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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한소식 275호

■ 시선집중

원산, 장마당 통제에 쌓인 불만 토로

강원도 원산에서는 요즘 장마당 통제를 두고 말들이 많다. 가뜩이나 중국 환율이 올라간다는 이유로, 공업품 가격이 매일 올라가는 실정에 그나마 물건도 팔지 말라니 힘들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주로 들리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2008년이 지나 2009년을 맞이하면 생활이 좋아져야 하겠으나, 2009년 맞이하고 보니 2008년보다 더 곤란해진다. 점점 세월이 좋아져야 하겠는데 점점 더 곤란하니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급이 있고 권세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 생활이 일없으니(문제없으니), 평 백성들의 생활이 곤란하든 말든 상관도 안 한다. 자기네가 못 먹고, 식구들 굶는 걸로 가슴 아픈 게 아니니까. 인제는 장마당까지 통제를 하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로동자들은 매달 월급을 주는 가? 농민들은 국가에서 돌봐주는 것이 있는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이렇게 하고서야 인민들이 어떻게 생활해나가겠는가?”라고 한다. 겉으로 보면 시장 단속에 대한 불만이지만, 실상 이전부터 쌓여온 불만이 같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는 선에서 “점점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주민들의 하소연도 커지고 있다.

“한국산 상품이 무슨 원쑤인가?”

북한 시장에는 수입상품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주로 중국산이지만 간혹 러시아, 일본, 미국, 그리고 한국 상품들도 거래된다. 그나마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물품은 중국, 러시아, 일본 물품 정도이다. 한국 상품은 일체 사고팔 수 없게 돼있다. 만약 팔다가 걸리면 몰수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한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평성시에서 한국산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승옥(가명, 40대)씨는 “사람들이 다 그런다. 상품이 무슨 원쑤냐고. 상품이 좋으면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거지. 손님들도 좋은 것을 사는 게 나쁜 거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주로 신의주에서 신발이나 옷들을 떼 온다는 김경숙(40대)씨도 “아래(한국) 상품이 좋으니 요구자가 많다. 말로는 통일을 부르지만, 상품까지 배척하면서 어떻게 통일을 하겠는가? 함부로 말했다가는 정치적으로 제기되니까네 이런 말을 세게는 못하지만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다들 그런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산 짝퉁 옷을 판다는 조미라(40대)씨는 당국의 단속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 마디 했다. “남조선 옷이 좋다는 건 이제 사람들이 다 잘 알아서, 남조선 옷만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보니 옛날에는 남조선 상표가 붙으면 무조건 가위로 잘라냈는데, 이제는 전문 그것만 붙여주는 사람도 있다. 중국옷에 남조선 상표를 붙여서 남조선 옷인 것처럼 판다. 재밌는 건 그렇게 팔다 걸리면 별로 문제가 안된다. 진짜 남조선 옷 팔다 걸리면 큰일 나지만, 위조 옷 팔다 걸리면 ‘왜 그 따우로 하느냐?’며 옷을 회수해가는 정도로 넘어간다. 한 번 욕먹으면 끝난다. 그러니 화장품이든 뭐든 남조선 것이라며, 위조 상품이 많이 돌아다닌다”고 했다.

함경남도 장마당 매대 판매자 감소

함경남도 주요도시에서는 올해 들어 장마당 매대 판매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한 시장관리원에 따르면, 함흥시의 경우 매대 판매자가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당 벌이가 시원치 않은데다 당국의 제약으로 갈수록 장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함흥시에서 만난 상인들은 우선 장사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했다. 신발 장사를 하는 고미경(40대)씨는 “우에 지시에 따라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장을 보게 되어 있다. 아침부터 장마당을 운영해도 살기 힘든데 1시부터 6시로 하다나니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되어 있다”고 했다. 팔 수 있는 물품이 몇 가지 안 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정필례(40대)씨는 “(작년부터) 농산물만 팔고 사라고 한다. 공업품이나 식료품, 일반 자재들을 가만히 가지고 들어가서 앞에는 농산물을 내놓고, 밑에서 그런 것들을 팔고는 했는데, 이것도 붙잡히면 다 회수 당한다”고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서로 약속을 정한 뒤 장마당 밖에서 사고파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니 점점 물건 사는 사람이 줄어든다. 구매자가 줄어들면 들수록 판매자들은 장사가 더 안 된다. 상인들은 꼬박꼬박 장세 내는 것에 비하면 이득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차라리 방문판매를 하거나 골목길에서 표지 들고 서 있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 금지 품목을 판매한다는 표지만 들고 있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집까지 따라온다. 설령 단속원이 뜬다고 해도 표지만 싹 감추면 되니까 ‘메뚜기장사’와 달리 물건 회수 당할 염려가 없다.

청진시,“농산물 이외의 물품은 팔지 말라”

지난 4월 10일, 함경북도 청진시 당국은 여성 상인들을 대상으로 시장에서 팔 수 있는 판매물과 관련해 ‘2월 17일 방침’을 전달했다. 수남, 청년, 공원, 포항, 수원, 신암 등 각 구역에서는 선전비서들이 직접 시장에 나가 방송차를 세워놓고 선전했다. 기존 조직을 통해 방침을 시달하던 것에 비춰보면 유례없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금지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비사회주의를 조성시키는 행위’로 처벌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선전비서들은 “앞으로 판매 금지된 상품을 시장에 절대로 내다 팔아서는 안 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주민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일단 시장 안에서는 농산물만 사고팔고 있다. 다른 물건은 일체 장마당 안에 들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 상인들은, “장마당을 봉쇄하면, 국가에서 공급해주는 것도 없는데 인민들이 어떻게 살겠는가. 대체 어떻게 살라고 이러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눈치 보느라 더 이상 말은 못한다. 그러면 농산물 이외의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팔지 말라는 물건을) 장마당에 가지고 나가긴 한다. 안 들키게 가만가만 사고팔고 하는데, 일단 들키면 몰수당하고 한참동안 단련 받아야 한다. 원한이 사무치긴 하지만 그래도 별 수가 없다”고 했다.

■ 식량소식

은덕군 오봉탄광, 2월 16일 명절에만 반짝 공급

함경북도 은덕군 오봉탄광에서는 내내 배급이 없다가 2월 16일 명절을 맞아 특별공급이 잠깐 있었다. 지난 2.16 명절 때, 노동자들은 1인당 술 1병과 인조꿀 반병을 받았다. 새별경원탄광련합지휘부에서 내려준 것이다. 이때는 약간의 식량도 지급받았다. 총 노동자 수가 700명인데, 당사자에 한 해 쌀 1kg와 옥수수 1.5kg를 주었다. 여기에 자식이 있는 집은 자식 몫으로 쌀 1kg와 옥수수 1.5kg를 더 주었다. 그래서 집에 자녀가 있는 약 500여명의 노동자들은 쌀 2kg와 옥수수 3kg 정도 받아갈 수 있었다. 단 부양자(주부)들의 몫은 할당되지 않았다. 그 뒤로는 다시 배급이 없다. 원래 하루 노동 시간은 8시간이지만, 할당량을 하지 못하면 밤늦게까지 작업이 계속되기 일쑤다. 잘 먹지 않으면 체력이 부칠 수밖에 없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8시에 퇴근할 때가 많다. 어떻게라도 먹지 않으면 출근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큰 배낭을 메고 들어가 나올 때 석탄 7-8kg씩 몰래 빼내온 걸로 생활했다. 석탄 한 양동이(1kg)당 200원에 파는데, 다 팔면 1,600원 정도가 떨어진다. 그것으로 겨우 죽이나마 쑤어 먹는다. 탄광기업소에서는 노동자들의 이런 사정을 감안해 배급을 주지 못하는 경우, 10kg까지 가져가도 눈감아주고 있다.

■ 경제활동

순천시, 비료 운반할 차량 기름 없어

평안남도 순천시당은 각 농장들에 비료를 운반해줄 차량 기름이 없어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지난 4월 8일 오전, 순천시는 당 비서와 각 공장, 기업소 지배인들을 불러 비료운반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장 기름을 구입할 자금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인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날 오후 2시부터 시내 공장, 기업소와 동사무소, 녀맹, 그리고 각 학교 등에서는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했다. 손달구지도 최대한 끌어 모아 비료를 직접 운반하기 시작했다. 손달구지가 없는 사람들은 등짐을 지고, 담당 농장에 운반했다. 이렇게 단위별로 맡은 농장들에는 주민들이 직접 비료를 운반했다.

평안북도 도당, 춘궁기 대비해 햇감자 농사 장려

평안북도 도당에서는 각 시, 군 공장, 기업소들에 햇감자 농사를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도당은 “봄 농사철부터 김매기 시기까지 식량이 떨어져 굶는 세대들이 많아질 것이다. 무조건 올감자 농사를 잘하여, 제일 힘든 김매기철에는 로동자들의 두 달 배급을 풀어야 하겠다”고 했다. 각 시, 군별로 노동자들에게 전혀 배급을 못하고 있는 공장, 기업소들의 실태를 파악한 뒤 회의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도당 회의에서는 4월 15일이 지나 감자를 심으면, 6월 둘째 주쯤에는 수확해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부업지를 경작하는 공장과 기업소는 땅 감자가 잘 되는 땅에도 햇감자를 심기로 했다. 한편 4월 들어서면서 현재 평안북도 지역 각 농장에서는 식량이 떨어져 출근을 못하는 농민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태천군 은흥협동농장, 밭갈이할 소가 없어

평안북도 태천군 은흥협동농장에서는 밭갈이할 소가 없어 농사에 곤란을 겪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농장원들이 소 관리를 잘해서 밭갈이를 제때 할 수 있었다. 농장이 아니라 개인 집에 밀폐식으로 외양간을 짓고, 영양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작년 결산 총화때 부림소를 잘 관리했던 농장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애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개인들이 부림소 관리에 쓴 비용을 결산분배에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 보상이 없으니 부림소를 애써 잘 관리하려는 농민들이 생기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결국 소들의 영양 상태가 나빠져 올해 밭갈이에 쓸 만한 소가 없게 됐다. 급한 대로 농장 관리일꾼들은 비상용으로 보관해둔 알곡에서 벼 5톤을 팔아 정미했다. 정미한 쌀을 팔아 디젤유를 구입해 뜨락또르(트랙터)를 움직여 부지런히 밭갈이에 나서고 있다.

■ 정치생활

회령시, 농장 검열 관련 비상회의 소집

회령시는 지난 3월 25일, 리당비서를 포함해 각 농장 관리위원장들, 부기장, 작업반장 등 농장 일꾼들을 불러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농장 관리일꾼들이 뜨락또르나 자동차, 소 같은 운수기재를 산다고 하고, 또 문서관리에 사용할 컴퓨터를 사겠다고 하면서 농장 알곡을 팔았다. 그런데 알곡을 판돈을 저들끼리 나눠가지는 일이 제기됐다. 농장 알곡 소비 부기장과 작업반장들은 ‘알곡 소출 소비 정형대장 기록부’에 아무 문제없이 문서처리를 해놓는다. 검열이 들어와도 아무 일없다고 하면서, 로골적으로 알곡을 소비한다”고 현재 제기된 문제점들을 일일이 짚었다. 그런 뒤 농장 일꾼들을 한 명, 한 명 불러내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격렬한 사상비판을 마친 뒤에야 회의도 끝이 났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다 짜고 감싸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다시피 (북한에는) 개인 소유라는 게 없지 않나. 상품교환은 협동소유와 국가소유에서 이뤄진다. 자동차, 소, 컴퓨터 이런 것들은 다 국가 상점 망에 제정된 가격이 있다. 그것을 사려면 협동소유물(알곡)과 교환한다. 거기에서는 한 푼도 떼먹을 수 없다. 국정가격이 있으니까. 그런데 국영상점에 자동차든 컴퓨터가 있나? 없지 않나. 국가 기관에 등록만 됐지 사실 개인들이 갖고 있는 자동차나 컴퓨터들을 농장에서 사는 거다. 시장에서 거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증표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부르는 게 값이다. 얼마든지 탐오하고 해먹을 수 있다. 농민들은 식량 분배도 잘 못 주면서, 비싼 돈 주고 필요도 없는 것들을 사서는 자기들끼리만 사용한다고 불만이 많다. 하도 이런 일이 많으니까 어떻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이번에 비상회의를 소집하기는 했지만, 법적 처벌이 곤란하니까 그냥 비판만 하는 거다. 고치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상적인 비판을 하는 선에서 끝낸다. 겉으로는 엄청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감싸주는 거다. 짜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농장 공동 재산, 간부들만 사용

이번 농장 검열에서 공동재산 문제도 속속 지적되고 있다. 각 농장들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운송수단이 특히 많았다. 새별의 한 농장에서는 국가에 보고하지 않은 알곡을 팔아 700-1,200만 원 하는 자동차를 샀다. 회령의 한 농장에서는 350만원에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공동재산으로 등록하지만, 리당비서나 농장관리위원장 등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간부들뿐이다. 일반 농민들은 감히 타볼 생각도 못한다.

회령 원산리농장에서는 작년 5월 옥수수값이 한창 비쌀 때 옥수수를 팔아 중국산 반짐차를 샀다. 그때 들어간 돈이 무려 1,560만원이었다. 농민들은 “우리 농장에서 반짐차가 필요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리당비서나 농장관리위원장이 자기들 필요에 따라 타고 다닌다고 했다. 오강호(40대)씨는 “우리 작업반 젊은 동무가 결혼할 날이 됐는데 색시를 데리러 갈 수송수단이 없었다. 10리도 안 되는 구간인데, 반짐차 좀 쓰면 안 되겠느냐고 했지만 쓸 수 없었다. 자기들 회의에 참가자들 데리러 가야한다고 그랬다. 공동재산으로 등록만 했지, 실지 사용은 자기들만 한다”고 했다. 그는 “관리위원장과 리당비서, 관리일꾼들의 사업 작풍이 나쁘다고 시당에까지 신소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함북 도당, 국경지역 농장 일꾼들 부정부패 검열

함경북도 도당에서는 회령과 새별, 온성 등 국경지역 농장들의 부정부패 관련 검열을 시작했다. 도당에서는 각 농장마다 작년 알곡 생산량과 국가에 바친 수량, 농민 분배량, 그리고 현재 보유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검열은 회령시 오봉리농장 사건에서 촉발됐다. 오봉리농장 4작업반 반장과 통계원이 작년 수확량에서 벼 15톤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 돈을 다른 간부들과 나눠가진데 반해, 일반 농민들은 1년 분배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동안에는 보안서 일꾼들의 협조를 받았기에 법적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다. 정근수(50대)씨는 “그동안 반장과 통계원이 알곡을 제 마음대로 소비한 것을 우리들도 알고 있었다. 농장 간부들과 일꾼들에 대한 인식과 대중들의 여론이 대단히 나빴다. 봄, 가을에 피땀 흘려 지은 농사를 자기들끼리 몇 톤씩 꿀꺽하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우리 지역만 그런 게 아니라 공화국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은덕군 범죄자 80%가 강도, 절도, 사기범

함경북도 은덕군 보안서에서는 현재 예심중인 사람이 약 2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약 80% 이상이 절도, 강도, 사기협잡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김명철(50대)씨는 “우리 군은 7월7일 기업소가 생기면서 각지에서 출신 성분이 나쁘고, 교화범죄를 지어 출소된 대상들이 많이 밀려왔다. 그래서 주민 구성이 매우 복잡한 군이 됐다. 원래 전과자들이 많은데다 주민 구성이 복잡해 다른 지역보다 범죄자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한 간부는 “현재 식량 사정으로 백성들이 살기가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범인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은덕군 ‘7월7일 기업소’ 최고 검찰소 검열

지난 3월 19일부터 함경북도 은덕군 ‘7월7일 련합기업소’에 최고 검찰소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공장 기계, 설비 도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직장에서도 도난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은, 련합기업소 당책임비서가 방문했을 당시 기계가 작동하지 않자 지적받으면서 알려졌다. 그동안 이 기업소는 심각한 원료부족으로 생산이 거의 멈춘 상태였다. 노동자는 약 6천여 명에 이르지만, 실제 일다운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각 직장마다 100여 명에도 못 미친다. 노동자들은 출근해도 다른 지역에 이동작업을 나가거나 이런저런 일에 동원되는 일이 많다. 배급이 없고 살기는 점점 힘들어지니 기계 설비를 팔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팔 것도 없어 아예 달아나는 노동자들도 많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김근호(40대)씨는 도난당한 기계설비가 대체로 2-3년 이상 안 쓰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군수공장 선반들은 대략 단능 기계들이 많다. 조잡하고, 만들기도 간단하고 한 가지 기능만 하는 기계들이다. 그러니 기계를 잘 모르는 노동자들도 조작할 수 있다. 그러다 설계가 변동되거나 자재가 없으면 기계가 멈춘다. 그렇게 2-3년 동안 안 쓰는 기계들이 많아 사람들이 파철로 팔아먹는다. 그런 기계가 있는지, 없는지 검열도 잘 안 나온다. 어쩌다 생산을 다시 시작할 때 팔아먹은 사실이 걸리고, 그때야 검열이 내려 온다”며 이번 검열이 그렇게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업소는 원래 1987년에 군인들이 무리 배치된 곳이라 제대군인 가족들이 많았다. 제대군인들 중에는 고향에 보내달라고 계속 신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허락이 안 나자,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막무가내로 고향에 내려간 세대가 많다. 이 기업소 노동자 사택 4지구에서는 아예 아파트 한 층 전체가 없어진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정에서 최고검찰소의 검열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노동자들은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고난의 행군 때부터 팔아먹을 것 다 팔아먹고, 도난당할 것 다 당했는데 이제와 다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배급이라도 한 번 제대로 주면서 검열을 하든 뭘 하든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푸념하는 목소리도 있다.

■ 사회

사람 죽어도 장례 치를 가족 없어

평안남도 남포시 항구구역에 사는 강화성(30대)씨는 얼마 전 친구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그 집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인민반에서 장례를 치러주었다고 했다. 강씨가 들려준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리정민은 2007년도 8월에 군대에서 제대했다. 집에 돌아왔더니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형님 정호가 어머니를 모시고, 그 처와 조카 2명과 살고 있었다. 형님은 유리공장 로동자로 일하고, 형수는 유리가공 공장에서 일했는데, 생활이 너무 곤란하여 죽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2007년에도 어려웠지만, 2008년에는 가족생활이 더 어려워졌다. 형님은 기업소에서 나와 돈을 벌겠다고 집을 떠난 뒤 그 뒤로 소식이 끊겼고, 형수는 본가(친정) 집에 가버렸다. 정민이가 제 어머니와 조카 두 명을 데리고 생활하게 됐지만, 집 생활을 추켜세우기가 힘들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하루에 한 두끼 죽물로 생활했다. 작년 6월에는 조카아이들까지 너무 배고파 못살겠다고 집을 나갔다. 집에는 정민이와 어머니만 남게 됐다. 그러나 생활이 점점 쪼들리게 되자 정민이는 장사 길에 들어서겠다고 나섰다가, 작년 11월에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하여 어머니마저 얼마 못 살고 한 많은 세상을 떠났다. 집에 아무도 없어 우리 인민반에서 장례를 치러주었다.

청진, 차판 장사 감자 몰수

함경북도 청진시 보안당국은 지난 3월 29일, 차판 장사꾼 3명을 붙잡아 감자를 모두 회수했다. 이들은 연사군에서 12톤 화물차량에 감자를 싣고 수남 시장에 가던 중이었다. 수남구역 보안원들의 단속에 걸려 감자를 실은 채로 보안서에 끌려갔다. 수남구역 보안서에서는 “차판 장사하는 걸 보면 무조건 단속하고, 물건은 모두 회수해야 한다. 금후에도 사정없이 징벌할 것”이라고 공포했다. 한편 이번에 회수된 감자는 보안원들이 나눠가졌다.

웃지 못 할 ‘강아지 이름’ 싸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면서 갈등양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평안남도 남포에 사는 김영진(가명)씨가 전해준 이야기다.

우리 인민반에 두 집이 나란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두 집은 쩍하면 싸움질을 하였다. 한 집은 남편이 직위가 있고 돈이 많지만, 다른 한 집은 로동자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돈이 많은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왔는데 강아지 이름을 ‘별이’라고 지었다. 가난한 집 아들애의 이름이 ‘별이’였다. 이 일에 괘씸한 생각이 든 가난한 집은 돈이 없는 형편에도 강아지를 한 마리 사와서, 이름을 ‘덕구’라고 지었다. ‘덕구’는 돈 많은 옆집 세대주의 이름이었다. 그리하여 이 두 집은 대대적으로 싸웠다. 정말 사람 죽일 정도로 싸움을 하였는데, 별이네 식구는 맞아서 몰골이 형편이 없었다. 그런데 법에 신소(신고)한 건 별이네 집이었는데, 교화소에 간 것은 별이 아버지였다.

김씨는 “이것을 두고 사람들이 말이 많았다. 돈 있는 집은 돈을 고여 죄를 면하고, 못사는 집이 죄를 다 뒤집어쓴다. 강아지 이름 갖고 싸운 게 우스운 일일수도 있지만 웃지만은 못할 현재 조선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여성/어린이/교육

자식 4명 중 1명만 학교 보내

강원도 문천시에 사는 김영호(50대)씨는 학교에 보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김씨의 아이들은 각각 14살, 12살, 11살, 7살인데, 현재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큰아들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처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국가에서 공급이 없어 애들 전부 다 학교에 보낼 형편이 아니다. 우리 혁이(14세)만 보내고, 나머지 3명은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무상교육이라고 해도, 학교에서 내라는 게 너무 많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식구들도 먹지 못해 굶을 때가 있는데 그 돈을 어떻게 내겠는가?”라며 도저히 학교에 보낼 수가 없다고 똑같은 말을 여러 번 말했다. 김씨의 아내는 “철없는 아이들은 자기네도 학교에 가겠다고 날마다 조른다. 자식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의 심정이 얼마나 찢어지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웃들은 “그래도 하나라도 보내는 게 용하다. 아예 보낼 생각도 못하는 게 요즘 현실”이라고 말한다.

장마당 음식 빼앗아 꽃제비 배급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꽃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20 상무’를 조직했다. ‘6.20상무’에서는 방랑 생활을 하는 꽃제비들을 모아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간단한 일도 시킨다. 꽃제비들의 끼니는 국가에서 주는 식량 약간과 장마당 음식을 회수해 조달한다. 이 같은 당국의 노력에도, 꽃제비 아이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장마당이나 식당, 공공장소에 밀려다니며 빌어먹는 꽃제비들이 많다.

■ 사건사고

연사군 감자 종자움 열자마자 도난당해

함경북도 연사군에서는 지난 3월 27일과 28일 이틀 사이에 감자를 6톤이나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감자 농사를 시작하려고 감자 종자움을 열었더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식량이 거의 떨어져 간 세대들에서 주로 도적질해갔다. 종자움에 저장됐던 감자 12톤 중 절반을 도난당해 올해 감자 농사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종성 산불 새별로 번져

지난 4월 7일, 함경북도 온성군 종성 쪽에서 산불이 났다. 다음 날 8일, 산불이 점점 새별 쪽으로 넘어가 진화가 힘들어졌다. 온성군에서는 10일 왕재산 수복사업에 주민들을 동원하기로 했다가 시급히 산불 진화에 인력을 투입했다. 각 기업소에서도 건장한 남자들을 골라 산불을 끄러 갔다. 왕재산 수복사업은 산불 진화작업이 끝난 뒤 13일부터 재개됐다.

■ 논평

선전비서조차 시장 없애는 것에 반대하는데

3월 8일 선거가 끝나자, 장마당 장사가 다시 바짝 조여지고 있는 모양이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계속 아우성이다. 돈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농산물만 팔 수 있는 것도 문제다. 가뜩이나 사가는 사람이 없는데, 팔지 말아야 할 물건들만 수두룩하니, 장사꾼들에게 느는 건 한숨뿐이다. 장세를 주고 어엿하게 장마당 안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매대를 떠나고 있다. 함흥에서는 매대 장사꾼이 40%가량 줄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당국의 시장 단속이 효과를 보는 걸까? 시장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일견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주민들은 매대를 떠난다고 해서 장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꼬박꼬박 장세를 무느니, 좀 더 고생스럽더라도 비밀리에 팔고 싶은 물건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판매, 메뚜기장사, 골목길장사 등 갖가지 이름의 비공식적인 상행위가 그것이다. 그 전에는 매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했으나, 이제는 자신이 선택해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품 목록이 적힌 표지만 들고 손님을 끌어들이는 장사는 매대 장사보다 더 넓게 퍼지고 있다.

당국의 시장 단속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당국의 선전에서도 잘 드러난다. 청진시에서는 선전비서들이 직접 시장에 나가 방송차량을 세워두고 ‘2월 17일 방침’을 시달했다. 무슨 일이든 조직을 통해 전달하던 관례에 비춰보면 유례없는 일이다.

현재 북한은 기층조직을 통해 방침이 잘 시달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 심지어 방침을 전달하고 집행하는 사람조차 따르지 않고 있다. 이들도 시장이 없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을 단속해야 먹고 살 수 있으니, 결국 이들도 장마당 단속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방침을 옹호하지만, 속으로는 시장이 폐지되는 것에 반대한다. 조직체를 통해 아무리 장마당 장사를 폐지하려고 해도, 없애기 어려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선전비서가 아무리 확성기를 대고 소리를 내질러도 듣는 사람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는다. 심지어 선전비서조차 장마당 방침이 제대로 집행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을 통해서도 더 이상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주민들도 눈치 채고 있다. “상품이 무슨 원쑤냐?”는 주민들의 지적에 귀 기울이고, 현실에 맞는 장마당 운영 방안을 모색할 때다.