국을 2년 앞당겨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지난 2월 김정일 위원장의 회령 방문에 시를 꾸리는 사업과 공업 분야, 교육 분야 등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고무된 회령시는 공장, 기업소 건설과 공업 생산을 활성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각 일꾼들에게 분공을 주기 위한 회의를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했다.

보천군 보안원 40여명, 선거 앞두고 대거 해임

량강도 보천군 보안원 40여명이 3월 8일 선거를 열흘 앞두고, 대거 출당, 철직, 그리고 해임됐다. 한 날 한 시에 이렇게 많은 보안원들이 해임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대거 해임은 파고철 밀매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에 걸쳐, 보안서 정치부장의 아내가 주축이 돼 주민들에게서 거둔 파고철을 kg당 600원에 판 것이 이번에 걸렸다. 이 소식을 들은 보천 주민들은 “보안원들 가족이 하니까 누구도 신소를 못했는데 이번에 잘 걸렸다”고 기뻐하는 모습이다. 혜산시의 한 공장 지배인(40대)은 “량강도 지역은 기본 밀수로 산다. 파철을 한 키로에 50원씩 넘겨받아서 혜산에 오면 300원 정도 하고, 직접 넘기면 500-600원 받을 수 있다. 파철 밀수는 역적이라고 하는데도 상관 안 한다”며, 밀매매가 일상이라고 얘기했다. 보안원들이 조직적으로 걸려든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나라 일 한다는 사람들(보안원)부터 이렇게 사는데, 그 밑의 사람들이야 능력이 없어서 못하지 왜 안하겠냐. 그래도 이렇게 40명이 한꺼번에 걸린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함흥, 전기검열 총화

지난 13일,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평안남도와 했던 전기 교차 검열을 총화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전기를 도용한 일꾼들이 주로 걸렸는데, 대부분 공장, 기업소의 지배인이나 기사장들이었다. 이번에 걸린 7명은 국가 전력 관련 범죄로 중앙당에 제기됐고, 교화형과 함께 출당, 철직됐다. 흥남시에서는 철제일용품공장의 기사장이 공업용전기를 마약 생산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마약을 제조하도록 도와준 혐의로 그는 9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즉각 호송됐다.

■ 사회

상한 돼지고기라도 국물만 먹는 사병들

평안북도 염주군 8군단 지휘부 후방부에서 보관하던 돼지고기가 냉동실 문제로 대거 상하고 말았다. 평안북도 전역의 주민들에게서 거둔 인민군대 지원용 돼지고기로, 여러 해 전부터 저장해둔 것이었다. 2년 전에도 ‘2호 랭동고’ 설비에 문제가 생겨 그 해 4월에 수리한 바 있다. 당시에는 약 9,000kg의 돼지고기가 변질됐다. 그러다 작년 9월에 또 다시 같은 랭동기가 고장 났다. 수리하는데 4개월 넘게 걸리다보니 저장된 고기들이 급속히 썩어갔다. 쇠고기 5.2톤과 돼지고기 7,000톤이 저장돼있었는데 80% 이상이 변질됐다. 후방부 일꾼들은 급히 전쟁 물자 소비 승인을 신청했다. 변질된 고기는 승인 신청한 지 30일이 지나서야 8군단 산하 각 구분대에 전달됐다. 또 군단 호병원들과 결핵 병원에도 공급됐다. 변질된 고기를 받은 각 부대에서는 군의관들이 식당 종업원들을 대상으로,‘변질된 고기를 가공해 먹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한 후방부 일꾼은 “썩었다고 해도 어쨌든 고기를 먹을 수 있어 (사병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량의 고기가 군관 사택에 흘러들어가 병사들은 썩은 고기 국물만 먹는다”고 해, 상한 고기조차 사병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회보장자, 알고 보니 도둑전문

강원도 원산에서는 지난 2월 18일 도둑범죄자 2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해안동 동사무소에 사회보장자(장기 병가)로 이름을 올려놓고 전문 도둑질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들이 도둑질한 물품은 자전거 580여대, 랭동기 20여대, 세탁기 30여대, 일본산 중고 오토바이 10여대 등 굵직굵직한 중기제품만 해도 수백 건이 넘었다. 해안동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적질한 건수로 보나, 물품 개수로 보나 제일 많이 한 도적들인 것 같다. 보안원들도 심문하기 바빠하고, 시재판소에서도 형벌 주기 상당히 바쁜 특대형 범죄자들이라고 들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여성/어린이/교육

평성시에서도 꽃제비 농장 배치

평안남도 평성시 당국은 꽃제비들을 농장 인력으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려행자집결소에서 35명, 꽃제비구제소에서 29명이 선발됐다. 이 아이들은 기존대로라면 계모학원에 들어가야겠지만, 올해는 청년독립분조에서 농장 일을 하게 된다. 그동안 계모학원에 들어가더라도 다시 뛰쳐나오는 아이들이 많아 꽃제비 구제 사업으로서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농장도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아이들도 일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어 서로에게 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당과 도당의 비준을 거쳐 지난 3월 1일, 꽃제비들을 농장의 리당 비서들에게 인계했다. 평성시당국은 “농장 배치된 꽃제비들을 리당 비서들이 책임을 지고 합숙문제, 식생활문제 전반적으로 안착감을 가지도록 잘 돌보아주라”고 지시했다. 아이들을 맡게 된 농장에서는 현재 식량이 부족해, 농장의 작업반장들과 비서들, 청년동맹, 농근맹 초급일꾼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평성도 회령시와 마찬가지로 각 일꾼들이 20kg씩 식량을 갹출하기로 했다. 식량이 없어 못 내는 일꾼들은 된장을 비롯한 다른 부식물들을 바치기로 했다.

위세 대단한 청진 녀맹위원장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구역 은정동사무소 녀맹원들은 “녀맹위원장의 위세가 대단하다”고 한 마디씩 한다. 지난 3월 12일, 녀맹 ‘정규화 생활’에서 조직 생활을 불성실하게 한 녀맹원을 앞에 세워 호되게 나무라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이 날 모임에 참석했던 김모(40대)씨는 “사상적 분위기 속에서 인격을 훼손시킬 수 있는 쌍말을 써가며 비판을 하고, 온갖 욕설을 다 퍼부어댔다”며 듣기 거북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하도 단련이 돼서 이제는 누가 욕을 먹어도 그런가보다 하는 지경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다. 총화한다고 동무가 내 비판하고, 내가 동무 비판하는 식으로 서로 짜고 그럴 때도 막상 욕을 들으면 기분이 정말 안 좋다. 그런데 (녀맹)위원장한테 그런 쌍말 들으면 내 일이 아니어도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집안 사정이나 혹은 ‘리혼’ 문제 등으로 조직 생활에 잘 참가하지 않은 녀맹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비공식적으로, 동사무소 녀맹위원장들과 사상 담당 부위원장 등이 조직생활이 불성실한 녀맹원들에게서 돈을 받아낸다. 각 초급단체위원장들은 총화에 빠지면 1,000원씩, 사회 집체(단체) 행사나 공동작업 불참 시 3,000원씩 받고 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녀맹 기동대의 선전 자료와 악기를 구입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이렇게 쓰인 적은 없다. 김씨는 대신 녀맹위원장과 초급단체비서 동사무소장이 올해 겨울 옷 한 벌씩 해 입었다고 전했다.

성간군 녀맹원들, 어랑천 발전소 돌격대 본보기

자강도 성간군 녀맹원들이 어랑천 발전소 돌격대 지원에 본보기로 나섰다. 중앙 녀맹위원회에서는“성간군 녀맹원들을 본보기 삼아 전국 각 시, 군 녀맹위원회에서 녀맹 돌격대를 조직하여 어랑천발전소 건설장에 보내라.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에 총집중하도록 하라”고 했다. 지난 3월 13일, ‘중앙당 녀맹 돌격대 조직할 데 대한’ 내용이 비준됐다. 이에 각 시, 군에서는 녀맹원들을 돌격대로 선발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함경북도 회령시 녀맹위원회에서는 각 동사무소 녀맹초급단체에서 한 명씩, 총 230여 명을 선발해 어랑천 발전소 전투장에 보내기로 했다. 녀맹원들 대부분이 집안 생계부양자라 돌격대에 전격 결합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돌격대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이번에 처음 나가는 돌격대원들은 10일 일하고 돌아오게 된다. 돌격대에 나가는 여성들은 하루 입쌀 1kg를 받게 된다. 또 그 가족들은 각 녀맹 초급단체에서 매일 옥수수 4kg씩 모아 식량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회령시당국은 회령시가 그 어떤 도시보다 앞장 서 녀맹원 돌격대를 조직하겠다는 보고를 중앙에 올리고, 시당 책임비서와 일꾼들이 다짐을 결의했다.

■ 사건사고

신의주, 살인방화범 사흘 만에 붙잡혀

지난 2월 11일, 평안북도 신의주 신원동 한 아파트에서 살인강도 및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중학교 졸업 시험 준비로 바쁜 김형철(가명, 10대)군은 학교에 가다가 두고 간 물건이 생각나 급히 집에 되돌아갔다. 아버지는 러시아 출장 중이었고, 큰 형은 군대에 가 있어 집에는 어머니밖에 없었다. 시장에서 의약품 장사를 하는 어머니는 시장이 안 열리는 오전에는 보통 집에 있는데, 그날따라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었다. 잠시 외출했나 싶어 아파트 앞에 있는 매대에서 음식을 사먹으면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여나 어머니가 왔나, 집을 올려다보는데 창문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깜짝 놀라 “불이 났다”고 소리쳐 인민반 사람을 동원해 문을 부수고 들어갔더니 온 집안에 불이 붙었다. 불을 끄려고 화장실에 있는 물탱크에서 물을 퍼 끼얹는데 자꾸만 무엇이 걸렸다. 꺼내보니 형철군의 어머니가 살해된 채 물탱크에 버려져있었다. 사흘 뒤인 14일, 범인이 붙잡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정모(22세)씨로 군대에 갔다가 얼마 전 생활제대하고 돌아온 제대군인이었다. 형철군은 “그 사람이 불을 같이 끄면서 자기가 먼저 물탱크에 엄마 시체가 있다고 소리쳤다”고 말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주민들은 “소름이 끼친다”며, 끔찍한 사고를 목격하게 된 형철 군을 위로했다. 형철군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장례식을 준비했다.

■ 논평

먹고 사는 문제로 범죄자를 만드는 사회

언젠가 만난 한 새터민은 북에서 강을 헤엄쳐 내려왔다고 했다. 1년 넘게 전화선을 잘라 팔다가 꼬리가 잡혔다고 했다. 잡히면 무조건 처형이라 목숨을 구하려고,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맨몸으로 강을 건넜다고 했다. 그는 소의 선한 눈망울을 하고선 유순한 목소리로 말했다. 탈북하기 1년 전, 형이 굶어죽는 걸 보고 조카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나라에서 금하는 위험한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 동선을 자르거나 밀매한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공개처형을 당하기 일쑤였다. 목숨을 구하려, 목숨을 걸면서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저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간 우리네 평범한 이웃이었다.

앞서 소개된 길주군 기초식품공장 노동자의 딱한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의 얘기는 평범한 북한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공장은 안 돌아가고, 배급도 없다. 그는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르고, 뙈기밭을 일궜다. 아내는 손수 만든 물건을 들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다.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다보니 장사가 잘 될 리 없다. 게다가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식량난은 깊어만 갔다. 이것저것 다 해보다 안 되서, 결국 범죄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 결과는 이미 기사에 소개된 대로다. 본인은 무기징역에, 아이들은 아내가 장사하러 떠난 사이 먹을 게 없어 집을 나갔다. 어머니가 울며 얼마나 애타게 찾아다니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은 십중팔구 꽃제비로 떠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가정이 어이없이 풍비박산됐다.

직급이 좀 높은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비교적 쉽고 편하게 사는 것 같다. 워낙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해있다 보니, 누가 해임, 철직돼서 노동자로 전락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안 된다. 그럼에도, “평소 옥수수밥도 못 먹던 집이 지배인이 되더니 갑자기 온갖 가전제품을 들여놓고 살아 의심을 샀다”는 진술은 의미심장하다. 직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을 역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들 사례만 보면, 평범한 노동자는 ‘먹고 살기 위해서’, 간부들은 상대적으로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법을 어겼다. 계층과 성별, 지역을 불문하고 벌어지는 숱한 범죄를 보면, 대개 ‘생계(생존)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결국 ‘먹고 사는 것’이 문제이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빵 한 조각을 훔쳐 먹었다가 무려 19년 동안 감옥살이했던, 소설 ‘장발장’의 이야기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법을 어기지 않고도, 자신의 노력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북한 당국과 남한 당국의 주민 친화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 집중탐구

평양통신 – 경공업공장 지배인의 첫 번째 총화

경공업공장 지배인의 첫 번째 총화

3월 말에 접어들면서 ‘인질’이라는 말이 뭔지 절감하는 중이다. 경공업공장 지배인으로 임명될 때만 해도 가족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는데, 첫 번째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골치가 아프다. 곧 1/4분기 초급당 생활 총화가 있을텐데, 이 때 자기비판을 해야겠는데 신임지배인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았다. 어제 초급당비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지배인 동무, 이번 분기 당 생활 총화(1) 때 자기비판을 잘 하세요. 동무는 임명된 지 몇 달 안됐지만, 그래도 당원 대중들이 지배인을 믿고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공장형편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지 않습네까. 물론 지배인이 다 책임질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장군님께서 믿어주시고 큰 배려까지 해주셨습니다. 그 배려를 받은 게 바로 지배인 동무 아닙니까. 초급당에서 주는 당적 분공에 대해서 1/4분기 간에 어떻게 수행했는가에 대해 잘 총화하시오. 그러면 내가 방향을 주겠소. 잘 들으시오. 첫째, 장군님께 충성심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 비판하시오. 둘째, 장군님 말씀 집행에서 무조건성 원칙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자기비판을, 심각하게 하십시오. 셋째, 대안의 사업체계(2)에 맞게 간부 당원들과 기술자 대중들과의 사업, 즉 사람과의 사업을 잘 못한 데 대해서도 비판하시오. 넷째, 지배인이라는 직책을 망각하고, 아직도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사업방법과 사업 작풍이 결렬된 탓으로 해서 등등 실례를 들어가면서 비판하시오. 마지막으로는 초급당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호상비판도 제기하시오. 너무 늘어놓지 말고, 상급당에 나와서 당생활 지도하는 것만큼 도움 되는 방향에서 초급당에 대한 비판을 건설적 방향에서 하시오.”

‘야 이거 어디 지배인 해먹겠어?’이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곧 깊은 우려에 잠겨들었다. 왜냐하면 우리 공장 원자재 공급이 1/4분기 기간에 10%밖에 받지 못했는데, 공장 원료를 국내 원료로 전환하라는 구호만 외웠지, 지배인이 다 바가지 써야 할 줄은 몰랐다. 칫솔 직장에서 칫솔대는 PP수지이고, 칫솔 털은 나일론이고, 그 외 여러 가지 가소제(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 경화제 등은 모두 수입이다. 양말 직장에서는 나일론실, 테트론사, 면사 모두 수입해야겠는데, 수지가공직장에서는 여러 가지 수지 원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 아프다. 이걸 어떻게 다 국내 원료로 전환하느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방에 들어섰다. 백지를 꺼내놓고 비판서를 쓰려고 할 때 공장 기사장이 찾아왔다.

“지배인 동지, 걱정 마십시오. 초급당 비서가 주는 방향은 일반적인 겁니다. 제가 쓴 자기비판 원본이 있는데 참고하십시오. 한 말씀 드리자면, 자기 사상적 비판을 강하게 하고, 구체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급기관에 올려 쏴야 합니다’(내 책임이 아니라고, 상급 기관에 책임을 돌리라)(3). 대신 초급당을 다치지 말고. 그래야 실무 평가할 때 분기계획미달 원인에 대해서 상급기관에 책임의 무게를 전가하면서, 시종일관 그렇게 문장을 만드십시오. 구체적인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좀 들지 말고’(위축되지 말고) 떳떳하게 나가 비판하시오. 분기 당 생활 총화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지배인은 새로 오지 않았습니까? 첫째, 둘째, 셋째도 사상적 비판을 강화하고, 실무적인 내용에 들어가서는 쥐어짤 것 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다 선행자들이 해놓은 겁니다. 그래야 공장도 살고, 초급당도 살고, 사상지도 내려온 간부도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원본을 주고 나갔다. 지배인이 돼서 하는 첫 비판이라 긴장하고 있는 걸 알아채고 미리 준비해준 게 고마울 뿐이었다. 따라할 게 있으니 참으로 안심이 됐다. 그제야 좀 마음이 놓였다.

(1)조직 총화

① 매주 당생활총화: 당 세포(당 최말단 조직)에서 보통 월요일 아침에 함.

② 월 당생활총화: 월말이 되면 세포 비서가 그 달에 소속당원에게 준 당적 분공 집행여부 총화. 집행 못했으면 왜 못했는지 대책 세움

③ 분기 당생활총화: 초급당에서 함. 초급당에 속한 세포들이 모두 모여 회의함. 공장 간부들이 모두 나와 자기비판함. 공장 간부들에 대해 집중검토회의

④ 상(하)반년 당생활총화: 초급당에서 함. 상(하)반년 사업 집행 결과 총화.

⑤ 연간 당생활총화: 초급당에서 함. 1년 사업 집행 결과 총화

(2)북한에서 제기하는 북한식 경제관리체계. 지배인 중심제가 아니라, 당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배인, 기사장, 당 간부들 합의 하에 공장을 운영하는 체계. 일종의 집단적 경제관리체계.

(3)경공업성에서 자재를 보장해줘야 되는 데, 안 해주니까 그걸 ‘올려 쏘라’(책임을 돌리라)고 하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